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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씻음굿

2011.08.15 21:36

안녕하세요.

최근에 알게 되어서 정말 중독상태로

열독하고 있는 저는,

우선... 나이 먹을만큼 먹은...

스물하고 열다섯....여자사람 독자입니다.

 

여러 소개팅 사연들을 보며 진짜 많이 공감하고 웃었는데....

작년 이맘때 무렵에 했던 제 소개팅도

어디에 견주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사연 공유해봅니다. 




때는
2010년 여름, 7월말이나 8월 초...

요맘때 무렵이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핸드폰이 왔는데....

받아보니, 뜬금없이 엄마의 (별로 친하지도 않으신) 친구분이었죠

회사에 있다가 얼결에 받았는데 내용이 이렇습니다.

 
 

엄마의 별로 안친한 친구아줌(-이하 엄별안친) :

미소야... 나 엄마친구 샛별이 아줌마야..

나 기억하지?

 
 

: .. ..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한테 직접 전화를....?

 
 

엄별안친 : .... 미소가 꼭 소개팅에 나가줬으면 하는데....

네 엄마한테 얘기했다 욕먹고 절교한다고 할까봐..

 
 

: (.. 이미 어이상실..)

... .... (너무 당황스러워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

 
 

엄별안친 : 내 친구 아들인데...

어쩌다 미소 네 얘기를 하게 됐는데...

꼭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난리야...

사실 그 친구.. 미소가 좋아할 스타일이 아닐 것 같아서

미소엄마한테 욕먹을까바 망설이다가....

아휴..

그 총각이 하도 스토커처럼 전화하고 졸라서

미소한테 부탁하는거야...

한번만 만나줘....

봉사하는 셈 치고...

 
 

(저는 이미 주선 아주머니와 통화 3분만에

이 소개팅남이 굉장히 무서워짐.)

 
 

: 아 근데 저도 좀 바쁘고...

엄마가 욕할만한 분인데 제가 만나는 것도.... 아하하....

 
 

엄별안친 : 나 살려주는 셈 치고 한번만 만나주면 안될까?

사실 총각은 참 착해...

너무 순수하고..

그리고 여자는 자기 좋아해주는 남자 만나야 되는거야

이미 네가 너무 좋다잖아..

 
 


 

핡!!!

도대체 뭣 땜에...

만나보지도 않은 엄마 친구 딸에게 호감을...?
뭐 그렇다고 제가 a.k.a. 엄친딸은 아닙니다. ㅋㅋ

--;;

 
 
 

하여간 그 남자분은 저랑 동갑이고

정녕 처음 들어보는 지방의 **대학 출신인데

(출신대학가지고 저 절대 사람 평가하지 않습니다만

내용의 이해를 돕고자 씁니다.)

본인은 곧 죽어도 sky 출신 여자랑

결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인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고..)

암튼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고....

 
 

아주머니 말씀대로 봉사하는 마음,

아주머니 살려드리고자 하는 마음

일단 한번 만나는 보겠다고 했습니다...

 
 

암튼 sky여자 아니면 절대 안된다는 그 분 너무 이상했어요..



저에게 느낀 호감은

sky를 졸업했기 때문일 것이다..

란 결론을 얻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않았습니다만,

 
 

이미 소개팅은 나가기로 했으니,

...

어쨌든 소개팅은 진행이 됩니다..

 
 

그 남자분...

소개팅 전에 전화통화나 문자를 해서

"사전 탐색"을 하면 환상이 깨진다

 
 

모든 직접 연락을 거부하고

아주머니를 통해 연락하더라구요...

 
 

따라서 장소, 시간등등 모두 아주머니를 통해

전달하고 전달받게 됩니다.

 

 

 

아오...

거기서 이미 너무 피곤했습니다.

 

그 아주머니도 피곤해 돌아가실라고 하고..




도대체 그 아주머니는

남자분 어머니께 무슨 빚을 졌길래....

또 왜 그 빚은 내가 갚아야 하는 건지...

 

 

ㅠㅠ

 

 

토요일 5시에 여의도의 전철역 몇번 출구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만나잡니다.

 
 

평일에 이미 출근해 화장한 상태거나,

토요일 다른 약속 있지 않으면

토요일 애매한 저녁시간,

그런 소개팅 저는 싫더라구요.. 

 
 

제발 평일로 옮기자 (물론 아주머니를 통해서 연락 --;;)해봐도

그 남자분 절대 토요일 5여야 한답니다. 

 
 

장소도 여의도라뇨,

저의 집과 직장 모두 여의도랑은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완전 어이없는 장소입니다.

다른 곳으로 해보자(이 또한 아주머니를 통해서 연락 --;;)고 해도

역시나 합의란 없었습니다.

 

 

암튼, 전 그냥,

그간 쌓은 업보를 씻을 기회라고 생각하자,


이런 고난이

내가 부지불식간에 저질렀을 지도 모를,

다양한 부끄러운 행보들을 용서받을

씻음굿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정말정말 더웠던 그 토요일,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얘기로 들은 여의도 전철역 몇번 출구로 나가니

스타벅스가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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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워낙 길치지만

그건 그냥 전철역 앞에 있다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 주변을 열심히 헤매다보니

더운데다 습도도 높아 얼굴은 막 번질번질해지고....

왕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절대절대 사전연락 하지말라던

소개팅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기로 한 미소인데요...

제가 지금 전철역 앞에 나와있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가 없네요...

위치 한번 더 확인해 주세요!!!"

 

그랬더니 그 분.

 

".. 저도 여의도엔 한번도 안가봐서 잘 모르겠네요.

인터넷에는 거기에

스타벅스 있다고 했으니 잘 찾아보세요.

10분 정도 늦을 거 같아요."

 

 

.. 뭥미...

 

지도 여의도 안가봤다면서 여의도로 장소 잡은 건 뭣이며,

늦을거면 미리 연락을 하든가... --;;

 

 

하지만 뭐, 이미 만남에 대한 기대가

제로였기 때문에

참을 자를 100번 쓰며 한 20분 기다리니

그 분이 전철역으로 다가오시는데....

 

 

 

.. 저 한눈에 그분인 줄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대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는 진상 포스시더라구요....

띵동이하던 동그한 버섯머리 헤어스타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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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칼라풀한 실켓면티에...


alt

 


무릎 다 나온 날롱날롱 바랜 면바지에
  

거기에 도대체 왜 말굽 구두를 신고 있는지....

난감합디다..

 


alt

 [이..이건아니져? --;;]




그 분 도착하자마자
,

진짜 경보하듯 뛰다시피 스타벅스를 찾아야겠다며

막 돌아당깁니다...

 
 

그날 날씨가 33도 최강더위였고

저 힐신고 열심히 쫓아다닙니다...

 
 
 

제가 제발 아무 커피점이나 가자..

굳이 스타벅스이어야 한다면 택시타고

다른 스타벅스로 이동하자 하는데...

 
 

절대절대 안된다합니다...

자기가 찾아 봤던 스타벅스여야 한답니다...

 
 

그렇게 한 30분 가량 스타벅스를 찾아 헤매다

제가 정말 사정하다시피

결국 전철역앞에 커피점을 가기로 합의하긴 했는데..,

 
 
 

여기는 인테리어가 싫다, 여기는 음악이 싫다..

근처의 고만고만한 커피빈, 앤젤리너스, 탐탐

3군데를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저 그동안 한 두번쯤 그 분 죽일 뻔 했습니다...

 
 

ㅜㅜ

 

 

암튼 우여곡절 끝에

커피숖에서 아이스커피를 두 잔 시키고

앉자마자 그 분이... 다짜고짜 저에게 질문합니다..

 
 

근데 K대 나오신 거 맞죠?

재수하신 거 아니구요?"

 

 

? 무슨 취직면접도 아니고...

 

"아.. ... 맞아요.."

 

하자마자 그분..

정말정말 쪽팔리게

커피숖이 떠나가라 일어나서 박수를 짝짝짝 치며

 
 

"드디어 만났네요!!!! 재수안한 sky!!!!

전 여자가 sky 나오지 않으면 좀 싫더라구요.

머리에 든 것도 없이 잘난 척해서.

재수한 여자들도 다 똑같아요."

 

 

 

이거 정녕 뭥미...

 
 
 

그러면서 "나는 **지방대 나왔는데,

대학 다니며 머리빈 여자들과 함께 공부하는게 너무 싫어

sky 출신만 고집하다보니

이렇게 빠지는 거 하나 없는데도 결혼이 늦어졌다..."

 

 

아.. 정녕 쉽게 잊지는 못할 분이 되겠구나... 하며

(너무 정상범주 밖이다 보니

오히려 상처가 되지는 않더라구요..)

 
 

주선 아주머니 체면을 위해

‘1시간만 예의를 지키자!는 생각으로

대인배의 마음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커피점에 앉아있다 10분도 안되어

이제 그만 일어나자는 거에요...

 

그래서 "... 이제 들어온 지 10분도 안됐는데..요오?"

그랬더니

 
 

자긴 결혼할 여자와의 운명적인 첫 데이트 장소

여의도 공원을 늘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를 걷자는 거에요...

 
 
 

운명이고 나발이고 밖이 얼마나 더운지 알아? 이 새키야!




욕방언이 터질 뻔 했지만
,

꾹 눌러담고..
 

"저기.. 지금 밖에 너무 덥고...

전 구두도 불편하고...

저희 여기 들어온 지 10분도 안됐는데...

산책은 좀 무릴 거 같아요.."

말했습니다만..

 

 

이분...

 

  

제 말 끝나기 전에 이미 일어나셨습니다.

 
 

'1시간은 무조건 어떤 것도 참는다..

여기까지 버텼는데, 순간 욱해서

그간의 고난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비난받을 여지를 남겨선 안된다!!'고 생각한 거죠.

 
 

암튼 전... 7월말이던가 8월초던가.

어느 토요일 6시경에

여의도 공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산책에 임했고.

 

그 분은 성장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설명해봐라.”

결혼해서의 10년 계획에 대해 설명해봐라.

등등 어이없는 질문을 하고 계시고

 

 

전 정말 이 이상 기막힐 순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을 뿐이며..

글쎄요.. 넘 더운데 힘들게 산책하고 있으니,

아무런 생각이 안나네요.

라며 산책 종결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계속해서

자기 어릴 때 집에 불난 것이 가장 큰 고난이라 했고,

자녀계획한 개도 안궁금해 미칠거 같은 스토리를 쭉 늘어놓으시고

 
 

전 정말 맘속으로 정해놓았던 1시간이 되자마자

최대한 예의바르게들어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씀드린 뒤,

 
 

소개팅남 뒤로하고 택시타고 여의도를 탈출했습니다.

-_-V


택시타고 가는데 전화가 막 울리더라구요..

 

그 새키인데... ..

안받으려다,

 
 

택시타고 가는 거 뻔히 아는데,

마지막 예의라는 생각으로 받았더니

 
 

다짜고짜,

 

오늘. 우리의 운명은 시작되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정녕.. 정상인은 아니였던거죠
.

 

 

암튼 그 분은 그 이후,

몇차례의 스토킹 전화 하셔서 차단했고,

엄별안친 아주머니에게 모든 상황 설명하고,

정말 저 할만큼은 다 했다고 알려드리고

아주머니도 저에게 석고대죄 (말로만 샹...) 하시고

다시는 저에게 연락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를 했죠

 

 
 

그리고 나서도 번호를 바꿔가며 계속

전화를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장식도 없는 검정 고무줄 한묶음... --;;



alt





보내면서 자기 마음이니 받아주고

왜 연락이 안되는지 모르겠지만 만나서 얘기하자느니..

 
 

ㅜㅜ

 

그러다 제가 해외출장을 갔는데,

분명 로밍되어 있다고 안내방송 떴을텐데

또 번호 바꿔서 전화질..

 

제가 해외라 (로밍하면 받는 사람이 요금을 냅니다.)

전화비 많이 나오니 하지 마시라고 해도

맨날 번호 바꿔 전화하고.

 

아오..

  

암튼 저도 너무 가 나고 견딜 수가 없어

귀국하면 확실히 끝내야겠다는 심정으로

한국 가서 제대로 통화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귀국한날 아니나 다를까

만나자는 전화를 하시길래..

 

띵똥씨, 전 띵똥씨랑 전혀 안맞는 사람이니

다른 분 찾으시고 진짜로 연락 하지 말아주세요.”는 얘기를,

 

10번쯤 반복했으나..

 

 
 

여자들 튕기는 거 이해한다..

내가 원래 그런 여자심리 좀 잘 안다..

그냥 솔직한 얘기를 해도 된다.”

 

 

 

엉엉엉

 
 

제가 아무리 직접적으로 얘기해도 전혀 접수가 되지 않았나봅니다.

 

제가 정말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좀 세게..

띵똥씨,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못 알아듣고,

계속 번호 바꿔서 전화하시는데,

앞으로 더 이러시면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어요.”

했더니, 그제서야 아무말 없이 끊어버리더라구요.

 



끗..







이 아니고!!!! 

 
 

그리고 이틀 뒤부터 또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

 
 

! 너 나이 쳐먹고 늙은 주제에

동갑남자가 결혼하자면 고맙게 받아들여야지!!

미친년아!!!”

 
 

그 이후로도 몇차례 더

!! 너 겁나 못생겨서

나 아니면 너 데려갈 남자 없어!!

이 년아!!!”

 

등등 어이없는 욕설 전화 후,

다시 한번 경찰에 신고한다니까 그 뒤로 잠잠해졌습니다.

 

 

 

 

 

진짜 끄읏..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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