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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토끼인형을 든 미군오빠

2014.11.18 15:15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른 살.......... 내년이면 서른하나^ㅠ가 되는 자매입니다. 제가 감친연의 소개팅담을 참 좋아하는데 많이 안 올라오는 것 같아 제 이야기를 한번 제보해볼까 합니다. 참으로 어렸을 적,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의 이야기이니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무려 4년 전....
참으로 맑고 깨끗하고 빛이 나던 시절.


(이건 자랑 맞는데,)
저는 부모님 덕에 나쁘지 않은 외모로 태어나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학교 홍보대사에 지원했었고 또 덜컥 합격이 됐습니다.


뭐.. 그렇게 아름다운 대학생활을 마쳤고,
어느 날 대학교 동문회에 나갔었는데
한 여자 선배가 다가오셨습니다.


대뜸 소개팅을 제의하시더군요.

 


그분은 정말 처음 뵙는 선배님이셨는데
선배님께서는 주변에 참 좋은 남자분들이 많다
한번 속는 셈 치고 나가보라 하셨어요.


제가 이걸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분은 저보다 20년 정도 선배셨기 때문에
마주 대하는 것 자체가 좀 어렵기도 했었고,


저렇게 어른께서 해주시는 건데 어련히 알아서
‘좋은 남자’ 골라주시겠거니 생각도 들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가을 날 강남 모 처에서
‘문제의 그’를 만나기로 합니다..!


대선배님이 해주시는 소개팅이니
사진도 요구하지 못 했고,
직업이 뭔지, 그 어떤 정보도 입수하지 못 했었죠..
(나이가 저보다 6살 정도 위였다는 것만 알았습니다.)


소개팅 당일.
저는 멍하니.. 건물 앞에 설치된 조각상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의 어깨를
‘톡톡’ 치기에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곳에는 양복은 아니었지만
단정하고 말쑥한 옷차림을 한,
건장한 남자가 서있었습니다.
키는 183cm 정도.


(저는 그분 사진을 구경도 못 해봤는데
그분은 제 얼굴을 까톡 프로필사진을 통해 보셨겠지요.
그치만 그분은 프사가 본인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잠깐 동안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나니
그 남자분이


“차를 세워둔 곳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자”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거 뭐... 이렇게 오래 걸어가나요.......
그날 안 그래도 엄청 높은 구두를 신었는데..
발이 문드러지려는 초기 증세가 보였지만
전 그래도 죽을힘을 다해 웃으며 차까지 걸었습니다.


그런데....


오호홋-?


제가 어릴 적부터 보통 여자아이들에 비해
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편인데
(외국 자동차 잡지도 몇 년째 정기구독하고 있습니다)


그의 차는
P사의, 최신, 정말정말 괜찮은 모델이었습니다!

사실 이 차를 보자마자,
‘내가 마음에 들어서 이거 보여주려 했나’
싶기도 했습니다. (도끼 맞네요..)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으면.. 그냥 그 주변에서
대충 차 마시고 헤어지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흠.. 그런데 이런 말 설득적이지 못 하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런 비싼 차를 가지고 있어서
그 남자가 더 좋아보였다기보다는,


저도 어린 아이였던지라,
‘차’라는 것을 무려 ‘소유’한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이런 것이 어른들의 세계인가’ 싶었을 뿐..
이었습니다.


그냥 그가 ‘차를 가지고 있어서’ 특별해보였던 거죠..


무튼, 그 굉장한 차를 타고 저희는
청담동의 엄청나게 좋은 레스토랑에 갔는데요,


무려.. 발렛파킹....
어떤 아저씨가 와서 차를 대신 주차해주셨습니다.
어찌나 으쓱하던지.. (제가 봐도 귀엽네요ㅠㅠ)


그러고서 들어선 레스토랑은
은은한 조명에 반짝이는 샹들리에,
으리으리하게 꾸며놓은 인테리어.........


마치 무슨 궁전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마치..
‘,000원’이라는 글씨가 적기 귀찮기라도 하다는 듯
만 원단위만 적혀져 있고.. 


그중에서도 그분은 엄청나게 비싼
2인 코스
를 주문해주시었습니다.........


사실 이때 살짝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20대 중반의 패기랄까요ㅋㅋㅋ
‘꿀릴 것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렇게까지 나의 부를 과시했는데
네 까짓 게 당당함과 자신감을 잃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드셨을까요? (아니겠죠..^^; 아니길...)


그때부터 노골적인 자랑질이 시작되었습니다ㅠㅠ


“우리 집은 한국에서 살 때도 형편이 꽤 넉넉했다.
그러다 내가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회계사가 되었다.
그런데 미군으로 몇 년간 복무를 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고 들어서 복무 중이며
현재는 한국 발령이 나서 이곳에 와있는 것이다.”


라고 하시며...
(이게 너무 오래된 이야기기도 하고,
제가 군대 쪽은 잘 몰라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25살짜리 여자애에게 자신과 살면 좋은 점들
설파하기 시작하시었습니다.


“미군은 한국 군인과 달리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미군과 결혼하면, 외국인학교 다니면 이런 혜택이 있다..


그리고 나는 모시고 살아야 하는 가족도 없어서
부담이 없는 편이고 나라에서 보조금도 나온다~”


...................-_-
전... 무슨...... 미국 국방부에서
모병 나온 줄 알았네요....


아, 그리고 본인의 미쿡!식 라이프스타일
애지간~히 어필하시더라고요..


“집에 엄청 비싼(구체적인 가격 명시) 홈시어터가 있는데
저녁에 이걸 보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는다.


아침엔 몇백만 원짜리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이 커피랑 어울리는 바게트가 있다


클래식 음악(구체적인 곡명 명시)을 들으면서
이 바게트빵을 한 입 베어물어야지만
‘아침이구나’ 생각이 든다”


는둥............... 아 색소폰도 있대요 ㅋㅋ


아.. 지금 잠시 서른 살 감성을 이입했더니
조금 비아냥거렸는데요^^;


당시에는 ‘약간 밉상이긴 하지만 흥미롭다’ 생각했어요.
지극히 평범했던 제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를 이해하려 애썼고
그날은 즐거웁게 대화를 마치고 헤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원래 오후 6시에 퇴근을 하기에
5시부터 명랑한 마음가짐으로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까톡!’
그에게서 까톡이 왔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회사 앞인데 잠깐 볼 수 있을까?]


라는 것입니다..


전... 좀 싫었습니다ㅠㅠ 불쾌했고요.


소개팅 당일
각자의 집이 어디인지, 회사는 어디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눈 건 사실이지만


‘제멋대로 찾아와서 불러내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어느 날은 제가 화장을 안 했을 수도 있고
어느 날은 입은 옷이 마음에 안 들 수 도 있는 거고
..
직장 동료들과 마주치는 게 불편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미...
여기까지 왔다는 사람 돌려보낼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무슨 ‘고백데이’였을 겁니다.
25살인 저도 모르는 그 기념일을 챙겨주시려 했나봐요


그래서 약속장소로 나갔는데 이게 웬 걸..
너무나도 해괴망측한 차림새의 남자
절 보고 해맑게 웃어보이고 있는 겁니다ㅠㅠ


숨고 싶었어요......


그날 그분은 넝마주이의 그것과 같은..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아이보리색 가디건을 입으셨는데
안에는 화이트 스웨터와 스키니진! 아디다ㅅ 운동화!!!


여기에 새카만 색상의 선글라스..!!!
머리는 뽀마드로 발라넘기셨더군요.......


허얼.........
하늘에서 웬 천사가 강림한 줄 알았습니다..


전 도망가고 싶은 것을 겨우 참으며..
화사한 빛을 뿜는 그 앞에 겨우.. 앉았습니다ㅠㅠ


그러자 그분께서


“비싼 거 사오면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작은 선물로 골라봤습니다...”


하면서 고급 초콜릿과...
귀여운..... 토끼인형을 주셨어요ㅠㅠ
(분홍색에 흰색 귀가 달린 귀여운 아이..^_^;;;;;;)


감사히...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결정적으로..
이분은 밀어내게 된 계기는 따로 있으니......


그거슨 지읒끼니진이었습니다ㅜㅜ


사실은 그날 회사 사람들과 마주치게 될까봐
너무 주의가 산만한 채로 커피를 마시다보니,


음료를 옷에다가 조금 흘렸는데
이걸 보자마자 그분이 벌떡! 일어서서
휴지를 가지러 가셨거든요..


그래서 정말 우연히!!
제 시선이 그분의 소중이에 닿게 되었.... 는데요..


얼마 전 유행했던 그 사진 있지요.
이른바 지읒끼니진이라고...


(회원님들의 안구건강을 위해
손수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출처 및 선명한 원본사진을 원하시는 분들은

위 사진을 눌러 확인하세요;)


전 며칠 전 페북에서 그 사진을 보자마자,
반자동적으로, 바로 이 천사 미군을 떠올렸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그분의 소중이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며
스키니진에 낑!겨있는 것을
저는 제 두 눈으로 보고야 말았기 때문이죠
ㅠㅠㅠㅠ
(오우 마이 아이즈ㅡ)


정말로 하더군요.......
사실 다른 바지를 입어도 충분히 돋보일 만한 크기였는데
그날은 특히나 밝은 색 바지를 입으셔서 더.. 그랬던 듯..
...........했습니다ㅠㅠ


사실 그때는 너무나 무섭고 징그러워서
이 사람에게서 도망치고 싶다!!! 는 생각만 했었는데


과년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날의 스키니진 초이스는
그의 자랑거리 어필 컬렉숀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든다는......-_- (많이 더럽혀졌네요 저도..)


무튼...
이러한 일을 겪고 저는.. 더는 그분을 만날 자신이 없어..
선배님께는 따로...


“정말 좋은 분인 건 알겠는데,
저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몇 가지 있어서
더 만나보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라고 연락드리고 일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불과 4년 전인데도
저도 참 어렸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해외 생활을 오래 하고 온 사람인 것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자기표현 방식이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니었으며


회사에 찾아온 당일의 패션테러도,
만나면서 찬찬히 고쳐나가면 될 것이었는데..


‘차’가 있는 건 신기하고 좋았으면서
패션테러와 소중이의 돌출을 감당할 만큼
성숙하지는 못 했었나봅니다
~


시간이 많이 흐른 요즘에도,
의도치 않게 그분께 상처를 드린 것 같은 마음에
문득문득 멋쩍은 웃음이 나곤 합니다.


잘 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지읒끼니 군인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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