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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금값 많이 내렸더라

2014.12.16 18:00
안녕하세요 저는 아주 곧! 23살이 되는 어린 여자아이입니다. 지금은 감아연이 사라졌던데 감아연으로 제보하고 싶네요. 이곳에 놀러 오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제 나이가 어려서 이질감이 느껴지시겠지만.. 연애담의 황망도는 크게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제보합니다. 제 곡소리를 한번 들어봐봐주시어요..

 

 

구남친과 저는 같은 고등학교였습니다.
그때 저는 자주 어울려 놀던 무리가 있었는데
그곳에 구남친이 나~중에 조인하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 만나게 된 건 2학년 때인데
그 아이는 얼굴이 너무 귀엽게 생겨서
처음부터 제 마음을 흔들어놓았더랍니다.
배우 천정명 씨와 꼭 빼닮았어요.


고등학생답게, 저는 친구들에게 알렸습니다.


“나 ㅇㅇ이 좋아, 너무 잘생겼어>_ <”


..............하하 귀엽죠; 잔망....
다행히 친구들도 맞장구쳐주면서
저희 둘을 이어주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운동장에 모여 다 같이 이야기할 때면 제 친구들은,
괜히 먼 산만 바라보는 저와 그 아이를 엮으려고
별 되도 않는 농담을 던지곤 했어요.


“야, 배고프다. 너네 둘이 매점 좀 갔다와” 이런 식;
이럴 때마다 전 너무 쑥스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말도 못 하고 극한 설렘에 몸부림치던 어느 날,
저희 무리는 여느 때처럼 다함께 하교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마침 그 아이와 단둘이 걷게 된 거예요!
(이제 생각하면 친구들이 일부러 배려해준 건가 싶지만)
저는 그때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입은 씰룩씰룩 웃음은 나는데
하고 싶었던 말들은 아예 기억도 안 나고
겨우 할 말 생각나면 더듬더듬 바보같이 말하게 되고;;


그렇게 좋긴 좋은데 너무나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
지나가는데..... 이제 저기 보이는 골목을 지나면
우리는 이제 헤어져야 하는 거예요
.


정신이 없는 와중이었지만, 더 이상 지체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


그래서!!!!!!!!
저는 무슨 용기가 어디서 났던 건지 모르겠지만
대뜸 그 아이 귀에 대고


“...나랑 사귈래?”


라고 속삭였습니다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순수하고 아름답네요...ㅋㅋ


그런데 ㅋㅋㅋ 현실을 녹록치 않더군요
그 아이는 “생각해보겠다” 했습니다..ㅋㅋㅋ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아 죽고 싶다, 창피하다’
이런 생각은 안 했고 “알겠다, 기다리겠다”
말하고 정말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도 알게 모르게
그 친구 역시 제게 호감이 있었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역시나! 바로 다음날 문자가 왔습니다.


[우리 사귀어보자!]


라고요.
(참... 고등학생들의 연애 이야기 낯설지요;;)


무튼 그렇게 시작된 풋풋한 연애는
200여 일의 행복한 시간을 거쳤고
저희는 서로에게 처음이었던 팟팟도 경험하게 됐습니다.
(너무나 아팠던 기억뿐이지만 다시 시간을 돌리더라도
그 사람과 했었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네요..)


그런데 그 이후 제가 조금씩..
남자친구에게 집착하기 시작한 게 불화의 시작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어린 나이의 저에게
‘처음을 주었던 남자’의 의미는 무지막지했기 때문입니다.


둘 다 나이도 어리니 당장 결혼은 안 하더라도,
막연하게...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다’
는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제 처음을 줬으니까 그랬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서로 다른 곳으로 가게 되고,
그 아이가 토론동아리 활동에 푹 빠지면서
저희 사이는 더욱 더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그 아이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


그 친구 학교에 찾아가서 사물함에
빼빼로데이엔 빼빼로,(이날 만나지를 못 했거든요)
핫팩, 장갑 등등을 넣어두고 돌아오곤 했고


한번은 그 아이가 아파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과일이랑 먹을 것들을 한 보따리 싸들고
찾아가기도 했었네요..


(그 아이 어머니께서 절 좀 이유 없이 싫어하셨는데
애가 아파서 뭘 먹지도 못 하는데 이런 걸 사왔냐
넌 생각이 있느냐며 혼내시던....ㅠㅠ)


그런데 이런 제게, 그 아이는 사귄 지 3년 만에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해왔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그런데 그렇게 하루하루...
너무나 쓰라린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에
저는 친한 동창 친구로부터


“ㅇㅇ이(구남친)와 같은 학교에 간
다른 동창 여자애가 ㅇㅇ이와 만나는 중”


이라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때는 이별한 지 이제 5일도 되지 않았는데요..
저는 아직 밥술도 제대로 뜨지 못 하고 있는데요..


이건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전 저 나름대로 이별의 의식을 치르면서
좋았던 기억들, 안 좋았던 기억들을
마음 속 저만의 장소에 고이 묻어두고 있는 중인데..


‘지금 같은 시국에 다른 여자를 만나다니!’
생각이 들어 화가 치밀더군요.


그래서 전.............
그 아이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늦은 밤에 다짜고짜 불러내서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우리 헤어진 지 며칠이나 됐다고..
혹시 우리가 사귀는 동안에도 계속 만나왔던 거야?”


라며ㅠㅠ
저는 아웃사이더에 빙의해서 그 아이를 다그쳤습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이 저를 얼어붙게 만들었어요.
너무나도 냉철한 표정과..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는 태도...


전 그제서야 ‘아, 우리가 이제는 정말 남남이구나’
생각이 번쩍 들어 축 늘어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저는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와의 추억을 상자에 쓸어담기 시작했어요.


그 아이가 써준 편지, 그동안 받은 선물,
함께 찍은 사진까지 모두 정리했습니다.


더 이상 제 방에 그 아이의 흔적이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는 상자를 테이프로 봉하려는데,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붙잡고 싶어서
편지를 한 장 써서 같이 넣었습니다.


[이걸 보게 된다면 생각할 시간 충분히 갖고
꼭.. 꼭 다시 연락달라]
고.. [기다리겠다]고요...


그리고는 그 아이의 학교 사물함에 넣어뒀어요.
(저희 집과 남자친구 학교가 가까웠거든요..
연락해서 불러내면 나올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데 당시가 학기 중인데도 불구하고
하루, 이틀, ... 사흘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겁니다.


등신 같은 저는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다시 사물함으로 가서 상자를 확인해보려.....


고.. 학교에 갔는데.............

 

 


상자가 뜯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혹시 이 아이가 방금 전에 여길 들렀나’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까지 했어요.


저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
상자를 열어서 편지가 있나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그 상자의 내용물은 모두 그대로..
였고 없어진 물건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저희 14K 커플링.
두 번째는 그 아이가 제게 사줬던 18K 목걸이..


이 두 가지가 없어졌어요......
다른 건 그대ㅡ로....ㅎㅎㅎ
(제가 쓴 편지는 읽은 것 같긴 했습니다..)


전 그걸 확인한 순간..
3년간 그 친구에게 쏟아부은 제 마음과 순정
이렇게 속물적인 모습으로 끝나는 게 슬펐습니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귀중품이니까 일단 그것부터 챙긴 거겠지’
싶어 한 달을 더 아린 가슴을 안고 기다려봤지만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관계가 언제 이렇게
후진.... 모양으로 일그러져 있었던 건지,
그걸 저만 알아차리지 못 했던 건지..
너무 수치스럽고 괴로웠어요.


제게 있어 그 아이는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는데..
그 시절 전체가 마치..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기분이 들더군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단지 그 아이를 잊기 위해
저를 좋아해주는 다른 동창 아이와 사귀게 되었고
6개월을 두 남자를 한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그 남자친구와 잘 사귀고 있는데..
첫 6개월간은 정말 그 관계에 집중하지를 못 했고
그 앞에서는 웃고 뒤에 가서는 울고를 반복했어요


(둘이 서로 이름만 아는 사이라,
저와 사귀었었다는 것 자체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현남친에게서 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남자애들만 모이는 동창 술자리가 있어서
나가게 됐는데 ㅇㅇ이도 나왔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다들 많이들 취해서는
과거 연애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ㅇㅇ이가 그날 끼고 온 반지
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돌려준 커플링과 목걸이
녹. 여. 서. 만든 거
라며 좋다고 자랑을 하는데
너무 못나보이고 별로였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며칠 전 이야깁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다시 한 번....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전처럼 심하게 황망하지는 않았습니다
.
단지 사연을 써야겠다 싶었을 뿐이에요.


그냥 그 친구가 불쌍했습니다.
그렇게밖에 전여친에게 할 줄 모르는 그 사람이요.


당시에 비하면 금값도 많이 내렸다고 하던데
그렇게 해서 많이 행복한지 모르겠네요.
전 이만 한 마디 하고 물러나겠습니다..


“행쇼. 나쁜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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