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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이기진 못 해도, 비겼다

2014.10.7 10:42
안녕하세요. 벌써 가을이 된 사실이 너무 슬픈 30살 나이의 여자입니다.. 가을이 되고 벌써 3년이 지난 이야기를 이렇게 꺼내게 된 이유는 며칠 전 감친연에 올라온 사연 때문이었어요.. 그 사연 중에 '싸이월드 방명록으로 헤어진 걸 이긴 사람은 못 봤다'는 구절이 있었죠. 그걸 읽고 불현듯 이 이야기가 떠올라 사연을 씁니다..

 

전 20대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어요.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그건 풋내기 시절이라

사귀고 헤어지는 것에 별 감흥이 없었죠.

 

그렇게 해외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고 있던 중,

정말 우연히 참석하게 된 술자리가 있었어요.

 

대학 친구들 중

아는 얼굴, 모르는 얼굴들이 섞여있던 그 자리에서

저는 그 아이를 보게 됐습니다.

 

그 아이를 설명해드리자면..

얼굴은 별론데 몸은 괜찮은?ㅎㅎ..

키 크고 마르고... 엉덩이가 이쁜 남자!

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가 딱 그랬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이상형에 부합하는 그를 눈여겨봤고

저희는 그 술자리를 계기로 친해져서 사귀게 되었죠.

 

 

한 살 연하의 그는 말도 잘 통하고,

재밌고, 가끔은 밀당도 하는,

한 마디로 저랑 잘 맞는 아이였어요..!

 

밀당도 밀당이지만, 그 아이에게 더 마음이 갔던 것은요,

타지에서의 외로움도 한 몫 했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 몇 년을 살다 보니, 사람도 그리웠고

그런 이상형을 찾기도 정말 어렵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그 아이에게 더 많이 빠졌던 거 같아요.

 

그렇게 저희는 2년 동안 한 학교에서 예쁘게 사귀었습니다.

캠퍼스 커플로 유명했죠.

 

저희 둘이 지나가면 외국 친구들, 한국 친구들

할 것 없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었고요..

 

그땐 둘이 나가서 햄버거만 사먹어도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24살 어린 나이에도 '얘랑 결혼하면 좋겠다' 싶었죠.

 

저희가 사귀는 동안

멀리 계셨던 그 아이의 부모님도 저희 있는 곳에 오시고,

저는 그의 가족과 여행도 다녔습니다.

 

그의 가족들은 여행 동안 저를 무척이나 예뻐해주셨고,

저는 처음으로 ‘다른 가족과 함께 편할 수가 있구나’

싶으면서.. 그 자리가 너무 좋았어요.

사랑 받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도 시련의 시간은 다가왔죠.

 

그 아이는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마친 그 아이 나이 25에 군대를 갔고

전 현지에서 취업을 했어요.

 

말도 안 되는 장거리에 고무신 생활이었지만,

인터넷 전화 개통으로 훈련소 3분 포상 첫전화

제게 했을 때의 그 기쁨...

 

헤어지던 날 공항 컴퓨터로 사랑한다는 이메일을 남기던

그를 기다리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더군요.

 

잠시 멀리 여행을 간 연인을 기다리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그런데 그는 아니었어요.

 

한두 가지씩, 변화의 징조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 살 차이도 부담이 되었겠죠..?

 

어느 날 제가 모르는 휴가를 나왔다는 소식을

그의 친구로부터 전해들었을 때.

 

그의 거짓말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가 이때 만나지 않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말을 통화 중에 꺼내기 시작했을 때.

 

그때부터.. 느낌이 이상했지만

굳이 따져묻진 않았어요.

 

불안하고, 보고 싶고... 이런 마음뿐이었습니다..

 

결국 전 다니던 직장을 접고 한국으로 영구귀국했어요.

그가 보고 싶었고,

떨어져 있는 시간이 괴로웠으니까요..

 

저는 한국에 오자마자 그에게 면회를 갔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귀국 후 한 달도 안 된 어느 날,

자고 있는데 싸이월드 알림이 울리는 거예요.

 

“딩동-”하는 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 7시..

 

그런데 방명록에 새 글이 달렸다는 알림이더군요.

 

왠지 불안해서 안 보고 싶었는데..

 

 

덜 깬 눈으로 본 그 글은,

“헤어지자”는 남친의 글... 이었습니다.

 

저희는요,

몸이 떨어져 있던 기간 포함해서

3년을 넘게 만났는데요,

 

그 3년이라는 만남에 대한 이별이,

단 다섯 줄로 쓰여있더군요.

 

[헤어지자.

좋은 사람 만나.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안해.

그동안 고마웠어.]

 

.......................

시간이 지나 정확하진 않지만,

“연락하지 말라”는 말은 아직도 기억나네요..

 

너무 황당해서 저는 자는 남동생을 깨워

이 방명록에 쓰인 이별의 말을 보여줬습니다.

 

남동생은, 말 없이 저를 토닥이더군요.

 

저는 이별 자체도 슬펐지만..

헤어짐의 방법이, 너무 잔인하고 허무하다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군대에 전화했어요.

최소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요.

 

그와 통화를 하기 위해 행정반으로 전화했는데,

연결해주는 군인이 그 아이 이름을 부르더군요..

 

하지만 전화 너머로 들리는,

“안 받겠다”는 그의 목소리가 또 다시 가슴을 내리쳤습니다.

 

‘아... 진짜 끝이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죠.

 

전 정말 많이 울었고

모든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고,

그의 부모님께도 말했어요. 그랬더니 어머님께서

 

“난 네 편이다.. 내가 마음 돌려볼게.”

 

하시더군요..

저희 부모님도 많이 속상해하셨구요...

 

ㅎ..................

 

또 하나 괴로웠던 것은,

저희가 어찌나 깊게, 복잡하게 많은 관계를 맺었던지,

“헤어졌다”는 말만 수십 번 전했던 것..

 

사람들은 저희가 헤어질 줄은 몰랐다는데..

전 알았겠어요? 이렇게 가슴이 무너져내리는데요..

 

그나마 지금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건,

사람들 말대로 시간이 약이었기 때문...

완전하진 않지만..

 

그러다....

지난 4월에 그가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결혼... 결혼이라.....

 

지금 그는 29살인데

저보다 네다섯 살은 어린 여자애랑 결혼했다네요.

 

“군 제대 후 너에게 해줄 게 없다”던 그는,

저를 떠나 다른 이에게 미래를 약속했네요..

 

아직도 그가 살던 인천은 못 가요...ㅎㅎ

그리고 그가 불행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고요..

그가 이 글도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왜 이리 나쁜 마음을 갖냐고요?

 

전 아직도,,

그가 준 상처가 마음에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무슨 내용이든,

아침에 울리는 알림 문자가 너무 무섭고,

 

남친이 하는 미래에 대한 약속도

하나도 믿지 못하겠어요.

 

‘어차피 헤어질 건데..’ 싶어서요...

 

이제 또 누구를 만나서 마음을 줄 수 있을까요?

두렵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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