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연애담] 사랑하긴 했었는지

2014.12.8 15:50
안녕하세요. 저는 내년이면 26살인 남자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제가 작년 초, 그러니까 거의 2년 전에 감친연에 보내려 했다 말았던.. 사연입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만난 후배와 평화롭게 잘 사귀고 있지만 당시에는 저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사건이 있었기에 모두 정리된 시점에서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그녀는 27살이었고 직장녀였습니다.
처음 그녀를 만났던 건 군복무할 때였지요.
제가 전역을 1년쯤 남겨뒀을 무렵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군 생활 1년 동안 그녀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설계 쪽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그녀의 회사는 조건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직원도 다 합해서 5명 정도였고 
주일에 칼퇴근을 하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야근을 했다 하면
새벽까지 하거나 밤샘을 했습니다.
야근수당도 없고 주말도 일 있으면 나갔습니다.


당연히..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옮기라고 권유도 해보고
싫은 티도 수없이 냈지만
그녀는 “지금 경력을 쌓아야 두어야 한다”
요지부동이더군요.


그렇게 지내다.. 제가 전역을 하게 됐고
그간 제게 준 사랑에 제가 보답할 일만 남았는데
점점 더 연락하기도 만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


주말에 1번, 혹은 2주에 1번 정도 만났고
하루에 전화는 10분 안쪽,
까톡도 많아야 20~30개 정도였습니다.


하루는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신경 안 쓰고 지내는 거 편하긴 한데
여친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좋게 말해서 믿음이지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이다.


회사에서 맨날 야근, 밤샘하는 것,
솔직히 위험하기도하고 나쁜 생각도 든다.
말도 안 된다 하겠지만..”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난 회사에서 일만 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느냐?
내가 여기서 일하는 게 그냥 싫은 거지??”


이런 식의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녀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또 헤어질 순 없고 해서 “알겠다, 익숙해지겠다”
하고 계속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녀가 회사 거래처 실장한테
선물을 받았다고 좋아하며 자랑을 하는 겁니다
.


뭐냐고 물어보니 MCM 지갑을 받았답니다.


???????????????????????????????????


제가 학생이라서인지 모르겠지만...
이해가 안 갔습니다. 절대로요.


제가 뭘 모르긴 하지만 그게 작은 선물도 아니고
또 그걸 받고 저한테 자랑을 한다는 게 잘
....


전 어찌 해야 될지를 모르겠었습니다.
그래서 얘기했습니다.


“그거 나한테 자랑하지 말아라,
내가 같이 좋아해줘야 되는지 뭔지 모르겠다.”


하니 그녀는


“난 그냥 이 기분을 너와 공감하고 싶었다”


합니다......................................
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는 건가..’
싶어 넘어갔습니다.

뭐.. 이러다 그주 주말에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은 후 기분 풀고 노는 게
그날따라 자꾸 기분이 쎄- 하고 마음에 걸려서
그녀 몰래 까톡을 열어봤습니다.


별 거 없었습니다.
저랑, 회사 사장, 그 외 친구들?
이 정도였습니다.


지갑을 사줬다던 그 실장 까톡창도 없었고..
그래서 그냥 혹. 시. 나. 해서 
사장이랑 이야기한 까톡창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회사사장을 ‘오빠’라고 부르더군요????
예전엔 사장님이라고 불렀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자꾸 올려다보는데
이ㄴ이 애교를 부리고 있네요.........??


까톡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오빠 뭐해??]


[일한다 바쁘다.]


[그럼 내가 가도 못 놀아주겠네..]


[ㅇㅇ 그치만 오면 놀아주지]


?????? 이게 뭐지 하다가 더 올려봤습니다.


그 외에 [이 게임 재밌다 해봐라],
[오빠 미워 해삼멍게말미잘] 등등....
저와 하는 대화하곤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채팅방의 가장 위까지 올라갔습니다.
12월 30일 내용이었고 그 전 내용은 지운 상태.


[응?? 왜???]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나봅니다)


[나 오빠랑 잘라고 까톡하고 문자했지~~]


(??????????? 아 ㅇㅇ(욕입니다.))


[아 나 깊게 자고 있었어 나중에봐~~]


저.......................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이때 머릿속이 비어버렸고 멘탈이 찢겼습니다.


저와의 관계도 관계지만,
그 사장은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가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핸드폰 내놔”


“왜?”


“내놔. (까톡 다시 읽고) 뭐냐 이게?”


“.....맞아” (썩소) 


저는요, 얼마 안 살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봤습니다.


저도 저대로 헛웃음만 나오고 해서
“불륜이네?”하니 대답을 안 하고 딴 곳을 보더군요.


화는 진작에 났는데, 그걸 제 귀로 확인하고 나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고 몸이 떨렸고
아무 생각도 안 났고 이대로 더 있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느낌에 그냥 자리를 나와버렸습니다
.


그게 마지막입니다.


근데...... 12월 30일은요...............
저랑 지를 소개해준 지인이랑 아는 동생이랑
그녀랑 4명이서 춘천을 갔다온 날입니다.


청량리에서 저녁으로 고기와 술을 좀 먹고
헤어지면서 저한테 얘기했습니다.


“내일이 쉬는 날이면 오늘 자고 가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그 말이 기억이 나요.
그러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전화를 했습니다.


밤 10시 30분 정도에 서로 집앞에 도착해서는
저는 들어가서 바로 자겠다고 했고
그녀도 그런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잤습니다
.


근데 저 까톡 내용은 밤 11시 30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화가 너무.. 머리끝까지 나서
그녀를 놔두고 혼자 집으로 씩씩거리며 돌아와서
이 여자 인생을 마감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넷을 뒤지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래서 제가 탐정에 빙의해서 알게 된 게
그녀의 회사 위치, 사장 이름, 전화번호,
그리고 사장의 와이프 이름
까지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와이프와 연락을 해서 끝장을 보려고 했었지요.


그래서 극도의 분노 상태로
사장과 그의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쌍으로 전화를 안 받더군요
. 더 자극이 됐습니다.

 

그냥 끝내려고 했었는데....
불타는 심지는 바람을 불어 끄면 되는데..
기름을 부었어요.


24살 인생, 연애 2번 만에
너무 말도 안 되는 경험을 해서..
더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습니다.


밥도 못 먹었고, 먹으면 자꾸 토하고
그 생각만 하면 심장이 너무 뛰고 몸도 덜덜 떨렸고요..


하루의 90%를 그 생각을 하며 살았으니...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날 쌍으로 전화를 받지 않은 게 다행이었을까요.


그리고 사실 제가 당시 이 이야기를
감친연에 올리려고 했던 이유는
그녀가 감친연을 다 챙겨봤기 때문입니다
.
그녀 때문에 제가 감친연을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걸 사연으로 올려서 이걸 보게 된다면?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그랬던 겁니다.


비록 당시에 제가 그녀를 박살내려던 중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켠으로는 전화가 와서 대화로 풀렸으면
하기도 했었습니다
. 너무 좋아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희 둘 사이의 연락, 대화 내용..
이런 것들은 연인 사이의 그것이 아닌 게 돼버렸고
용서를 구해온다 해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연으로 올려서,
그녀가 얼굴이 화끈거린다면? 그래서 뭐..
저한테 남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감친연 제보는 그만두었습니다.
아마 그날 누군가 전화를 받았었다면 
드라마 한 편은 족히 찍었을 텐데 말이죠...ㅋ


저는 그렇게.. 그녀에게 전화로 이별을 고하고
남은 학기를 채우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된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1~2학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공부를 했었고

이제는 졸업 후 취업만 잘 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지금 옆에 있는 여자친구가 훨씬 예쁜 건 안비밀)


저도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고 나니
‘복수심에 불타서’가 아니라 ‘담담히 돌아보는’
마음으로 사연을 쓰게 됐고 훨씬 좋습니다.


그 여자도 이제는 정신 차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람 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2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4/12/13 [황망한연애담] 난 실리콘이었구나
2014/12/12 [황망한연애담] 동굴문을 두드려도 될까요?
2014/12/11 [황망한연애담] No pains, no gains
2014/12/10 [황망한연애담] 3일천하 체험기
2014/12/09 [][공지] 제1회 월간 사연 제보 이벤트 개최!
2014/12/09 [황망한연애담] 돌아이 in LOVE
2014/12/08 [][공지] '나의 PS 파트너' 관람권 당첨자 발표
2014/12/08 [황망한연애담] 사랑하긴 했었는지
2014/12/07 [황망한연애담]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14/12/06 [황망한연애담] Would you like.. 꺼져줄래
2014/12/05 [황망한연애담] 돌아왔다! 장보리
2014/12/04 [황망한연애담] 비밀연애 - Don't touch me -
2014/12/03 [황망한연애담] 아낌없이 주는 여자
2014/12/02 [황망한연애담] 너는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