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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그날의 공기, 바람, 냄새

2014.12.24 15:09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여자 사람입니다. 얼마 전 ‘요맘때 생긴 일’을 주제로 사연이 올라왔던데.. 제 이야기야말로 딱! 요맘때 일어난 일이네요. 무엇보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작년에 겪은 이별에 대하여 어디다 하소연하고는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어 헤매이다.. 감친연에 종착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그 남자는 작년,
영어 회화 스터디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스터디는 총 인원이 30명 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주말에 시간 되는 사람들만 모여
정해진 토픽에 대해 공부해오고,
영어로 대화하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매주 약 10명 정도가 모였던 듯해요)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한 훤칠한 남자를 알게 됐는데
대화를 통해 그는 저보다 3살이 많았으며
취업준비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직장인이었습니다. ...지금도;)
 

하지만 처음부터 관심이 훅! 갔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 제가 그 스터디 안에서 워낙 신입이었기 때문에
남자고 여자고 얼굴이나 성격을 보고 호감을 가질 만한..
정신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랬어서...

무튼 저희는 서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둘 다 개인 사정으로 스터디를 그만두었는데,
그 후 한 달 후쯤, 스터디 사람들과 놀러 가게 돼서
그 사람을 알아볼 기회가 마련됐었습니다.


때는 추운 겨울, 장소는 춘천의 한 펜션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다보니 술을 많이 마시게 됐는데
2시, 3시 넘어가니까 시끌벅쩍하던 것이 사그라졌습니다.


그리고 저와 그분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 자고 있을 때(약 4시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 옆자리에서요...


그런데 그 사람은 힘든 게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취직도 힘든 문과를 괜히 선택해서 삶이 고되다.
토익, 자격증, 공모전, 봉사활동을 다 해도
‘모자르다’, ‘부족하다’하니 숨이 막힌다.
언제 볕이 뜨려는지 모르겠다”


뭐 이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비교적 쉽게 취직을 한 편이라,
제가 알지 못하는 고통을 받는 그가 안쓰러웠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는 스스로가 답답했습니다.


(참 이상한 게 이 당시에는 그 남자를 
딱히 이성적으로 바라본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괜히 측은하고.. 모성애가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봤더라면
그를 더 정성스럽게 위로할 수 있었을 것이고
더 많은 대화 주제를 이끌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는 기회였을 텐데..


싶은 몇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침 6시까지 이야기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그날은 그렇게 겨우 2~3시간 눈만 붙였다가
서울로 돌아왔고, 다시 연락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러 갔다오니..
그분이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고 하더라구요..;


무슨 주책인지 한번 대시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분은 취업준비생이니까.. 나는 안 될 거야..’
생각에 자꾸 얼굴을 들이미는 사심을 눌러담았습니다.
(아무래도 처한 상황이 다르면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니..)


그리고 외모적으로도.. 제가 자꾸 작아보였구요...
저라고 어디 가서 못생겼다 소리를 들은 적은 없지만
그 남자분은 누가 봐도 훈남이었습니다.
여진구의 미소를 가지셨다 하면 설명이 되려나요....


무튼.. 그런 연유로 대차게 대시까지는 못 해보고
펜션에서의 대화 이후 안부만 가끔 묻고 지내던 차에..

 

 

 

 

 

 

 

 

돌연! 그분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 10시 정도에 같이 놀자]


고요..!


저요..?
자존심이 뭔가요? 바로 달려 나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한 명을 콕 찝어서 불러내다니
광명이고 축복이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만나서 잠깐 차를 함께 마셨고,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길거리를 함께 쏘다녔습니다.


술집이 즐비한 거리를 거닐었고
전구로 장식된 나무들을 지나치기를 수십 번..


그러다 너무 추워지면 그 사람의 차 안에서
여러 가지 대화도 나눴고.. 아름다운 새벽이었습니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그분이 저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결말은 좋지 않지만 여러분께도 이런 일이 벌어지길..)
 

“좋아한다”고.. 말입니다.


저도 당연히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예스” 했습니다..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짝사랑;하던 상대에게서
고백을 받다니요 이건 정말 흔한 일이 아니기에...
엄청 행복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사귀고 난 후부터더라구요..


잊지 말아야 했던 것이, 그는 바쁜 취준생이지요..
펜션에서 이야기 나눴듯, 준비할 것이 많았습니다.
싸트에 토스에...


그래서 저는 알콩달콩 연애의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그를 일주일에 한 번만 보는 걸로 만족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요.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달라지더군요..


그와 사귀기 전엔


‘일주일에 한 번도 많이 만나는 건데
뭐 어때.. 그냥 나도 내 생활 하면서 만나면 되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당연하지요..! 사귀기 전에는
일주일에 1회도 안 만나는 사이였으니...)


막상 만나다보니 좀 더 자주 만나고 싶고
한시라도 더 옆에 있고 싶고..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이런 제 간절함이, 조급함이..
못난 모습으로 전해졌었겠죠..?
그랬을 겁니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던 건지..
사귄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그 사람이 이별을 통보해왔습니다.


“네가 서운해 하는 것도 알고 있고..
객관적으로 내가 못 하고 있는 것, 인정한다.
근데 모른 척 했다..


섭섭하겠지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게..
이게 지금 내 상황이고
나로서도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다”


고........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 이 남자는 지금 자기 상황에서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하는구나..
난 그에게 ‘필수’가 아니구나’


라고요..
그리고 그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너를 가볍게 만나고 싶었다..
근데 너를 알아가고, 너의 태도를 보면 볼수록
그게 안 될 것 같다... 죄를 짓는 것 같다”


라고 말입니다.


저는.. 저희가 비록 짧게 만났지만


“나 왜 안 만나?” 이렇게 묻지도 않았고..
한 번도 관계에 대해서 보챈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참..
아프면서도.. 당혹스럽더군요.


너무 황망한 마음에..
그가 이별을 말할 땐 쿨하게.. “알았다”고 했습니다만,


제가 헷갈렸던 부분은, 그러고 난 후 그가


“아직 너에게 호감이 있긴 하다..
가끔씩 만나고 싶다.. 네가 싫으면 연락 안 하겠다”


고.. 덧붙인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거기엔 대답을 하지 못 했습니다.
거절당한 마음이.. 팅팅 부어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는 “가끔 얼굴이라도 보여줘”
라는 소리가 절대로 입밖으로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안아달라고만 했구요....
그가 꽈악 안아줄 때는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그게 저희 마지막이네요...
“가끔 얼굴이나 보자” 했던 그는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본인보다 마음이 더 컸던 저에 대한 배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지난 일 년을 그를 잊는 데 썼습니다.

근데 참.. 제 사연을 읽으시면서도
‘이상하다’ 생각이 들진 않으신지 궁금합니다.
짧은 기간 연을 맺었던 사이 치고는
너무 오랫동안 그 남자가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요
.


머리와 마음으로는 차츰 정리를 한 듯한데
아직도 그를 회상하며 이렇게 제보를 하고 있는 건,
글을 쓰는 제 스스로도 이상해보입니다.
 

그 짧은 만남 동안 그가 제게 주었던 떨림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냥 이렇게 잊힐 만한 것이라면
지금까지 이러고 있는 제가 비정상인 건지..


참으로 쉽게도 “그건 네 인연이 아니었던 거야”라고
말하는 주변인들의 말이 쉽게 납득되지 않기도 하고요..
 

모든 게 끝난 지금도..
그를 만나던 당시의 공기, 바람, 냄새가 생생합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해보신 분이,
저 남자와 같은 상황에 처해본 분이 여긴 계실지도..
궁금하고요...
 

이제는 제가 뭘 알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네요...ㅎㅎ


어쨌든 저쨌든 메리 크리스마스 하시기 바랍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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