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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못난 미련(2)완결

2014.10.31 11:16
1편 바로가기 뿅!! → [황망한연애담] 못난 미련(1)

 

 

그래서 저는, 이차저차,
그를 찾아냈고, 만나게 됐습니다.


타고 해진 제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반가웠고요.


그리고 일도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래도.. 그래도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와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어요.
(술은 아예 끊었다고 하네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정신상담, 심리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 전공과 직장이 그쪽이라 그랬던 건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순간 망설였어요.
저 또한 직장생활이나 이성문제와는 별개로
극심한 우울증으로 약을 오래 먹었기 때문에,


‘괜한 이야기를 들어서
이 사람의 짐까지 지게 되는 건 아닐까,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그가 하려는 이야기는
‘사건’에 관한 것일 거라는 ‘직감’도 한몫했고요..


그런데.. 제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는지,
그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면 덜어주고 싶었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네요


정말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일반적인’ 남녀의 잠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양쪽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 호감 있던 남녀가 술을 마시다
잠자리 직전까지 이어졌고,
그 후에 관계정립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느 한쪽이 완벽한 가해자가 되어버린...


그 사건에 대해서...
사실 저는 ‘좀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저는 A의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듣게 된 첫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이야기’였어요.


“‘가을 간부 수련회’에서 술을 많이 마셨던 날,
너는 기억 못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정말 좋았다.


네가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아서
얘기를 해주고도 싶었지만,


당시에 나는 연애는커녕
그 어떤 개인적인 행동도 할 수가 없었고
그 일로 인해서 모든 게 틀어질까봐 무서웠다.


이제서야 이야기하게 돼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음..........
네, 유일하게 제가 필름이 끊겼던 그 날.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술에 취해서 그와 그날 밤을 함께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A는, 이어서
자신의 두 번째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은..
이기적이게도 그 여자분과 있었던 일보다는
사라져버린 제 기억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어요.


그렇지만, “죽고 싶었다”든가 “너무 힘들었다”든가..
힘들었던 과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 그 앞에 대고
이기적인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차마..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 후,
제 나름대로의 위로와 조언 등을 건네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는데


그가 한 번만 포옹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잠시 망설였지만,
저 또한 정말 삶의 이유가 없던 적이 있었고,
이유가 어찌됐든 너도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볍게 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줬네요.


“많이 속상하셨겠네요..
그래도 잘 견디셨어요. 얼마나 얘기할 곳이 필요했을까.
앞으로도 위로받고 싶을 때 힘이 되어드릴게요.”


이렇게 말하고 인사할 채비를 하려는데
또 잠깐 안고.. 안고.. 손을 잡고..


“너무 편하다, 좋다,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하는 A.


이건 뭐 끝도 없을 것 같고,
상황이 뭔가 다른 쪽으로 흘러갈 것 같아서
저는 손을 빼내며


“ㅎㅎㅎ 4년 전에 좀 이렇게 대해주시죠~
이제 겨우 괜찮아졌는데..
오늘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하고 밀어냈어요.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방에 우두커니 앉아있는데,
문득, 비참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요,
젊은 남녀간의 관계에게 있어서는
나름 진취(?)적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원나잇에 관해서도,
솔로인 남녀가 서로 합의하에, 안전하게,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킨 거라면
그냥 ‘그러려니~’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당사자가 되고 나니 기분 참 묘하더라고요.
더구나 제가 기억을 하지 못 한다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난날의 일에 대해
A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제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비참하단 기분이 들었던 이유는


그건.. 수련회였고, 피임, 위생 그 어떤 것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그 상황
을,
4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듣게 되었다는 사실이.... 속상했어요.


만일, 가임기였고 만에 하나
임신이라도 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


그후... 저는 또 정신없이 2주 정도를 보냈어요.
낮엔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밤엔 운동도 하고 여러 가지로 시간을 많이 보냈죠.


하지만 잠들기 전에 어김없이 밀려오는 원망,
그리고 죄책감자괴감에 편히 잠들긴 어렵더군요..


그리고 일주일쯤 전인가..
이러다간 또 수면제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구구절절 문자를 써내려갔습니다.


[어찌됐든 나를 믿고 이야기를 들려주어 고맙다.
여러 모로 힘들었을 것이고,
내가 전부 이해하진 못 해도
‘참 아팠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내 마음도 참 아프다.
하룻밤으로 그렇게 끝나버리고 잊혀졌다는 것에
내 마음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긴 시간을 산 건 아니지만
여태껏 살며 누굴 이렇게 좋아하고 위해본 적이 없었다.


정말 좋아했고, 4년 동안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아쉬웠고..


졸업한 이후에도 몇 번은 안부를 주고받았었는데,
그때라도 말해주었으면 내 마음을 추스르기에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선배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스스로가 참 한심하다..]


문자를 보내고 하루쯤 지나 답이 왔어요.


[괜한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 미안하다.
당시엔 무서웠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본의 아니게 너에게 상처를 주게 된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고
너와 앞으로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


난 지금 여자도, 연애도 그 무엇도 다 싫다.
그냥 편하게 웃으며 너랑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너는 그렇지 못 한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다.


앞으로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편이 서로에게 나을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


............................
지금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해서..


‘나는 A에게 그냥 자기 과거를 들킨,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 건가?
어쨌든 자긴 다 얘기했으니 된 건가?


“그 하룻밤은, 미안하다. 그치만 난 좋았다.”
이렇게 끝날 수 있는 문제일까?
이런 걸 ‘먹튀’라고 하는 건가? 왜 난 기분이 나쁘지?


“미안하다”는 말 외에 내가 바라는 말이 있는 건가?
나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라든지..
 

하지만 이런 생각들 끝에는 결국 


‘이 사람이,
내가 이렇게 마음을 쏟을 만큼 가치 있는 사람일까?’


라는 의문이 따라붙네요.


신기한 것은, 막상,
제대로 연애를 해봤던 사람에 대한
생각은 잘 안 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A와는, 아무것도 못 해보고
(....라고 하기엔 엄청난 걸 하긴 했지만-_-)
끝까지 짝사랑으로 남은 데 대한 미련일 것 같은데..


이제는 모든 관계에 대한 회의가 들기까지 해요.
그 덕분에(?) 최근까지 만나고 있던 분과도 정리했네요.


제가 이렇게 갈피를 못 잡고,
다른 사람에게 신경이 쏠리는 게..
상대방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 같아서, 헤어졌어요


그리고, 정말 나쁘게도, 너무 이기적이게도
그 이별로 인한 속상함은 별로 크지 않아요.

전 정말.
마음 정리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답은 이미 나와있는 것 같지만ㅎㅎ
그냥 없었던 사람처럼 지내면 되는 건데..ㅎ


왜 자꾸 저는 그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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