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친]구들은 [밥]벌이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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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친밥] 고발합니다

2014.10.5 13:12

 

안녕하세요. 스물여덟, 서울 사는 과년한 처자입니다. 한 직장을 고발하고자 이렇게 메일을 씁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가 경황이 없어 횡설수설 하여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4년제 이른바 IN서울 인문계열 학교를 졸업 후, 길고 긴 취준(취업준비)로 힘들었습니다. 20122월 졸업 후 지금까지 저는 인턴만 5번째입니다. 물론 저에게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 거겠죠....

 

 

 

각설하고, 임금체불로 문제로 한 공연기획사에서 퇴사 후 저는 올 4월부터 한 외주제작사 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말이 마케팅이지 프로그램의 협찬사를 섭외하는 일로 거의 영업에 가깝습니다. 방송 쪽이 임금 자체가 낮지만, 3개월 후 정직원 전환과 동시에 보통의 중소기업 대졸자 수준으로 임금을 주겠다는 말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3개월 후 대표는 말을 바꿨고 전 3개월 동안 한 달에 100만 원씩, 그 후 또 '단기계약직'으로 한 달마다 120만 원(세전)을 받으며 일했습니다.

 

앞서 쓴 영업 업무 말고도 영어통번역과 보도자료 작성, 심지어는 모 방송국 국장님의 개인적이거나 공적인 서류작성도 도와드려야 했습니다. 이 밖에도 잡일이 많았지만.. 제가 제일 불만이고 불안했던 것은 처음 들었던 것과 달리 자꾸 바뀌는 근무조건(임금, 정직원 전환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장이나 팀장이나 그저 저를 부품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서운했습니다. 프로그램 협찬사를 섭외 하고 촬영장에서 PPL(제품 간접 광고) 체크하고 광고주에게 보고하는 일을 하고, 프로그램 홍보 하고... 성공적으로 끝나도 저와 마케팅팀은 뒤풀이에도 항상 제외 되었고 수고했다는 말도 못 들었습니다. 오히려 "다음엔 더 비싼 거 물어오라"는 말만 돌아왔을 뿐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때려치우고 다른 곳 가고 싶었지만 몇 년째 인턴만 전전하고 경력이 없는 저에겐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프로그램 협찬사 관계자분이 좋게 봐주셔서 스카웃 제의를 해오셨습니다. PPL대행사였습니다. 고민하다가 조금 더 높은 임금과 정직원 대우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퇴직의사를 밝히고 30일까지 근무 후 퇴사했습니다. 새로운 회사의 첫 출근길은 5. 그 전(1)에 잠깐 사무실에 들려 자리 배정도 받고, 앞으로 할 프로젝트 이야기도 하고, 저녁도 먹자고 대표님이 부르셨습니다.

 

처음엔 좋았습니다.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약 2시간여 동안 자리 배정 받고 간단히 회의하고 근처 막걸리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술이 무척이나 약한 저는 조금씩 조심하며 마셨습니다. 대표님께서 분위기를 깬다고, 실수해도 괜찮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 마시라고 하셨지만 그러기 싫었습니다. 만성위염이며 최근 다시 심해져서 병원 다니며 약을 먹고 있는 중이라고 나름의 사정(?)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안 통했습니다. 저는 술 마시지 않아도 술자리에서 잘 있는다고 말씀드렸지만 못 마땅해 하셨습니다.

 

그래도 다른 남자대리 한 명, 같이 5일부터 입사 할 여자 동기 한 명 덕분인지 분위기는 무르익고 노래방으로 2차를 갔습니다. 맥주를 시켜주시며 마시라고 하셨지만 저는 속이 안 좋아서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마시는 척하며 장윤정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열심이었지만 또 꾸중을 들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망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마음의 담을 쌓으면 대표님 또한 저를 그 정도로밖에 못 본다는 요지의 말이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술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힘들다, 대신 분위기는 맞추고 있지 않냐, 조금만 봐달라고 나름 애교 있게 얘기했지만.. 평소에 사근사근하고 애교 있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다지 효과는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있다가 노래방에서 나오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이렇게 집으로 가는 건가 했는데 갑자기 대표님께서 '밤과 음악사이'에 너무 가고 싶다고 하셨고 결국 회사 근처에서 택시 타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었습니다.

 

택시 앞좌석에 남자 대리가 타고 뒷자리에 여동기--대표 순으로 앉아 갔습니다. 대표가 갑자기 제가 싫고 여동기가 더 좋다며 자리를 바꿔 앉으라 했습니다. 하지만 달리는 택시 뒷자석에서 자리 바꾸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금방 도착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 갑자기 대표가 제 손을 달라 하셨습니다. 손을 드리니 제 손을 잡고 깍지를 끼시더라고요. 뭔가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하이파이브 하시려던 거죠?" 하고 웃으며 얼른 손을 뺐습니다.

 

그렇게 저희가 밤사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를 주문하자마자 대표가 춤을 추자고 했습니다. 넷 모두 같이 나갔습니다. 음악이 발라드로 바뀌고 대표가 자연스럽게 제 손을 자기 어깨로 이끌더라고요. 블루스를 추자는 것이었습니다. 싫었어요. 저는 남자 대리의 어깨도 잡으며, 운동선수들이 허리 굽히고 서로 어깨동무하고 파이팅!하는 자세(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합니다.)로 춤을 추자며 하하 웃었지만 대표는 정색하며 둘이 블루스를 추자 하더군요.

 

제 친구들이 회식 때 토 나오게 싫었다던 그것이 저에게도 닥친 거였어요. 손과 팔만 간신히 대표에게 두르고 엉덩이를 뒤로 최대한 뺐습니다. 당연히 대표는 이게 뭐냐며 싫어했고 저는 그냥 하하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대표는 다시 여동기와 블루스를 추었습니다. 엄청 밀착해서. 여동기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묻기도 했습니다.

 

 

눈치 없는 척 끼어들어 판을 깨고 싶었지만 전 이미 대표 눈 밖에 난 사람이었고, 이미 만취상태인 동기도 너무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러면 안 되는데.. 했지만 차마 말리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부비부비는 계속 됐고 한때 클럽 젊은이들에게 유행했던 떡춤도 선사하셨습니다. 정말 너무 더러웠습니다. 가만히 있는 남대리도 싫었고 여동기도 마음 속으로 싫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쨌든 맞장구치며 같이 춤추고 있는 동기도 싫었고 그걸 또 보고만 있는 저도 싫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테이블과 스테이지를 오가며 춤을 췄고 어느 순간 저랑 대표만 테이블에 남았습니다. 대표가 이러더군요. 제가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자신에게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사원이 되는 거라구요. 자신도 회사 사람들도 모두 술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데 앞으로 제 눈치 보여서 어떻게 절 부르겠냐며, 절 빼고 술자리 하면 저만 소외될 거라고. 그럼 업무할 때나 거래처 사람들 만날 때 누구를 더 챙겨주겠냐고. 제가 신박한 기획을 내놓아도 내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그렇지만 전 술자리에서 대표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 싫습니다. 그래요, 어쩌면 대표 말이 맞을지도, 제가 어리석고 너무 딱딱한 사람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정말 싫어요. 희롱당하고 자존심이 팽개쳐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업무 열심히 하고 최선 다해서 술 마시고 분위기 띄우면 되지 않나요? 이기지도 못할 술 마셔서 쓰러지고 블루스 추고 얼싸 안아야 최선입니까? 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표는 제가 뭐든지 너무 적당히 하려 한다고 타박했습니다. 기분이 상했어요.

 

다시 넷이 모두 스테이지로 나갔고 대표가 다시 치근덕거리며 부비부비를 시도하길래 하하 웃으며 피했습니다바로 여동기에게로 가서 다시 부비부비...

 

 

저는 바로 화장실로 갔습니다.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밖의 음악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르겠어요. 꽤 오래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술 취해 화장실에 쓰러진 줄 알았던 남자대리가 절 찾으러 왔고 그냥 화장실에서 생각 좀 했다고 얼버무렸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대표는 더 취해서 집에 가버린 상태였고 그렇게 자리는 끝났습니다. 눈물이 나고 서러웠어요. 하늘에 계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형제자매도 없고 아빠는 일 때문에 지방에. 엄마는 올해 초에 하늘로.. 세상에 홀로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분명히 속상해하고 욱하는 마음에 대표 쫓아가 멱살이라도 잡을까봐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길로 남자친구네로 달려가 울며 모두 얘기했어요. 당연히 남자친구는 출근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렇지만 또 생각하면 지금껏 직장에 자리도 잡지 못하고 다시 떠돌아야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당장 이번 달 생활비는 어쩌죠? 아빠가 일 때문에 지방에 계시지만 잘 풀리지 않아 집 공과금/생활비는 제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었거든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친한 친구에게 얘기하니, 일단 조금 다녀보고 설마 업무에까지 지장을 준다면 그 때 퇴사하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구요.

 

뭐가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예민한 건가요? 요령이 없는 건가요? 어리석은 건가요? 그냥 운이 나빴던 걸까요? 아니면 제가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모든 직장이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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