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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혼자인 데는 이유 있더라

2014.12.23 18:43
안녕하세요. 감친연을 보다보니 문득 제 맞선남들이 떠올라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저는 30대 중반이라 선을 꽤 본 처자인데.. 운이 없었는지? 아... 참으로 흉하디 흉한 사연들이 꽤나 적립되어있더군요ㅠㅠ 그 중 두 남자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작년, 저는 오랜 타지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귀국을 하였습니다. 저희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맞선 몇 회를 준비해 두셨더랬습니다.


그 중 첫 번째 맞선남
이제 막 40대에 들어선 분이셨는데
엄마의 친구의 남편의 회사 부하직원
(aka 모르는 남자)이었습니다.


엄마 친구분께서는
이 남자가 집도 서울에 두 채나 있다
적극 추천하셨고 제가 고개를 끄덕인 지 
1시간도 안 돼서 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토요일 3시쯤으로 약속을 잡았는데
어디서 볼지 고민하던 그는....


보통 그 나이 땐 안 한다는..
‘길바닥 만남’을 정하시기에 이릅니다.
대학로 KFC 앞에서 만났습니다...

그렇게 맞선 당일이 되어 그를 만난 저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분과의 대화에서
이 사람은 아니라고 강하게 느낀 부분이 있었으니


1. 제가 오랫동안 살아온 타국에 대한
강한 비판과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셨으며


2. 누구나 물어보고 싶어 하지만 맞선 자리에선 불필요한
“그 나라 남자랑도 사귀어 보셨어요?”라는 질문을 투척,


3. 스포츠를 좋아하신다기에 뭘 좋아하시냐 물었더니
“스크린 골프랑 당구요. 내기가 없음 재미없죠~”
라는 대답에 이르기까지.......... 하하


이건 아니었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대충 헤어졌지만
그 후 매일같이 왔던 문자를 대충 얼버무리며
슬슬 ‘우리는 인연 아니다’ 드립을 날리기 위해
 

[저희 엄마가 갑자기 입원을 하시게 돼서
다음 주말엔 뵙기 힘들 것 같아요]


라고 답변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저희 엄마가 입원을 하시고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치질로요.....-_-


근데... (엄마 친구분이 정보를 주신 게 틀림없겠지만)
어떻게 아셨는지 엄마 병실로 을 보내오셨어요...


[ㅇㅇ은행 ㅇㅇㅇ,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라는 글씨를 써서요.............


ㅎㅎ.. 그분이요, 절 만난 건 한 번뿐입니다...
게다가 애프터도 확답을 못 받으신 상태에서...
조금은 부끄러운 병명으로 입원하신
맞선녀 엄마에게...


난을 보내는 건... 오바 아닙니까???


물론 그분이 미친 듯이 마음에 들었다면
난을 보내든 풍악대를 보냈든 좋았겠지만서도..


전 바로 거절의 문자를 날렸습니다.


[고맙지만 이런 식의 선물은 부담스러우며
저하고는 안 맞는 거 같습니다]


라고요.


나이 들어 맞선하면..
다들 말귀를 빨리 알아들으시고 포기가 빠르시더라고요.
두 번 다시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근데 왜 씁쓸하지??ㅋㅋㅋ)

 

한편 두 번째 맞선남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친구의 회사 동료의 친구(aka 모르는 남자)였습니다.


듣기로는 좋은 회사에 다니며, 좋은 동네 살며,
부모님도 노후걱정 없는 ‘좋으신 분’이라 했습니다.


그분과는 주말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디어디’를 가자시며 데리러 온다시는 거예요.


전 조금 부담스러워서
“아니에요~ 전 지하철 타고 갈게요~”라고 했더니
조금 황당해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니라고 꼭 데리러 간다고~ 간다고~ 하시길래
저에겐 이상한 이 왔습니다.


첫만남에 여자를 꼭 데리러 와야 하는 건
이분의 부족함(아마도 외모 쪽)
강한 임팩트로 불식시킬 수 있는,
엄청난 차를 가지고 계신 거다... 라는 촉 말입니다.


나이 드니 느는 건 눈치뿐이라는...
게 이런 데서 드러나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저도 눈치껏 데리러 오시라고...
(분명) ㅇㅇ백화점 앞으로 오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백화점에서 3분도 안 걸리는 곳에 살고 있다고요


그랬더니 당일 1시쯤 이제 다 와간다고 전화를 주셨어요.
전 언능 꼬까신을 신고 백화점으로 향했지요.


그리고 이제는 길을 건너기만 하면 백화점인데
건널목 중간 즈음을 걷고 있자니 전화가 왔어요.
유턴해서 갈 테니 백화점 맞은편으로 오래요.
그래서 다시 빽해서 건너편에 서있었죠.


근데... 안 와요...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전화를 했어요. “어디시냐?” 물었죠. 그랬더니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돌아가고 있으니 기다리래요...


근데... 안 와요...
5분이 지나고...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저의 땀구멍이란 땀구멍이 다 열어놓은 채로
,
평소엔 지참하지도 않던 손수건이 젖어가도록....
서있었습니다.. 와우...........


그런데 처음 전화가 온 이후로부터
20분이 지나고 전화가 왔어요.


ㅁㅁ백화점 앞인데 어디세요?”


이런.................

 

ㅇㅇ백화점이라니깐!!!!


도보 10분 거리에 ㅁㅁ백화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몇 번이나, 정말 몇 번이나
ㅇㅇ백화점이라 말씀 드렸다고요...!!


후............
전 그 더위에 10분이나 걸을 자신은 없어서
ㅇㅇ백화점으로 와주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약속시간으로부터 30분 이상이 지난 후..
저는 드디어 그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백화점 앞에 서있던 마을버스가 지나가고
그 뒤에 차를 세우신 그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아~~ ............
주선자에게 뚱뚱한 사람은 싫다 말했던 저였습니다.
네~ 제 입으로 그리 말했습니다... 그랬네요.....
 

하지만 그게 “마른 사람이 좋아요”는 아닌데...
말라도 너무 마르셨습니다.
(나중에 재킷을 벗으신걸 보니
허리가 한 줌도 안 되게 생기셨더라는...)


유아용 옷걸이에 걸어 놓은 듯한 수트는
심지어 후줄근해 보였으며 저의 빠른 스캔 결과
집에 있는 명품을 다 걸치고 나오셨더라고요.


“뿌라다”라고 크게 쓰인 넥타이,
빨간줄과 초록줄이 선명하게 들어간 “나 꾸찌예요” 시계,
촘촘히 아로새긴 “여기여기 누이삐똥!!” 벨트....
다들 어쩜 그리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들인지...ㅠㅠ


그리고 물론 무엇보다도 강한 어필을 하는 그분의 자동차...
보닛 중앙에 정말 크게 “알지? 벤츠?”라고 써있었어요.


그리하여.. 그분을 벤츠남이라 칭하겠습니다.
(보통 벤츠남은 좋게 불리는 듯하지만ㅠㅠ)


저는 그렇게 벤츠남의 애마에 올라타서는
“이곳까지 오셔서 길 헤매느라 고생하셨겠지만
저 역시도 더운 날 왔다갔다 고생했다~”

어필을 했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못 들었고요,


“우리 어디 가냐”고 했더니 “어디어디”라고 하는데
전 그게 동네 이름인지 가게 이름인지도 모르겠었어요.


그러더니 한참을 가더니 W호텔에 들어가시더라고요.
아는 언니의 결혼식 후 여기서 밥을 먹은 적 있어서
거긴 알긴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혼자
‘그래서 데리러 와야 했구나, 내가 오해했구나’라고
조금 납득을 했어요.
거기라면 지하철만으로는 갈 수 없잖아요.
(결국 저의 납득은 괜한 오지랖어린 배려로 드러났지만..)


저는 그곳에 있는 일식집에서
굉장히 비싼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둘이 점심 한 끼 먹는 데 20만 원은 하겠더라고요...


근데 장소도 메뉴도 그분이 정한 거예요...
전 돌솥비빔밥만으로도 괜찮은 여자라고요.....


뭐 이런 건 사이드메뉴 이야기이고,
제가 “취미가 뭐냐” 물었더니 스노우보드래요.
캐나다나 뉴질랜드에 가서 매해 타신다네요.
그런데 제 취미는 안 물어 보셨어요...


그래서 “집에 있을 땐 뭐 하시냐” 물었더니
52인치 TV에 홈시어터로 무장한 방에서 영화를 보신대요.
그런데 제가 집에선 뭐하는지 안 물어보셨어요..


“일은 재미 있으시냐” 물었더니
“클라이언트가 ㅇㅇ인데 나보다 일도 못 하면서
연봉을 나의 두 배로 받는 건 말이 안 된다”
네요.
그런데 제가 어떤 일 하는지는 안 물어보셨어요.


그렇게 저는...
벤츠남의 일방적인 자기 어필을 듣고 일식집을 나섰는데
그렇게 비싼 점심값은.. 내려는 흉내도 못 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조용히 잘 먹었다 하고 나왔어요.


그리고 집에 데려다 주면서 그분은 한 마디 남기셨습니다.

 

 

 

 

 


강북은 참 불편하다


고............. 종지부를 찍어주시었습니다.

 

 

이런...........
씨양....................


그 후로도 몇 분을 더 만나봤는데요.
다들 스펙은 좋으셨어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스펙 좋으신 분들이 왜 여태 결혼을 안 하셨을까...
알겠더라고요... 저 역시 과년한 나이라 민망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모가 호감을 주기는 힘드시며,
키는 다들 작으시고 성격도 상당히 이상하시더라는...


그래서 저는 그분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노처녀라도 급이 있는 노처녀가 되고자 결심을 하였고
외모를 가꾸고 온화한 성격을 갖고자ㅠㅠ
포지티브 씽킹~!을 하려 노력....해봤자
잘 안 됐던.. 과년녀의 망한 맞선담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펙 포기하고 연하남한테 갔다가 또 망한..
여자의 맞선담이기도... 하네요ㅠㅠ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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