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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어른 강아지 치과의사

2014.11.14 12:11
안녕하세요? 저는 내년이면 28이 되는 자매입니다. 엊그제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문득, 오래 전 했던 소개팅이 떠올라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제가 기온과 냄새 이런 걸로 상황을 기억하는 편이라.. 요즘 같은 날씨 변화에, 재작년 딱 요맘때쯤 했던 그 소개팅이 떠오르는 건 제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교 졸업반이던 어느 날,
동기인 한 친구가 소개팅을 제안했습니다.


때마침 저는 솔로이기도 했었고,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는 신념 아래
“콜!!”을 외쳤죠.


소개팅 당일 그를 만났습니다.
그의 키는 165cm로 추정, 손도 작고 발도 작은
전형적인 ‘아가 느낌’의 남자였습니다.

 

 

직업은 유명 대학병원 치과 의사라고 했습니다.


단도직입,
저는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친구들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그가 의사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변명 아닌 변명을 좀 해보자면
저희 아버지께서는 자수성가를 하셨습니다.


저와 터울이 좀 있는 친오빠도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때 좋은 대학을 들어가
좋은 직장을 얻는 데까지 성공을 했죠
.


집안 남자들이 죄다 이렇다 보니,
자라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남자는 인성이 바르고 성실하기만 하다면
현재 조건과 관계없이 대기만성할 수 있다’

는 생각이 내장?되게 됐습니다.


그러니 이런 말 좀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제겐 ‘치과의사? that's not a big deal~’이었습니다.
(태생적으로 건치기도 했고.................ㅎ 죄송;)


무튼, 그래서, 사회 일반적으로 일컫는
‘전형적인 남성다운 외모’를 지니지 않은
그에게 제가 호감을 느꼈던 이유는 무엇이냐?


이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가 제 첫사랑과 무척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


얼굴은 물론, 머리스타일 하며 옷 입는 스타일 하며
따뜻한 손 하며....
(제 치아 상태를 봐준다면서 잠깐 제 턱에
엄지를 갖다 대고 아랫니를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손이 어찌나 따뜻하던지...ㅠㅠ)


작은 키 따위?
신경 쓰이지도 않았습니다. 올~ 커버!


그랬기에.. 소개팅 분위기는 부농부농했죠.


당연히! 이는 애프터로 이어졌고,
일주일에 2번씩? 2~3달 정도 만나다 사귀게 됐습니다.


전 정말 그에게 푹! 빠졌었어요.

 

하루는 그가 자신이 키우는 개라며
말티즈 한 마리를 데리고 왔었는데


그 키도 작은 사람이
무지막지한!!!! 크기의 개를 안고 있던 모습
도 좋았습니다.


(분명히 말티즈라고 했는데 커도.. 너무 컸어요ㅜㅜ
믹스견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암튼 너무 커서 안지를 못 하니까
네 다리가 다 보이도록,
바닥에 서 있는 걸
그대로 들어올린 느낌?
으로 안고 있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디게 우스꽝스러운데
그 모습마저도 귀여워보이더라구요;;;;)


그런데 모든 커플들이 그렇듯이..
저희에게도 갈등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이 사람을 포함해 그의 친구들이
여자를 마치 액세서리 보듯 한다
고 느끼면서부터였죠.


직군도 직군이었고(직업에 대한 편견 죄송요..)
남자들만 그득그득하다보니 그런 것 같긴 했는데..


자기 동료의 여자친구 사진을 심심치 않게 보여주면서


“얘 예쁘지 않아? 피팅모델 한대”
“이 형은 1년 선밴데 여자친구 집에서 차를 해줬고
결혼하면 병원도 내줄 거래, 대박 부러움”


이런 식............


솔직히 남자가 저렇게 말하면 전 바보 같이


“응, 와! 정말 예쁘다! 와 대단하네.. 잘 사나봐~”


이런 리액션을 보일 수밖에 없었어요.
할 말이 달리 있나요..


그리고 저한테 직접적으로 “더 예뻐져라”든가
“경제적으로 도움을 좀 줘”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는,
‘뭐야, 해달라는 거야 뭐야, 여자 덕 보고 싶은가?’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넌 언제 결혼하고 싶어?
난 30 중반 정도에 하고 싶은데
여자가 하는 거에 따라 좀 앞당길 생각도 있어”


...................이런 말도 했었어요.


여기서 느낀 건,
‘난 똑똑하고 잘났으니 여자들이 못 데려가서 안달이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런 것들입니다.


전 그를 정말 좋아했지만,
저런 대화들이 반복되다 보니
자존심에 상처가 많이 났었습니다.


그리고 자존심이 무너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이 사람을 만나야 하느냐?
라는 질문 앞에서
‘no’라는 답이 나왔고, 저는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 동안 잘~ 연락 안 하고 잘~ 참았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제게 못되게 말하던
그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 겁니다
.


며칠 밤낮을 머리 싸매고 고민했습니다.
연락 할까, 말까, 할까, 말까........


온갖 친구들에게 전화해서는 상황 설명하고
조언 달라고 징징대고.. 매분매초가 그 사람이고..


그렇게 지내다
강의가 끝나고 동네까지 와서 개울을 따라 걷던 중,
‘할 때 하고 차일 때 차이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핸드폰 메모장에 구구절절~ 제 마음을 적었습니다.
복붙하려고요. 그리고는 어금니를 앙! 물고.......


[전송]을!! 눌렀습니다!!!!!!


20분 뒤.. 그의 답문이 왔죠.

 

 

 

 

 

 


[그래요, 무슨 일로?]


....................................가 그 내용이었습니다.


사귀면서는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존댓말.
그리고 엄청난 장문의 문자에 대한 답문으로서
‘무슨 일로?’는... 너무...........
날카롭고.. 뾰족했습니다.


그렇지만..
전 제 마음이 이미 너무 커져버린 상태에서
그에게 연락을 했었던 것이기 때문에 별 수 없이..
며칠 뒤 만나서 밥을 먹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여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통탄을 금치 못 하겠네요;)


그렇게, 몇 주 만에,
쌀국수집에서 마주한 저희 두 사람은
계속 만났던 커플처럼 무척 자연스러웠습니다.


저는 “생각나서 보자고 했던 것”이라며..
전형적인, 붙잡는 여자의 멘트를 어렵게 던지고 있었고
서로의 안부도 오고갔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는 잠시 카페로 옮겼는데,


뭔가 쇼부를 내러 온 제게 있어서는
그날의 분위기는 너무 편안하기 했고,
정말, 안부를 물으러 온 것 같았고,


이런 애매모호함은 그에게,
‘계속 이렇게 가끔 만나서 차 마시는 사이가 되자!’
는 메시지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던졌죠.


“우리, 다시는 안 되겠냐”고요..


그런데 그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
제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고야 말았습니다.


...

 

 

 

 

 

 

“나는 이미 마음을 다 정리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좀 당황스럽네...


오늘은 오랜만에 만나서 어떻게 지냈는지도 듣고
무척 재밌었고 반가웠고.. 뭐 그랬어.


그런데 남자는 있잖아..
여자랑 자면 잘수록 질려.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그런데 나와는 달리 네가 마음이 남아있으니
내가 싫어지는 걸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싶네.


스폰을 한 번 생각해봐.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

 

 

 

 

.........................


저는............ 
뭐라.. 아니,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도..
알 수 없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속앓이했던 순정이
그를 그리워하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모두 가 되어버리는 기분이 들었고


아.. 걸레 빤 물을 뒤집어쓴 기분도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스윽 일어나서
그대로 카페를 나왔습니다
.


제 이상한 행동에 살짝 놀란 듯이
그의 시선이 제게 고정된 것은 느꼈지만
절대 따라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전 그를 깨끗하게 단칼에 잊었습니다.


물론 남자로서 그를 잊었다는 것이지,
그가 제게 준 상처와 트라우마는 영원할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는 제가 의사라면 학을 뗍니다.


의사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고생을 많이 해서
뒤에 가서는 더럽게 놀며 그걸 푼다
는..
그런 소문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게 됐고요.


가끔 페북 알 수도 있는 사람 같은 곳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는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건강을 돌본다고 생각하면 치가 떨리네요
..


하지만 그 일 때문에 많이 큰 느낌입니다.
저렇게 아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 보는 눈을 길러야겠다’
생각도 동시에 하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날이 추워져서 문득! 생각났어요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전 괜찮아요^^(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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