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친]구들은 [밥]벌이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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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친밥] 뭐 묻은 개

2014.11.7 13:52
안녕하세요, 전 서른한 살 먹은 과년한 처자로 8년차 대기업의 과장이랍니다. 전에 성추행 관련 간호사 자매의 사연을 읽고 참 저렇게 더러운 놈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실감하며, 여기에 제 사연을 덧붙여봅니당...

 

 

때는 어느 가을쯤였습니다.


J과장님은 직장선배이고 남자선배지만
저와는 아주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서로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기쁠 때 기쁨을 나누며,
부담 없이 점심이든 저녁이든 먹을 수 있고
고민도 나눌 수 있는 사이였지요.
정말 이상적인 선후배 사이였어요.


그 날은 우리 사이에 전혀 이상할 것 없이
“집에 가는 길에 저녁이나 먹자” 하면서
둘이 백반집에서 밥을 먹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당시 전 아주 거지같은 놈을 만나
서른의 3개월을 허비하고 난 뒤였습니다.
(서른의 3개월은 20대의 1년과도 같은데.. 에혀...
이 이야기만 따로 제보해도 될 만큼 엄청난 또라이..
그 놈 이야기는 기니까 패스할게요.)


암튼 저는 힘든 때였고
J과장님 또한 골치 아픈 집안 문제
여자친구와의 결혼 추진 문제 등등으로
무척 힘드신 나날이었습니다.

저희는그날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고,
커피나 한 잔 하고 집에 가자며 인근 별다방에 들렀죠.


여기까진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J과장의 여친 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길 하다가,
제가 답답한 마음에 이런 얘길 했죠.


“아 과장님, 여자 나이 서른이면
남자들이 여자로 안 보기 시작한다면서요 걱정이에요..
전 이제 헤어졌으니... 또 언제 만나 언제 시작하나..”


이렇듯, 흔하디 흔한,
서른 살 과년한 처자의 흔한 넋두리를 시작하는데
대뜸 이 J과장 놈이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겁니다.


“솔직히 여자 서른 넘으면 좀 그래..


왠지 머리도 안 감은 냄새 날 거 같고,
괜히 안 씻은 냄새 나는 거 같고 말이지..


나도 어릴 땐 몰랐는데 선배들이 그러더라고..
여자들 서른 넘으면 그 성관계할 때도 악취가 난다고..”


.................... 하..
너무 기가 막혀 저는 바로 응수했습니다.


“아니 과장님, 냄새가 난다뇨?
과장님 여자친구도 서른셋이잖아요.
그럼 과장님 여자친구도 냄새나요???”


그러자


“아니 뭐 내가 그랬다는 게 아니고 선배들이..
근데 또 그게 사실이더라고
그거 할 때 질에서 악취가 날 거 같고..”


................?


저 정말 태어나서요,
남자한테 저렇게 저급한 소릴 들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술을 서로 취하도록 마신 것도 아니고
멀쩡하게 커피 마시는데 어떻게...


아무리 편한 후배라도 저런 소릴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너무 화가 나서 저는


“과장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오늘 이만 일어나죠”


하고 일어났습니다.


그랬더니 과장놈은 절 따라나오며
제게 왜 화를 내냐고 하더군요.


그 소릴 들은 순간,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눈물이 나려는 걸 정말 꾹 참았어요.

 

 

아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나보자구요.
요새 서른이 뭐가 그리 많은 나이인가요?


정말 기가 막혀서


“과장님 오늘 저한테 말실수 하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할 말 안할 말이 따로 있어요”


라며 가겠다고 하고 혼자 가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문자가 빗발치더군요.
엉뚱한 동명이인한테 전화해놓고 왜 전화를 안 받냐는둥


제가 동생 같아서 한 소린데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렇게 할 수 있냐는 둥


문자가 미친 듯이 쇄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장님이 오늘 한 말 잘 생각해 보시라]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답했더니


[난 다 생각했고 더 이상 할 말 없으니 인연을 끊자]


더군요 ㅎㅎ


기가 막혀서 [알아서 하시라]고 했습니다.


그 후로 일적으로 연락할 일이 있어도
저에게 직접 안 하고 딴 사람 통하고,
회의 시간에 이미 팀장급에서 다 합의된 사항인데도
제가 하는 일이면 반대를 하고
(이건 그래봐야 팀장한테 쫑쿠 먹고 끝났어요 다행히)


아무튼 그 지랄을 떨더니 심지어는
딴 데 가서 제 욕하려는 걸 제 사연 아는 분이
옆에서 눈치를 줬더니 꺼지더랍니다.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나 뭐라나 ㅎㅎ

 


 

인사팀에 얘기하면 바로 징계감이지만
그 인간 집안도 망해가고 있고
여친하고 결혼도 못 하게 될까봐
마지막 인간적 배려로 인사팀 고발은 안 하고 참았습니다.


사람들한테도 별로 얘기도 안 하고
친한 언니들 몇몇에게 상담 결과
미혼인 제게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넘어가라더군요.


그런데 더 열이 받는 것은요.
그 사건 이후로 서로 연을 끊고 살고 있다가,
이번에 창립기념일 행사를 맞이하여
회사 우수직원 표창이 있었는데요,


그 인간이 상을 받은 겁니다 ㅋㅋㅋㅋ
와............ 기가 막히더라구요.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인사팀에 얘길할까..’
하다 관뒀습니다. 인생이 불쌍해서요.


집도 빚이 엄청난 데다 쓰러질 듯이 망해가고
여친하고도 깨졌는지 결혼 얘기도 쑥 들어가고
..


오죽 못나고 꼬였으면 후배에게 잘못을 하고도
사과할 줄도 모르고
.......


이런 놈하고 엮여서 이런저런 더런 꼴 보기도 싫더라구요.


한동안 이러니 ‘우리 회사가 이래서 안 되는거야’부터
‘이러니 우리나라가 이 모양인 거야’ 열을 내다가


며칠 지나니 또 그냥 ‘불쌍한 인간...’ 이러고 있네요..


그냥 부디 앞으로 회사에서 엮일 일만 없기를
빌어볼 수밖에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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