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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치킨, 먹자

2014.11.6 10:54
제가 감친연을 알게 된 것은 전여자친구 덕이지만 그녀는 제게 알려준 후에는 안 보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 그녀가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 제보하는 것은 아니고, 다들 그렇겠지만 이렇게 글이라도 써내려가면 마음이 조금 나아질까 싶어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서울 근교에 살고 있는 20대 중반,
아직 과년이랑은 조금 먼 듯한 나이의 ‘수험생’입니다.


연애 경험은 또래에 비해 조금 많은 편이에요
학창시절부터 따지면 손가락, 발가락 다 써야 할 것 같고,


20살 이후에 만난 여자들도
한 손으로는 셀 수는 없을 정도.. 니까요.


음.. 헤어진 전여자친구는 작년에 한 술집에서 만났어요.
친구 생일이라 친구 몇 명과
서울 중심지에 있는 술집에서 만났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그녀는,
갓 입사한 신입 간호사였고,
서울에 올라온 지 1주일 밖에 안 됐었습니다.


입사 후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신입 환영회(?) 비슷한 명목으로 술집에 왔더라구요.


그녀는 첫 눈에 봐도 너무 귀엽고,
또 너무도 당당하고, 매력적인 여자였어요

전 그동안 한눈에 반한다는 느낌보다는,
천천히 알아가면서 연애를 시작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녀는 제게 좀 달랐습니다.


‘왠지 이 여자랑은 잘 될 것 같다.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할 것 같다’

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고나 할까요?


전 그날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녀는 선배들 때문에 합석을 거절하고,
저에게 번호만 주고는
“다음에 식사 한 번 하자”는 말을 남겼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저희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트를 했습니다.


어두운 술집이 아닌, 밝은 곳에서 그녀를 보면
실망을 할까 내심 걱정도 했지만..


와우! 밝은 곳에서 본 그녀는 훨씬 더 예뻤습니다


생각보다 큰 키(170cm에 다다르는..)에,
하얗고 깨끗한 피부, 무스탕을 입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우고 제게 걸어오던
그녀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 너무 생생하네요.


너무 아름답던 그녀와는 반대로,
사실 저는 그날따라 몸이 너~무 아파서,
데이트를 하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미리 알아둔 식당에 가서는
음식을 두 개 시켜놓고 하나도 먹지 못 했고,


영화를 보면서는 너무 아픈 나머지
기절(?)을 할 정도였으니까요..ㅠㅠ


결국은 그렇게 헤어지고 집에 와서
정말로 기절을 했고,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ㅎㅎ


어쨌든, 첫 만남 이후..
제가 퇴원하고 건강을 회복한 후에
두 번째 데이트를 했습니다.
(이게 제대로 된 첫 번째 데이트네요)


명동에서 저희는 볼링도 치고,
남들 다 가는 남산타워에도 올라가보고..
그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만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조금은 조급하지만, 결국 정식으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당시 학생이었던 저와 직장인,
그것도 엄청 바쁘다는 대학병원 간호사..
의 만남이었지만,


친구들 커플하고 커플 데이트, 커플 여행도 가고,
새벽에는 갑작스럽게 바닷가도 보러 가고,


서로 시간이 되는 대로,
시간이 안 되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거의 매일을 같이 보냈어요.


연애 기간 동안, 정말로 자주 만났어요.
다행히 제 학교와 그녀의 직장이 무척 가까워서
학교 끝나면 그녀를 찾아가 만났고,
또 그녀가 먼저 일이 끝나는 날이면
저를 만나러 오기도 하고.. 그렇게 남들처럼 행복했어요.

 


물론 행복하기만 하진 않았죠..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녀는 신입이다보니
바쁜 업무, 불규칙한 생활 패턴,
선배들의 갈굼(?) 등으로 인해
참 많이 힘들어 했어요.


저도 대학교 졸업반에 올라가면서, 바쁘고, 정신없었죠. 


그러다보니, 행복했던 만큼,
그만큼 자주 싸웠던 것 같아요.

 

문제는, 싸우는 방식이 많이 달랐어요.


저는 일단 싸우면 그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서라도
해결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던 반면
,


그녀는 기분이 상하면 혼자서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싸움이 시작되면 그녀는 말을 안 하고,
그럴수록 저는 답답해져서 이야기 좀 하자고 닦달하고..


다른 커플들과는 다르게,
저희는 그렇게 서로 역할을 바꿔서 싸우곤 했네요.


그래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싸우는 그 순간에도 전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거든요.


(헤어지고 난 후 들은 이야기지만,
그녀는 그런 감정소모에 점점 지쳐갔다고 하더라구요..
내색은 안 했지만..)


그러다 올해 중순에 제가 우연한 기회로
미국에 가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됐어요.


그 전에 참가했던 학교-기업 연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에 한 달 정도 연수 겸 여행을 보내주었거든요.


그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면,
저는 제 평생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를 시작해야 했고,
어찌 보면 그 ‘연수 겸 여행’
제가 ‘마지막으로 보낼 수 있는 휴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푼 꿈을 안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미국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틈만 나면 그녀와 통화를 했고,
서로 “보고 싶다~ 언제 오냐~ 사랑해~”
달콤한 말들을 주고받았지요.


물론 미국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신세계들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너무 행복하고, 바빴지만,


그 와중에도 와이파이가 터지는 장소에 가면
꼭 그녀에게 연락하고
, 목소리도 듣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아졌고,
심지어 연락을 귀찮아하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구요.


분명 며칠 전 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른 없는 목소리로
제가 보고 싶다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칭얼대던 그녀였는데..


또 저는 그럴수록 왠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에
더 자주 연락해서 안부를 묻게 됐고..
하지만 그녀는 더 귀찮아하는 것 같고..


악순환이었어요


제가 남자지만 감이 조금 좋은 편인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거나,
감정의 변화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는 촉이 오더라구요. 그녀는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저는 더더 걱정하고, 매달리고,
며칠 안남은 귀국일만 생각하며
여행 아닌 여행을 계속 했는데..


결국 그녀는 저에게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그랜드캐니언 당일 투어를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정말 버스에서 뛰어 내려 사막 한 가운데서
죽고 싶었어요.)


아무리 자주 싸워도 그녀는
늘 저를 많이 사랑한다는 느낌을 들게 했었기에,
이별이란 단어는 한 번도 떠올려 본적이 없는데


그녀는


[우린 헤어졌어.
한국 오면 네가 줬던 물건들 돌려줄게. 연락해.]


라는 차가운 말만 남기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정말 정말 죽고 싶었어요.
자존감이 강하고, 긍정적인 편이라
군대에서도 늘 웃고 지내던 저였는데,


하늘이 무너진다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안 되겠다 싶었던 저는,
남아있던 며칠간의 여행을 싹 다 취소하고,
한국으로 당장 돌아가는 비행기편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8월 말..
최고 성수기였고 돌아가는 비행기편이 많이 없었죠..


아무리 빨리 돌아가려고 해도
제가 원래 귀국하는 날에서 하루, 이틀 정도밖에
일정을 당길 수 없더라구요..


일단 그렇게라도 바꿔야겠다 싶어,
여행사에 전화해 남은 일정 취소하고
비행기편을 바꿨습니다


얼른 귀국해서 그녀를 잡는 것만 생각했어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저인데도, 식음을 전폐했고,
잠이 많은 저인데도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거리를 걷는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20시간을 밥 한 끼 안 먹고
마냥 걷기도 했었네요
..


그냥 있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이차저차 그렇게 귀국을 했고..
짐을 풀기도 전에 캐리어를 들고 그녀를 찾아갔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노트에,
저도 알아보지 못할 글씨로 적은
약 10장분의 편지
를 그녀에게 주고,
제 진심을 그녀에게 다 표현했지만,


...........................
결국 저희는 헤어졌습니다


헤어지던 날 그녀가 했던,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런데 이제 네가 더 이상 이성으로 좋지 않아.”


라는 말은 제 모든 것을 무너지게 했네요.


그렇게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길 한복판에서 엉엉 울었네요.


친구들 앞에서 늘 남자다운 척을 하던 저였지만,
친구들과 만나서도 술잔 기울이면 엉엉 울다,
결국 취해서 친구 등에 업혀 집에 오는 날의 연속..
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전...
이렇게 못 헤어진다! 싶어,


술에 취해 전화도 걸어보고, 그녀를 찾아가도 봤지만,


그런 제 행동들은 이미 차가워진 그녀의 마음만
더 차갑게.. 식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미친놈처럼 살다가..


결국 저는 마음 정리도 못한 채,
예정되었던 공부를 위해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혼자 있으니까 정말 죽겠더라구요..
평생 꿈이었던 공부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미국에서도 설렜었는데,
공부가 손에 잡히지가 않더군요.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고.. 술만 마셨어요.


집에서는 어머니가 아들 공부 열심히 하라고
보약도 지어주시고, 반찬도 매주 새로 해서 보내주시는데..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제가 실수로 그녀 까톡을 보다가 통화를 연결했고..
놀란 저는 다급하게 취소 버튼을 눌렀는데,
그게 그녀에게 연결이 되었었나 봐요.


저는 ‘연결이 안 되었겠지..’ 싶었는데
그녀에게 전화가 오더라구요.


받았어요.


그녀는 잔뜩 취해있었는데..


“우리가 왜 헤어졌을까. ㅇㅇ야~(그녀가 절 부르던 애칭)


등등 그녀도 많이 힘들어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녀를 또 한 번 잡으려 했지만..
결국 잡히진 않더라구요..
다시 시작할 마음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젠 정말 그녀를 잊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또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습관처럼 매일 쳐다보던
그녀의 까톡 상태메시지와 프로필이 바뀌어있는데

조금 이상하더라구요.


그녀와 연애하던 시절, 저와 싸우면 늘 그녀는
“치킨 먹을래??”라면서 수줍게 화해의 손을 건넸었는데..


그녀 상태메시지에 그 문구가 그대로 써있더라구요.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저랑 “다시 시작할 마음이 없다”
고 했었는데...


전 또 그 문구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도 참 미련하네요..)

돌아오는 말이 더 놀라웠어요.


“까톡이 오류가 나서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
친구들도 다 삭제되었고, 상메도 제멋대로 바뀌어 있다”


고 하더라구요.


믿기지 않았지만, 그녀는 평소에
정말로 거짓말을 안 했었기에..


‘그런가보다.. 내가 또 괜한 전화를 했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막상 전화한 거
그녀와 통화를 좀 더 해보고 싶은 마음에
“잘 지내는지, 별 일은 없는지”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그녀는 “너무 잘 지낸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남자도 만날 거래요.
저도 좋은 여자 만났으면 좋겠대요..


눈물이 났어요. 
저는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그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웃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지
..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구요.


그렇게.. 통화는 끝났어요.
그리고 저희도 정말로.. 그렇게 완전히 남남이 되었네요..


그런데도,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마음이 좀처럼 괜찮아지지 않더라구요.


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했건만, 
그녀 생각에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심지어 잠을 자도 꿈에서 그녀가 나왔습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바로 지난 주말,
지인의 결혼식이 지방에서 있어서
그 핑계로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다
싶어서
며칠간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네, 그리고 그 지방은 그녀 고향이었어요.


그녀와 연애 할 때 함께 내려간 적도 있고 해서,
혹시나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란 기대도
조금은 했던 게 사실인데,


정말 우연처럼..
말도 안 되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서울에서 일하고 있어야 하는 그녀를
그 지방에서 우연히 보았어요
.


지방이라곤 하지만 ‘광역시’인 그곳에서요.


혼자서 길을 걷고 있었는데 그녀는 정말
영화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제 앞에 서 있더라구요..


그녀와 만나던 시절, 저는 그녀에게 입버릇처럼
“난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우리가 사귈 줄 알았어~
그리고 우리 아마 결혼도 할 걸~?”

하고 장난치며 말했었는데,
‘이게 정말 인연인가..’ 싶더라구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말은 걸지 못 했습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있기도 했고..


말을 걸면 또 저 자신이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정말 터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다시 서울에 올라왔는데, 


그런데 결국 또 제자립니다.


‘우리가 인연인 걸까, 
그런데 왜 난 그때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지 못 했을까..’


이런 생각만 하며
정신병 걸린 놈처럼 오늘도 잠에 들지 못하고 있어요..


참 지지리도 미련 많은 못난 놈인가봐요.. 저는..


한 번도 연애의 끝에 힘들어 본 적 없는데,
여태 앓지 않았던 아픔들을 한 번에 몰아서 받고 있나봐요..


정말 가장 후회되는 것은,
지난주에 왜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에요.


그 때 저는 왜 말을 걸지 못 했을까요?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연락해도 될까요?.....


아니면 너무 늦어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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