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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내가 이런 인간인 게 서글프다

2014.10.16 10:38
안녕하세요,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외로움에 사무치는 스물일곱 살 형제입니다. 외로움에 시달리다보니 온갖 이상한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요... 저.. 혼나게 될까요?

 

 

저는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 시험의 높은 경쟁률이

심심치 않게 뉴스가 될 정도..이니...

제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죠.

 

하지만 막상 그 직업을 얻고 나니

아무 보람도 찾을 수 없었어요.. 생활은 따분하고..

 

제 직장은 여자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신입인 어린 남직원은 모두의 관심을 받았고,

제게도 개인적인 연락이 많이 왔어요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알게 된

여러 직장동료와 밥 먹고 술 먹고 내키면 키스도 하고..

 

그 와중에 동기와 사내연애를 하면서 비밀로 하고

다른 사람을 동시에 만나며

밥 먹고 술 먹고 내키면 키스하고.......

 

사람의 체온이 그리우면 잠도 잤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너무 외로웠거든요... 사무치게..

혼자 지내본 적 없는 저에게 낯선 타지는

정말 정신적 공황을 불러왔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직장이었는데...

제가 잠시 미쳤던 것도 같고.........

지금에 와서는 정말.. 후회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급기야 저는 어린 시절 대학 신입생 때

잠시 만난 여자애한테까지 연락을 하게 됩니다

 

무려 3년? 4년? 만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밥을 먹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저는 밥 먹고 술 마시자는 그 애하고

밥을 먹고 술을 먹고 꽐라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술을 마시고 졸고 있는

제게 어깨를 기대더니 사귀자고 했어요

 

그 아이는

“잠시 만나고 또 얼마간은 친구였고

그리고 연락을 끊고 산 그 모든 세월

단 한 순간도 네가 ‘남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하더라고요..

 

믿을 수 없었고 믿지 않았지만 믿고 싶었어요.

믿고 의지할 단 하나의 내 여자이길 바랐습니다

 

타지에서 가볍게 가볍게 만났던 사람과는 다르게..

직장도 서로 다 있고 그 애의 직장도 탄탄했으니까

저는 진지하게 만나고 싶었고

그건 그 친구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녀는 결혼을 생각하며 만나고 싶다 했습니다

저도 진지하고 신중하게 그 친구를 만났고

그동안의 방탕..?했던 생활을 모두 청산했어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연락도 자주 하려고 노력하며

저희 부모님과 식사자리도 갖게 되었습니다

 

좋았던 것 같아요, 시작은.

서로 잘 해보려고 많이 애를 썼어요

 

그녀의 노련하지 못한 표현이나 잘 맞지 않는 부분은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서로 알콩달콩 만나는 그런 연애를 그렸었고

서로의 안식처가 되는 만남을 원했습니다

 

그녀와 아이를 낳고 서로의 부모님께 효도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날을 꿈꾸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너무 화가 나면 저에게 손찌검, 막말을 하는 점..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노래방에 도우미와 놀았던 걸 말하는 것..

 

걸리는 건 정말 많았는데

저도 그 친구가 원하는 것들을 잘 못 맞춰줬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려 했어요

뭐.. 그 친구나 저나 둘 다 잘 되진 않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그 친구는 싸웠다 하면 막말을 했고

저는 욕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서 상처를 받았고 또 상처주고 싶었으니까요

 

또, 그 친구는

술을 마신 날이면 제게 헤어지자 했습니다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당시는

만난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였어요

저는 충격을 많이 받았었고

 

“술 깨면 얘기하자 그러지 말라”며 붙잡았습니다

 

다음 날 그녀는 술을 깨고 나서 후회했고

술을 마시면 다시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렇게 몇 차례

술에 취해 울면서 그만 만나자는 그 애를 보며

저는 마음을 접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것 같아요.. ‘아 이 여자도 아니구나..’

 

‘본인이 본인을 감당하지 못 하는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고

 

제 부모님께서 식사 자리를 함께한 후에

얘는 뭔가 있으니 만나지 말라 하시는 말씀이

조금 이해가 될 무렵

 

그녀는 또 술을 먹고 “헤어지자” 했습니다

그때는 저희 100일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날에서야..

정말 그 친구가 하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됐네요..

 

.

 

.

 

.

 

 

 

“내 동생은 장애인”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네, 저는 그랬습니다.

그 한 마디에 차갑게 식었어요.

 

표면상으로 그 친구에게는

네 술주정 때문에 못 만나겠다고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20대의 장정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다시.. 몇백 번을 다시 생각해도

그건 감당할 수 없다 생각이 들고

또 그 사실이 절 힘들게 만들어요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여자의 그 모든 단점들은 그저 핑계고

사실 감당할 수 없는 그 친구의 ‘조건’으로부터

도망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분이나 풀고 싶어서,

그 친구가 했던 행동 그대로 되갚아줬었어요.

똑같이 술 먹고 취해서는 상욕을 했습니다.

“내 앞에서 꺼져버리라”고요

 

저도 못난 게,

그녀가 상처받아서 휘청거리는 꼴을 보고 싶었네요

 

ㅎ...............

이 모든 게 드라마 같고 영화 같아서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헤어지자 한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애초에 사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인연

이었다고 생각해요

 

이기적이지만 그래요

저는 그녀의 동생이 장애인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도

그 여자보단 좋은 제반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 친구가 저보다

조금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감당하려 했던 건데..

 

저는 도망쳤어요.

이기적이고 속물이고 사랑따윈 모르고 살았으니까..

사랑보단 조건이 먼저고 조건을 보고

사람을 '참아내니까요'

 

도망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안 보고 사니까 살 거 같아요

더 정들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 가슴을 쓸어내려봅니다

 

네, 이런 게 저예요.

미안하지 않네요.. 눈물도 안 나고

그 친구의 심정은 알 바 아니라고.. 외면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인간인 게 서글플 따름입니다..

만약 이런 게 죄책감이라면 차라리 좋겠어요

 

곧 맞이하게 될 스물여덟의 저라는 사람은

이렇게까지 최악은 아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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