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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쿨하지 못해 미안해

2014.12.28 11:10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의 여자사람입니다. 연말연시다 하여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솔로들에게 아주 잔인한 시기가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년에는 괜찮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문득 대학교 다니던 시절 ‘저 혼자 했던(것 같은) 사랑’도 떠올라 이렇게 사연을 보내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전남친과 저는
대학교 신입생일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입니다.


쭉 친구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는데
결국 서로 이성적인 감정이 생겨서
알게 된 이후 2년이 지나고서야 사귀게 되었어요.


2년 동안 친구로 지내왔던 그가 갑자기 좋아진 건
나이에 맞지 않게 부처 같이; 온화한 성격
전액 장학생이 됐을 정도로 우월한 두뇌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만하지 않은 태도
너무 좋아서였습니다..!


저도 어디 가서 공부 못 한다 소리를 듣지는 않았지만,
그가 너무 존경스러웠고 좋았습니다.
평소 제 이상형이 ‘존경할 수 있는 남자’였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먼저 사귀자고 했어요.

저는 워낙 사교성이 좋아서 인기는 있는 편이었지만
자존심이 세서 이제까지 대시해왔던 남자들을
밀어내기만 했고 사귀자고 하면 거절하고..;
연애 한번 해본 적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저에겐 엄청난 용기였습니다. 그만큼 그가 좋았거든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태어나 처음 냈던 용기에 좋은 결과가 따라..
저희는 사귀게 됐던 겁니다.


하지만 그게 결국은 저희에게 불씨가 됐네요.
저는 그 이후 상처를 거듭했고
지금은 서로 남남이 됐으니까요.


처음엔 쿨했던 그가 좋았고,
다정다감했던 그 사람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사이가 발전할수록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의 쿨함은 저의 마음을 푹푹 찔러댔습니다.
그나마 다정하다고 느꼈던 그 성격은,
사회성이 좋아 겉으로만 다정하달까?
제가 잘못 본 거였고요..


그렇다고 마냥 무심하게 대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전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저 답답하다!
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질문하는 모든 것에 대한 답은

 

 

 

 

 

 


“아 그래?”


.........................................
...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대화의 주제는
‘저 자신과 저의 감정’이었습니다.


그는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정을 해서 그에게 고민을 얘기해달라고 하면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 문제가 안 풀린다
정도의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저한테 말하길 전남친은
자신이 별로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스킨십도 제가 항상 먼저,
이벤트도 선물도 제가 먼저, 데이트도 제가 먼저...


거기에 제가 “사랑한다”는 말도 먼저 말하면
기계적으로,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나도.”


..................................


이런 일들이 일상이 되어서,
하도 답답해서 가끔씩은 뭐든 구체적으로
“ㅇㅇ을 해달라”고 힌트를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는
그의 모습에.... 저는 오히려 슬퍼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쿨함은
심지어 전여친의 이야기를 할 때에도 표출됐습니다.


전여친의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가 하면,
전여친의 옷을 이야기하면서 저더러,
“갖고 싶으면 가지라”고 하는 그였어요.


(나중에 제가 또 구. 체. 적. 으. 로.
“난 전여친의 흔적이 싫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방청소를 하더군요. 답답.......)


당연히... 저는 점점 지쳐갔어요.


하지만 제게는
‘한 번 폭발하고 싶다, 시원하게 싸우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참 사치였던 게,


그는 제가 불만을 얘기하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사과를 해서
저 혼자 떠들다 저 혼자 지쳐 끝나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를 열받게 하기 위해;
일부러 모질게 굴고
일부러 남자들에게 대시받은 얘기도 하고
.......


지금 생각해보면 별의별 걸 다 했네요.


하지만 그는 항상 ‘온화’했어요.
(저를 점점 죽여갔던 온화함이었기 때문에..
참 무서운 온화함이라 말하고 싶네요...)


제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 싶어 하면
그는 제 얘기를 끝까지 아무 말 없이 들어줬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만이 저를 조여왔습니다.


그 뒤로 그가 보이는 적극적인 행동들은
다 계산되어서 나온 것 같았고...
진심으로 뭘 해줘야겠다가 아니라,
해 달라니까 해줘야지, 뭐 그런 것이 다 보였기 때문에..


사귀자고 했던 것도 제가 먼저였고,
사귀고 있는 당시에도 왠지..
저 혼자 사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위축된 상태로 연애를 계속 했습니다.


결국 너무 힘들어서 이맘쯤,
1년반의 연애 끝에 제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고,
그는 또 아무 반박 없이.. “그러자”고 했어요.


참 슬픈 건, 제가 헤어지자 해놓고 엄청 울었는데,
전남친은 그걸 또 아무 말 없이 토닥여줬습니다.


착해서, 그래서 더, 더욱 더 저를 외롭게 했던,
전남친이었네요.

지금은 가끔 안부를 묻는 ‘쿨한’ 사이입니다.


가끔 그와 화상채팅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 그의 방에 제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게 보이고는 합니다
.


그런데 그때마다 치워라,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게,
그런 거라도 없으면..
그에게 제 흔적이라는 게 남아있기는 하려나..

하는 바보 같고 이기적이고 전혀 쿨하지 못한..
고민 때문인 건 안 비밀....입니다.


이렇게 세밑의 끝자락의 끝자락에서
문득 그의 이야기를 떠올려본 건 아무래도
제가 아직
그에게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 했기 때문이겠죠
..?


적어도 아직까지는 사랑 노래를 듣거나,
‘남자친구가 ~~한다면?’ 등의 생각을 할 때면
언제나 그 사람을 제일 먼저 대입시켜보는
저를 보면 말이에요
.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도, 저도,
다음 해에는 서로에게 더 잘 맞는,
혹은 맞춰나갈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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