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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진격의 첫사랑 그녀

2014.11.26 17:18

사연 담당자의 비루한 변 ※

안녕하십니까 감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의 사연 담당자 인사 올립니다. 처음으로 제 소개를 드린 이후 처음으로 독자분들과 소통하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자주 말씀을 나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부족한 점이 많아 항상 주저되고.. 그렇게 쭈글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1인입니다...(쩝)

그런데도 이렇게 여러분을 찾아뵙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최근 있었던 몇 차례의 '자작 논란'에 관해서 말씀 올릴 것이 있어서입니다. [황망한이야기] 그 남자 어머니의 속사정(1), (2)완결의 제보자매님의 직업이 글 초반에서는 '교사'라고 했었는데 후반에 가서는 '회사'에 출근을 하는 '참사'가 일어났고, [황망한이야기] 소개팅에서 홍길동 만난 썰에서는 나이 계산이 맞지 않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띠몬', '꾸빵'의 등장... 으로 인하여 혼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사과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위 두 사연을 포함한 모든 사연은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황망한이야기] 소개팅에서 홍길동 만난 썰은 제 지인의 이야기ㅠㅠ) 그런데, 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느냐? 모두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제가 제보님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시대와 나이를 바꾸어 편집하고는 하는데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 이 사달이 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수학도 아닌, '산수'에 취약함을 보였던 제가, 게시 직전까지 사연을 꼼꼼히 살피지도 않은 탓이었습니다.

이에, 사연을 읽으시는 독자님들은 불쾌하셨을 테고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싶으셨던 제보님들은 당혹스러우셨을 겁니다. 이 점에 너무나도 창피하고 자괴감이 들어 지난 밤 잠을 이루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것을 약속드리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격려, 따끔한 충고 모두 하나하나 읽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너무 많은 지면을 제 변명에 사용한 것 또한 사죄드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8살의 늦깎이 남자 대학생입니다. 재수, 휴학, 군대가 이룩한 빛나는 산물이랄까.. 취업난에 막 입문한 흔남 오브 흔남이랄까... 뭐 그런 사람입니다. 가끔 감친연을 들르는데 딱히 연애담이라기는 뭣하지만 지난 학기에 겪은 좀 충격적인 ‘대쉬담’이 생각나 한번 끄적여보았습니다. 글 솜씨는 없지만 읽어보시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조언 있으시면 감사히 겸허한 마음으로 들으려 합니다.

 

 

저는 대학교에 입학한 이래 수년 동안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정말 침대와 책상, 장롱만 겨우 들어가는
고시텔 느낌인데 고시텔은 아닌,
고시텔 같은 너.........;;
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입니다.


무튼, 지난 학기 초였습니다.
제가 주말 아침에 산책을 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평소 못 보던 여자가 저희 옆집으로 슥 들어갔습니다.


제가 이곳에서만 몇 년 동안 대학 생활을 했는데
그동안 보지 못 했던 여성이 새로 등장을 한 겁니다.


그 여자는,
소매치기들이 쓰는 모자를 정말 깊이 눌러썼고
엉덩이에 영어가 쓰인, 딱 붙는 추리닝을 입었습니다
(영어는 PINK로 추정)


그랬으니 당연히 얼굴은 보지 못 했는데
턱선이며 몸매며 훈훈한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평소
주변으로부터 “초식남”이라는 소리를 듣는 편인데
저도 남자는 남자니까요.. 정확하게 입력했습니다.


[옆집에 괜찮은 생명체가 살기 시작했다]


고요.


하지만 곧 잊어버렸죠;
그렇게 한... 열흘이나 지났을까요?


아침 교양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갔습니다.
복학생 남자가, 타학과 학생들 바글거리는
대규모 교양 수업에 갔으니.. 외로이...
아는 얼굴을 찾아 눈알을 굴리고 있었죠.


그런데 이게 웬 걸.
아는 얼굴이다뿐이겠습니까.
꿈에서나 보던 그 얼굴을 이곳에서 마주치다니요.


다름 아닌 중학교 시절 제 첫사랑
홀로 앉아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ㅇㅇ이(A) 아니냐”


화들짝 놀라서 저를 올려다보는 A는 여전했습니다.
얄상한 얼굴형에 동그란 눈을 하고 있었어요.
저희 두 사람은 크게 웃어제끼며 인사를 했고
“잘 지내냐”는 인사에 A는


“잘 지냈지~ 난 미국에서 고등학교랑 대학교 갔고
지금은 여기로 교환학생 와있어 이 주변에 살아”


라고 일러줬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는 제가 “정확히 어디냐”
물으니 어이쿠야. 저희 옆집이더군요..! 그래서


“얼마 전 아침에 혹시
모자 쓰고 추리닝 입고 외출하지 않았냐”


했더니 “잘은 기억 안 나지만 그 모자 있긴 하다”


하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추리닝녀는 A가 맞았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물개박수를 치며 극적인 상봉을 했죠.


그 이후 공강 시간에 밥도 같이 먹었고
재밌는 영화가 개봉하면 같이 보러 다니고..
술도 한 잔 하면서 회포를 풀었습니다.


“예전에 내가 너 좋아했던 거 아냐”부터 시작해
전에 만났던 이성 이야기도 늘어놓았습니다.


연락은...
이틀에 한 번 하면 오래 안 한 것 같을 정도였습니다.
서로 재밌는 짤을 주고받았고 일상을 공유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비난은 달게 받겠습니다)
제가 이 과정에서 느꼈던 것은


‘중학생 시절 내가 A를 좋아했던 게 참..
A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어린 나이였음에도 잘 캐치했던 거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좋은 아이라는 걸 느끼긴 느꼈었는데
저도 어리고 했으니..


이게 친구로서 좋은 건지, 이성으로서 좋은 건지
헷갈린 채로, 오랜 시간을
‘A는 내 첫사랑’이라
생각하며 살아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죠.


그런데 A는 저희 사이가 썸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변명을 좀 하자면 이걸 느낀 순간부터
연락을 좀 덜 하려고 노력했고 덜 친절하게 했어요
.


하지만 A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하는 날이면
저와 멀리 떨어져 앉아있다가도,
친구들이 화장실 가거나 할 때를 틈 타
제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든가,


저를 집으로 불러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한다든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물론 거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여느 공대생과 같이
정기 퀴즈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대라 2~3주에 한 번씩은 꼭 퀴즈를 봅니다)


유독 그 다음날 시험 범위를 많이 공부하지 못해서
마음이 많이 조급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은 해 없는 12시 반.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까톡이 왔습니다.


[어디니]


A였습니다.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죠.


그랬더니.. 5분이나 지났을까요....?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
A가 술 냄새를 풍기며 집으로 쳐들어왔습니다;
(술에 취하긴 했는데 꽐라는 아니었습니다)


A는 “갑자기 무슨 일이냐” 묻는 저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남자다보니
억지스러운 행동에도 떼어놓기는 쉬웠지만..;


저는 “왜 이러냐”면서 A를 밀쳐냈고
조금 를 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고 A가 했던 말이 정말..
28년 인생 살면서 들은 말 중 가장 충격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나와 자지 않으면
난 다신 너 얼굴 안 볼 거야. 진짜야.”


라더군요.

 

.

 

.

 


너무 놀란 저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요.
네, 전 거절했습니다.


이 이야길 들으면 몇몇 남자인 친구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미친 ㄱㅈㅅㄲ라고 욕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멀쩡히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그걸’ 하자니요.........


정말 술버릇 한 번 고약하다 생각했습니다.
저란 사람 자체도 초식남 스타일이기도 하고..
변명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저는 A에게


“정말 너무 미안하지만,
난 너와 그런 관계로 발전할 생각이 없고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하다. 돌아가달라”


했습니다.
A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고
겨우 달래서 집으로 돌려보냈네요
..


저는 그날 공부할 시간을 모두 날렸고
예상대로 퀴즈는 죽을 쑤었습니다
.

퀭한 눈으로 캠퍼스를 거니는데
진짜 입에서 씁쓸한 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집에 들어가는 길에
A를 마주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고,
다시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도 몇 달간은
학교 주변 어디를 가나 A가 있나 살피게 됐고
행동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이게.. 4~5월에 걸쳐서 일어난 일인데,
이상한 것이, 여름방학이 다가오도록
A를 그 어디서도 볼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


그래서 제가 여자친구들에게 수소문을 해보니


“원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1년 동안 잡혀있었는데
집안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고 일찍 돌아갔다”


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렇게 A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물론 진짜 집에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A는 굉장히 큰 상처를 받았겠지요..


그 후로 저는 저대로
여자인 친구들 대하는 데 좀 조심스러워졌고요
.


비록 이 친구는 중학교 시절 동창이긴 했지만
성인이 돼서 만나는 이성친구는
100% 친구-친구가 되기 어렵다
는 걸
새삼 느꼈던 사건이었습니다.


앞서 부탁드렸듯이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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