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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틈을 내줄 수 없는 남자

2014.11.1 15:22
안녕하세요. 스물일곱의 자매, 처음으로 인사 올립니다. 이 이야기는 9년의 인연이었고 앞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인연의 이야기입니다. 그 긴 시간만큼이나 복잡한 인연이라 어디다가 쉬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서 홀가분하게 털어놓고 싶어서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의견을 듣고 싶기도 하구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저보다 한 살이 많은 선배.
지금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는 곳은 서울인데, 경기도에 살고 있는 저와는
대중교통으로 거의 2시간이 걸리는 먼 곳이에요.


저는 이 선배를 따라 같은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년째 준비 중이었는데 한 번 시험을 말아먹고 난 뒤
일과 시험을 병행하며 잠시 쉬고 있어요. 


하지만 시험을 포기할 용기는 없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주 몹쓸 ㄴ입니다.

처음 선배를 만난 건 학교 동아리에서였어요.
선배는 동아리 안에 한두 명씩은 있는..
이른바 똘끼 충만한 2학년이었습니다.


흥미 있는 일이라면 자기 이미지 생각 안 하고
마구 뛰어들어서 하는 스타일
로,
선배의 선배님들께서 말하길,


“얘는 참 재미는 있는데 하는 짓;들이 하도 난감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많이 경험했다”
고 하더라구요.


그에 반해 저는 약간 4차원이지만 조용한 후배..


이렇게 흔한 선후배 관계로 지내오던
저희가 가까워진 것은 동기였던 제 남자친구 때문이었어요.


남자친구에게 첫눈에 반한 저는
얘가 좋긴 좋은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었어요.


선배는 이런 제 꼬라지;를 보고는
‘이 일 참 재미있다!’하여 둘 사이를 이어주었고
이때부터 친밀한 관계가 시작되었지요.


그래서 전 이 선배를 친오빠 따르듯이 따르게 됩니다.
남자친구와 사귀고 헤어질 때까지도 좋은 선후배였습니다.


저는 이 선배가 제 연애사를 다 아는,
가족처럼 사심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선배에게 남친이랑 사귀면서 힘든 일,
헤어지고 나서의 감정 등을 많이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일방적인 하소연을 한 경우가 많았지요.

 


생각해보면 좀 특이한 관계기는 했었네요.


둘다 SNS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작정하고 끊지 않아서 그런지
그냥 오랫동안 인연이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전화해서
안부 묻고 사는 얘기하는 정도?


이렇게 분명 둘 모두 연락을 자주 한 것도 아닌데
서로가 서로를 가족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고 언제든 연락이 이어지고
..


그런데 이 관계에 변동이 온 건 작년부터였어요.


예전이랑은 다르게
이 선배가 저한테 많이 맞춰준다는 느낌
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제멋대로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했다면
작년 초에는 하고 싶은 리스트를 뽑아두고
제게 선택권을 주는 느낌
..?


그때는 그저
‘예전보다 나이 먹어서 배려심이 생겼구나, 사람 됐네’
싶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늦여름에 봤을 때는 좀 이상했어요.
자꾸 손을 잡으려고 하고, 팔짱을 끼려고 하고..;;


저도 저대로 이 선배에 대한 이성적 감정이 있었지만,
제가 선배가 시도하는 스킨십들을 쳐낸다면


‘얘가 감정이 있어서 이걸 들키지 않으려고 한다’
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아서 티 안 나게 내빼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백을 하더라구요. 가을에.


사실 전 또 저대로
고백을 받아들일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고민했어요.


생활도 안정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가 시험은 코앞이고
집안은 이 일
, 저 일 난리였고..


게다가 전 누군가를 사귀게 되면
연락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이 선배는 자기 일 하는 동안에는
며칠이고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
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사는 지역이 다르면
둘 다 조율해가면서 오고가고를 해야 하는데
선배가 항상 일이 바쁘고 하니까
매번 제가 움직이는 것도 좀 짜증났고
..

그런데도 받아들였던 이유는...


그냥 ‘적어도 제가 가는 길에 해가 되지는 않을 거’
라는 판단에서였어요.


제가 준비하는 시험이 선배가 합격한 시험이다 보니
제게 도움주고 있는 것들도 많고 해서
굳이 끊어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있었구요.

 

 

 

 

 

 


그런데 저희는 1주일 만에 깨졌습니다...ㅠㅠ


제가 막상 선배랑 사귀는 사이가 되고 나니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였고
, 선배도 그걸 알고 있어서
제게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헤어지는 것도 이해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어요
.


그리고 저는 올해 초까지 선배와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 이틀 힘들고 나니까 생각도 안 나고 힘들지도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점점 흐르다 보니
제가 선배를 정말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고 결국엔 선배를 다시 한 번 만나서,
“집에서 선을 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배가 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봤으면 했어서요..


그랬더니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일단 선 봐라.
그래서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라.


널 만나면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다.
그런데 만나지 않을 때는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사랑을 많이 해 본 건 아니지만
안 만날 때 생각이 안 나는 건 사랑이 아닌 거 같다.


그래서 확신이 안 선다.
확신이 안 서는 상태에서 너랑 사귀면
너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


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사귈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지금은 일도 너무 많고
가족도 그렇고 매여 있는 게 너무 많아서
마음에 ‘틈’을 낼 수가 없다.


작년 말에 부서를 옮겼는데
이 부서 일이 엄청나게 많다.
야근은 기본에 집에는 며칠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


삼성급도 아닌 주제에 일만 삼성급으로 시킨다.


그래서 사귀게 되면 더 신경써주고 싶은데
신경써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미안해서 싫다.


솔직히 내 인생에서 너 같은 사람,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내가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너랑은 사는 지역도 달라서
만나려면 둘 모두 시간을 내야 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너랑 결혼해서 같이 살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결혼하기까지의 일들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솔직히 네가 서울로 발령받아서
가까이라도 살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너무 어렵다.


결국은 내 마음 문제다.”


.......................
그런데 저도 선배랑 같아요.
솔직히 연락하고 만나면 좋긴 한데
신경도 쓰이고, 생각 안 날 때가 더 편하고 집중 잘 되고..


선배가 절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저도 선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잃고 싶지 않고..


주변 상황도
제 인생, 가야 하는 길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고
이룬 것도 모은 것도 없고 나이는 먹어가고
..


그리고 사실 제가 성격이 좀 괴팍해서
제 성격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


그래서 ‘내 성격에 결혼은 할 수 있을까,
결혼해서 견딜 수 있을까’
도 모르겠고..


선배만큼 저한테 잘 맞고 좋은 사람 찾을 수 있을까
도 모르겠고..


그래서 저렇게 뜻뜨미지근한 대답을 들은
저 역시 선배한테 뭐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로가 똑같이 좋아하지만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도 똑같고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것도 똑같고
..


그래서, 이렇게 답이 없는 부분들이 똑같아서
평행선을 걷게 되는 게 지금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웃긴 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어요..


결국 저는 엄마께 공부 끝까지 하겠다고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서울로 가지도 않고 선배랑 연락도 안 할 거예요.


하지만 내년 초에는 선배랑 또 연락을 하게 되겠죠.


선배는 절 만나면 너무 좋아하는데,
저도 스킨십 거부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선배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만나서도 큰 일 치를 뻔했는데..
한 번 더 만나면 진짜 엔조이가 되겠죠....?


그래서 이렇게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나도 욕구라는 게 있는데... 피차 맞는 거 즐겨버릴까’ 하는..


어차피 이렇게 될 바에는 서울로 발령받아서
선배 낚아채서 결혼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젠 모르겠어요.


분명 둘 다 사귀는 사람도 없고 결혼생각도 없으니
전혀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은 아닌데
이게 지속되면 저 자신을 힘들게 할 것 같아 무서워요.


주변에 이런 경우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조언을 구할 수도 없고 해서 타인의 시각에서
이 관계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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