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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No pains, no gains

2014.12.11 19:10
30대 후반의 유부 처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열정적이고도 활발하게 청춘사업을 여러 차례 말아먹고 그 결과 가장 덜 이상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보를 하는 이유는 제가 지난 숭한 일들을 모두 거치고 나서야 지금의 착하고 듬직한 남자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겼기 때문에.. 보송보송한 여러분들이 지금 당장 연애 때문에 속앓이를 하게 되더라도 용기를 잃지 마시고 계속해서 말아먹으시라는(?) 격려 아닌 격려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때는 Y2K로 떠들썩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세기말에 대한 공포로 세상은
난리법석도 그런 난리법석이 없었는데,
새천년이 왔는데도 별 일이 없자 다들..
조금은 아쉬워하는? 한편으로는 안도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무튼 그때 저는 서울 강남 한복판의 빌딩숲 사이,
어느 건물에서 일하게 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평생을 부산에서만 나고 자랐기에,
(저도 부산부심 있는 여자긴 합니다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중심지에 대한 환상이!!
엄연히 제 마음 속에 있었기 때문에!!!
기뻤습니다.


근데 회사 자체가
엄청나게 유명하거나 큰 곳은 아니었습니다.
돈 많은 사장이 낸 신생 중소기업이었고
20대 중후반, 30대 초반의 직원들이
10명가량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저는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혼자 지낸다는 금전적 부담,
어린 제게는 버거웠던 고된 업무 환경,
홀로 사는 외로움이 더해져
어찌나 가족들이 보고 싶던지요
..


주말에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저는 벽을 보고 사투리로 대화를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저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사장님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안 나오니까
절 그렇게 구박하시는데.. 주눅이 들어버리니
일은 안 늘고 눈칫밥만 늘더라고요.
일도 더 적극적으로 못 하겠고....


어떤 때는 ‘내가 이 회사에서 나가는 게 이득이겠다’
싶기도 해 우울한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선배 눈에도 띄었는지,
한 선배가 저를 따로 불러 ‘상담지도’를 해주었습니다.


“힘든 일 있냐~ 사람이 얼굴이 밝고 인사성이 좋아야
크게 잘 된다. 웃어라. 힘 좀 내고.”


이런 위로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는 당시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지금 제 나이보다 훨씬 어린..
30대 초반의 그 선배님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이었죠.
저는 그날도 집순이가 되어
벽과 사투리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인종이 울리더군요?
“누구냐” 밖을 내다보니 헐.......................

 

 

 

 

 


아니 왜 선배님이 거기 서계신 거죠?
양손에는 과일을 바리바리 싸들고서는
저를 보고 활짝 웃어보이셨습니다.

“김떡순 먹으러 가자!”


하시더라고요;;


제가 너무나 놀란 마음에
여길 어떻게 알고 오셨느냐 여쭈니


“회사 후밴데, 좀 챙겨주고 싶어서
월권 좀 했지~ 어서 나와!”


하시더랍니다.
그때는 제가 많이 얼빵해서
‘아 그렇게 아셨구나..’하고 넘어갔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참 소름 돋는 일이에요..?


그래서 쭐래쭐래 따라나가서 김떡순 먹고
선배님이랑 과일 깎아먹고 배웅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선배에게서
전화와 문자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


대화 내용은 별 것 없었어요.


[힘내라, 심심하면 밥 사달라 해라~]


이런.. 평소 그대로였으니까요..
그렇게 몇 번을 더 사적으로 만났는데


그때는 한정식, 고급 레스토랑 같은 데도 데려가고
영화도 여러 편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과정 속에서
저는 선배님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


매달 월세 내는 빠듯함에 찌들어 있었고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느라 외로움에 절어 있었는데


선배는.. 제게 남자 같은, 아빠 같은 사람으로
항상 곁을 지켜줬으니까... 저도 모르게 기댔겠죠?


그렇게 애매한 관계로 지낸 게 두 달이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신촌의 한 포장마차에서
선배와 소주를 한 잔 기울이게 됐는데,
선배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혼자 남겨졌었고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거의..
양육을 포기하신? 상태라고 하더군요)


첫직장에서도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사를 만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지금의 회사로 오게 된 것
이라 했습니다.


돈을 좀 적게 벌어도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지금이 행복하다고요.


선배는 그래서 제가 안쓰럽고 더 마음이 갔다
했습니다. 자신의 지난날을 보는 것 같아서요.


저는 항상 선배에게 기대기만 했었는데..
그날만큼은 제가 선배를 위로해주고 토닥여주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술 몇 잔을 더 하게 됐고
제가 자리를 옮겨 선배의 어깨에 기대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그러다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했는데
다음 기억이 선배의 집이었습니다;


제가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긴 했지만
강제적이었던 건 절대 아니었고
저희는 자연스럽게 팟을 하게 됐고
그날은 정말... 황홀하고 격정적일............


했지만...

 

 

 

 

 

 

 

 

 

 

 

전 대신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당시 그래도 경험이 좀 있던 편인데
제가 본 남자들중, 선배는 단연..
최고의 굵기를 자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통 굵으면 좋지 않냐 하겠는데
선배는 한국 사람이 맞나 싶은 정도였습니다.


손모양을 달걀을 쥐듯이 했을 때
손가락 끝과 엄지가 닿지 않을 정도
...
라면 설명이 될까요..


그렇게.. 저는 극강의 고통을 맛본 뒤
선배와 몇 번 더 만나 만남을 이어가려
노력은 해보았지만 ..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전 차마 그 이유는 대지 못 하고
“그냥 전처럼, 선배로 남아달라”
이기적인 말로 이별을 고하고야 말았습니다.


선배도 힘들었겠지만
안 그래도 고됐던 서울에서의 홀로 생활,
일에 치였던 회사 생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선배와의 관계도 이렇게 돼버리니,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 같더군요.


다 놓아버리고 도망가고 싶다는 말이 딱이었죠.
그래서 전 실제로 도망을 갔습니다.


(제대로 사귄 적도 없었지만) 이별 한 달 뒤
저는 회사에 사직서를 냈고
부산으로 돌아가 부족한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퇴근을 하던 날..
선배는 저를 보는 마지막인 걸 알았으면서도
별 내색을 안 하고 목례만 하고 절 보내줬습니다.


그날 저녁 [건강히 잘 지내라]는 내용의
문자가 한 통 왔고 그 후로도
늦은 시각에 전화가 온 적은 있었지만
저는 일절 받지 않았지요..
그렇게 저희는 남남이 되었습니다.


저도 선배를 많이 좋아했고 기댔었기 때문에
마음은 너무 아팠지만...


너무나도 엄. 청. 난. 부분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민에 압도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상대를 좋아하더라도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거나, 동성동본이라거나
이런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면
저는 정이 뚝 떨어지는데 그런 비슷한 맥락인 듯..)


어쨌든 전 그렇게 어리지도 늦지도 않은 나이에
속궁합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었고
지금은 쿵 하면 떡 하는 사람과 만나
아이 놓고 잘 살고 있습니다.


너무 상투적이어서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No pains, no gains! 라고 하지 않습니까.
혹시 아직 제짝을 찾지 못해 고통 받고 계시다면
지금이 바로 그 pain의 과정이니 (힘드시겠지만)
그 과정을 즐기시며 빠져나오시기를 기원드리겠습니다.
(전 찢어지는 pain을 겪었네요.... 하핫...)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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