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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나를 찾아줘

2014.11.24 12:15
안녕하세요 감친연에서 사연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가끔 욕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받기도 하는 소심한 팬이에요. 저는 정말 수개월을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내 이야기를 올려볼까..’ 생각해오던 27살 여자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가 점점 결단력을 잃고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평소 주변에 조언을 해주기만 하던 제가 이번엔 감친연분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 이렇게 제보를 합니다.

 

 

저는 33살의 남자친구와
2년반을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
처음 만나게 된 장소는 술집이었어요.


그날 저는 새벽까지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고
그 사람은 다른 테이블에서 동창들과 자리하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술을 다 마시고 나가려고 하니까
이 사람이 번호를 물어보더라구요
“다음에 다시 보고 싶다”고..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에
저희 관계가 진전된 것을 설명하려면
성격이 어떤지가 중요한 것 같아 짚고 가겠습니다.


저는 친구들 사이에선 왕언니, 쿨ㅇㅇ(제 이름),
친구의 남자친구들에게는 처형이라고..
불리는 타입의 여자입니다..;


그 이유는요, 제가 평소 워낙 무표정인 데다가


말하는 것도 직설적이라서
또래 친구들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제 조언을 들으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위로해주는 사람들 틈에 저 같은 친구들이
독하게 최악의 경우를 집어내주면
정신 차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제 주위엔
30대 초중반 언니들이 친하게 다가오고
친구도 여자친구들만 있는 편입니다
.

그리고 이제 제 남자관계를 이야기하자면..


20대 초반에 끝난 연애가 정말 폭삭! 망했었어요.


어린 나이에 준비 없이 경험했던 사랑에
몸과 마음에 상처가 많이 남았습니다
.


그래서 그 후 5년을..
그 좋은 20대 초반을 차가운 얼굴로 지냈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제가 남자를 기피했었던 것 같아요.
그 5년 동안은 남자를 단 한 명도 사귀지 않았죠.


남자가 다가오면 나이, 학벌, 직업, 키를 핑계로
철벽을 치기 바빴습니다.
(정말 저 조건들이 중요했던 게 아니라
그냥 남자랑 연락하는 게 불편하고 싫어서요..)


그밖에 친구들이 남자친구 친구들을 불러내든지
친구들 등쌀에 헌팅을 해서 남자가 있는 자리에선
웃음도 말도 단절되어....


남자들이 ‘쟤 왜 저래’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할 정도..


그런데 이 사람이 모든 걸 바꿔주었어요.


늘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고
남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고
제 인생 살기만 바쁘고 일벌레 같던 저를
.....


끈기 있게, 담배를 끊게 도와줬고
술은 늘 옆에서 기분 좋게 마셔주고
일이 끝나기를 웃으면서 기다려줬습니다
...


그런데 저도 양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인지라,
그를 떠나려고 했었어요.


제 지난 아픈 과거를 얘기하면서,
“내가 이런 여자라고..” 울면서 고해성사를 했습니다.


이 남자는.. 저와는 다른, 빛을 품은 존재거든요..
명문대학의 좋은 과를 나와 직업도 괜찮았고
너무 착했고, 키도 크고 선한 인상을 가진,
저와는 다른 세계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와는 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는 절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충격적이었을 제 과거를 듣고
그 남자는 너무 생각 밖의 반응을 보여줬어요.


저를 너무 사랑스럽게, 그리고 안쓰럽게 안아주면서


“그때 네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너 혼자 몇 년 동안 그걸 가슴에 묻고 얼마나 힘들었니.


오빠가 꼭 그 상처 잊게 해줄게.
오늘 이후로 그 상처는 나랑 너랑 여기서 묻어버리자”


면서 같이 울어줬습니다...
정말 저 말의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비록 종교는 없지만)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서 구원받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싶게..


그날 후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항상 웃음이 만면에 가득하게 됐고
‘오늘은 오빠를 위해 무슨 도시락을 쌀까..’ 행복했어요.


오빠도 저를 만난 지 두 달여 만에
부모님께 저를 소개해드렸고


“내가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 하려고 했는데..
너를 만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어
만약 결혼 한다면 너랑 할 것만 같다”


고 말해줬습니다.
이 말에 가슴이 설렜고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러다.. 1년 뒤
양가 부모님들 허락 하에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모두 오빠를 사위라고 부르고
결혼을 서두르시고 그랬거든요.. 정말 좋았어요..


서론이 기네요; 이제 본론인데요......


그렇게 행복하기만 하던 어느 날..
오빠가 저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연락이 왔습니다.

 

 

 

 

 

 

 

 

애기를 낳아 키우는 중이라구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저도 오빠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제가 먼저 손을 내밀었어요.


“지금 오빠 마음은 어떠냐..
애기 엄마랑 애기를 책임지고 싶냐”


구요.. 오빠는


“그럴 마음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여자와 통화를 했어요.


“왜 미리미리 아이를 가진 것도 얘기 안 하고
아이가 두 살이 되고 나서야 연락을 했는지..


이유가 뭔지, 혹시 마음이 바뀌어서
오빠랑 다시 잘해보고 싶은 건지..”


그랬더니 아니래요, 양육비만 달래요..
아니면 데려가서 키우든지 하라고 하더군요..


나이가 어린 저는 저대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 당시 저는
오빠가 제일 피해자이고 제일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독이고 달래서.. 정신 차리게 하고
“양육비 주면 되지~”하며 겨우 고비를 넘겼는데
...............변하더라구요...


저도, 오빠도요..


저는 전여자친구 사건 이후
계속 남자친구 폰을 확인해서
그 여자랑 연락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구요

(그 여자가 그 후로도 종종 연락을 했더라구요..
양육 관련해서 할 말이 있겠지만....
의심이 끊이지 않았어요..)


저도 의심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달게 되고
남자친구는 더 지겨워하며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오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오빠가 오랜 친구들을 매주.. 만나기 시작했고
이번 주는 친구들, 다음 주는 가족들....


처음엔 그런 것도 좋아 보이더니..
점점 지치더라구요..


남자친구도 점점 잔소리하는 저를 싫어하구요..


그리고 싸움이 잦아졌습니다.


예전에 쿨ㅇㅇ이라고 불리던,
제 생활에 자신감을 보이던 모습은 이제 전혀 없어요..
이제는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제 모습을 찾고 싶은데..


지금의 모습은..
제가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거 같습니다.
우울증 정신과 치료도 받았고..


지금은 제가
서로 따로 살아보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해서..
그러고 있긴 하지만..


다시 만난다 해도
처음의 모습은 되돌리기 힘들어 보이는 정도입니다..


주위에선 다들 이미 오빠를 싫어하고,
어서 헤어지라고 하지만.. 그리고 저도 알지만,


이 남자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지금 이 사람이 정말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이
..
절 헷갈리게 합니다.


자기도 어려운 상황이 짜증이 나서..
그 짜증을 부릴 곳이 저뿐이라.. 이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너무나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잖아요.
저도 그때 모습은 엉망이었는데..


그 당시에 그 사람이 제 곁에 있어줬었고
그게 저를 구원해줬었잖아요
.


저도 오빠가 이 시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면
저희 관계가 더욱 더 굳건해지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이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인가 싶기도 하고..
복잡하네요....


제가 이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또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질 것만 같은데
..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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