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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동굴문을 두드려도 될까요?

2014.12.12 11:31
안녕하세요. 내년에 32살이 되는 여성입니다. 고민 사연은 이곳에서 그렇게 환영받지 못 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급하고 답답해 두서없이 글을 적어봅니다.

 

 

저에겐 2010년부터 만난
2살 연상의 애인이 있었습니다.
186cm의 큰 키, 웃는 모습이 예쁜 남자였습니다.


첫 만남은 인터넷 동호회 모임에서였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기에
저희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뒤 연인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만났던 어느 누구보다
저에게 자상했고 저를 아껴주던 남자입니다.
그리고 그가 제가 제일 사랑했던 남자라는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그의 집안 분위기는 저희 집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의 집은 그 혹은 그의 여동생에게 애인이 생기면
부모님께서 무척 궁금해 하시며 만나고 싶어 하셨고
(나쁘지 않은 관심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딸의 남자친구가 인사 온다는 것은
‘결혼 허락을 받으러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며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귄 지 몇 달 안 되어
그의 부모님과 저녁식사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낸 반면


그는 사귄 지 2~3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저희 부모님을 뵙지 못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그는 처음 잠수를 타게 됩니다.
저희 부모님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생각하지 않는 저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 하기에
정말 짧은 시간을 주고 나서 이야기를 나눴고
조만간 인사를 하러 가기로 결정했었습니다


물론 그 인사의 목적은
‘제가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입니다.
예쁘게 만나고 있습니다’

는 걸 알려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인사드리기로 한 날 당일
어머니께서 급히 지방을 내려가시는 바람에,
아버지만 뵙게 되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사람 됨됨이는 괜찮은 것 같다”
그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가지셨습니다.
  

그 후 저희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소처럼 그는 저와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
“결혼하면 우리는 정말 재밌게 살 것 같다”하며
기대에 가득차서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빠가 아직 현실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당시 개인사업을 하다가 본전치기만 하고 취직준비 중)
준비가 되는 즉시 결혼 준비를 하자“

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그는 제가 살고 있는 경기북부와는 먼 지방
(고속도로로 1시간 30분 거리)으로 취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서로에게 권태기는 전혀 없었고,
설렘은 없어졌을지언정 사랑은 더 깊어졌었습니다.
  

그리고 13년 8월경 그는 회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기존 회사보다는 저희 동네와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먼 거리로(고속도로로 1시간 10분 거리ㅠㅠ)
결혼을 하면 주말부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의 직장보다 좀 더 좋은 환경의 회사였지만,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결혼을 해서 두 사람이 각자의 직장에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보였습니다.


그도 이 부분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울 근방으로 회사를 옮기는 것을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그 사람이 14년 4월경
“우리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
말했습니다..........


그 배경인즉슨..
저희가 몇 년간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는 사이인 만큼
그는 저희 부모님께 인정을 받고 싶어했는데


저희 부모님께서 너무 조심스러워하셨습니다. 
제가 당신들을 통해 선을 보고
부모님들 기준, 보증되어있는 집안으로
시집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셨죠.


이런 이야기를 그에게 직접 하지는 못 했지만
아마도 선뜻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부모님의 태도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생각할 시간은 갖자”더군요..


그래서 그길로 그를 찾아가 설득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미안하다,
오빠가 불안해하고 있는 것을 몰랐다, 내가 둔했다”

사과도 했고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와 이야기를 하지
왜 혼자 생각하다가 깊이 들어가 버리냐”

고 원망도 했습니다.


결국 이날 이야기는 잘 풀려서
여름 안으로 저희 부모님을 다시 뵙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추석이 끝나고 바로 다음 주 주말,
저희는 부모님을 뵙고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다행히 저희 부모님도 좋게 보셨었고
(하지만 주말부부는 힘들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음)
아버지께서 다음번엔 장어를 사주겠다며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식사를 하고난 뒤 부모님 두 분 모두
이 사람의 사람 됨됨이를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


귀에 딱지 앉게 들었었던 “선 보라”는 이야기도
그날부로 하지 않으셨습니다.


부모님은 그렇게 가끔 그의 소식을 물으며,
그는 언제쯤 서울 쪽으로 직장을 잡을지
궁금해 하시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벽이자 가장 무거운 존재인
부모님께서도 그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그 역시 이직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14년 11월 초 제 생일이 다가왔고,
저희는 여행계획을 세웠습니다.
12월 4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가서
7일에 서울로 올라오는 계획
이었습니다.
근 2년 만에 같이 타는 비행기라 무척 설렜습니다.


그러다 12월 3일, 여행 하루 전 날,
그는 하루 일과가 끝난 뒤(저녁 8시경)
회사동료들과 간단히 맥주를 마시러 간다 했습니다.


저는 “동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전화 못 받을 수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자리를 옮기게 되면 자리를 옮긴다,
집에 들어왔으면 집에 들어왔다 연락만 해라.


내일이 우리 여행가기로 한 날이니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았으면 한다.
우리의 여행 스케줄은 내가 먹고 싶은 것으로 짠다.”

며 즐겁게 말했습니다.


그날 밤.
연락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10시경, 11시경, 12시경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받지 않았습니다.


전 화가 나서 까톡을 남겼습니다.
좀 격앙돼서 남겼던 것 인정합니다.


[아프든 뭐하든 손가락이 부러진 게 아니면
전화는 못 하더라도, 문자 한 통 정도라도
해주는 게 예의라고 본다.


아무리 편한 사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니야?
가끔 이러는 걸 당연시해야 하는 거야?
자주 이러는 게 아니니까 실망하면 안 되는 거야?


잠수 타는 거라면 간단하게 ‘잠수’라고 써서 보내줘.
나도 준비할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이렇게 감정적으로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새벽 3시까지 깨어있었는데
그때까지 확인은 하지 않았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어도,
까톡은 저러게 보내놨어도,
여행가방은 다 챙겨놨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희 사이에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고 생각했던 정황들을 몇 가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11월 29일(토) ~ 11월 30(일)
그는 어머님 생신이라서
그의 부모님이 계신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건 확실한 게 토요일 10시경 그에게 전화했을 때
그의 이모님이 전화를 받아 화장실 갔다며
전해주신다 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그의 이모님도 두어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직종의 일을 하시고 계시고
시원시원한 성정을 지니신 분으로 정말 좋은 분입니다.)


나중에 그와 이야기해보니,
부모님 댁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고,
“언제 결혼할 것인지”만 물으셨다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직 본인이 지방에 있으니
서울 쪽으로 이직한 뒤에 준비하겠다”
대답했다 했습니다.


12월 1일(월)
전날 가족 모임 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다 하기에 저는
“우리 여행을 위해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라”
는 미션을 내렸고 그는 “옛썰”이라며
평소와 다름없이 대답했습니다.


그러다 3일(수)에 연락이 끊겼던 것입니다.
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까톡을 확인했습니다.
읽음 표시는 지워져있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었습니다.

오후 4시경 만나서 함께 김포로 가기로 했었기에, 
어련히 알아서 연락 오겠지 싶어
캐리어를 가지고 출근했습니다.


출근 후 업무를 보다가 10시 10분경 폰을 확인했습니다.


[솔직히 별로 가고 싶진 않아. 시기도 안 좋고]


라고 그가 9시 23분에 보낸 까톡이 와있었습니다.
전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 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전화를 받아


너와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이런 시점에서 제주도는 가고 싶지 않다.”


라고 했습니다.
저는 황망한 마음에 그길로 급한 업무만 우선 처리하고
그길로 그의 회사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나눈 대화는 간결하게 쓰겠습니다.


“오빠 갑자기 왜 그래. 이야기를 해봐”


“너랑 만나는 건 좋아. 근데 너와의 결혼은 아닌 것 같아.
우리 잠시 떨어져 있어야 좋을 것 같다.”


“그게 갑자기 무슨 얘기냐”


“너와 나와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것 같아.”


“가치관이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동안 우리는 결혼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했잖아”


“....너랑 나랑의 싸움이나,
우리 집과 너희 집의 다툼이 일어났을 때,
지금까지 너의 대처방식으로 봐서
우리는 안 맞는 것 같다.”


“그럼 그걸 나랑 이야기를 해서 풀어야지
왜 여행 가기로 한 날 아침에 이러느냐.”


“여행은 정말 가려고 했다.
근데 오늘 아침 회사에서 일하다가
불현듯 그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가려고 했는데 못 갈 것 같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느냐.”


“월요일부터 했다.”


“난 인정할 수 없다. 왜 이러는지 이유를 말해달라.
어제까지만 해도 여행에 신나했던 건 무엇이냐.”


“만나고 연애하는 건 좋은데,
너랑 결혼은 정말 아닌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이냐.
오빠는 항상 나와의 결혼을 기대하지 않았느냐.
우리처럼 잘 맞는 사람도 없을 거라 하지 않았냐.


오빠가 연인사이에 시간 갖는 건
헤어지는 거라 하지 않았느냐.
지금 나한테 헤어지자고 하는 거냐.”


“그냥 서로 시간을 좀 가져야 좋을 것 같다.
너의 부모님께 우리 헤어졌다고 그냥 말해라.
나도 그렇게 말할 거다.”


“말도 안 된다. 인정할 수 없다.
말하지 않을 거다. 오빠도 말하지 말아라.”


“알았다 말하지 않겠다. 2월 구정 끝나고
바로 돌아오는 주말에 다시 만나자.”


“안 된다. 너무 길다.”


“그럼 만나지 말자 그냥.”


“싫다.”


“그럼 1월 17일에 만나자. 그때까진 서로 연락하지 말자.”


“(손을 잡으며)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 거냐.”


“(손을 빼며) 넌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나가면 된다.
너 혼자 제주도는 가지 말아라. 그냥 집에 가라.”


“가고 싶다. 근데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럼 차라리 제주도 혼자 가서
생각 좀 정리하는 것도 좋겠지..”

 

이런 식으로 거의 두 시간 동안 이야기 했습니다.
전 눈물 흘리지도 않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3시 30분경 카페에서 일어났습니다.
여행갈 때 그의 집에서 챙겨가기로 한 것들이 있어서,
잠시 그의 집에 들러서 가지고 가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상당히 무심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그러라고 했습니다
.


저는 그의 비행기표를 취소하며
다시 한 번 오빠한테 연락하면 안 되냐고,
17일에 만날 거면 16일에는 연락을 주는 거냐
고 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모지리 같습니다...)


그는 연락 와도 안 받을 거고,
16일에는 어디서 만날지 연락을 준다
했습니다.


그의 집에서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일어나려는 찰나에 그의 지갑에 끼워진
저희 둘의 사진이 보였습니다.


저는 사진 안의 제 모습이 측은한 마음이 들어
“저 사진 내가 가지고 가겠다. 내 얼굴이 들어있는데
오빠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 좀 그렇다.
내가 불태우든 가지고 있든 알아서 하겠다”

라 했고


오빠는 “다음에....”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사진을 꺼내주지 않았습니다.


전 그길로 김포공항으로 갔지만,
바보 같은 내비가 중부-외곽순환 코스를 알려주지 않고
경부-김포공항 코스를 알려주는 바람에
퇴근시간과 겹쳐 저녁 비행기는 타지 못했습니다..ㅠㅠ


마일리지 항공권이었던 덕분에 유선상으로
그 다음날(5일 금요일)비행기로 바꿔서 잘 다녀왔습니다.
(뭐 금요일에 제주도 도착하자마자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제주도에서는 귤 택배 보내려고 농장 갔다가,
농장 주인분께서 서비스 귤을 너무 많이 주셔서
처치 곤란하긴 했었지만 결국 잘 들고 다시 왔습니다.


(6일 저녁 노닥노닥 게시판에
‘귤’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 사람이 접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저에게 편지도 쓰고 그랬는데
리플로 토닥여주신 분들, 읽어주신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날 7일 새벽 1시 반쯤
진짜 전화 안 하려고 했었는데......
저도 모르게 전화 한 번 한 것 빼고는
(그분은 받지 않았습니다..)
문자 하나, 전화 하나 하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여자 문제는 아닙니다.
(뭐 제가 믿고 싶지 않은 거라 하실지 모르겠지만,
확실합니다. 여자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사람, 결혼 관련해서만 이렇네요..
생각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파고 들어가서
혼자서 이렇게 힘들어합니다
.
그 사람 본인도 이게 잘못인 줄 알면서 이럽니다.


전에도 저한테 말한 적이 있는데
본인이 잠수타려고 저한테 말했을 때,
자기가 시간을 가지자고 말하고 나서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싶었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나선 미안해서 연락도 못 했다고도 했습니다.


전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하고 문자하고 싶은데,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너무 답답한 마음에
남성 직장동료들에게 의견도 구해봤는데
일부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반면,
갑자기 이러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분도 있습니다.


지금 문자 해서 얼마나 힘들었냐, 달래주고 싶습니다.



제 인생의 목적은 결혼이 아니고
제가 행복하게 사는 것인데
,

제가 행복하게 사는 것은
곧 오빠와 결혼을 하는 것
이라고 다시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 5년의 연애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 건가요?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진작에 제주도에서 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이제야 좀 진정하고 글을 씁니다.


31살의 끝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지만
.....


연락을 해도 될까요?
무슨 말이든,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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