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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기회 주면 괜찮아질 남자?

2015.01.30 15:39
안녕하세요, 스스로 남자를 적지 않게 만나봤다고 생각하는 스물아홉 여자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남자를 잘 아느냐?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사실 남녀를 떠나 ‘사람’에 대해선 아무리 만나도 case by case구나를 매번 실감하고 있는지라 아무리 만나도 미궁입니다ㅠㅠ 그러던 중 또 하나 미궁에 빠진 관계가 생겨버렸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 달에 두어 번쯤? 심심할 때마다
채팅 어플에 들어가 채팅을 합니다..!


꼭 누굴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지만
학창시절 버디버디를 즐겨하던 채팅 세대기 때문에
아직 그 즐거움이 남아있어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역시 채팅은 채팅으로 끝내는 것이 좋더라고요.
프라이빗한 정보는 주지도 않을뿐더러, 답장도
밥 먹다가, 친구 만나 놀다가, 일하다가, 사흘 뒤에..
내키는 대로 하고 있었어요.


딱!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세요~’ 식이었죠. 


물론 오프라인이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으면
이따금 적극적으로 연락해 만나보긴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오래 가져갈 만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거의 만나보질 못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날도 무료하던 차에
저는 ‘채팅이나 해야겠다’ 싶어 어플에 접속했습니다.

 

한 남자가 꽤 귀엽더군요. 저와 동갑이었는데

미남, 훈남형은 아니었고 정말 그냥 귀염상.
말에서도 애교가 넘치는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플로만 며칠 연락하다가
연락처를 줄 수 있냐기에 좀 망설이다 주었고
그 이후 며칠 더 연락을 주로 받았어요.


제가 아파서 출근도 못했던 어느 날은,
기운이 없긴 한데 심심은 하기에
퇴근 중이라던 그에게 전화를 걸었죠.


“으, 나 아파.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회사도 안 가고 하루 종일 누워있으니
입에서 단내 날 것 같아서 전화했음.”


“정말?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약은 먹었어? 밥은?”


“몸살인 것 같은데 이제 아프진 않고 기운만 없어.
약은 원래 잘 안 먹어. 밥도 귀찮아서 안 먹었고.”


“혼자 살 때 아프면 진짜 서러운데..
음, 있잖아. 내가 지금 거기로 간다고 하면
되게 주제 넘나?”


저희는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됐어요.
저도 그 사람이 좀 궁금했었기 때문에 응했습니다.


그렇다고 집에 들이기는 좀 그랬고,
없는 기운에 화장까지 하고 나갔습니다.
남자는 처음부터 호감 표현을 확실하게 했어요.


계속 제 얼굴을 보며 히죽히죽 웃더군요.
제가 왜 웃냐고 하면 예뻐서 웃는다고, 자기 스타일이라고;
얘기하면서도 반했지만 얼굴보고 홀딱 반했다며..


사실 그 다음 날 제가 소개팅이 있어서 사실대로 말했더니
“자기 여자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키스하더이다;;;
이 남자에 대해 정보가 없는 것이 마음 쓰이긴 했지만


저도 싫지 않아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야지'하고
“그러자”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제 평소 스타일을 짚고 넘어가자면,
저는 친절로 중무장하고 저를 열한 번 찍어 넘기는
나뭇꾼남에게 썩 혹하지도 않는 것이,
취향이 매우 확고한 편인 데다


알고 지내던 남자 사람 친구들에겐
섹슈얼한 호르몬이 분비되질 않습디다.
결론은 상대가 제가 좋아하는 사람,
새로운 남자여야 비로소 연애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대신 빠지면 물불 안 가리는 불도저입니다.
중간이란 게 없어서 조금씩, 천천히란 없고,
좋으면 단점이 있어도 미치게 좋고 아니면
애초에 시작을 않죠
. 다들 저더러 남자 같다고들 해요.


제가.. 이렇게 뜬금없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그렇죠. 제가 분명 '가볍게' 만나보기로 했다 했는데
끊어야 할 상황에 끊질 못하는 상황이 온 겁니다.

 

 

그와 만나기 시작한지 5일 쯤 되었을까요?
그의 집에서 놀다가 그가 다음날 지인들에게
저를 소개시켜 주고 싶다며 자고 가라기에
그러마 했습니다.


그러다 그는 먼저 잠들었고 저는 잠이 오질 않아
책상 의자에 앉아 그의 고양이와 놀고 있었죠.


그런데 그의 핸드폰에 자꾸 알림이 울리는 겁니다.
팝업이 뜨길래 힐끔 보니 ‘이성 소개해주는 채팅 어플’.
그게 저랑 만난 어플은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이런 어플이 몇 개 더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셜록홈즈에 빙의해서
핸드폰 잠금 패턴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런 기분 아세요?
패턴이 풀렸으면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차라리 안 풀렸으면 싶기도 한 그 기분
..?


그런데 웬 걸. 핸드폰 액정에는 지문이 남아 있어서
세 번의 시도 만에 패턴이 너무 손쉽게 풀렸습니다.


비록 까톡에는 비번이 걸려있어서 못 들어갔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 삼송폰에는
최근 받은 문자와 메신저의 대화들을
메인 화면에서 모아 볼 수 있는 기능
이 있더라고요.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습니다.
채팅에서 만난 여자들과 희희낙락.
또 그런 채팅에선 성매매도 하는 모양인지,
언제 몇 시간 동알 얼마를 흥정하는 꼬라지까지..


제일 중요한 건,
그 여자들 중 한 명과는 만나서 잤더군요.


그런데 그가 그 짓거리를 한 그 날은
그가 야근한다기에 제가 간식 사 들고 가겠다고 하니
저를 만류하던, 저랑 사귀기로 한 다음 날이었습니다.

기대가 크지 않아서였을까요.
상황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현실감이 없어서였을까요.
‘뭐 이런 ㅅㄲ가 다 있나’ 싶어 황당하긴 한데
뭐.. 화는 안 나더이다.


그래서 저는 새벽에 옷을 다 입고 화장도 곱게 하고
집에 갈 준비를 다 한 상태에서 그를 조용히 깨웠어요.


“일어나. 나 집에 갈 건데
할 얘기는 하고 가야할 것 같으니까 일어나봐.”


(영문 모르는 얼굴로 비몽사몽 일어나 앉음)
“............???”


“새벽에 계속 뭐 오더라. 알림창 계속 떴어.
핸드폰 가서 봐.”


그 놈은 부스스 가서 핸드폰을 보더니
정신이 번쩍 드는 눈치였습니다. 암 그래야죠.
저는 헛웃음이 나와서 계속 웃었습니다.

 


 

“어느 정도 만나고 서로 알다가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면 실망이 더 클 텐데..
지금은 ‘아, 그냥 너는 이런 ㅅㄲ구나’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차라리 잘 됐다”고 했죠.


그리고
“그만큼 길게 할 말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그래도 혹시 뭐 할 말 있냐”고 물었는데
그에게서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저는 솔직히 저희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관계라
서로 애정이나 신뢰가 크게 쌓인 상태가 아닌데,


상황이 너무 최악이라, 연애를 지속하기엔
피차 리스크가 너무 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 XX.. ㅈㄴ 쪽 팔리네. 어쩔 수 없지 뭐.
알았음 꺼져라.”


정도의 말이 그에게서 나올 줄 알았어요.
그러면 저는 “이하동문이다 미친ㄴ아, 퉤!!”
할 생각이었고요.


그런데 이 남자, 정말 미안하다고,
사실 이번 달 회사 후배가 시간 때우기 좋대서
처음 채팅을 시작한 건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더라
고,
그치만 널 만나 천천히 정리하고 있었고,
성매매 그건 그 여자들 다 사기꾼인 건
이미 다 알고 있어서 만날 생각도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
며, 잠자리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무조건 잘못했다
고,
지금 너무 창피하고 염치없는 거 아는데
너 놓치기 싫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달라
저를 붙들고 애원하는 겁니다.


그렇게 새벽부터 장장 10시간 정도를 저에게 빌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 집으로 돌아왔고, 돌아오면서
‘내가 생각보다 이 ㄴ을 꽤나 좋아하는구나’를 알게 됐지만,


그에게 실망한 게 단지 ‘여자관계’가 아니라
거짓말, 진심 없는 태도 같은 것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안 되겠기에 음성메시지로
“헤어지자”고 다시 말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또 저희 집 앞에 와서 비네요..?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도 없는데
저를 놓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왔답니다.


이제 제가 제보를 하게 된 결정적인 포인트가 나오는데
저는...... 그의 이런 태도가 이해가 안 돼요.


채팅에서 만나 5일 밖에 안 된 여자에 대해
뭘 안다고 이렇게 쪽팔림을 무릅쓰죠?


또 관계를 지속한다고 해도
저는 계속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볼 거기 때문에
서로 연애 초장부터 피곤할 이런 관계를,
나이 서른 다 되어 하고 싶지 않을 텐데요..


그런데 이거는 사실.. 쥐가 고양이 생각해주는 격이고
더 문제는 제가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버려서
그의 이런 태도에 흔들린다는 겁니다
.


머리로는 제가 멍청한 거 알겠는데
너무 일반적이지 않은 이 모든 정황 때문에
머리가 좀 멍해지네요. 자꾸 헷갈리는 게 사실입니다.


이 남자, 기회를 주면 괜찮아질 수 있는 사람일까요?
저희는 괜찮은 연애를 할 수 있는 관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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