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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못난 미련(1)

2014.10.30 11:52
안녕하세요! 최근 감친연을 알게 되어 며칠째 가열찬 정주행을 달리고 있는 스물여섯의 처자입니다. 참... 대책 없이도 뻔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가족, 친구 어디에도 말 할 곳이 없어 저희 집 강아지에게만 몰래 털어놓은 이야기예요. 들어주시고.. 토닥토닥찰싹찰싹(?)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간은 제가 대학교 4학년이던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저는 동아리 부회장을 맡고 있었어요.
그 동아리는 대외활동이 매우 많은 곳이었고,
인근 지역 다른 학교의 동아리들과도
연대활동이 잦았어요
.


한번은 각 학교 동아리 간부들이
한데 모여 보고를 나누는 자리
가 있었어요.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자 각 학교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회의장소로 모였고,
거의 다 아는 얼굴이라 반갑게 인사했죠.


그런데 저는 거의 마지막으로 들어왔던..
한 사람을 보자마자 딱 깨달았어요.


‘이런 게 첫 눈에 반하는 거구나.’

 

그렇게 저의 대책 없는 외사랑이 시작되었네요. 
이제 이 남자를 A라고 부를게요.


A는... 제가 이상형으로 그리는 외모 기준에
딱! 부합하는 사람
이었습니다.


참고로 제 이상형은,


- 키 170 이하!(눈높이가 맞는 사람, 제 키는 164)
- 하얀 피부!(밀가루 반죽처럼 뭉근한.......!)
- 뿔테안경!


....어쩐지 저렇게 써놓으니까 이상하지만..
암튼 그러합니다;;


그리고 저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무척 적극적이고 솔직한 편이에요.


먼저 대시하기도 하고,
만날 때 최선을 다해서 마음을 표현하고
이별 후 뒤끝 없는 타입..

 

그런데 이상하게도 A에게 다가가는 일은
정말 너무~ 어렵고 험했어요
. ‘벽’이 턱! 턱!!
그리고 그 벽에는 두 가지가 있었죠.


벽1) 연애 금지 조항
A가 속한 동아리에서는
동아리 활동에 ‘방해’가 되는 개인 활동을 금지했어요.


그냥 농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슨 ‘연애금지조항’까지 있었습니다.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매일 보고를 해야 하고요.


(물론, 그 동아리에 가입한 사람은 모두 동의한 부분)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뭐.. 제가 어쩌겠어요.
저희 학교 동아리도 아니고, 그들만의 규칙이니까.


어차피 “당장 나랑 연애합시다!”할 것도 아니고,
천천히 가까워져 보자~ 라고 생각했어요.


개인 활동이 안 되기에,
둘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순 없어도
각종 회의나 행사 등에서 마주치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벽2) 엇갈리는 두 사람
A와 만날 수 있는 자리는 꽤 여러 번 있었어요.
1년 동안 50~60번 정도는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만남이 성사된 건
10번 정도..밖에 안 됐어요.


모임 당일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한다거나
, 갑자기 모임이 취소되거나,
갑자기 학교에 일이 터져 가지 못하게 되거나,
(제 쪽, 그리고 그쪽에서도요)


심지어는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
차가 끊겨 못 가게 되는 일까지
..........!!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할 정도로 어긋났어요.

 

너무 속이 상하고 애가 닳아서
마음이 휴지조각이 되었을 때쯤.........


저희는 거의 마지막 행사였던
가을 간부 수련회에 가게 됐어요.


수련회는 1박 2일 일정이었고,
바다가 보이는 한 수련원에서 진행됐어요.


A와 저는 각각 다른 학교였지만,
동아리 내에서 맡은 일이 비슷했기 때문에,
회의 내내 같이 있었어요.


밤 11시쯤 회의가 끝났고, 술이 빠질 수 없었죠.
정말 많이 마셨어요. 정말. 정말로요;


당시 제 주량은 소주 서너 병은 거뜬히 먹는 정도였고
주사도 따로 없어서 술자리에 가면
늘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캐릭터였어요.


미래에 대한 이야기, 청년이 나아가야 할 길 등..
바다를 보면서 마시는 술이 어찌나 달던지요!


한 사람당 다섯 병 정도 마셨던 것 같아요.
맥주도 계속 마시고.

 

마지막엔 A와, 와, 한 선배만이 남았습니다.
그러다 선배가 속이 안 좋다며
바람을 쐬러 나간 것까지 기억납니다.


거기서 기억이 뚝! 끊겼어요.


세 시간쯤 자고 일어났는데,
제가 저희 동아리 방에서 곤히 잘 자고 있더라구요


왠지 동틀 무렵의 어스름한 빛 아래서
A의 얼굴을 굉장히 가까이에서 본 기억이 났지만,
돌아오는 길에서도, 그 이후에도
딱히 별다른 내색이 없었기에,
‘설마 무슨 일이 있었겠나’하며 지나쳤어요.


그 후.
저는 운이 좋게 11월에 취업이 되어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마음 한켠에는 A라는 묵직한 짐이 있었지만,
저는 신입사원이었고, 남자는 남자고,
제 삶 꾸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정신없이 살아내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A와는 1년차, 그러니까 3년 전까지는
가끔씩 까톡이나 페북을 통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A가 갑자기
까톡이며 페북이며 모든 걸 다 없앴더라고요
.
동아리에 연결된 사람과도 모두 연락 두절.


전 무척이나 궁금했고 아쉬웠지만,
일이 바빴고 또 눈에서 안 보여서 그런지
그에 대한 마음도 차분해져갔어요


그렇게 저는 두세 번의 연애도 했고,
그저 평범한 직장인으로 자리 잡고 살고 있었죠.


그런데 두 달 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납니다.


여름 휴가 때였어요.
저는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서,
이번 여름 휴가에도 홀로 여행을 떠났었는데요,


동 틀 무렵까지 바다를 보다가 잠에 들었네요.
그때 을 꿨어요.


넓은 길이 나 있었는데,
대학교 다니던 당시 알던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어요.


그리운 얼굴들도 많이 보여서,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하며
안부인사를 전하고 있던 중


한쪽 구석에 A가 보였어요.
그래서 다가가 인사를 하려고 불렀는데 
돌아보는 그 얼굴이 소름끼칠 정도로 어두운 거예요.
분명 울고 있었어요


그 순간 저는 잠에서 깼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더라구요.


올해 제 주변에는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고,
상갓집도 여러 번 갔다 온 터라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채근하기 시작했어요
.


몇 번을 다그쳐서 들은 대답은 충격적이었어요.


A는 성희롱 사건 가해자가 되어있었고,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연을 끊었다는 이야기...


사건의 피해자는 저도 이름 정도는 아는 여학우였고,
사건은 몇 년 전 함께 가을 수련회를 다녀온 후로
한 달 정도 됐을 무렵 일어난 일이었다고 했습니다.


여러 감정이..... 들더군요.
우선 성범죄 사건이라는 점,
그리고 A가 가해자라는 점에 대해서 분노했습니다.


저 또한 청소년 시절 (강간 미수에 그쳤긴 했기만..)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바보처럼
오들오들 떨다가 기억 속으로 묻힌 일이었어요.


분노수치심억울함.
제가 직접 느껴봤었기에........
성희롱 사건이라는 데 가장 가 났습니다.


또, 배신감도 들었어요.
제가 A랑 연인관계였던 건 아니었지만,


1년간 제 순정으로 그를 좋아했고,
그리고 그 이후에도 A가 잘 되기를 기도했던
제 마음 때문이었는지
...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네가 감히?!’
이런 (주제 넘은) 배신감까지 들었어요.


2주 정도는 패닉상태로 지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엔 궁금해졌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대체 왜?


그래서 저는 조용히.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사람들은 제가 실망하고 아파할까봐 걱정되어
차마 말을 하지 못 했다
하더군요.


매우 민감한 사건이기도 했고,
여러 사람에게 상처가 된 일이니만큼
구구절절 경위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알아본 결과 대강 이런 일이었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A와 ‘피해자’ 사이엔
미묘한 감정의 교류가 있었던 것 같대요.


그러던 중 술을 많이 마셨고,
분위기가 흘러 잠자리로 이어질 뻔했으나
너무 만취한 탓인지 끝까지 진행이 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 둘 사이엔 관계의 진전이 없었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남자의 태도로 인해
이 사실이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게 된 거죠
.


그런데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 된 다음에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살고는 있는지, 혹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아닐지.
‘사람’에 대한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차저차, 그를 찾아냈고,
결국 만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게 된, 그의 입에서 듣게 된,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 했던, 또 다른 이야기였어요.

 

to be continued...

 

2편 바로가기 뿅!! → [황망한연애담] 못난 미련(2)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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