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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다이아만 아니었다면

2014.09.30 10:46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후반 형제입니다. 평상시 감친연 잘 보고 있습니다. 주로 자매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서, 형제들의 제보가 좀 뜸한 것 같기도 하고.. 제 과거 이야기를 정리해보고 싶기도 해서 제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삼십이 갓 되었던 시절,

어떻게든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닥치는 대로 소개팅을 하던 시절에 만난

여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첫인상은 평범했습니다.

참고로 제 이상형을 말씀드리자면,

 

160cm가 안 되는 키에 깡마른,

가슴이 하나도 없는 여자가 이상형입니다.

 

뭐, 지금은 이상형과는 전혀 다른

170cm에 육박하는 글래머러스한 여인과

토끼같이 귀여운 아들 하나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만.................... 쿨럭.

 

 

하여튼 그 당시 제 이상형은 작고 마른 여자였고,

소개팅에 나온 여인에 대한 인상은 평범했습니다.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제법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나온 몸매였거든요.

(돌 던지셔도 됩니다. 그 당시엔 몸과 얼굴부터 봤거든요.)

 

하여튼, 첫인상은 평범했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오호라. 고등학교 동창인 것입니다..?

오호라. 말도 잘 통하는 것입니다..?

오호라. 취미도 비슷하네..............................?

 

하여튼 이래저래 잘 맞아서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

저는 남녀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는 사람입니다.

 

선을 본 여인과 오빠동생하며 몇 년간 지내다가

주선하셨던 분에게, 또 그 소문을 들은 어머니께

등짝을 맞기도 했구요.

 

지금도 남녀간의 감정 없이 연락하고 지내는

이성 친구가 두 손으로 셀 정도는 됩니다.

 

물론 와이프는 탐탁지 않아 하지만,

이젠 그쪽 남편들하고도 친하게 지내고,

가족끼리 만나다보니, 그러려니 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그 동창은 저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반면,

제 마음 속에서는 그녀가 친구 이상은 ‘아니’

라는 결론이 났지만,

 

말이 잘 통하고 재미있다 보니,

연락은 하고 지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그 당시엔 어떻게 하다가 별 사건사고 없이

흐지부지 연락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둘은 서로 접점 없는 삶을 살았고,

저도 한두 번의 짧은 연애를 거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옛날 수첩을 정리하다가

그 친구의 연락처를 발견하게 되었고,

문득 궁금해져서 연락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반갑게 전화를 받더군요.

고마웠습니다.

 

이 때는 제가 해외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국 본사에 잠깐 들어갔을 때 보기로 했고,

만나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해외 지사로 나올 때 즈음,

이 친구가 제가 있는 곳 근처 도시로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하더군요.

음?

 

제가 말릴 이유는 없었습니다.

정말 말 잘 통하고,

만나면 즐거운 친구가 근처로 오면 저도 좋으니까요.

 

사실, 이 때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저도 이 친구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더 이를 반겼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친구는 어학연수를 왔고,

그 친구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저는,

정착을 도와준다고 주변에서 기웃기웃거리면서

대시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녀와 제가 한 몸이 된 첫날밤,

 

그녀는 오늘을 위해 순결을 간직했다고 고백했고,

별 감흥이 없는 제 얼굴을 보며 매우 서운해 했습니다.

 

또 돌 맞을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여자가 처녀성을 간직했다는 것에

큰 감흥이 없는 사람입니다.

 

만약 제가 신념이 있어서 총각성(?)을 지켰다면,

상대방이 결혼까지 팟팟을 안 하고 살았다는 점에

감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미 팟팟을 알아버렸는데,

제 여자가 팟팟을 안다고 어떻게 돌을 던지겠습니까?

 

아. 거짓말로라도 눈물을 흘렸어야 했던걸까요..

당최 연기가 안 되는지라...

 

어쨌든, 말도 통하고, 팟도 즐겁고, 혼기도 꽉 차고.

저흰 결혼을 전제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좋은 시간을 보낸 후,

여친이 된 동창은 귀국하였고,

저도 휴가를 내고 한국에 들어가서

상견례를 계획했습니다.

 

이 즈음이었습니다. 프러포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요.

 

알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이 어떤지요.

 

프러포즈도 그 전단계이니 잘 받고 싶었겠지요.

저도 그 정도는 할 줄 아는 남자입니다.

해줄 생각이었구요.

 

그렇지만 그 당시 저에겐

모아 놓은 돈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무리 탈탈 털어도 번쩍번쩍 거리는 돌이 큰 반지를

프러포즈용으로 해줄 수는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여친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어머니께서 모아 놓은 돈으로 패물 잘 해주실 거다.

 

하지만, 지금 나한테는 돈이 별로 없으니,

프러포즈는 내 형편에 맞게 해주고 싶다.

우선은 실반지로 만족하고, 결혼해서 더 잘 해주겠다."

 

.

 

.

 

.

 

.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안 된답니다.

결혼반지는 안 받아도 되니,

프러포즈 반지는 돌이 커야 한답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안 해준다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결혼하면 부모님 도움을 받게 되니..

(부모님 도움 안 받고 결혼하신 분들 존경합니다.)

그때 더 잘 해주겠다”

 

라고까지 이야기했는데, 그렇게는 안 되겠다니요?

 

게다가 어머니께 가서 말씀드리랍니다.

"결혼반지 안 해주고 프러포즈 반지를

다이아반지 크게 해주고 싶으니 미리 해달라"고.

 

어이어이,

우리 부모님은 아직 널 보지도 않았단 말이다~

 

하여튼, 두고 보자고 잘 달래서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하지만, 말도 잘 통하고, 즐겁고, 팟도 잘 맞고.

(이런 말 하면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팟이 정말 잘 맞았습니다.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로요.)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니 어떡하겠어?'

 

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한국에 잠시 귀국했고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양가 부모님이 뙇! 만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봅니다.

 

듣자하니 제가 여친 부모님을 먼저 찾아 봬야 한다던데..

순서를 좀 바꿔서 여친이 제 부모님을 먼저 뵙기로 했죠.

 

참고로 아직 상견례 안 해 보신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귀하게 기른 자식을 시집 장가보낼 때

부모님들은 매우 이기적이 됩니다.

 

웬만한 꼬장은 참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버텨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본론,

저는 상견례 자리에서도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당연히 우리 부모님은 미래의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제 여친에게 이것저것 질문하셨는데요,

 

여친은 잘 대답하는가.. 싶다가도,

자기가 대답하기 싫은 것이 있으면 말을 돌렸습니다.

 

이 부분이 제 부모님을 진노케 하셨는데요.

 

개인 사생활을 물어본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것을 물어봤는데,

 

그것도 저를 통해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것들,

다음 이야기로 이어 나가기 위해 물어보는데,

 

자신에게 불리한 대답이다 싶으면

교묘하게 말을 돌린다고,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화를 내시더라구요.

 

머리가 쓸 데 없이 좋아서, 하나도 안 이쁘다구요.

 

사실 제 부모님이 여친을 탐탁지 않아 하는 부분은

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부터가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

둘이 살면서 채워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저의 그 마이동풍 신공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계속 공격을 해오셨습니다.

정말 힘들었는데..

 

이 와중에 여친도 공격을 이어갔다는 게 문제.

 

언제 다이아 반지 들고 올 거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호하게,

제 입에서 이 말이 튀어 나오더군요.

 

"우리 안 될 것 같아. 헤어지자."

 

여친이 절 다그치더군요.

 

"무슨 소리냐, 정신 차려라.

나 네가 첫 남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비록 큰 의미는 두지 않았지만,

고마워는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큰 다이아 반지에 집착하는 여친을 보면서

그동안 여친의 말과 행동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난 이것저것 많이 사는 것보다

좋은 것 하나 사는 게 좋아."

 

맞는 말입니다.

근데 그 좋은 것이 꼭 싸넬일 필요는 없었죠.

 

"뭘 신느냐에 따라 어디로 가는 것이 결정되는 것 같아."

 

응.

헬스장 갈 땐 운동화 신고, 출근할 땐 구두 신어야지.

근데 꼭 뻬레가모나 찌미추 신어야 해?

 

사실 저는 매우 우유부단한 사람입니다.

근데 그 날은 마치 제가 아닌 것처럼

단호하게 되더라구요.

 

"아니야. 우린 안 어울려.

그리고 이 결혼 축복받지 못할 것 같아."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다이아’ 문제를 빼곤 모든 것이 잘 맞았거든요.

 

아직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때 내가 눈 딱 감고

다이아 반지로 프러포즈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서요

 

제가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부모님께 소개했던 그 여친.

지금은 뭘 하고 사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동창이다 보니,

어찌저찌 연락하면 알 수도 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꾹 참고 있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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