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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친밥] 너에게 난 똥 만드는 기계지

2014.12.15 16:06


안녕하세요 저는 명품 브랜드(의유, 잡화 등) 수입사에 다니고 있는 27세 직장인입니다. 그런데 요새는 자꾸만 제가 하는 일에 회의가 들고.. 매일매일 출근할 때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싶고 ‘살림이나 하고 싶다’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살림이라고 쉽겠습니까만은.. 제 스스로의 무능력함에 자꾸 주눅이 들고 일이 하기가 싫어지고 그래서요. 혹시, 들어보시고 제가 무능력한 것이라면 따끔한 충고를, 저희 회사가 이상한 거다 싶으시면 격려나 조언 부탁드립니다.(저희 업계가 워낙 좁은 탓에 두루뭉술하게 설명드림을 양해바랍니다..)

지금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대기업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지금과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규모가 훨씬 컸죠. 고급 매장들을 직접 방문하면서 상품들을 어떤 경로로 공급하고 어떻게 디스플레이하는지 등등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유익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나도 일을 해봤다’는 증서만이 필요했기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인턴을 수료한다고 정직원이 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곳에서의 고충을 꼽아보자면 두 가지 정도가 있겠습니다. 첫째, 사무실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냥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것이었죠. “인터넷 어디에 이 파일 올려”, “이 자료 저 부서에 전달해” 이런 식..? 그러다 며칠은 자기네도 민망하니까 일을 주기는 했는데 그래봐야 요식행위 수준이었어요. 저희가 만든 홍보전략 기획서, 발표물들은 제대로 평가된 적이 없었고 나이 든 부장님들이 한 번 슥 보고는 쓰레기통으로 직행이었습니다.(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확실합니다.) 물론 바쁘신 대기업 직원들이 인턴들 공부까지 시켜줘야 하냐! 하시면 할 말 없지만 만약 회사 사정이 그렇다면 인턴 자체를 뽑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무튼 저는 이런 불만을 가지고 1년을 일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불만사항은 나이 많은 여직원들의 등쌀에 기가 눌려 지냈다는 것 정도인데 이건 무시할 만한 정도였으니 패스하겠습니다..

이렇게 1년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저는 지금 회사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나름 고초를 겪고 두 번째로 다니게 된 회사이니 자신감이 붙었어요. ‘어떤 시련도 날 꺾을 수 없다! 더 한 걸 이미 겪어봤다!’ 이런.. 허무맹랑한 패기였죠.


그런데 저희 회사(만 그런지 다 그런지는 모르겠는데)는 입사 후 처음 맡은 프로젝트를 잘 하면 그에 대한 평가가 계속해서 그 사람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첫 프로젝트를 아주 매끄럽게는 해내지 못 한 케이스이고요..ㅠㅠ(이게 잘못인 것 같네요...) 그 이후 저는 사장 및 기타 상사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제가 무슨 의견만 내면 다 까입니다. 어느 날은 제가 맡고 있는 브랜드 매출이 조금 안 좋아서 제가 불려들어갔는데 매니저님은 그날도 엄청 소리를 빽빽 지르면서 “네가 한 게 뭐가 있느냐, 지금 매출 이거 보이느냐, 어떻게 할 거냐” 난리가 났더군요. 그런데 저 거짓말 안 하고 항상 생각해오던 마케팅 안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이 때가 아닌가 싶어 “이러이러한 아이디어를 한 번 생각해봤고,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저러저러한 자료들을 서치중입니다”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매니저님 하시는 말씀, 너 이거 내가 지금 아이디어 내놓으라니까 방금 생각해낸 거지? “........” 저는 예상치 못 한 반응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는.. 아닌데요 정말.... 그래서 저도 저 나름대로 “이건 지난 시즌 때부터 있어왔던 트렌드를 고려했던 것이고 제 전공과도 관련이 깊어 꼭 시도해보고 싶었던 전략이다.” 설명을 드리니 “이런 걸 아이디어랍시고 내오는 걸 보면 너란 애는 생각이 없어~ 맨날 하는 말들도 멍청해빠졌고. 시끄러, 나가봐.” 하셨습니다. 하하....


그런데 이 폭언을 단박에 하시면 말이나 안 해요. 결론은 간단히 말해 ‘넌 멍청이야’ 이건데 이걸 한 시간~두 시간에 걸쳐서 이 소릴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진이 빠져서 일을 하기가 싫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너무 속상한 마음에 친한 남자 동료에게 “내가 이런 욕을 듣고 회사 다닌다~” 했더니 자기는 “ㅆㅂ, 죽었어” 등 더 심한 상욕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는 겁니다. 저나 다른 여직원들한테는 그나마 여자라고 봐주는 것이었어요. 이게 1차 충격이었습니다. 저도 4년제 대학 나오고 집에서 고이 자란 자녀인데.. 돈 몇 푼 받으려고 이런 대접 받고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고였습니다.

한편 이 회사 상사들의 전체적인 특징은 말을 참 잘 바꾼다는 겁니다. 이건 바로 ‘자기 공 세우기’에 대한 욕심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저희가 회사가 새로 들이게 된 브랜드가 있는데 제가 회의에서 이걸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사진을 올리자”고 했습니다. 그 브랜드가 딱 페이스북 이용자들 세대가 좋아할 만한 이미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팀장님께서 중간에 이 말을 듣더니 말을 탁! 끊어요. “아~ 됐고 그건 좀 별로인 것 같아” 하더니 “음.. 내가 정말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SNS 담당자를 둬서 거기다가 우리 광고 이미지를 매일 올리면 어때? 페북이랑 뭐 그런 거 있잖아” 이런 식.........


근데 그 회의에서 저만 있었던 거 아니라서 동료들이 다 같이 말씀을 드렸죠. “그게 방금 저희가 말씀드린 건데요..”하면 팀장은 딴 소리를 합니다. 그럴 때면 정말 정신병자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어이가 없는 건 나중에 이 페이지가 그래도 단기간에 많은 팔로어를 얻어서 좋아요도 많이 얻고 했거든요? 그러면 또 이게 다 자기 공이랍니다. 그리고 그런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 저희는 아무 생각 없이 회사 전기 써대는 똥 만드는 기계로 전락해요.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며칠 전 회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위에 등장했었던, 가장 최근에 제가 같이 일한 프로젝트매니저님과 마케팅팀장님 모두 그 자리에 계셨어요. 그런데 그날은 정말 나이가 어린 대학생 아이가 지인을 통해서 직업 탐구? 이런 걸 하러 왔던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회의에도 참관을 하게 됐는데, 보통 그런 자리에서는 평소의 못난 모습도 더 숨기고 하지 않습니까? 근데 이 사람들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또 날뛰기 시작했어요.


매니저님이 대뜸 그 솜털 난 20살 아기에게 “우리가 이 모든 일들을 왜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라는.. 무슨 사장님이 불려와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는 겁니다. 왜 하긴 왜 합니까? 돈 벌려고 하지.. 아니나 다를까 그 꼬꼬마가 대답을 잘 못 했습니다. 질문 자체도 어려웠고 아이 자체가 대범하지 못 하고 약간 샤이한 성격이다 보니 버버벅댔던 거예요. 그런데 그 순간. 팀장님이 정말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너 그렇게 아메바처럼 기계처럼 일할 생각이면 우리 회사 못 들어와~ 사람이라면 항상 를 쓰고 큰 비전을 가져야 하는 거야”라면서 저와 제 동료, 그 대학생 아이를 하나하나 시선을 두는 거예요.

저는 그때 저 스스로도 너무 수치스럽고 대학생 아이에게도, ‘이 언니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단다’를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써 웃어보이면서 “지금 이 친구는 나이도 어리고 아직 가다듬어지지 못 했으니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곤란했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 직원들도 다 있는데 아메바나 기계라는 표현은 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는데 이게 웬 걸요. 갑자기 팀장님이 온몸을 부들부들 떠시더니 책상을 주먹으로 쿵!!! 하고 내리치시고는 “네까짓 게 지금 팀장한테 하는 말버릇이 그게 뭐냐, 네가 감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싸지르느냐”면서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 회의실에서 나가버렸습니다. 회의실 분위기는 얼음물을 끼얹은 듯 차가워졌고 매니저님은 저한테 혀를 끌끌 하면서 회의실을 빠져나가셨습니다.

이게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고... 제 고민은 이렇습니다. 상사 한 명만 이상하다면 저도 ‘내가 상사 복이 없구나, 동료들, 다른 상사들에 기대서 좀 더 노력해보자’ 할 텐데 이건 뭐 제 상사라고 할 수 있는 분들 모두가 이러니(제가 알기로는 사장도 똑같이 안하무인에 성질이 더럽다고..) 제가 객관적으로 능력이 없어 미움을 받나, 내 성격이 모나고 이상한가 싶다는 겁니다. 또, 정말 일부(1~2명?)는 그들에게서 예쁨은 받는 친구들이 있기는 있어요.. 그러니 상사들이 이상한 건지, 제가 사회부적응자인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려운 상태이고..


제가 다른 회사 다니는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봐도 친구들은 “상사들은 하나같이 ㅂㅅ이야~ 그런데 그런 성격이니까 그 자리까지 가고 그런 성격이니까 사업을 하는 거야~ 우리랑 같을 수가 없어~”하는데 그 말도 맞는 것 같고.. 그러면 전 그냥 이런 똥 씹는 경험을 매일 하면서사는 게 운명인가 싶고.. 사는 게 우울하고 그렇습니다. 다들 이렇게 살고 계신가요?


그렇다고 하신다면 제가 할 말이 없어지겠습니다만... 저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상식적인 선에서 아랫사람을 제대로 treat해줄 수 있는, 절 큰 인재로 ‘성장’시켜줄 수 있는 상사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게 그렇게 큰 욕심인 건지.. 제가 이제껏 대학에서, 매스컴에서 보고 들은 이상적인 리더는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건지... 너무 절망적입니다. 인생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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