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친과 저는 아직 만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신생아 커플입니다.
남친과 저는 현재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고요.
남친은 그 사무실에서 정식으로 일하고 있고
저는 짧은 기간 동안 인턴을 하게 된..
그런 인연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맨 처음 남친을 알게 됐을 때에는
남친도, 저도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남친은 4년째 장거리연애 중이었고
(애매한 관계로 알고 지낸 것까지 따지면 5년 넘음)
저 역시 1년차 장거리연애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연애에 있어서도 동변상련이고
같은 직업군이라서 통하는 것도 많아서
얘기를 많이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회식도 잦아지고 하니
저도 모르게 감정이 싹트고 말았어요.
처음에는 그냥 서로 남친, 여친 있으니까
그들이 곁에 있어주지 못해 외롭고 힘들 때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게..
그게 생각처럼 안 되더라고요 ㅋㅋㅋㅋ
그래서 서로 정리하고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둘 다 정리 후 사귄 것이므로 양다리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처음부터 좋은 감정으로 만났다면
제가 알아서 입조심을 했을 텐데
같은 ‘장거리 연애’에 지쳐서 위로하다
감정이 싹텄던 사이인지라ㅠㅠ
서로의 전남친, 전여친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게 된 게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아무렇지 않았지만 점점 제 감정이 깊어질수록
남친에게 마음을 주면 줄수록
과거의 잔상들이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서로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었을 때
제가 남친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남친은 전여친을 사귄 당시 취준생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별다른 돈벌이는 없었고 대학생들 받는 정도의
용돈을 받으며 밥 먹고 공부하고 데이트도 했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3살 위의 연상인 데다가
직장도 괜찮을 곳을 들어가서 데이트 비용을
거의 전부? 그 언니가 부담했다고 해요.
그 언니도 남친이 너무 좋다 보니까
흔쾌히 돈을 썼다고 했고 아까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옷도 좋은 것으로 사주고
밥도 비싼 데 가서 먹었다고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쓰이는 건...
4년이라는 시간.. 그 무게는 엄청납니다.
저를 짓누르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남친은 제 전남친이 신경도 안 쓰이나봐요.
저는 그의 과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은데
저는 저대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물어보고 있고
눈치 없는 남친은 또 꼬박꼬박 대답도 잘 합니다.
한번은 제가
“여자친구랑 어디 놀러간 적 있어?” 그랬더니
“ㅇㅇ(사귈 당시 애칭)랑은 어디어디 가봤지”하는데
그 놀러갔다는 게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제 앞에서 전여친을 부르던 호칭을 그대로 썼다는 게
그렇게 서운하더라고요.
또 커플여행을 간 얘기를 하다가도
“내 여자친구랑 누구랑 친해서 어디어디 갔다왔지”
이러는데............. 후아...
제 앞에서 전여친한테
“내 여자친구”라는 호칭을 쓰다니ㅠㅠ
저는 참 억울?한 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불쑥불쑥 튀어나올 정도로
그 존재가 익숙해진 남자가 없거든요 ㅠㅠ
근데 남자친구는 있으니.. 진 기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뻔히 보이는 말뜻도 괜히 다르게 들립니다.
하루는, 남친이
“내 친구는 모텔 가서 여친이랑 세 번이나 했대”
라고 말했는데
확실히 정신이 어떻게 돼가고 있나봅니다.. 저는
“나도 그 오래 사귄 여친이랑 세 번이나 했다”
로 들리더군요 ㅠㅠㅠ
무슨 얘기를 하든 이렇게 생각하는
제 자신이 너무 싫어졌습니다..
이게 보통의 경우에는 남친이 말하는 과거가
그냥 전에 만났던 사람이랑 그런 경험이 있었구나
할 텐데 저는 특정한 인물이 그냥 딱 떠오르니까ㅠㅠ
저도 억지스러운 투정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신나게 즐겁게 잘만 지내다가도,
“이거 그 언니랑도 해봤냐”
괜스레 묻기도 하고 말이죠.. 못났다....
그런데 또 절 괴롭히는 것이..
그 언니는 참 예쁩니다.
어떻게 알았냐구요...
페북이죠 뭐..ㅠㅠ
(그 언니의 신상 관련도 괜히 검색해보곤 합니다..)
그래서 자격지심에 또 어리광을 부리면, 남친은
“너만 사랑하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
해주지만 그 말은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았구
그렇게 위안이 되지도 못 합니다.. 전 흔녀이니까요...
저도 이걸 남친한테 말하고 탁! 풀고 싶어도
말하면 말할수록 해결은 안 나고 찌질해지는
제 자신을 보니까 괴로워요.
제가 제 스스로를 갉아먹는 기분입니다..
물론 남자친구도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서는
많이 미안해했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큰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근데 제가 그냥 속상하네요..ㅎㅎ
왜일까.. 생각을 해보면
저는 연애를 몇 번하긴 했지만 다 1년여의
짧다면 짧은 연애들이었고 추억도 물론 많았지만
부부처럼 그렇게 가까워진 사이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4년이란 시간은 다르잖아요..
(썸 탄 것까지 하면 5년이라는.. ㅎㄷㄷ)
제가 지레 짐작하는 건 아니라고 보지만
거의 가족이었을 텐데..
4년 동안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추억이 있었을 테고
별의별 일들을 다 공유했을 거라는 생각에
그 사람 머릿속에 저란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 라는 미친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곧 만나기로 한 남친의 절친들과 전여친은
모두 같은 과이고(그들은 CC였다고 합니다ㅜㅜ)
같은 직업군에서 부딪히며 일하게 될 저는
어딜 가나 전여친의 잔상에서 시달릴 거라는
불안감도 듭니다.
하지만 저도 바보가 아니니..
장기간 연애했다는 것이 꼭 흠이 아니라고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사람의 진정성을 더 보여주는 거라는 것..
저도 잘 알아요. 저도 더 그래서 믿음이 가구요 ㅠㅠ
(참 이중적이네요 저도..)
그리고 오랜 연애를 접고 저한테 오느라고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도 제가 잘 아는데 ㅠㅠ
절대 헤어질 마음 없고 더 사랑하고 더 아껴주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벗어나서
오래오래 남친과 함께 할 수 있는 건지.. 고민스럽네요
그러니 그냥 이런 경험이 있으신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비난이 아닌.. 조언과 토닥임을 받고 싶네요..
어린 친구에게 불이 난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는
팁을 몇 가지 던져주신다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