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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그 약속은 하지 말지

2014.11.12 13:56

 

저희는 둘 다 30대 초반입니다...
장거리 주말커플로 만난 지는 이제 만 3년.
그리고 헤어졌습니다.


만나고 2년째까지는 ‘결혼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깨빡이 나게 되었습니다.


작년 11월쯤.
여느 때와 같이 토요일에 만나 데이트 하고
집에 일찍 들어간 날이었습니다.


새벽 1시쯤에 여친 동생이 전화가 오더니
“집에 와서 30분 이따가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더만
이때까지 연락도 안 되고 집에도 안 온다”
고 하길래
저도 몇 번 전화도 하고 문자도 남기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까지도 연락이 없었죠...
그래서 걱정되는 마음에 부랴부랴 집에 갔는데


너무나도 태연하게..
“그날 결혼식이 있어 거기 다녀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러면 친구 만나러 나갔던 건 어떻게 된 거냐"
고 물었더니


“아는 남자인 친구가 있는데
고민이 있다고 해서 이야기하러 나간 거다...
술도 안 마셨고 아무 일 없었다...
새벽 늦게 집에 들어왔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더라구요...
‘자기는 잘못이 없다’ 이런 거죠...


그래서 제가 타이르듯이 제 심정을 이야기 하니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올초에
제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두었고요..
최대한 빨리 이직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되더군요.
(이 글 쓰는 지금도 취업준비생입니다...)


그리고 그런, 직장을 구하지 못 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슬슬 여자친구도 마음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저보다 친구, 동창 모임을 우선시하고
3월
, 4월에도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을 했었고..
(모임 갔다가 친구집에서 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안 잔 것 등..)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올해 5월 초에 여친이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권태기인 것 같다. 헤어지자.”
해서 그때 제가 3주 동안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를 썼는데,


그럼에도
“헤어지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6월 초에 잠시 헤어졌었습니다...


그리고 2주일 뒤...
여친이 먼저 연락이 와서 “다시 만나고 싶다” 하더군요.


저는 “정말 다시 만날 마음 단단히 먹고 온 거냐”
몇 번이나 묻고 확답을 듣고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때 10년 넘은 절친 3명이 다 뜯어 말렸죠..


“100% 다른 남자 생겼을 거다...
네가 이직 못 하고 있으니 그걸 못 견디고
아마 다른 남자 만났을 거다...


저녁에 친구 만나 술 먹는다 해도
가는 순간 왜 전화를 안 받겠냐, 다 찔리는 게 있고
떳떳하지 못 하니 그런 거 아니냐”
등등등..)

그러고 나서 8월 초,
여자친구가 혼자 3박4일 해외여행을 갔었습니다.

 


처음엔 회사 동료랑 간다더니
나중엔 혼자 간다고 하고...


출국하는 날 새벽 출발이었는데...
제가 잠시 만나러 공항으로 간다고 하니


뭣 하러 오냐오지 말라고 계속 그러기에
왜 오지 말라고 하냐 하니 그럼 마음대로 하라고..


마음이 상했지만 그래도 갔었는데
이미 티케팅 하고 들어갔다는 겁니다... 참나...


그래서 티케팅 하는 쪽으로 가봤는데
입국 출입구 앞 기둥 옆에 여친이 있더라구요


(그땐 전 티케팅 하고 들어갔다가 나온 줄 알았는데
해외 자주 가는 친구 말이 티케팅 하고 들어가면
절대 못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저 보자마자 화장실 가고 싶다고 화장실로 갔다가
한참 뒤에 나와서 배웅해서 보냈습니다.


게이트 안에 들어가는 그녀 뒷모습을 보고
전 뭔가 쎄한 느낌이 있었지만 발길을 돌렸죠...


로밍이 잘 안 터진다는 이유로
여행기간 내내 연락도 거의 없었고
까톡은 한참 뒤에나 오고 했었습니다
.


좀 서운하긴 했지만
‘해외니까 그럴 수도 있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입국하던 날에는 제가 간다는 말 안 하고
몰래 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게이트에 혼자 나오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 때는 여자친구가
“서울에 결혼식에 다녀오면 안 되냐”고,
“간 김에 서울 친구들도 만나고 온다” 하더군요.
저는 같이 갈 상황이 안 돼서 갔다오라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가는 날 출발할 때 연락 오고는
그 뒤로는 연락이 잘 안 됐고...


다음날 낮에 전화하니 받더라구요.
“어젠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생각해도 ‘이건 정말 아니구나’ 싶어서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되었죠...
화가 나서 전화로 한 시간정도 싸운 거 같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소리는
“너무 집착한다, 구속하는 거 같다”...


자기도 짜증나니깐
결혼식 갔다가 바로 집에 내려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녁 7시쯤에 다시 연락해보니 
이미 술을 많이 마셨더라구요 혀도 꼬이고..


그냥 원래 계획대로 내일 내려간다고...
그래서 또 한 30분 싸웠던 거 같습니다


그 뒤로는 서로 연락도 더 뜸해지고...
뻔한 안부만 묻는 까톡과 전화만 하게 되었죠
시시콜콜 이런저런 이야기 하던 것도 없어졌고
전화해도 할 말도 없고 짧은 통화만...


예전 같으면 친구랑 통화 중이라도
제가 중간에 전화를 하게 되면 저한테
“친구랑 통화하고 다시 전화할게” 하던 게 
지금은 친구랑 통화할 거 다~ 하고..


아무래도 연애 초반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제 우선순위가 많이, 뒤로 밀려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3주년 기념으로
간만에 멀리 여행도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대화도 거의 없고 옆에서
계속 폰 들여다보고 있고 아니면 TV 보고
..


분위기 전환 겸 관계회복도 하자 싶어 갔는데
여자친구는 마지못해 끌려온 사람처럼
의욕도 없고 멍~하게 있더라구요


그래도 전 내색 안 하고 이야기도 건네보고 노력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죠...


여튼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각자 집 도착해서
제가 “오랜만에 같이 잘 수 있어서 좋았다” 하니
바로 하는 말이


“난 불편하고 해서 제대로 잘 못 잤다”길래
“그게 무슨 말이냐” 물으니
“말 그대로 불편했다”고...


전 어이가 없어 그냥 “알겠다, 피곤할 텐데 자라”
고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 뒤...
10월 말에 공무원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는데
제가 간발의 점수차로 떨어졌습니다
.


그래서 주말에 술동무 좀 해달라고.. 했더니
못 이기는 척 나와서 하는 말이
“일찍 집에 가야 할 거 같다”고.....
“부모님께 이야기 안 하고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너무 답답한 마음에
카페에 가서 맨 정신에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요즘 내가 느끼는 네 모습이
내가 알던 네가 아닌 거 같다. 가을이라 그런 거냐”


이걸 듣고 여친은


“나도 마음 정리가 안 돼서 지금은 뭐라 말은 못하겠다.
어떤 선택이 각자를 위해서 좋을지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
이제는 설렘도 없고 그냥 마냥 편하기만 하다.


11월은 주말마다 친구, 동창 모임 송년회,
결혼식 이런 데 가야 한다.


그리고 점을 보니 서로 궁합, 성격 다 안 맞는다더라..
결혼은 해도 7년은 내가 고생한다더라...”

 


그렇게 매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좋아하다보니...


“그럼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다 7일 금요일에
그녀가 먼저 연락이 왔었고 제가


“넌 어떠니?” 물으니
“좋은 건 모르겠고.. 편하긴 하다...”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


저랑 헤어진 2주 동안 회사 거래처 담당자랑
4일 동안 같이 자고 놀았다더군요


그리고 저랑 다시 만나기로 해놓고도
계속해서 그 남자랑 연락을 한 모양인데
,
그 둘이서 대화한 내용이 가관입니다.


남자는 그냥 친구 대하듯이 편하게 이야기 하고
여친은 이거 해줄까, 저거 해줄까 하면서
애인모드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연애 초반에 하던 그런 달달한 말투...ㅋㅋㅋ
미치겠더라구요


아마 해외여행도 같이 갔던 것 같습니다...
그 남자 프로필 사진도 해외여행지에서 찍은 사진...ㄷㄷ


그리고 그 여행 가서는 저랑 연락도 잘 안 닿았었는데
SNS에는 실시간으로 사진도 올리고 했더군요


엄청난 배신감이 들었지만 지난 8일 토요일.. 제가
“너 사는 동네로 갈 테니 점심이나 같이 먹자” 해서
그렇게 서로 서운한 점, 오해한 점들을 털어놓다
목 끝까지 그 바람난 남자 이름을 말할 뻔했지만..


절친들이 “절대절대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미 헤어진 거나 다름 없는데 지금에 와서 말해봐야
뭐 달라지는 게 있냐
고... 해서 꾹... 참았습니다...


그날은 대화가 끝나고...
전 담담하게 잘 지내라라고 하고 돌아서는데
그녀가 펑펑 울더라구요...


정말 울고 싶고, 마음 아픈 사람은 저인데...


차라리 다른 남자한테 마음이 간 상태라면...
자기가 먼저 마음이 떠났으니 “그만하자.”
고 하면 됐을 텐데...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그렇게 우유부단한 성격도 아닌데도...
저한테는 착한 여자로 남고 싶었던 건지..


헤어지는데 좋게 헤어지는 거 없는데...
차라리 진실을 이야기 해주길 바랐는데...
그러면 서로 마무리 하는 게 좀 더 빨랐을 텐데..


그런 생각이 절 계속 괴롭히네요ㅠㅠ


아주 예전에,
전전여자친구가 바람이 나서 헤어졌다는 이야길 해주니
“나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던 그녀 표정이, 다짐이,
무색해지는 겨울의 문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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