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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깜냥 되는 뇌섹녀

2014.12.17 17:18
안녕하십니다 형제자매님들. 저는 주변으로부터 ‘호구ㅅㄲ’라고 불리는 25살 남자 대학생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마음을 주는 여자들마다 저를 함부로 대하며 잔인하게 차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런 과거들 때문에 새로운 연애를 하기를 꺼려하고 있는 상태고요. 저는 사랑을 퍼줄 수 있는 준비가 잘 되어있는데.. 맞는 짝을 찾지 못해 비극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흔히 보이는 여초 사이트들에는 나쁜 남자에게 상처받은 여자분들 사연이 넘쳐나지만, 남자 역시 여자에게 당하고 아파하기도 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보내봅니다.

 

 

남중-남고-공대 루트를 밟은 제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학년 때였습니다.


같은 과 친구가 저를 술자리에 불러냈는데
맨날 지겹게 봐오던 공돌이들 사이에 못 보던
여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같은 학교 인문대 사람인데
저희들보다 2살이 많은 친구 지인이라 했습니다.


(제가 알량한 복수심에 하는 소리가 아니라)
세간의 기준으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였습니다.
하지만 매력이 넘치는 얼굴에 표정이 다양했습니다.
눈이 자꾸 가더군요.


그리고 목소리도 참 청아했습니다.
K팝스타에 백아연이 나왔을 때
그렇게 청아하다 청아하다 노래를 불렀는데
딱 그런 느낌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더 나누어보니
인문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현재 음대 교수님과도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했습니다
.


솔직히 이 지점에서 제가 넘어간 것 같습니다.
명석한 두뇌에(자랑 맞는데 남부럽지 않은 학교네요;)
예술적 감수성, 적극적이고 솔직한 화법...
뇌섹녀 그 자체였어요.
(뇌가 섹시한 여자....)


평소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인 저에게는
강력한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습니다.
사람한테 빨려들어간다는 표현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겠거니 했어요.


그날 저희는 번호 교환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잘 들어가고 있어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고,
다음번에 만나면 술 사주고 싶어요.
ㅇㅇ씨 같이 똑똑한 친구들이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해 나는~ 열공해서 큰 사람 돼요!]


라고...................
(지금 생각하면 그냥 누나가 아는 동생에게 보내는
격려 문자인 걸 알겠지만 당시에는 눈이 돌아갔네요)


저는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날은 친구에게 곧바로 연락해서
그린라이트 여부를 물었기도 했습니다;
행복한 밤이었죠.


그 이후로 그녀는 종종 제게 전화를 걸어
“영화를 보자, 술을 마시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의 부름이라면
서울의 끝과 끝에 있는 저희 집에서 그녀의 집까지
피곤한 줄 모르고 달려갔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먼저 다가와서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여자는 처음 만나봤기에 당황스러웠던 동시에
참...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그랬던 듯싶습니다.)


또, 그녀가 취한 것 같으면
당장 그리로 달려가서 집까지 안전히 바래다줬습니다.
(어떤 날은 너무 늦어서 학교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그녀의 소규모 공연마다 따라다니며
스태프 지원을 한 것 등등...


친구들은 위의 이야기들을 두고
저를 호구라고 놀려댔지만
..
저는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게 아니었고
그냥 좋으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타칭) ‘희생’을 하는 과정에서
그녀와 사귀게 됐으니 그리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다.... 고 생각하는데
왠지 뭇매를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런데 이렇게 그녀와 사귀고 가까워지다 보니
그녀의 단점 역시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5번을 마신다 치면
2~3번은 꼭 만취가 되어 연락이 오거나
“네 여자친구 ㄲㄹ 됐으니 데리고 가라”
연락을 받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 가보면.. 가관입니다.


남자친구인 절 알아보지도 못 할 정도로
사람이 인사불성이 돼서는 절 막 때립니다
“너 뭐야, 이거 놔~” 이러면서요..


제가 지금 말하려는 사건이 벌어진 날도
저렇게 ㄲㄹ가 됐던 날들 중 하나였습니다.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 했던 날이었는데
연락이 와야 할 시간에도 계속 감감무소식이기에
까톡을 날려봤더니 횡설수설을 하는 겁니다.


평소 감이 있으니 ‘취했구나’ 싶어
미리 들어둔 약속장소로 가봤는데
남자 둘과 여자친구, 이렇게 셋이서 마시고 있었는데
남자들은 멀쩡하고 여자친구 혼자만 만취가 됐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먹였구나’ 생각이 드는데
정말 꼭지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여자친구가 제몸 간수 못 하고
이렇게까지 취했는데 도대체 누굴 탓하나 싶어
간시히 화를 누르고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왔죠.


그러고서 그녀를 짊어지다시피 해서 바래다주는데
택시 안에서 그녀의 폰이 미친 듯이 울리는 겁니다.


맨 처음 몇 번은 무시하는데
하도 시끄럽게 울리기에 화면을 들여다보니
[ㅁㅁ♡]라는 사람이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감이 참 무서운 게,
감자기 그녀가 공연을 함께 준비한다던
음대 교수가 머릿속을 스치는 겁니다.


이것도 나중에 퍼즐이 맞춰진 건데
왜 그 사람이 떠올랐나 생각해보니,


캠퍼스를 함께 걷다가 현수막에
그 교수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걸 함께 봤는데
그때 그녀가 “저 사람이 우리 교수님”이라고
알려줬던 게 기억이 나더군요.


그래도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건
그거 하나밖에 없는데..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좀 께름칙했던 것이,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는데
아무리 가까운 교수라지만
이 시간에 전화를 전화를 하나 싶어


일단 전화벨이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까톡창을 열어보았습니다.


하................
그 짧은 순간, ‘이렇다면 최악이다’라고 상상했던
그 최악의 패가 까톡창에 펼쳐지더군요.


[ㅁㅁ~ 오늘 페북에 올린 사진 굉장히 멋있더라구~
(그녀는 미국에서 살다 와서 한국말이 좀 어색한데
‘굉장히’라는 말에 꽂혀서 애교 포인트로 썼습니다)


오늘 이거 끝나고 보고 싶었는데
벌써 집에 가버리면 어떡해ㅠㅠㅠㅠ]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 피가 거꾸로 솟는데
신경질적으로 까톡창을 위로 올리니
그냥 [여보, 자기]가 난무하는 연인사이더군요.


일단 첫 번째는,
그녀가 제가 아닌 사람과 연애...
아니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가장 열받았고


두 번째는,
그녀와 그 교수가 띠동갑도 더 차이 난다는 점이
제 머리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습니다
.
사랑한다면 나이차... 많이 날 수도 있겠지만
모르겠어요 그 순간에 역겨움을 느낀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기분이 나빴지만..
그날은 그녀를 집에다 바래다주고
다음날 전화를 했습니다.
“어제 네 까톡을 보게 됐고 그래서 다 알게 됐다”
고 말했습니다.


그런데........ㅋ 역시 바람을 피우는 건
깜냥이 되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얘기겠죠
반응이 정말 상상초월이었습니다.
본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번반구 해명도 없고


“왜 남의 핸드폰은 훔쳐봐서는 일을 이렇게 만드냐,
너와 같은 남자와 무슨 신뢰로 더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


나 안 그래도 한 달 뒤 영국으로 유학 가는데
그냥 이렇게 우리 사이는 정리하는 게 맞겠다”


며.. 받아치더군요. 저는 그렇게 차였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새는 호구 어디 가겠습니까..
그녀가 영국으로 떠나기까지 한 달 동안을
술 처마시고 토하고 밥 못 먹고 그리 지내다가
영국으로 떠난 바로 다음날 메일을 보냈습니다.
초장문으로요. 내용은 대충


[그동안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록 우리가 헤어지게 됐지만
나에게는 평생 잊지 못 할 예쁜 추억이다.


하지만 네가 나에게 상처를 준 것도 사실이다.
그냥 네가 한 잘못을 인정만 해주었더라면
내 마음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보내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것을
기어이 전송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ㅋㅋ
친구 말을 들을 걸 그랬나봅니다 ㅋㅋㅋ


답장으로 쌍욕이 왔어요.


[너의 이런 질척거리는 모습이 진짜 지겹다.
언제나 잘못은 나의 몫이고 너는 그걸 혼낸다.
무슨 일을 하든 날 ‘구제불능’으로 만드는
너란 ㅅㄲ랑은 뭐 더 하고 싶은 것도 없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라고 말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저 같은 사람은 연애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입니다 ㅋㅋㅋ 마이너스만 적립하는 기분이라서요


지금까지 사귀어왔던 여자들도
이번보다 강도만 약했지,
친구들이 천하의 ㅆㄴ이라느니, 나쁜ㄴ이라느니
욕하는 사람들뿐이었어요.
제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는 걸까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다음번에 여자를 고른다면 ㅇㅇ을 중점적으로 봐라’
라는 유치한 조언마저 듣고 싶을 지경입니다.


전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도와주십시오 형제자매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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