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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포기가 안 되는 일

2014.12.27 12:59
안녕하세요, 저는 한 대도시에 거주 중인 20대 후반의 여자입니다. 이렇게 사연을 끄적이게 된 것은, 포기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포기가 안 되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작에 포기를 했었어야 했는데 못 한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가 미련스럽고 마음이 아파옵니다. 아무쪼록, 제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유리멘탈인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너그러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부디...

 

 

저는 원래 지방에서 살았고, 직장도 지방이어서
본가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도시로 발령이 나서
이곳으로 옮겨와 자취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는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두 가지 옵션이 있었습니다.
계약을 파기하고 본가에서 공부를 하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었죠.


그런데 저는 이 직장에서 정규직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대도시 발령을 받아들이고 올라왔었던 겁니다.

올라올 당시, 저는 한 살 어린 의대생 남친이 있었고
사귄 지는 3년이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


계속되는 정규직 전환 실패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남친은 저의 곁을 지키며 의지가 되어주었고
저 역시도 힘들긴 했지만 남친한테 징징댄다거나
저의 괴로움을 함께 공유해주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놀 땐 만나서 바짝 즐겁게 놀고
또 각자의 삶에 충실할 땐 열심히 각자의 일을 하면서
그렇게 연애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저희 사이에 약간의 균열이 생기게 됩니다.


애초에 남친은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고,
저도 연락을 독촉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몸이 떨어져 있어서 그랬던 건지..
그는 하루 종일 연락을 하지 않았던
이전보다도 더~ 연락이 뜸해졌고
무려 3~4일간 연락이 없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옆 자리에서 일하는 선배남과 친해지게 됩니다.
그분께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 등을 가끔 하면서요.


하지만 ‘갈아탈까?’ 이런 마음을 먹은 적은 없습니다.
이전 남친과는 장거리연애를 하기 전 3년간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을 정도로 잘 맞았었고


그에게도 8년 이상 된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여자분을 건너서 알고 있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선배는 30대 초반에 아직 계약직이라는 점에서
주눅 들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도 어려웠고,


(늘 “저 같은 게 여자 사원들과 어울릴 수 있겠어요.”,
“저를 선배로 봐주기나 하겠어요” 등등의 말을 했습니다)


본인 집 자체에 빚이 많아서 괴로워하며
직장에서도 돈 문제에 관해 여러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요.


키도 저보다 작고 말랐기 때문에
외모도 제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직장에서의 폭풍 같은 업무와
(밤 11시 퇴근, 아침 7시 30분 출근, 토/일요일 기본 근무)
외로움으로 인해 바로 옆에서 일을 도와주고 조언도 해주는
직장 선배에게.. 어쩔 수 없이 눈이 가더군요.

 

 

11시까지 함께 야근을 해준다거나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의 표를 끊어주는 등의 행동에서
알 수 없는 흔들림을 느끼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때쯤 남친과 서로
“정리하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연애의 끝을 향해 가던 시기를 지나고 있었고
 

4월경, 선배님 역시
오래된 여친과 헤어지면서 힘들다는 얘기를 했었고
저도 5월에 남친과 헤어지게 됐습니다.

한편 이 무렵 선배은 직장 안에서
한 여자 사원과 작은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여사원과 친했기 때문에
여사원의 입장을 듣고 난 후 선배에게 조언을 합니다.
선배남은 제가 말한 그대로 (나중에 여사원에게 들음)
여사원에게 사과를 했고, 둘은 잘 풀렸죠.


이 일을 계기로 저는 급속도로 선배남과 가까워졌습니다


이전에는 둘 다 애인이 있었기 때문에 거리를 두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였습니다.


파티션 하나를 옆에 둔 사이였기 때문에
하루 종일 함께 붙어서 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배는 또래 남자 동료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저희 직장의 특성상 여자 비율이 80%)
힘들거나 직장에 불만이 있을 때 제게 모두 토로하였습니다.


선배와 가까워지면서.. 저는 조금 신기했습니다.
이전에 연애를 꾸준히 해온 편이었지만
이렇게 천천히 스며들면서,
한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에요..


이때부터 저는 선배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간간히 애교를 부려보기도 했었고
폭풍 업무 도와드리기와 센스 있는 심부름,
부장님께 선배남이 막 깨지는 날이면
함께 맥주 마시며 공원 벤치 걷기,
슬쩍 스치면서 손잡기 등등...
을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선배도 맞장구를 쳐줬습니다.
제가 야근할 때는 늘 함께 남아서 밥을 사줬고,
간식도 배달해줬습니다.


이렇게 친하게 지내던 어느 날..
하루는 선배가 저희 집에서 술을 마셨고
충동적으로 키스를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선배는 급작스레, 충격고백을 늘어놨습니다.

 

 

 

 


“자신이 사실 과거에 여친을 사귀면서
성매매를 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쓰레기였고
마음 없는 스킨십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지금의 일이 너무 미안하다, 잘못한 것 같다”


고 하더군요.
그를 집에 보내고 눈물이 나면서 멘붕이 왔었습니다.


‘내가 왜 그 사람과 키스를 했지?
그리고 왜 하필 성매매 그런 얘기를 나에게 하지?’


싶어서요..
더구나 성매매를 한 이유는..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한 여자랑만 관계를 맺는 게 힘들었기 때문
이라고 했습니다.


이때가 1차 멘붕 사건이였고,
저는 이때 그를 끊었어야 했습니다.


압니다. 끊지 못했던 저의 잘못을요.
그런데 저는 2차 멘붕 사건을 곧 마주하게 됩니다.


선배가 저의 큰 업무 실수 몇 가지를 먼저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야근 및 주말 근무를 해가며
수정해준 덕분에 제가 상사들에게 예쁨을 받게 된
일이 생겼고 그 일을 계기로 저희는 다시 가까워집니다.


정규직 전환 시험에도 큰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이었으니..
특히 더 고마웠었습니다.


그러던 중, 쌩뚱맞게도 선배의 친구
저에게 까톡을 보내왔습니다. 어느 날 밤 느닷없이요.


저를 선배 까톡에서 봤는데 사진이 너무 맘에 들어서
선배에게 무슨 사이냐고 물었더니 별 사이 아니라 해서
연락처를 외워두었다가 연락하는 거다,
무례해서 미안하다구요.


저는 선배에게 그 사람과 연락하고 지내도 되냐고 했더니
맘대로 하라고 하길래 저는 그와 종종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가 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별 사이가 아니라니.... 그 말이 너무 섭섭했어요.
그래서 반발심에 그 친구랑 만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만나기 바로 1시간 전,
그 친구는 갑자기 “사실 나는 유부남이었다”면서
충격고백을 합니다.


이게 제2차 멘붕 사건입니다....


저는 당장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쏘아붙였고,
그 친구에게도 연락 하지 말라고 집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연락처를 차단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절대 그와 말도 섞지 않겠다!
고 다짐을 했는데, 어느 날은 술 취한 그가
저희 집 앞에 찾아와 우유통에 우유를 넣고 가고,


어느 날은 울면서 전화를 하고,
미안하다친구가 유부남인 것 말한다고 해서
알아서 할 줄 알았다
고 하는 변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련한 저는 또 그 변명을 믿어주기로 하면서
다시 선배와 이전처럼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게 됩니다


이쯤이면 ‘그ㄴ은 음식물 쓰레기 수준이다’
생각하고 그를 포기해야 하는데
진짜 저는 왜 이렇게 머저리 같이 그가 포기가 안 되던지요.


술에 취한 그가 저희 집 문을 두드리던 어느 날 밤,
제3차 멘붕 사건을 또 그대로 맞이하기에 이릅니다.


그날 그가 술이 많이 취해서 저희 집에 왔는데,
그는 이제 정규직 전환 시험을 더 이상 치르지 않겠다
고 직장에 말을 하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제게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5년 이상 여기서 고생이란 고생 다 하고 젊음을 받쳤는데
너무나 아깝고 가혹하다고 말이죠.


저는 그런 그를 안아 주었고,
저희는 키스와 가벼운 애무 정도의 스킨십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문득,
성매매 사건이며, 유부남 친구 사건 등에도
그가 포기가 안 되는 제 마음이 너무 싫어져서는
시원하게 고백이나 하고 끝내자는 생각에
키스를 하다말고 물어봅니다.


“우리는 왜 안 되는 거냐, 이럴 거면 사귀면 안 되냐”


고요. 그랬더니 선배는
최근에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상황이 더 힘들어졌고,
빚을 갚는 것만으로도 이미 허덕이고 있어서
삶이 괴롭다고 연애는 안하고 싶다
고,


그런데 외롭고 이성적으로는 안 되는 거 알면서
너에게 끌려서 널 만나러 오는 거라고 미안하다
고,
이전 여친과도 현실의 고민들로 헤어졌는데
너무나 미안하다
고...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다음날 아침,
회사에는 일요일이라 몇몇 직원들만 출근했고
저도 출근을 했는데 저와 친한 한 여사원이 저에게 말합니다.


“혹시 아직도 선배 좋아하냐”고,
“선배가 내 페북을 보고 한 여자를 찍어서
몇 번이나 소개해달라고 했다”
고... “그래서 고민”이라고..


바로 까톡으로 쏘아붙였죠.
그런데 그 선배는 또 다시 변명을 합니다.


그건 가벼운 농담이었고, 주변에서
“야, 네가 여자를? 웬 일이야 독신이라더니,
요즘 연애 생각 없다더니? 뭐야~”
이렇게 비꼬듯이 말하고,
우스갯소리로 던지니까 거기 장단을 맞추느라
소개해달라고 했던 거지 전혀 관심 없었고,
얼굴도 기억 안 난다구요.


그 사건으로 저는 정말, 정말로 선배를 접었어야 했는데,
결국은 사과를 하겠답시고 집 앞에 찾아온 선배와...
잠까지 자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후회하면서 글을 쓰고 있네요...
여기까지가 후회를 반복하고 있는 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도 알고는 있는데..
저는 선배가 정말 포기가 안 됩니다.


정말로, 어떻게 하면 포기할 수 있을까요?
이전에 저는 정말 정신이 건강하고,
키도 크고 건장한, 바른 스타일의 남자를 선호해왔습니다.
줄곧 그런 남자들과 평범한 연애를 해왔구요.


그런데 급작스러운 타지 생활과 낯선 환경,
최근 겪은.. 병환으로 인한 엄마의 죽음,
직장에서 폭풍 업무 때문에 너무나 외로워서 그랬던 걸까요?


그렇다면 진짜 멀쩡해 보이고,
겉으로 아무 이상 없는 남자들이
올해 이 타지에서 정말 많이 대시해와서


(저희 직장의 다른 선배, 거래처 직원,
친척 집 옆 집 남자, 사촌 언니의 직장 동료 등등)


저도 선배를 잊기 위해 몇몇 남자들을 만나봤지만
마음이 절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들이 아무 의미 없게 느껴졌습니다. 너무나도요..


그렇다고 저는 선배와 잘 될 가능성은 없는 거죠?
라고 묻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말로요.


저는 그를 잊고 싶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은 그에게 제 소중한 진심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 사람도 원하지 않는 그런 제 진심을요.


그런데 이 선배를 만나면서
저는 한 가지 느낀 바가 있습니다.


비교적 평탄하고 온순한 삶을 살았던,
아니, 유복하다고 할 수 있던 환경에서 자라온 제가
이제까지 꾸준히 해왔던 연애는


상대 남자가 남들에게 멋있어 보이고
가끔 맛있는 데서 좋은 거, 비싼 거 먹는 게 연애!

라고 생각해왔다는 것을요.


그런데, 사랑은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을..
정말 이렇게 늦게, 아프게 깨닫고 마네요.


사실은 사랑은 어떤 상황에도,
어떤 고난을 겪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는 마음,
그리고 진심으로 그 사람이 잘 되고 좀 더 행복하게,
더 이상 아프지 않게 살면 좋겠다는...
그런 간절한 마음이 바로 사랑이었다는 것을요.


크리스마스에도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직장에서 혼자 일 한 선배를 위해
자취방 문 앞에 케이크를 걸어두었던,
그냥 그 케이크를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마지막의 제 마음이 진짜 사랑이었던 건가..

하고 생각 중입니다.


너무 늦게 깨달아서 많이 아프네요.
저의 황망한 사랑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날 선 질타보다는 부디..
한 영혼 구제한다는 심정으로 솔직한 조언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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