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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고? 스톱?

2014.11.9 14:02
안녕하세요. 저는 감친연에서 오래 전부터 정주행 역주행 반복하며 형제자매 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던 26의 처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사연을 보내게 될 줄이야... 사연을 보내게 된 이유는 지금 제가 어떤 답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에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저에게 감친연 형제자매 님들의 조언이 절실하게 필요해 용기 내어 글을 씁니다. 특히 유부님들의 조언이 더욱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언니오빠 님들에겐 대수롭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지금 저와 상대방에게는 많은 고민을 안겨주기에.. 너그러운 조언 부탁드립니다.

 

 

스무 살의 부푼 꿈을 안고 입학 한 캠퍼스에서
저는 A라는 사람을 만났어요
.
저보다 두 살 많았지만 2년 늦게 들어온 관계로
저와 동기였죠.


서로 성격이 너무나도 잘 맞아서
1학년 1학기부터 CC가 되었고
그 후 햇수로만 5년을 만났어요
.


지금도 전 제가 아직 한참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는 얼마나 아기(?)였겠어요.

연애를 했다기보다는,
서로 함께 성장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그렇게 쌍둥이처럼 5년을 붙어 다니며
(CC이니 거의 매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함께 성장하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많아요.


죽이 잘 맞는다고 해야 하나,
성격이 착착 들어맞는 느낌?
그리고 이 사람은 속에 생각하는 것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이라
저를 볼 때 마다 하트 뿅뿅 하는 눈을
5년 내내 갖고 있었어요
.


그리고 저를 유리 다루듯이,
예를 들면 (비위 상하실 거예요 미리 죄송ㅜㅜ)
식당에 들어가면 신발 벗겨주고 겉옷도 벗겨주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면 립 같은 요리는
살을 다 발라서 저에게 주고
그 사람은 뼈에 붙은 것만 먹는다든가...


초반에만 그런 게 아니라 날이 갈수록 더욱 더,
5년이 다 되는 그 날 까지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처음 하는 연애였기 때문에
미숙한 부분이 많았지요.


그런데 왜 남자 중에서도,
연애할 때 센스가 갖춰진 사람이 있고
(물론 경험에서 오는 부분이 크겠지만),
타고난 센스가 없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 사람은 후자에 속했어요.
첫 연애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선천적으로 센스가 없어도 너무 없는 사람?


그래서 연애하면서 서로 함께 성장했다는 느낌과 함께
그 사람을 제가 키웠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어요.


왜 그런 마음 있잖아요, 아들 키우는 마음..
꼬맹이임에도 그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힘겹고 지겨워졌습니다.


저도 키다리아저씨처럼 멋진 사람과 설레고 싶은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엄마가 된 것 같은 느낌..?


유쾌하고 천진하고 제게 너무 잘해주는 사람이지만
멋있지는 않은 사람..


그리고 그간의 미숙한 센스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나
크고 작은 다툼 들이 더해져 결국 어느 날..
제가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말았어요.

저는 모든 감정이 소모된 듯..
별 탈 없이 이별을 말할 수 있었지만
그 사람은 아니었겠죠.


그가 절 붙잡았지만 제가 너무 냉랭해
결국 완전히 이별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서로 3개월 정도 연락을 아예 안 하고 살았고,
이별 3개월이 되던 무렵 저는 아주 우연찮은 계기로
아주 멋진 B라는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이상형이 있다면
그에 80%는 준하는 분이셨죠.
준수한 외모, 좋은 집안, 괜찮은 직업.


제일 중요한 사실은 제가 그렇게 바라던,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여러 모로 A와 정 반대의 사람이었죠.
‘연애하면서 남자친구가 이런 걸 해주면 참 멋지겠다’
하고 바래왔던 것을 A부터 Z까지 다 할 줄 아는 남자.


이 사람을 만나면서 저는 대학교도 졸업하고,
직업도 갖게 됐고 순조로운 연애 생활을 이어가게 되었죠.


그런데 참, 사람이 간사하죠.
만난 지 8개월 정도가 지나니까 이제는
성격이 잘 안 맞는 거예요..


멋지긴 한데, 정이 붙질 않는다고 해야 하나..
설레는 그 순간들이 지나가고 나니 정이 붙질 않고
마음에 친밀함이 들지 않는 관계는
지속시키기가 무척 불편하더라구요
.


그렇지만 제가 설렜던 멋진 사람이었으니까,
좀 있으면 정이 들겠거니 하며 4개월을 더 만났는데도
소용이 없더군요..


결국 만난 지 1년 만에 B와도 이별하게 되었어요.
그게 A와 헤어진 후 다음해 여름이에요.


이제 문제가 시작됩니다.


사실 B와 사귄 직후
A에게 다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매달리지 않을 테니 밥이나 한 번 먹자고 하면서요.
연락이 오기 시작한 후 3개월까지는
아주 매몰차고 냉랭하게 거절을 했죠
.


B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헤어진 지 총 6개월이 지나자,
A에 대한 미움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그냥 편한 마음이 되었다고 할까요
.


그리고 그 기본 바탕에는,
저와 함께 성장한,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중에 하나가 되어버린 그 사람을
제 인관관계에서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

고 생각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아주 가끔 만나서 밥 먹는 정도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을 남자로 생각하는 어떤 마음도 없었습니다.
이미 연인으로서의 감정은 모두 소모한 뒤였고,
저에게는 B라는 멋진 남친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가끔 자신이 아직도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A에게도 그럴 때 마다 확실히 못박아 두었구요.


실상 몇 개월에 한 번 얼굴 보는 정도였기 때문에
B와 사귀는 동안에는 3~4번 정도 만나
밥이나 커피를 마신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었어요.


그런데 B와 헤어진 직후인 여름.
헤어진 사실을 알게 된 A는 본격적으로,
적극적으로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미 마음을 정리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계속 거절하는 상태였구요
.


그 사람도 취업 준비생(고시생)이었기 때문에
저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 했던 것이
관계가 진전되지 못 한 데 한 몫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A는 저랑 같은 직종의 국가고시를 준비했었습니다.

저는 그 해에 이미 합격하여 이제 막 취업한 상태였고,
그 사람은 일 년에 한 번 보는 그 시험이 겨울에 있기에
공부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어요.


그러다 9월, 그 사람의 친한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사고사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


자신이 하고자 하는 직업에 대한 사랑이 확고한 사람이라
수험생활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던 사람인데,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는지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하죠.
정말 그 사람에게는 우정만 남아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나니 갑자기 알 수 없는..
사명감이 드는 거예요.


‘나는 어쩌다 이 직업에 발을 들이게 되었지만
이 사람은 다르다.


이 사람이 이 직업을 갖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네가 더 잘 알지 않느냐.
이 사람의 정줄을 어떻게든 붙잡아 주어서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


라구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이 사람에게 제일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은
족집게 강의나 노트도 아니고,


이 사람 옆에 있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매일 같이 사랑을 말하는 이 사람에게
그동안은 내치거나 무시하기만 했다면
시험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그냥 보듬어 주자!
고 생각했어요. 조력자가 되어주기로 결심한 거죠.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잘 되면
그 때 내 임무를 다 마쳤다고 말하고 떠나면 된다

고 생각했어요.


그 땐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사람에게도 제 마음을 말했구요.


그 사람은 엄청 기뻐하며 자신이 꼭 시험에 합격해서
다시 사귀는 사이로 돌아가겠다
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죠.
저는 정말 그럴 생각이 없었거든요..
이미 감정을 다 소모한 뒤니까...


우정밖에 안 남아있다고 생각했고,
이 사람에겐 지금 옆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니깐
저는 ‘친한 친구로 옆에 있는 거다,
당연 이 사람에게는 내가 친구가 아니겠지만,
아무튼 내 입장은 그거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참... 5년의 세월을 무시 못 하겠더라구요.
5년 동안 매일 같이 연인으로 지낸 습성이 있어서 그런지,
시간이 조금 지나니 다시 연인의 포지션으로
돌아가 있는 걸 발견했어요
.


연인이라고 명명만 안 했다뿐이지,
데이트하고 연락하고..


그 사람은 매일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일단 시험이나 보라며 미뤄왔구요.


그리고 현재. 그 사람은 결국 시험에 합격 했고
다시 저에게 만나자고 정식으로 고백해왔습니다
.


저는 이달 안으로 대답을 해주기로 한 상태구요.
그 사람 나이는 28..


“지금 만나서 내년이나 내후년쯤 결혼하자”
고 하더라구요. 다른 사람은 아예 생각을 할 수가 없다고.


그렇지만 저는.. 저는 너무 혼란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중요한건, 저도 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약 다시 시작을 한다면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


이미 5년을 만났고, 1년을 애매한 사이로 지냈고.
그러니 만약 다시 연인사이가 된다면
이제는 서로 결혼자금도 모으고 차곡차곡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자꾸만 망설여져요.
그리고 제가 이 사람과 다시 연인으로 돌아가기를
망설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
가 있어요.


1. 옛날에 만났을 땐 상관없었던 것들


객관적인 데이터를 위해 수치로 표현하자면,
저는 부모님, 동생 한 명과 서울에 살고 있고
부모님 부동산 자산은 20억 정도
됩니다.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니시구요.


아주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는 않은,
평범한 집에서 자랐어요.


반면 그 사람은 부모님 중 한 분이 안 계시고,
가족이 모두 함께 삽니다.
가족 총 합친 부동산 자산은 2억 정도..
정확히 10분의 1이에요.


스무 살 대학생 시절에 그 사람과 만날 때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것들이에요.


저희 부모님은 자식한테 돈을 많이 주면
자식이 망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셔서
저는 과외 알바를 하며 용돈을 챙겼거든요.
그 사람도 그렇구요
.


그러니 대학생 때는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 했습니다.
물론 가족들과 함께 먹는 거나 다니는 것,
그 사람과 데이트 할 때 다니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


그 사람 집 형편이 저희 집보다 조금 어려워서
오는 불편함도 없다고 생각했구요.


그런데, 직장인이 된 뒤,
그리고 B를 만나고 난 뒤에 뭔가 확 깨달았어요.
B의 집 재정상태(?)는 저희와 비슷한 정도..
만나니 다르더라구요.


먹는 것부터 가는 곳, 볼 수 있는 것들, 이동 수단..
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연인과 하는 것보다 당연히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
연인과도 할 수 있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B를 만나고 난 뒤,
그리고 직업을 가진 뒤 갑자기
이 재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겠더라구요.


또 한 가지.
그 사람과 저는 같은 직종에 취업을 했는데요.
이 직종은 이상하게도 여자가 이 직업을 가졌을 때
조금 높게 평가해 주는 직업이에요
.
(제 생각엔 약간 과대평가 된 감이 없지 않은..)


그래서 저와 같은 지역에서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변호사, 검사, 의사, 약사, 금융업계 종사자, 대기업 종사자
와의 소개팅이 들어와요
. 저도 마찬가지구요.


이런 직업을 가진 남편을 두신 상사들을 보면...
괜한 생각이 막 들어요. 소개팅이 들어왔을 때
거절하면서도 ‘뭐하고 있나’ 싶구요.


2. 이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


제일 중요하겠죠.
그런데도 대체 제가 이 사람한테
무슨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


스무 살 연애를 시작할 적엔 분명 사랑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헤어진 지 2년이 다 되어 가니까
이미 그 감정은 확실히 소모가 되었어요.


요즘 다시 재정립된 관계에서
제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말해보자면,
같이 있으면 편하고 재밌고 좋아요.


그런데 설레거나 사랑이라는 마음은 글쎄요..
확실히 설레는 건 아니에요.


아들 같고, 안쓰럽기도 하고, 웃는 거 보면 귀엽고..
그런데 떨리거나 안 보면 막 보고 싶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


약간 소울메이트 같은 느낌이랄까..
동정심인지, 모성애인지, 정인지, 아니면
정말 사랑하는데 옆에 있어서 모르는 건지.. 너무 헷갈려요.


종합적으로.. 저는 제가 아직 너무 어린데,
그래서 지금 결혼 같은 건 아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이 사람이랑 다시 시작하려면 결혼할 각오가 돼있어야 하니
그게 스트레스예요
.


아직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

 

참 간사하죠?
옛날에 연애할 때는 한 번도 한 적 없던 생각인데..

 

이 사람은 제 대답만 기다리고,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둘 다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어요.


저는 이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아
잡아야 될 것 같다가도,
또 이 사람만으로 만족이 안 될 것 같고,
다른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섣불리 시작을 못 하겠어요.


제가 아직 너무 어린 걸까요...
제 혼란스러운 마음에 파도가 잔잔해 질 수 있게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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