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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깨빡의 무한루프

2014.10.26 11:29
안녕하세요. 스물여섯 살, 곧 스물일곱이 되는 자매입니다. 감친연을 알게 된 지 벌써 4년. 황망한 연애담들을 읽으면서 수없이도 깨빡나는 연애에 위안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제 이야기를 보내봅니다.. 한번 들어보시고, 이게 전남친에 대한 미련인지, 아니면 제 연애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지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자 합니다.

 

 

저는 22살부터 24살까지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이었던 한 살 연상의 남자
세 번째 연애를 하며 모든 데이트비용을 감당했습니다.


그 남자의 과거는 화려했습니다.
전직 픽업아티스트 강사, 호스트바 선수 출신,
조울증, 공상허언증, 바람기 등등...


저는 이 모든 것을 견디고 견디며 연애를 했죠.


왜냐고요. 
바뀔 줄 알았습니다. 그가 좋기도 했고..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으니까요.

 

그렇게 그와 헤어지고 일 년 반.


전남친으로부터 연락도 왔었지만
이미 끝난 상황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주위의 모든 환경이 남자를 볼 수 없는 환경이라
어플을 통해서 인연을 찾아봤습니다.


뭐..... 물론 이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연봉 묻는 사람도 있었고
결혼을 하자던 사람도 있었고.. ㅎㅎ


여튼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러다 일 년 반이 되던 올 6월 느꼈던 하나.


‘아... 이제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없는 건가. 
현실적 조건이 중요한 연애를 해야 하는 건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계속되는 소개팅들이 있었죠.


그러다 한 어플에서 ‘오케이’가 왔다고 하네요.
[Nice!]라고 보낸 쪽지. ‘뭐지?’ 궁금했습니다.


31살의 연구원. 읽어보니 괜찮았습니다.


‘대화 나눠봐야지’ 싶어서 [I know]라고 보냈죠.


그러고 시작된 문자.
여자친구가 있대요..;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들이랑 놀러다니는데
자기는 매일 연구실에 있어서 만날 수 없으니까
여동생이나 만들고자 어플에 가입했다]
고.


뭐... 저도 연락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고
별 큰나큰 관심은 없었으니 [아 그러시냐]고 답했죠. 

[삼촌과 조카네요]라며 이야기하다가 그냥 잠들었네요.


이틀 뒤엔가는 제가 소개팅 애프터가 들어와


약속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삼촌’이 톡을 했어요. [뭐하냐] 이런..


그래서 전 [소개팅 애프터 나간다,
착한 사람인 것 같아 잘 해보려고 한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소개팅이 끝났는데 잘 안 되었어요. 


허탈한 마음에 삼촌에게 이 이야기도 전하니 
그걸로 [너 까였다]면서 서로 놀리고 놀다보니
재미 있더라구요.


아침부터 새벽까지 쉴 틈 없이 톡을 했네요.
아직 회사 신입이라 할 일이 많이 없던 저와
박사과정 중인, 연구실에서 일하는 그 사람은
연락을 참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이런 저런 얘기를 얼마나 했는지
서로 비슷한 점도 많고 이야기도 잘 통했죠

 

그치만 그 사람을 남자로 생각한 적은 단 일초도 없었어요.
한 번도 안 본 사람이니까요. 그냥 정말 삼촌 같았어요.


[6년 사귄 여자친구와 내년쯤 결혼을 생각 중이고
결혼 후 미국에 갈 예정이다, 


여자네 집이 중소기업을 하는 집인데
처음엔 여자 쪽 부모님이 자기를 싫어했지만


자기가 박사과정도 하게 되고 논문도 많이 쓰고 
그 여자 성격이 지랄 맞은데 다 받아주니
헤어지면 여자 부모님이 연락해서
“내 딸 성격 받아 줄 사람 너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 이 나이에 다른 여자를 만날 자신도 없고
헤어지지 못해 만난다.


사랑은 아니지만 좋으니까 만나고 있는 거겠지. 
여자친구와 만나지도 않고 스킨십도 안 한지 오래다.


사랑 없는 결혼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사람이고
제가 겪어보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라
100%는 모르겠지만 어떤 심정인지는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 마음도 사랑이다.
오래 만나고 결혼하면 신혼 때 더 불탄다더라.


서로 노력을 해야 돌아오는 건데
왜 서로 노력을 안 하냐]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스킨십을 시도해도 여자가 거절하고
여자는 매일 다른 남자와 거짓말 하고 술을 마시며
툭하면 헤어지자 한다
고,


그래놓고 다음 날 잘못했다며 매달린다고,


뭐 서로 이런 이야기들 많이 했네요.
그러다 그 사람이 전화해도 되냐고 하며
전화를 하더라고요.


첫 통화에 네 시간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 매일 매일, 하루종일
실시간 까톡에 세네 시간씩 통화.


한 달을 그렇게 연락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그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여자가 밤에 나가서 놀겠다고
그 사람에게 자기네 부모님한테
자기와 둘이 있겠다고 얘기해달라
고 했대요.
부모님이 그래야 외박을 허락해 주신다고..;;


근데 그 남자는 그걸 안 해주니
그 여자가 "(부모님) 아,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하는 모습에 정이 떨어졌다고...;


그러면서 절 보러 오겠다고 술 한 잔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오늘은 홀로 이별을 맞으시는 게
이별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고 말했죠.


그 후에도 저희는 일이주간 연락을 했고
그가 소개팅을 해달라길래 어떤 스타일 원하냐 물으니


[너보다 모든 게 다 뛰어난 사람.
(장난 식으로) 그만한 사람 있는지 모르겠네ㅋㅋ]


하길래 저도 [주제를 아세요~ㅋㅋㅋ]이러면서 놀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한 번만 자기를 만나달라고 그러더라구요.


저는 말했죠.


[지금 이대로가 좋다.
우린 지금 참 이야기도 잘 통하고 좋은 관계라 생각한다.


만나서 서로 실망할까도 무섭고
이 관계가 무너질까봐 두렵다.


서로 고민 이야기 해주는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계속되는 설득에 만났네요; (허무)


처음엔 어색했지만 그동안 나누었던 이야기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우리 둘 다 금사빠인 건지 확!! 빠져들었고


그 사람은 다음날도 저를 보겠다고 먼 길을 달려왔네요.


그날 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돌아가고
저는 그 사람과 통화하다가 눈물이 터졌습니다.


“6년이 얼마나 큰 시간인지 나는 안다”고.
“상견례까지 앞두었던 사람들이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를 만나겠다는 것이
그냥 단순한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라 생각한다“
고.
“그냥 여기에서 정리하는 게 낫겠다”고.

그랬더니 그 사람은 아니라고 저를 다독이며
이미 많은 생각을 했고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전여친을 확실히 정리했고 확신이 있다고,
믿어달라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만나게 되었고
일주일에 3일, 4일은 꼭 같이 있었어요.


세상의 그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렇지만 서로의 과거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을까요


3개월 즈음 그 사람도 잊고 있던
그 전여친의 흔적을 제가 보게 되었고


그때 크게 싸운 이후로 저희는,
아니 그 사람은 제게서 멀어진 것 같았어요.


알고 보니 그날 전여친한테 자기가 연락을 했는지,
아니면 그 여자에게 연락이 왔었는지


그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가 말하기를
절 안 좋아하면 자기에게 오라고 했더라구요
.


그러고 이주간 그 사람은 저와 그 여자를 쟀죠.


저한테 애 같다는 소리를 계속 했으며,
단점들을 끄집어내며 저를 위한 예전의 노력은 하지 않았고,
전남친 트라우마냐는 이야기까지 했네요.
 

느낌이 이상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국은 전여친에게 돌아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저도 좋고 그 여자도 좋으니 갈피를 못 잡았던 거죠.
헤어지쟀다가 붙잡았다가를 반복하더라구요.


울면서 차단하지 말아달라고도 하고,
자기를 잡아달라고도 하고요..;


잡으면 헤어져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저희는 헤어졌고 이틀 뒤 까톡 사진을
저희가 “이거 우리”라며 떠들던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한 장면으로 하고,
상태메시지를 ‘당신만이’라고 적었길래


‘아 나를 생각하는 건가...’ 싶어서 까톡했더니
자기는 그 여자를 다시 만난다고 매정하게 말하네요.


그리고 일주일 뒤.
마지막 관계일이 배란일이라는 것을 안 그 남자는
제가 혹 임신일까 애기를 지우자고 연락을 했습니다.


들어보니 그 여자도 그 남자와 낙태 경험이 있다더군요


제 앞에서 그 여자는 어른스러웠다느니
그 여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 알겠다느니
그 여자는 너보다 힘들었을 거라느니
그 여자여야만 한다고 하더니
... 어처구니가 없었죠.


그렇게 짐승만도 못 한 놈이
또 알아서 떠나주었네요
. 감사하게.


그리고 내년 2월, 그는 그 여자와 결혼을 한대요...
아마 여자네 집의 지원을 받아
내후년이든 내년이든 포스닥 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가겠죠.


그래요.
이번 만남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던 만남인 거 알아요.


이 사람이 전여친에게 흔들려서 간 게 아니라
제게 흔들려서 그 여자와 헤어지고 절 만났던 거겠죠.


제가 지금 힘이 드는 건...
‘내 연애의 문제는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 꼬인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점점 반복될수록 ‘내가 문제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3개월간 오작교 역할을 한 기분..
그 두 사람이 파혼했으면 좋겠고
결혼해도 이혼했으면 좋겠어요. 


어린 나이지만 주위 친구들은 다 3~4년 연애를 하며
내년 즈음엔 결혼 준비를 하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시작이 잘못되었던 연애이지만 누구보다 행복했던 연애였고
순수하게 정말 어릴 때 느꼈던 그 사람과의 감정이 
제 무너지던 믿음을 다시 잡아주었는데 


그 만남이 이런 식으로 끝나버리니
앞으로 어떻게,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매님 형제님들 정말 짚신도 짝이 있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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