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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춘문예 출품작] 미안했어, 그리고 고마웠어

2014.10.2 13:14

이 제보는 지난 9월 19일부터 진행 중인 <2014 제2회 감춘문예> 출품작으로,
b*********@naver.com님이 보내주셨습니다.
너무 차가운 댓글은 지양해요 우리~
서로 토닥토닥 노닥노닥 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용
(지원자 유리멘탈 보호 차원에서 비난성 댓글은 임의 삭제될 수 있습니다)

 

저는 30대 초반의 처자입니다. 평소 감친연의 애독자였기에 평소 사연은 제보하고 싶었지만, 용기도 없었고, 글솜씨도 없어서 망설였지만 이번 2회 주제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사연을 적어 보냅니다. 그 시절, 그 사람과 한때 결혼을 꿈꾸며 사랑을 했었는데, 이제는 추억 속의 사람이 되었네요.

 

그 사람을 만난 건

고향 가는 버스 안에서였습니다.

 

그때는 잠시 직장을 쉬고 있었고,

그날은 갑자기 고향집에 내려가게 되어서,

급하게 기차 아닌 버스를 타러 가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았다면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표를 예매하고 버스를 탔었습니다.

 

그리고는 버스를 타고 4시간 30분이 넘는

기나긴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저녁 7시 정도에 버스를 탔기에

밤 12시 30분정도에 고향에 도착하였기에,

택시를 탔어야 했습니다..

 

얼른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머리 위쪽 선반에서 짐을 빛의 속도로 내리려고 하는데..

 

그때 "아!!" 라고 누군가의 고통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짐을 내리다가 제 뒤에 서있던 사람의 머리에

짐을 부딪혔던 거였죠...;;

 

순간 민망하기도 하고,

다들 뒤에 줄을 쫙 서서 내리려고 하는데

이런 소리가 들리니, 일제히 저를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저는 "죄송합니다"하고 머리에 물건을 맞은 분께

사과를 하고 급하게 내렸습니다.

 

그리곤 민망함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향해 돌진하며

"OO동"이요 라고 하는 데,

저의 뒤에서 누군가가

 

"저도 OO동으로 가는 데 같이 합승하실래요?"

 

라고 하는 그의 얼굴을 보니,

아까 제가 짐으로 머리 때린 분이시더라구요...;;;

 

그래서 저 역시도 택시값도 줄겠다

승낙하고 나란히 앉아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제가 실수한 있었기에 먼저,

아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는 대학까지 그와 나의 고향에서 나왔고,

취업 때문에 수도권에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 하루는 본사에 일이 있었기에

그곳에 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하였었구요.

 

한 달만 고향근처의 지사에 있다가

다시 본사로 올라가서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대학 때부터

수도권에서 혼자 자취생활도 오래하였고,

직장생활도 계속 하고 있었기에

잠시 쉬는 타임에도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른 공부를 하고 있기도 했었구요.

 

어쨋든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화기애애하게 주고받았습니다.

 

저희의 이야기를 듣는 택시 기사님께서도

"서로 싱글이며, 연락처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라"

부추기기도 하셨어요.

 

그러니 그는 핸드폰을 내밀며 전화번호를 물었습니다.

저 역시도, 타지 생활을 해야 할

그가 신경 쓰이기도 하였고,

친구처럼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에

연락처를 교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 날부터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락을 주었고,

저 역시도 그냥 그 사람의

짧은 그 느낌과 유쾌함에 이끌려 연락하게 됐습니다.

 

꼬박 연락만 한 달 한 뒤, 그가 본사로 복귀하고

우리는 두 번째 만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와 저는 매일 만났고,

몇 달 뒤, 그와 저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었고,

진실된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시절 했던 풋풋한 연애가 아닌,

정말 그를 사랑하고, 사랑 받았던 거 같았습니다.

 

그는 저에게 모든 늘 맞춰 줬습니다.

저의 예민함 까지도 모두 알아채고, 달래줬습니다.

늘 특별한 날 이벤트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와 저는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하며

오롯이 사랑하며, 3년을 만났습니다.

20대 중후반을요..

 

부모님께는 결혼할 사이로 인사시키고,

연락 하며, 그렇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20대 후반의 저는 결혼 압박을 받으며,

그에게서 마음이 자꾸 떠났던 거 같았습니다.

 

아니, 결혼을 현실적으로 직시했던 거 같았습니다.

 

사실,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만은 제가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그런데, 그의 부모님과 가정사는

정말 저와 너무 달랐고, 가정환경도 많이 달랐습니다.

 

저희 집은 평범했고, 그리 형편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나 여행,

그 환경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사업하다가 망한 이후로

일절 일을 하지 않고 계시고, 어머니는 소일거리하시며,

그 사람이 매달 보내주는 매달 그 돈으로 생활하셨습니다.

 

그 사람의 형은 해외에서 일하며,

늘 사건사고를 달고 살고, 그의 뒤치다꺼리는 늘 그의 몫..

 

아버지의 그 자존심 때문에,

아파트 월세에서 사시고, 늘 그가 그 집안의 해결사..

 

그와 제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그는 늘 부모님이 우선시 되었었습니다.

 

"결혼하면, 고향으로 내려가서,

(나의) 부모님을 모시고 살자. 나는 여기가 너무 싫다"

 

"오빠, 나는 고향보다는 여기가 더 좋아.

혼자 사는 것도 너무 편해졌고,

내 일은 고향 가서 할 수 없고, 그냥 여기서 살고 싶어"

 

"너 일 안 해도 되고,

내가 돈 벌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자..."

 

"....."

 

늘 대화는 이런 식이였습니다.

저 역시도 그의 부모님을 모시고 살 자신도 없고,

그 상황을 생각하기도 싫어서 그냥 비겁하게 피했습니다.

저는 사실, 그의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는 수능 후, 수도권에 있는 의대에 붙었는데,

집에 돈이 없어서.. 포기했었습니다.

 

그래서 지방 국립대 장학생으로 들어갔고,

학자금 대출로 그 당시 보증금을 만들어서

방을 구해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한때 잘나갔던 아버지는 자존심에 궂은일 안하시고,

옛 기억에 잠겨서 아내, 자식들까지 고생시키는

그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 아버지와 그의 큰 형, 저와 같이

처음 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서빙하는 알바생에게

제대로 못 한다고 화내고 욕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 마음 한 켠에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거 같아요. 그 사람과의 결혼 후 미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했고, 슬펐습니다.

 

저는 그와의 결혼이 더욱 더 힘들 수도 있겠다

는 현실적인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계속 안고 있었고,

결국 그와 만나고 있던 주말 저녁...

그와 별 것 아닌 것에 다툼이 시작되며,

제 속마음을 보여버렸습니다.

 

사실 해서는 안 될 그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해버렸습니다..

 

결혼을 계속 이야기하며, 저에게 언제 할 건지,

어디서 살 건지 말하는 그에게 저는

 

"결혼하면, 오빠네 집에서는 돈 한 푼 못 보태주실 텐데,

거기다가 오빠 부모님 생활비는 어떻게 할 것이며,

결혼 비용은 어떻게 할 건데?"

 

라고 말해버렸고,

 

"..... 그건 두 분이서 알아서 하시겠지..."

 

"그게 말이 돼? 일도 안 하시고

노후준비조차 안 되어 있으신데.

오빠가 드리는 용돈이 오빠 월급의 1/4 이라고..

그거 없으면 어떻게 생활하시는데?"

 

정말 이런 저의 막말 아닌 막말을 하며,

그의 자존심과 어찌 할 수 없는 그의 상황에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는 저의 이런 뾰족한 저의 말에

 

"그래 알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잖아...

내 부모님을..."

 

울컥하며 그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저 참 못됐었고, 못났던 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고,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에게 잘 해줬던 거 같은데,

왜 그런 말로 그렇게 상처를 줬는지..

 

그렇게 그날 헤어지고, 저녁에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헤어지자고..

 

저도, 그냥 그 말을 듣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우린 헤어졌습니다.

 

그 다음날 커플링을 빼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회사를 다니고, 소개팅을 하고..

그렇게 몇달을 아무렇지 않게 생활했습니다.

 

아무렇지 않았던 이별이, 아무렇지 않게 되었던 건,

그와 헤어진 7개월 뒤였습니다.

 

그간 이별에 대한 헤어짐을 정리하지 못한 걸

그 때 했었던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고 그날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제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곤,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렇게, 그와의 연애와 그와의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은 완전히 끝이 나버렸습니다.

 

나만 생각하며 그렇게 못되게 말해서 미안했고,

늘 마음 한켠 그와의 결혼에 대해서 불편했지만,

대화를 통해서 풀지 못했던 것도 미안했고,

그 사람을 사랑했지만 결혼까지 지키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어쩌면, 막연히 결혼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이

너무 앞서서 그렇게 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결혼까지 갈 만큼

제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는지..

 

만약 그를 사랑했다면

그의 가족과 모든 것을 품어주지 않았을까

라는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조건보단 사람을 늘 먼저 중요시한다고 말했던 제가,

결혼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운명처럼 시작된 만남 속에서

결혼으로 자연스레 진행될 줄 알았던

저의 마음과 관계는 그렇게 정리되며,

 

오히려 결혼에 대해서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인연이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하며,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기에,

후회 없이 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냥 그와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민 속에서

더 많은 걸 저 나름의 성장과 배움이 있었던 것도 있었구요.

 

몇 년 지난 지금,

저는 그가 좀 더 행복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그가 원래 준비하려 했던 시험도 통과하고,

그가 가고 싶던 여행도 가며 말이죠

 

인연이 계속되지는 못했지만,

한때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니,

이제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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