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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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죄송남

2011.05.7 14:09


[황망한소개팅] 호러특급 공포체험 소개팅

을 보고 작년 연말쯤에 했던 소개팅이 생각나더군요.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


기억나십니까? 오지게 추운 날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애인도 없어서 서러운데 날씨까지 춥고... 


이런날 여자사람들하고 노는 것조차 궁상시려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오니..

거실이 난장판입니다..







엄마가 김장을 하고 계셨던거에요.

설상가상으로 집 보일러가 고장났대요.






크리스마스 이브.





전 보일러가 고장난,

냉동창고 같은 집에서 김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ㅠ.ㅠ

 




 

외롭고, 춥고, 힘든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크리스마스 당일.....

절친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절친 : 소개팅 할려?

 

나 : 오케이~ 당근 해야지~ 누군데?

 

절친 : ㅇㅇ가 며칠전에 남친 생겼잖아..

         그 남친이 아는 후배 있다구 소개팅 해줄 사람 없냐고 묻는데...

         너 해주고 싶은가봐!!

  




 

ㅇㅇ은 제 절친의 절친으로 몇번 만나서 얼굴 잘 알아요.

셋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2년전 크리스마스 이브는 셋이-_- 같이 보낸적도 있어요.

 


 

암튼 그 친구가 남친이 생겼다고 소개팅을 해준다는 겁니다. 

 

 

이렇게 감사할수가...!!!! 

그래서 [나 - 절친 - 절친의 베프 - 베프의 남친 - 남친의 후배]

복잡한 관계(즉, 모르는 사람)의 소개팅을 수락합니다.

 

 

 

나 : 오예~ 알았어! 근데 언제?

 

절친 : 오늘 시간돼?

 

나 : 오늘?

 

절친 : 응~ 지금 둘이 데이트 하고 있는 모양인데..

         오늘 그냥 당장 같이 만나자는데...??

 

 

아무리 만날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크리스마스에 소개팅 한다는게 좀 그렇더라구요.

 

 

"크리스마스에 만날 사람도 없어 소개팅 한다는 것.

너의 인간관계는 그 정도밖에 안되는 것이냐?"

라고 광고하는 거 같아서요..

 
 

일단은 다른 일이 있어서 안된다고 ,다

음에 만나자고 하고선 주중으로 날을 바꿨습니다.

 

 

 

대망의 소개팅날!!!!!

 

 

다들 기대하지 말랬지만...

솔직히 촉흠 기대됐어요.


 

제가 그날 야근이 있어서 조큼 늦었는데...

어디 편의점 앞에 서 계시더라구요.

 

 

절친의 친구, 남친, 남친 후배..

이렇게 3명이서요.

그쪽도 막 도착한 상태라 어딜갈까 고민하던 중에 제가 도착한거였어요.

 



절 발견하고 절친의 친구가 저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옵니다.

(절친의 친구 하니까 넘 기니까 이제는 그냥 친구라고 표현할께용!)

 



 

첫마디가..
 


"미안해.(읭? 왱?) 그냥 오늘 하루 재밌게 놀자." 



였어요..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하니.. 흠;;;;

 

 

초크만 몸매에 뾰족구두 신고, 

청바지,

그 추운 날. 
빨간 반팔티를 입고

가죽쟈켓을 입으시고...

일수 가방 비슷한 크로스백..

 

 

ㅜㅜ




차림새는 몹시.
 

동네양아치 -_- 셨거든요...

 




하지만 막상 자리잡고 앉아보니,

첫인상과 입고 다니는 스타일과는 다르게,

의외로 여리시더라구요.

수줍음도 많으시고...

 


 

착하신 분 같긴 한데....

제 스타일은 아니였어요. 

근데 뭔가 상당히 애매하고 불편하게,

자꾸 당사자의 호감 표현도 아니고,

친구의 남친이 저를 압박 하는거예요.

 



 

"내가 보기엔 둘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데..

만나보는건 어때?? 

겉모습은 이래보여도 착하고 진짜 남자야.

괜찮은 놈이야."



 
 

 

친구 남친도....

소개팅남도 그날 처음 보기는 마찬가지인데...

만나자 마자 당장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도 앞에 앉아있는데다가

아 뭐라 말하기가 상당히 뻘쭘한 시츄에이션입디다.

 

 

그리고 사귀자고 말하는 것도

대답을... 오케를 하든 거절을 하든지 간에,

그게 본인이 물어봐줘야 할말이지..

주선자가 그렇게 하는건 촉흠 아니잖아요??

 



킁.


 

1차에서 일식 소주방 같은델 같구요.

2차에는 실내포장마차에 갔습니다.



 

주선자 친구남친께서 굳이 제 옆에 그분을 앉히시더라구요.

뭐 친구랑 그 분이 애인사이니까 같이 앉아있고 싶은거겠거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


"잘 어울린다 잘 해봐라..

이번주에 스키장 갈 생각인데 너네도 같이 가자"
는 둥....

 

 

부담스럽게 계속.. 이어주려는 멘트를 하십니다.

 
 

 

뻘쭘, 부담, 보고있기답답, 쪽팔림 이 가득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픈데...

단둘이 만났으면 날도 추운데 
 진작 보내드렸을텐데.... 


주선자랑 같이 만나니까 이게 좀 안 좋습디다..

 


 

소개팅남이 슬슬 술이 올라오나봐요.

말이 점점 많아집니다.

 


근데 이 소개팅남....

소심한 줄은 알았지만, 너무 눈치를 보니깐.





막 저도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입만 열면,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상대하다보니까 배려한다고 눈치를 좀 많이 봐요. 죄송해요.

제가 며칠전에 블라블라블라... 아.. 재미없죠?

원래 되게 재밌는 이야기인데..
죄송해요...



 

툭하면 죄송하대요.

잘못한것도 없는데 죄송하대요.

 


 

보다못한 친구가...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번인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자꾸 죄송하다고 하냐며 

그렇게 너무 눈치보면서 죄송하다고 하는 것도 별로 매력없다고...

여자한테 어필하려면 좀 당당한 모습도 보여주세요~

 

 



그랬더니...
아예~ 죄송합니다.






-_-;;

 


 

 

술자리도 막판을 향해가고....

거의 끝날무렵쯤....

 


 

저는 솔직히 연락처를 별로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어요... ㅜㅜ
 

 

 

근데, 친구 남친이..




"이제 연락하려면 연락처 주고 받아야지?"



이러면서 눈앞에서 재촉하는데,

안 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소개팅남 핸드폰으로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그럼 그 사람한테도 찍히고 저한테도 찍히잖아요.

 



근데 소개팅남 자기 핸드폰을 받아보더니....

"번호.. 저장 안하셨네요...."

 


 

넹? 무슨 소리? 번호 찍혔을텐데....?

자기 전화부에 저의 이름으로 저장된 번호가 없다는 거에요.

수신목록 보면 제 번호 있을텐데..

제가 직접 이름까지 적어주며 전화부에 저장까지 해줬야하는 거였나..요?


 

 

그래서 제가 수신목록 보면서..

"이거가 제 번호에요."

라고 했더니.

"아아~ 알겠어요~ 죄송해요.;;"

 



 

술 자리를 마무리하고 나왔어요.

 


 

날씨가 엄청 추웠어요.

언능 택시 타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였어요. 

건대에서 만났는데..

전 건대 지리를 잘 몰라요.

가본 적도 별로 없고요.

 

 

어쩌다 보니 좀 걷게 되었는데,

전 소개팅남이 알아서 가는 거겠거니, 믿고 따라갔어요.

뒤를 보니까 친구커플이 다정히 따라오네요.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참을 종종거리고 따라가는데...

자꾸 이상한 시장골목으로 가는거에요. 




나 : 이길로 가는거 맞아요? 


소개팅남 : 네~ 맞아요. 지름길이에요.

                제가 예전에 여기 살아봐서 알아요.  






저는 길을 모르고..

지름길이라는데 좀 으슥해도,

금방 도로 나오려니... 싶어서 따라갔어요. 




근데, 가면 갈수록 큰 도로는 안 보이고..

시장골목을 지나니 주택가가 나오고..

뒤를 돌아보니 친구 커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_-;;




나중에 물어보니 그쪽은 우리가 사라졌대요...;;

제가 너무 추워서 빨리 걸었더니 못 쫓아왔나봐요..




나 : 진짜 이 길 맞아요..? 


소개팅남 : 맞아요~ 저쪽 끝으로 가면 도로 나와요.

                거기서 택시 잡아서 보내드릴께요. 






소개팅남이 말한 저 쪽 끝까지 가보니...

도로는 커녕 그냥 다세대 주택밖에 안 보여요. 

가로등도 어두침침하고 사람도 없어요... ㅠ.ㅠ  





소개팅남 : 근데요.. 왜 저한테 연락처 안 알려주세요?  







이 인간이 어색하니까 농담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 아무말 안하고 그냥 웃었습니다.  




소개팅남 : 진짜 저한테 연락처 안 알려주실꺼에요?  







저는 그냥 또 웃었습니다..  



소개팅남 : 저 마지막으로 물어볼께요. 진짜 연락처 주시면 안돼요?  





이때부터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이 인간 취했구나.

번호 찍어줬는데..

기억을 못하나봐요.  




소개팅남 : 제가 맘에 안드시는구나. 알겠어요.   








alt








이러면서 어후~ 어후~ 분노의 한숨을 쉬는데... 

(이건 직접 보여줘야하는데.. 글로는 표현이 안되요...ㅠㅠ)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로는 안 보이고 자꾸 주택가 골목길만 나오고...

소개팅남은 분노의 한숨을 내쉬고... 



 

그러다가 골목길에 빈 택시가 세워져있는게 보이는거예요.

택시기사가 택시 세워놓고 거기서 담배피고 있더군요.

저보고 그걸 타라는거에요.. 




모르는 동네.

으슥한 골목길.

소개팅남은 취해서 흥분상태이고...

저는 공포감에 패닉상태..





손님도 없는 주택가 골목길에 담배피우며 대기하고 있던 빈 택시.

는 이 꽐라상태의 분노의 소개팅남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어보였어요. 




ㅜㅜ




그 택시는 타기 싫다고 도로 앞에서 타겠다고 앞장서서 가버리니까...

소개팅남은 그게 또 자존심이 상했나봐요. 

자기가 잡았는데

"왜 안 탔냐?"

고 물으면서 계속계속 절 따라오더라구요...




"저기요!!! 저기요!!! 이건 아니지 않아요?

어후어후~ 참.. 진짜 너무하네...

아우.. 진짜.. 아우~, 증말. ㅅㅂ.."





정말 한대 맞을거 같았어요.  

그래서 전 억지 웃음을 지으며..



"아니요~ 제가 담배 냄새를 싫어해서요.

앞에서 담배 냄새 안나는 택시 타고 싶어요. 

그러니 도로 앞으로 나가요.. ^^"





라고 아양을 떨었죠...

ㅠㅠ 가다보니...


화양초등학교라고 나오네요? 

건대역 근처에서 술 마셨는데..

주택가를 뺑글뺑글 돌아 화양초등학교까지 와버린거에요.

 







alt







친구가 어디냐고 그때 전화가 왔어요.  

화양초등학교 근처라고..

왜 거기까지 갔냐길래..

뭐라 말도 못하고,

"엉엉엉"





빨리 건대역 근처로 오라길래...  

나는 여기 근처에서 택시 타고 갈테니..

너도 알아서 잘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겨우 도로가 보이고 택시 잡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왔어요. 




집에 와서는

소개팅남 번호. 바로
스팸처리해버렸어요. 

나중에 이틀뒤인가?

스팸메시지함에 들어가보니까 이런 문자가 와있더라구요. 



그날 너무 긴장해서 술이 많이 취한거 같아요..

죄송해요...






 끗.






덧붙임 : 
그 뒤로 절대 모르는 동네에서는 소개팅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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