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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쿠크다스~"

2015.01.19 19:21
안녕하세요. 우물쭈물하다가 어느덧 30줄에 접어든 남자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웹사이트를 통해 사연들을 접했고 요즘에는 앱을 통해 감친연을 들락거리며 매일 즐거운 출퇴근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연들을 보면 볼수록 저의 연애성적은 낙제점을 면하지 못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ㅠㅠ 오늘도 소개팅을 나갔다가 친구를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처음으로 연애성적 F를 받은 5년 전 소개팅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초중고를 모두 남녀공학을 나왔습니다.
고로 여자사람을 접할 기회는 많았지만,
숫기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저는
관심 가는 여자애들과 썸조차 만들어보지 못하고
졸업을 하게 됩니다
.....ㅠㅠ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학교도 공대였고,
동아리에도 딱히 관심이 없어 그렇게 우물쭈물 지내다
군대에 끌려갔습니다
.......................... (우울)


그리고 제가 군대에 있던 시절은
한창 걸그룹 부흥기가 시작되고 있던 때였어요.
원더걸스 땋! 소녀시대 땋! 하고 뜨기 시작할 때였죠.


그렇게 뮤직뱅크를 통해 한창 눈을 높이고 난 뒤
다시 학교에 복학했지만 저는 포맷된 저의 머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ㅂㄷㅂㄷ 떨어야 했습니다.
다만, 그 와중에도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은 멈출 수 없었..


그래서 제가 친구에게 “내 마음이 이러저러하다”
하소연을 했더니 “불쌍한 놈 구원해주마” 하며
제게 소개팅을 알아봐주었어요.


그게 제 생애 첫 소개팅!!! 이 되었습니다. 그런 만큼..
저는 두근두근 소개팅녀와 첫 문자를 주고받은 후
흥분에 휩싸여 매일 매일 소개팅녀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이게 웬 일ㅠㅠ
망개팅의 징조였을까요.. 약속한 날을 며칠 앞두고
제 눈에는 다래끼가 나버려서 약속을 한 주 미루었고
저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대 여자에 대한 기대감도 기대감이지만,
저 스스로도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소개팅 준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 거죠.


그래서ㅠㅠ 저는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소개팅 패션으론 네이비 재킷이 좋다고 해서,
없는 돈 털어서 5만 원짜리 면재킷도 샀고
(그런데 한 번 입으면 주름이 너무 가서
지금은 그날 하루 입고 서랍 어딘가에
몇 년간 쳐박아두고 있습니다;)


혹시나 힐을 신고 올 거 같은 그녀의 발건강을 위해
식사 후 카페라는 최적의 동선(ㅋㅋ)
앱지도와 로드뷰로 며칠간 분석,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으로도 부족함을 느껴서
소개팅 전날 주변 지형지물에 대한
사전답사(!)까지 다녀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련했네요;


그리고 대망(大亡)의 소개팅 날!.... 이 다가왔지요.
저녁 6시, 저는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날씨가 춥네요?
3월의 꽃샘추위에 면재킷은 너무 얇았습니다ㅠㅠ


별수 없이 저는 정말 없어보이도록 덜덜 떨다가
소개팅녀를 만났는데, 지금은 기억 안 나지만..
예뻤던거 같아요. 네, 예뻤습니다..!


그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저는 그녀를 데리고
카페로 가 앉아서 통성명을 했습니다. 오글오글~


그런데 역시나..!
오늘이 제 생애 첫 소개팅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저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ㅜㅜ


저는 결국 우물쭈물하다 30분도 못 앉아있고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겨우 할 말을 생각해내서는
“다래끼로 약속을 미뤄 미안하다.”고 하니,
자기도 그때 다래끼에 걸렸다며 괜찮다고 해줬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걸렸겠어요?
그렇게까지 괜찮다고 해주는 말에
마음씨도 곱다고 생각이 들어 혼자서 흐뭇해했습니다.


그런데, 레스토랑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손님이 없네요? 사람 많은 홍대인데? 저녁시간인데?


전 뭔가 찝찝하긴 했지만 소개팅녀와 둘이 이야기하기에는
사람 많은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 집중을 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대화하는 스킬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저는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분위기는 싸해졌어요
.
적막에 휩싸인 레스토랑이 그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한 저는
되도 않는 인터넷 개그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이게 아마 본격적인 패착의 시작이었던 것 같네요..


전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곰돌이 푸가 죽은 이유를 알아요?”


“왜요?”


“아기염소 여럿이 푸를 뜯고 놀아서요~^^”


“........”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요리사 12명이 같이 있으면 뭐라고 할까요?”


“뭔데요?.....-_-+”


“쿠크다스~” 


“아.... 네..”


“크크크크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죠?”


“네..”


흠.... 그녀와의 개그코드를 동기화하기 전에
섣불리 드립을 날렸던 게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그녀의 표정은 점점 썩어갔고...
‘뭔가 아니다’ 싶었던 저는 급 화제를 전환하여
여자들이 관심 있을 만한 드라마 이야기로
화제를 넘겼어요.


다행히 드라마 이야기로 그녀의 표정은 조금씩 풀어졌고
저도 내심 안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다음 화제, 또 다음 화제를 찾고 있었는데,


그러다 문득! 그녀을 얼굴을 봤는데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화장이 눈에 띄더라구요.


그래서 전 ‘아~ 요걸 칭찬하면 되겠다’ 했지만 저는


“ㅇㅇ씨는 눈이 예쁜 거 같아요.”


“호호호 그래요?”


대신,


“ㅇㅇ씨는 눈 화장을 조금 무섭게 한 거 같아요”


“아.. 그래요?”


...........................라고...
아.... 정말 안타까운 현장이었지만
전 이 시점에도 소개팅이 망해버린 걸 몰랐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녀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느라
안면근육에 쥐가 났을지도 몰라요. 참 죄송하네요..


그러다 잠시 후, 화장실에 간다던 그녀는
10분을 넘게 나오지 않았어요......


아마 주선자에게
“뭐 이딴 남자를 소개시켜줬냐”고 했겠죠ㅠㅠ


그런데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식사비까지 절망적이더군요.......


제가 약 4만 원 정도로 생각한 금액이
6만 원 넘게 나오더군요? 알고 보니 부가세 별도였다는..


그런데 당시 저는 돈이 없어서 학교에서 먹는 학식도
2500원짜리와 3000원짜리 중 고민하던 시절이었고
그런 제게 6만 원은 너무 큰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만 돈을 내는 건 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두 번(1차 카페, 레스토랑)을 샀으니
한 번은 얻어먹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어..
(2차) 카페에 갑니다............. 하핫;;


네, 그녀는 그 시간 동안.. 정말 잘 참은 것 같아요.
결국 시간이 다 돼 그녀는 버스를 타고 갔고,
저는 그녀에게 문자로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역시나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어요.


역시나 그녀에게는 뻥 차였고,
역시나 주선해준 친구에게도 쿠사리를 먹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소개팅녀에게
못 다한 말을 전하고 싶네요......


소개팅녀님아, 그날 너님 예뻤어요..
화장에 대해 지적질한 건 정말 미안해요.
표현이 서툴러서 그랬어요. 이젠 안 그래요ㅠㅠ


그때 기억이 남아서 이제는 누굴 만나도
외모에 대해서는 아예 이야기를 안 꺼냅니다.
문제는 그래서 예뻐도 칭찬을 안 해요..;;;;


그러니 부디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 할 처지가 아닌 저는 아직 솔로지만...
말입니다..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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