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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3일천하 체험기

2014.12.10 16:56
안녕하세요. 전 작년에 사연을 제보하고 댓글 조언을 받아 현재는 별 고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올해 서른이 된 여자사람입니다. 제가 다시 감친연의 문을 두드리게 된 건 고민은 아니고요, 꼬꼬마일 적에 3일 만에 끝낸 흑역사가 떠올라 제보코자 함이지요.

 

 

 

저는 20대 중반에 워킹홀리데이로 외국에 갔답니다.
당시 그곳에는 친한 친구가 먼저 유학을 하고 있었고
대학 때 친구 두 명 역시 제가 출국할 즈음에
유학을 가게 되어 네 명이! 외국에서!!
다시 뭉치게 되었답니다.


친구들을 편의상 A, B, A- 로 부르겠습니다.
(혈액형이에요 ㅋㅋ)


저는 워킹홀리데이였고
A-는 먼저 유학하던 친구고,
A와 B는 어학원을 다니기로 했습니다.


저는 소속된 곳이 없고 적응할 기간도 가질 겸
A와 B가 다니기로 한 어학원에 등록을 했어요
.
하지만 서로 레벨이 달라서 반은 다 제각각이었고요.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친한 친구들도 함께 있고 하니 재밌었습니다.
초반에 저희 셋은 항상 몰려 다녔어요.
먼저 자리 잡은 A-도 때때로 같이 놀았구요.

그러다 점점 각자의 클래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더라고요. 저 빼고요;;;


저는 어느 정도 말은 할 줄 알아서
레벨이 조금 높은 반으로 들어갔는데
그 반 사람들은 유학생활이 제법 길어서인지
다들 시크했고
ㅠㅠ 섞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쉬는 시간에 A네 반에 가서
놀거나 하는 일이 많았어요..ㅠㅠ (왕따 냄새....)


그런데 A네 반에서는 제 친구 A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동갑 남자애가 있었어요
.
그리고 그 남자의 친구가 또 있었어요.


저희는 자연스럽게 넷이서 어울리게 됐고,
제 친구도 그 남자가 싫지는 않은 눈치였어요.


이 사연의 주인공은 그 남자의 친구입니다.
(이 남자를 소개하려고 멀리 돌아왔네요;;)
편의상 K라고 하죠.


일단! 저는 K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K는 한국에 여자친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척이나 실망하고 있었는데...... K는


“한국을 떠나올 때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지만 여자친구가 울고불고 매달려서
어쩔수 없이 못(안) 헤어지고 왔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이미 다 정리 됐다.
관계도 곧 정리될 거다.”


라고 하더군요.
전 그 말을 믿고 혼자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는 K가
꼭두새벽에 제 친구 A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고 하네요.


그 당시 A와 B는 동거를 하고 있었는데, B가
“K가 새벽에 전화하는걸 보니 A를 좋아하는 거 같다”
K한테 관심 있어 하는 저를 걱정했습니다


저도 그 말이 그럴 듯했어요. 
늦은 밤에 연락해서 “자니?”라도 한 건지 싶어
내심 실망이 되더라고요...ㅠㅠ


근데 제가 알아보니 그 전화는
A에게 제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전화였고
(화색!)
얼마 후 저희는 사귀게 되었어요.


그렇죠. K도 저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었지요 헤헤

 


 

그리고 저희가 사귀기로 한 날
제 친구 A도 호감을 표시하던 반 남자애랑
연인이 되었어요
. 어학원엔 사랑이 꽃 피었습니다.
친구끼리 쌍으로 연인이 된 겁니다.


너무너무 기쁘고 좋았어요.
한국에 있을 땐 서로 직장생활 하느라
만나기 힘들었던 친구(A)도 매일 만나고~
남자친구도 생기고~
친구의 남자친구와 내 남자친구가 또 절친이고~
환상의 조합이었죠.


제 생애에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수업이 끝나면 넷이 점심도 먹으러 갔고,
K는 아침 학교 가는 길목에서 저를 기다려 주기도 했고,


전철 타고 학교 가고 있는데 전화 걸어서는
“보고 싶으니 학교 빨리 오라”고 해서 저를 설레게 했고,


지하철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뒤에 서서
허리를 감싸 안아주기도 했고,


제가 사는 집, 그가 사는 집을 번갈아가며 놀러 갔고,
수업 시간 빼고 계속해서! 붙어 다녔습니다.
3일 동안요...


그런데 3일째 되던 날.....
K는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가 자기를 만나러
한 달 후에 오기로 했다
는 말을 꺼냈습니다....


저는 귀를 의심하며, “무슨 말이냐” 물으니
한국의 여자친구와는 헤어지지 않았음을 실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이 식었다고 하지 않았냐,
관계도 정리한다고 하지 않았냐”
따져 물었지만
저보고 이해 좀 해달라고만 했습니다.


“여자친구가 한 달 후에 와서,
한 달 정도 있다 돌아갈 거니까
한 달만 기다려달라”


고요................................ㅋ


저는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당시 참을성이 별로 없었던 저는
K에게 이별을 통보했지요.
“너 같은 거 필요없어!”하고요


그런데 전 내심 K가 저를 붙잡을 줄 알았는데
붙잡지 않았고 그렇게 허망하게 이별하게 되었어요.


그 뒤로 저는 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인생 최대의 절망이었어요.


겨우 3일이었지만 K와 함께 했던 장소를
지나가기가 싫었고 너무너무 괴로웠어요
.


학교, 학교 가는 길, 학교 주변에 점심 먹던 식당
심지어는 K가 놀러왔던 제 자취방마저도
너무너무 싫어진 겁니다..


사물 하나하나 장소 하나하나가 그 남자였어요.


아무리 울어도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A네 커플 보면 속이 뒤집어졌어요.
그치만 A네 커플이 잘못한 건 없으니...
뭐라 할 순 없었지요.


A의 남자친구는 자기 친구가 한 짓이니
저한테 엄청 미안해했고요. 민망했겠지요..


친구들 의견은 좀 엇갈렸습니다.
B는 그딴 자식 잊어버리라고 했지만
A-는 “네가 정 못 잊겠으면 다시 만나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자기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잖아요.
A-의 말에 귀가 쫑긋 새워져서는.......;


헤어진 지 일주일여 만에 K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K가 유학 떠나올 때 여자친구가 울고불고 매달려서
마음이 약해져서 못 헤어지고 왔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쵸큼 부끄럽지만
저는 K 앞에서 눈물을 좀 짜 보았어요.


그랬더니 이 남자,
마음이 약해져서 저를 내치지 못하더라고요...?


그렇게 저희는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다 해결된 게 아니었습니다.
저희 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
친구들의 이목이 신경 쓰였어요.


저는 밸도 없는 바보천치가 되는거고
K는 한국 여친 현지 여친 양다리 걸치는
천하의 나쁜놈이 되는 거니까요
. (사실이지요..)


그래서 저흰 다시 만나는 걸 비밀에 부치기로 했어요.
K의 한국 여친이 오기 전 한 달 동안요..


물론 행복했던 3일 동안처럼 붙어다닐 수는 없었지만
학교 마치고 서로의 동네에서 몰래 만나 데이트했어요.


그러다 시간은 흘러
K의 한국 여친이 오기로 한 날이 가까워졌어요.


저는 비극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가슴 아프지만 기다릴게”
이러고
청승을 떨고 있었드랬지요... 바보같네요..


결국 한국 여친은 그 나라에 왔고,
한 달 동안 K의 방에 상주 하게 됐고ㅠㅠ
K는 그 한 달 동안 학교를 안 나오더라고요.


하아.............................
‘학교라도 나오면 얼굴이라도 볼 텐데...’
전 이러고 있었고요,,,;


‘한 달 동안 한국 여친과 뭘 하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너무 짜증이 나고 화가 났어요..


그래도 제가 알아서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연락도 꾹 참고 하염없이 기다렸어요.


어느 날은 너무 그리운 나머지
혼자서 그의 집 근처를 서성이기도 했는데ㅠㅠ
드라마에서처럼 마주치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넘 찌질하네요잉...)


그렇게.. 한 달 동안 K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저는 물론, 학교 선생님도 걱정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런데 여친이 와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안 선생님은
여친을 데리고 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나와서
출석률을 채우라
고 했다는군요.


그래서였는지..? 하루는 A가 제게
“K가 한국 여친과 같이 학교에 왔었다”
조심스럽게 말해줬어요.


수업시간에 모자를 푹 눌러쓰는 등
예의 없어보였다며 살짝 뒷담화도 첨가해서요.
(저 들으라고 한 소리였겠죠...)


그렇게 지옥 같은 한 달이 지나가긴 갔네요.


그런데 K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분명히 저희가 약속한 한 달이 지났는데도요.


그때는 마침 제가 등록한 학기가 다 끝나서
더 이상 학교를 나가지 않는 그런 시즌이었습니다.


저는 A를 통해서 그의 소식을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헤어진 걸로 알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
전 마냥 그의 연락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


그렇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고
한국 여친이 귀국을 했는지 여부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저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하루에 알바를 두 탕씩 뛰면서
외국인 노동자처럼 살았어요
.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고 몸이 힘드니까
한가하게 K를 떠올릴 틈도 없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일주일여 지났을까,,
일하는 중에 부재중전화음성녹음이 왔습니다.
K한테서 온 연락이었어요.


그는..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겠다”
는 소식을 음성을 통해서 알려주었어요.
“난 돌아가지만 넌 유학생활 잘 하거라”
라는 오지랖도 함께요.


오랜만에 만난 한국 여친과 한 달을 같이 놀다보니
외국에서 고생하면서 사는 게 싫었던 모양이에요.


그 음성을 듣고 저는 거짓말처럼
K에 대한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 신기하죠?


기껏해야 저보다 4, 5개월 먼저 유학 왔는데,
조금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고 돌아가버리는 태도에
저는 엄청나게 실망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타지에서 살다보면 힘든 일 많겠지만,
이제 막 워킹홀리데이로 외국생활을 시작하려는
제 눈엔 한심하게 보였던 거예요
.


그렇게 K는 한국여친 좋다고 귀국해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후 2년 정도
워홀+유학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그저
K의 바람 상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때때로 이불에서 하이킥을 날립니다. 화가 나요.


그래서 그 뒤로 “골키퍼 있으면 골 안 들어간다”
가 신조처럼 됐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곧 정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남의 남자 탐했던 저도, 양다리 K군도 나빴었어요


..............ㅠㅠ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우리 모두 남의 연인은 쳐다도 보지 맙시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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