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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비밀연애 - Don't touch me -

2014.12.4 12:51
안녕하세요. 곧 29살인 처자예요. 저는 2년 전 만났던 구남친에 대한 썰을 풀고 싶어서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구남친과는 하도 여러 가지 일이 많아서.. 그리고 그 어떤 에피소드도 빼놓기가 아까워서 시간순서대로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릴 테니... 편안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년 전 2012년 12월.
전문자격증에 올인하며 공부하던 시절이었지요.


2번의 낙방 끝에 3수를 시작하는 시기였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프던 5살 연하의 남친에게
차이다시피 헤어진 후 멘탈이 바닥난 상태
..


물론 제 스스로도
시험을 노닥노닥~ 연애하면서 준비했으니
당연히 떨어질 것을 예상했었지만..!
............이러다가는 사람, 죽겠더군요.


집 근처 대학교 열람실에서 공부하면서,
매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우울의 바닥을 찍느니
누구랑 같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생활스터디란 것을 찾아 가입했습니다.


(생활스터디는 스터디원들끼리 함께 생활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서로 도와주고
해이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모임입니다.)

 

이 곳에서 동수(가명)를 만났어요.


동수는 중키 이상에, 깡마른 몸을 가진,
눈웃음이 예쁜 아이였어요.


27살에 생물학과 3학년이며,
MEET(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런 건 기본 프로필이고..
그 아이의 첫 인상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동수는............

 

 

완전 비호감이였어요ㅠㅠ


생활스터디원들이 처음으로 모두 모여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졸업한 특목대를 공들여서 설명했더니


“그렇게 길게 말해도 몰라~”


라고 제 말을 끊어서..................
제 자존심에 똥을 주었지요......ㅂㄷㅂㄷ
흑흑(인지도가 낮긴 합니다ㅜㅜ)


하지만 알고 보니 의외로 다정한 구석도 있었고,
두 달 동안 매일 식사와 퇴근을 같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동수는 훈남 언저리도 아니었지만...
(동수야 미안 ㅠㅜ)


동수는 매너와 센스 갖추었었기 때문에
스터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내게만 똥을 준 것이었니...)


하지만 어쩌다 보니 동수는
저랑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많았었고,
얼핏얼핏 부농부농한 기류가 흐르면서, 
당일치기로 단둘이 부산에 놀러 가게 되었어요.


그날 동수와 저는 부산 차이나타운에 가서
영화 ‘올드보이’에 나오는 만두집에 갔다가,
씨앗호떡을 먹고 난 후, 깡통시장을 가기 전,


카페에 들러서 부농부농하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갑자기 동수 할아버지께서 위독하다는 전화가 와서
그 아이는 집으로 급히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


일이 민망하게 됐지만 이렇게 해서
‘오늘쯤 고백을 하겠구나~’ 싶었던 것이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버렸어요.
(참, 할아버지는 다행히 쾌차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동수는 더 이상 제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집안 사정이 급해서 달려간 것은 백번 이해하지만
그래도 저희는 단둘이 부산여행을 가던 사이인데요
부농하던 것이 이렇게 물거품이 돼버리다니..


속을 끓이던 저는...
동수에게 먼저 고백을 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동수도 그동안 느꼈던 것을 얘기해주더군요.


“부산에서 우리 관계에 대해 말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버려서 시기를 놓쳤다.


그리고 어차피 피차 공부해야하는 처지니..
사실은 나는 너를 여자로 볼 마음을 접었었다.
하지만 용기 내주어 고맙다”


고 했어요.
그리고 이어서 동수는 개처럼 짓기 시작했죠.


“이렇게 네가 용기를 내주니까 말인데..
나도 너무 쉽게 포기했었나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 앞으로는 연애하는 걸 숨기고 만나자.
나 친한 동생들이 많은데 걔네 속이면 재밌을 거야


길에서 아는 척도 하지 말고,
손도 잡고 다니지 말자, 돈 터치 미!! 어때?”


저는 좀 이상하고 섭섭했지만 “알았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돈 터치 미”는 정말 섭섭하더군요.


동수는 참 뭣도 없는 몸매인데
만지지 말라니까 괜히 엄청 만지고 싶어지는...
무슨 마법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둘의 비밀연애는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별 건 없었어요.
학부생인 동수는 학교공부와 MEET공부를 병행했고,
저는 새로운 생활스터디에 들어가게 되어서
빡세게 공부를 시작했죠.


그리고 저희는 비밀연애답게
길에서 봐도 눈인사만 했고
,
학교식당에서 지나가다 만나도 눈인사만 했고,


둘이 밥먹으러 갈 때도 비밀연애니까 떨어져서 걷고,
둘 다 공부해야 하니까 전화 통화나 문자는 없고,
하루에 한 번 밥을 먹거나 산책을 했어요.


한편 동수는 ‘동자’라는 애칭을 가진
여학생과 단짝 친구였는데,
걔랑 늘 밥 먹고 수업 다니고 했어요.
(저와 해야 할 일들은 동자랑 하고 다녔네요..)


저는 길에서 종종 둘이 있는 모습을 봤지만
인사할 수 없었어요. 
우리는 비밀연애 중이니깐요.

그 바쁜 와중에 또
전 목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을 했고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어요
.


주말이라 부산 본가에 가있던 동수가
제가 입원하기 전에 한 번은 보러 와주리라
믿었지만 오지 않았고요
.


동수는 그날 태풍이 불어서 
밖에 나오기가 싫다
고 했습니다.

 

다들 욕하시겠지만.. 그래도...
전 동수가 좋았어요.


동수는 예쁜 신발을 좋아하고,
깔끔하고 센스 있게 옷을 입었고,
얼굴이 희고 웃는 게 예뻤으니까요.


그냥 그때는 걔가 하는 모든 게
좋고 멋있어 보였어요
.


옷차림, 듣는 음악, 말투, 표정 모두 모두요.


떨려서 얼굴도 잘 못 봤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체육대회가 있어서
동수가 농구시합에 나가게 되었어요
.


오로지 남친을 보기 위해 저도 응원을 갔지요.


그런데 동수의 과에는 제가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그들은 예전에 미팅을 했을 때 만난 무리였는데
제가 그 당시 미팅 때 5명중 3명에게 대시를 받고
1명과는 살짝 만나다가 잘 안됐었어요.


그런데 그 날 그 5명 전원이 그 곳에 와있더군요;
그래서 그들과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맨처음에는 조용히 보기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여기 왔다간다는 건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


그래서 농구 게임 전반전 후 작전회의도 끝내고
혼자 쉬고 있는 시간에
손수건을 들고 동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는데,


동수가 절 보더니 모른 척하고 가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미팅남 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친에게.............. 까였어용.


정말요.


정말 멀뚱-하니 보고는 가버렸어요. 


그쵸.. 우리는 비밀연애니까요....


그래도 농구 게임이 끝나고 모두가 가고 나니
저에게 와서 말을 걸었던 건 기억이 나네요.


그 외에 또 섭섭했던 것들을 말씀드리자면,
100일엔 약속시간에 걔가 잠들어버려서
같이 못 보냈구요
, 선물은 없었어요.


제 생일은 챙겨줄 시간이 없다며
아무것도
, 편지 한 장도 못 받았어요.
자기가 번 돈으로 떳떳하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본인은 새 신발 사고,
캐나다구스 점퍼 알아보던 모습이 참...
야속했네요 ㅜㅠ


저는 동수 생일에도 밥이며 선물이며
바리바리 신나서 준비했었고,
100일 때도 동수가 받고 싶어 하던 옷을 선물했는데,
전 뭐 받은 기억이 없어요..

 

아! 첫키스도 86일쯤에 한  것 같아요.
문자해도 답장 없는 게 일상
이틀씩 잠수 탄 날도 있네요.


제가 동수를 보고 싶어 하면
“너 공부해야 하니깐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수험생들은 이 말 알 거예요. 얼마나 서러운지..


그렇게 처참한 비밀연애를 이어가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동수는
본격 MEET공부를 위해 서울로 떠났고,
저도 공부하느라 핸드폰을 정지시켰어요.


저희는 가끔 메일로 안부를 물어봤고
수험생활의 동지가 되어 으쌰으쌰 했고
,
함께 할 날을 기다리며 열공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시험에 1차만 합격한 유예자 신분이 되었어요.
완전한 합격이 아니었기에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여유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그래서 동수는 크리스마스를
같이 MEET 공부하고, 밥을 같이 먹는
예쁘장한 한의사 단짝 누나와 보내게 됩니다
..(?)


.........................읭?
전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따져물었죠.


그랬더니 하는 말이
“난 그런 게 데이트인 줄 몰랐고,
꿀릴 것 없고 떳떳하니까 말하는 거”
래요.


소소하게 하는 가정식 파티에 파트너가 되어
시간을 같이 보냈더라구요.


물론 저에게 미리 말해서 허락을 받는다거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났고,
2013년에는 제가 2차 시험 준비를
서울에 있는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연애를 이어갔죠.


자주 보진 못 했지만
동수도 서울 생활과 수험 생활에 힘들었는지,
전에 없이 선물도 사주고, 뽀뽀도 해주고,
길에서 손도 잡아줬어요 흐어엉ㅜㅜ


동수는 이 시기에 저한테 정말 전에 없이!
잘해줬던 것 같네요....


합격선물이라며 미샤에서 립스틱도 주고요.

그런데 저는 이미 마음이 많이 식어 있었고,
또 믿음이나 신뢰가 전혀 없었어요...
당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그 해 2차 시험에 제가 합격 할쯤에는
동수는 우정, 수험생활의 동지로 인식되었어요.


딱히 바라는 것도 없었고,
동수가 의전원에 합격하면
당연히 전 팽당할 거라고 여기고 있었어요
.


그러다 13년 12월에 전문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후
저는 혼자 갔던 제주도 여행에서 한 남자를 만났고, 
그 사람과 계속 만나고 싶어서
서울에 가서 동수를 만난 후 “헤어지고 싶다”
고 말했어요


무척 미안해서 말하면서 많이 울었지만,
수험생인 그를 힘들게 하는 게 미안했지, 
연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은 없었어요.


동수는 의외로.. 많이 울면서, 저를 붙잡았지만
저는 동수에게 더 해주고 싶은 것도,
받고 싶은 것도 없어서 매몰차게 헤어졌어요.


그때 동수가 저한테 한 마디 했네요.


“이렇게 헤어질 거면서 나한테 선물 받았던 거니?”


라고요.. 저는 담시 얼이 빠졌었습니다.
동수가 해준 선물이 도무지 기억이 안 나서요,
그래서 “선물? 무슨 선물?” 이랬더니

 

 

 

 

립스틱


이러는 겁니다.
와.. 제가 그에게 보냈던 수많은 선물은 다 잊은 채
어떻게 자기가 준 미샤 립스틱 하나만 기억한답니까!!

 

다른 건 제가 다 참지만
이 부분은 정말 치사한 것 같아요 ㅠㅜ


데이트는 항상 더치로 했고,
뭐 사달란 말도 안 해봤는데 억울합니다ㅠㅜ
(미샤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오해금지)


후.. 흥분을 가라앉히고ㅋㅋ
저의 근황을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제주도에서 만난 분 말고 다른 분 만나면서
다른 자격증 공부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2년을 탈탈 털리듯 연애 하고 나니까
현남자친구가 저한테 선물을 하거나 밥을 사주고,
하루에 몇 번씩 까톡을 보내오면 깜딱깜딱 놀랍니다.
............황송해서요 ㅠㅜ


연애가 이렇게 사랑받는 거였군요.. 흑흑


그리고 동수의 근황이라면..
얼마 전 같이 생활스터디했던 친구에게 들어보니
동수는 올해도 시험성적이 좋지 않아서
의전원 입학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랐는데,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다시 도전한다니까 잘 되리라 믿습니다.
꿈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아침에 문득 감친연 읽다가 생각나서 
폭풍 키보드질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선물 부분을 떠올릴 때 빼고는
대부분 담담하게 적었네요.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동수에게 소소한 감사를 전하며
..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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