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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너 or 너 같은 사람

2014.11.20 13:04
안녕하세요? 지나간 사랑 때문에 밑도 끝도 없는 수렁에 빠진 듯한 기분을 겪고 있는 스물일곱 먹은 여자애입니다^_^ 이 이야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막 사회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스물다섯 살 시절의 일입니다.

 

 

때는 아버지가 큰 수술을 앞두고 있어 
마음에 비바람이 몰아치듯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


몸과 마음이 힘들었었지만
그 속에서도 전 사랑을 했었나봅니다.


대외활동에서 만난 아이가 제 마음에 들어왔어요.
그 친구는 신체가 커~다랗고, 얼굴을 베이비이며, 
마음씨는 한없이 착한 천사 같은 아이였습니다.


이때 저는 걔를 ‘천사ㅇㅇ(이름)’로 불렀으며, 
사귀기도 전에 “나랑 결혼할래?" 등의 
돌직구 발언을 마구 날리곤 했습니다;
 

밀당 따위는 밥 말아먹었다는 듯,
‘나 너 좋아한다’는 뜻을 팍팍 어필하여
그 아이도 절 좋아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죠.


그렇게 저희는 썸을 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방울토마토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하니까
그 친구는 토마토만 봤다 하면 사진을 찍어 보냈고


지나가면서 필라델피아 치즈크림이 좋다고 했었는데
그걸 기억해서 큰 마트에 가서 맛별로 선물해주는 등, 


‘사귀자‘라는 말은 안 했지만
저희는 서로 두 달 넘게 애인인 척을 했습니다. 
(이제 생각하면 ‘연인 놀이’를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막 잠에 든 저는 새벽에 걸려온 불길한 전화에 깨서
옷도 거꾸로 입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버지가 위독해지셨다고 했어요.


눈물바람으로 병원으로 달려가
아버지가 수술실에 들어가시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수술을 끝마치고 나오시고
중환자실로 온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사망하셨습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시간이었죠..


장례식장이 정해졌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저를 걱정하고 있을 그 아이가 생각나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자세하게 설명할 용기가 안 나
[00병원 장례식장]이라는 메시지만 보냈고,


아무런 설명 없이 2~3일간 연락이 되지 않던
저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그 아이는...


고려대에서 분당까지, 그 새벽에,
택시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3일 동안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제 곁을 지켰습니다
.


장례식장은 어린 시절 친구들, 대학교 동기들,
회사 사람들, 친척들로 붐볐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 친구는
“(제) 남자친구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고,


제 옛남자친구가 왔을 땐
눈치껏 살짝 자리를 피해주기도 했으며,
저희 어머니를 위로해드렸고,


저희 고모에게는
자신이 매우 듬직한 남자이니 마음 놓으시라는
뜻을 마구 어필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다음날 밤 장례식장과 멀리 떨어진
한 벤치에서 첫키스를 하게 됐습니다.


그날이 공식으로 사귀게 된 날인 것 같네요.


후..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처리해야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습니다. 


대출금, 집 명의 문제, 산재처리, 보험, 등등..


그런데 저희 집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더 그 아이에게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제 막 제 남자친구가 된 그에게
끝없는 자신감 상실을 보여줬으며
...


심난하고 울적한 제 감정상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게 됐습니다
.


당시의 전 연애가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땐 밀당, 스스로를 포장하는 법을 몰랐기도 했고요..


또,
그전 다른 연애와 다르게,
저는 그와 싸우고 연락이 안 되는 시간을 못 견뎌냈고


두 시간 거리에 사는 그 아이가
저를 보러와 주길 바랐습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제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던
영향이 상당했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그러던 도중 그 아이는 방학을 맞아
유럽 배낭여행을 갔어요.. 한 달 넘게 말입니다.


그 친구는 너무나도 고맙게.. 한국을 떠나기 전,
하루에 하나씩 읽으라고 수많은 손편지를 주고 갔고,


저희 어머니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이런 아이가 내 딸을 좋다고 하느냐”고ㅋㅋ
신기해하셨고


먼 데 간다고 그간의 고마움을 담아 용돈도 주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그 아이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셔서
몇 번 따로 불러 밥도 해 먹이셨어요.

 

 

 

 

 

 

 

 


그리고,
저흰 헤어졌습니다


................................................
헤어졌던 날은 이상하리만치 평소와 같았습니다.


그는 “밥은 먹었냐” 묻더군요.


“김치찌개랑 해서 먹었다”고 했더니,
“김치찌개에 고기는 들어있었냐”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늘상 나누던 대화를 마지막으로..
저희는 Bye bye했어요. 


저는요,
그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 싫었습니다.


그 아이는 너무 잦은 해외 봉사활동, 7개의 대외활동,
복수전공도 해야 하고, 장학금은 꼭 받아야 하고,
뭐든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려 했어요.


수더분한 성격 뒤에 엄청난 욕심이 숨겨진 아이였죠.


그는 아마 제가 너무 집착하는 게 싫었을 겁니다.
해야 하는 것도 많고, 이루어야할 꿈도 확실한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의 여자친구는 부담스러웠겠죠.
밝고 명랑한 환경에 있는 게 아니니..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이렇듯...
저는 머리로는, 적어도 머리로는
그가 절 떠난 이유를 알고는 있었는데..


한동안은 ‘내가 정신병자인가..’싶을 정도로ㅋㅋ
금단현상이 심하더군요.


그리고 안정을 찾은 지는 1년 정도 됐습니다.
헤어진 지는 1년 반이 됐겠군요.

그런데 문제가.. 
이제는 누구를 만나든 그 아이가 기준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다는 것...


소개팅은 이따금씩 하는데,,
애초에 그 아이 같지 않으면 밀어내버립니다.


1. 어떤 남자는 자기 신붓감 면접 치르는 것 같아
순수했던.. 그때의 연애감정이 들지 않아 싫었고


2. 어떤 남자는 아무리 감추려 해도
만나는 여자 되게 많은 게 확! 느껴져서
저만 바라보던 그 아이와 비교되어 싫었고...


3. 어떤 남자는 이런저런 상황적 질문들을 던져
저를 테스트하려 하기에 이유 없이 절 좋아해주던
그 아이가 다시 떠올라 싫어졌고..

(이런 경우엔 밥값 내고 와버렸네요)


4. 되게 다리 짧은 남자....도 있었고..


휴...
제가 그에게 최선을 다했다면
이정도로 그가 그립진 않을 텐데..


바보 같은 저는 상처받을까봐
전속력으로 돌진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때의 기억과 정서가 뇌리에 깊숙이 박혀
다른 사랑은 못 하고 있습니다
.


짧은 연애라 더 잊히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잊히지 않을 수도 있고요..


친구들은 “남자는 남자로 잊는 거다” 위로해주지만,


이게 다른 남자를 찾는 건지,
그 애 같은 사람을 찾는 건지 구분이 안 됩니다..

 

오히려 다른 남자 생각은 전혀 안 들고
술만 마시면 그 아이가 생각나서 미추어버릴 지경이고요
..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이렇게.. 단 한 사람을 기준으로 두고
다가오는 사람 다 밀쳐냈다가도


결국 좋은 인연을 만나 잘 사시는 분이
만약, 감친연에 계시다면
이야기도 좀 듣고
, 위로도 받고 싶다는 겁니다..


저, 다시 사랑할 수 있겠죠..?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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