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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짖을 수는 없었다

2011.09.24 21:19

안녕하세요 감자님..

전 마음만은 꽃다운 20살인...

31살 과년한 처자예요.. ;;

 

간간히 트위터에 알티 되어 도는 글을 읽다가

저도 한번 제보 해 보자 해서 글을 쓰게 되네요.

오래 사귄 남자는 아니었지만,

생각할수록 불쾌해서.. 천불이 나요..

 

설마.. 남친이 읽어보진 않겠죠??

 

.. 읽으면

.. 내이야기네.. 할만한 내용이라....
 

하지만 생각해보니 별 상관도 없네요.. ㅋㅋㅋ

 

볼 테면 보라죠.

본론으로 들어갈께요.

 

 

과거의 저는 귀엽고, 잘생기고, 스타일 좋은

하지만 어리고 능력없고 철딱서니 없는 애기들만 만났던 처자입니다.

적게는 2, 많게는 5살 연하까지 두루두루 만나보았지요.

사실.. 어린애들 만나면 재밌긴 하지만,

안정적인 느낌은 없잖아요.

 

미래를 함께할 만한 아이들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매우 어려운 관계로

진지한 연애는 거의 없었어요.

 

무튼..

저도 서른이 넘으니,

결혼을 고려할 안정적인 느낌의 남자가 만나고 싶었지요.

 

하루는 볼 일이 있어 평소 잘 가지 않던 은행에 들렀습니다.

창구 직원 중에 딱 한명 남자가 있었는데,

번호표 불이 하필 거기 들어오지 뭡니까..

 

이 은행남은 그동안 귀염둥이만 만나던 내 눈에는

그저 산도둑놈으로 보였지요...

뭔가 시커먼 느낌. ㅎㅎㅎ

 

근데 이것저것 서류 작성하며

자꾸 사적인 말을 시키며 웃는데..

제 눈에 뭐가 씌었나봅니다..
 

그동안 어린애들한테 보지 못했던 그런..

어른남자 회사원의 느낌이 뭔가 땡기는게 있습디다. ㅋㅋ

 

암튼 볼일을 보고 돌아오고서도

며칠동안은 그 남자가 계속 생각이 났지요.

 

 

 

그로부터 2주쯤 지나고..

오랜만에 친한 남자 후배랑 만나 밥을 먹는데,

자기 고교선배와 소개팅을 해보지 않겠냐며 추천해 줍디다.

 

나이는 30이고 (.. 또 연하? ㅜㅜ)

키는 180쯤에..

생긴 건 잘생겼다 하기 힘들지만

자기가 봤을 때 정말 진국인 남자라고..

 

 

 

은행을 다니고,

XX 지점에 근무 한다고 하던데....

 

 

하는 순간.

 

 

??

XX지점???

설마...

 

 

2주전 그 은행남이 제 머리를 쏴악 훑고 지나갑니다.

 
 

그래서 긴급히 그의 몽타쥬가 이러이러하지 않느냐고

기억나는대로 묘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 비슷한 거 같은데..??”

 

아뿔싸... 그분이 그분이었지요...

 

 

어멋! 이거슨 운명이야!

당장 만나야 해!”

소개팅을 급하게 강행했습니다.

 

 

드디어 은행남과의 소개팅..

 

 

 

결론적으론 잘 되어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외모나 이런 건 모르겠고,

일단은 직장이 안정적이고,

성실해 보이고 싹싹해 보여서

미래까지 생각해볼만 하겠다 하여

진지한 연애모드에 발을 담갔습니다.

 
 

며칠은 공주 대접을 해 주더군요.

그리고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은행남 아니랄까

저의 재정 상태에 대해 샅샅이 묻고,

적금, 펀드 등을 추천을 합니다.

 

그리고 사귄 지 며칠만에 커플통장을 제안합니다..

매달 얼마씩 돈을 같이 넣고 체크카드로

데이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쓰자고 하더군요.

 

.. 전 연하를 늘 만나서 그런지,

돈은 주로 제가 쓰는 편이었던 데다,

그런 데이트 비용에 대해 누가 더 쓰고 덜 쓰고에 

연연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사귄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아직 마음이 화~악 열린 상태도 아닌 상태에서 고런 말씀은

좀 당황스럽습디다.

 

 

효율이 언제나 최고는 아닐 때도 있는데..

 

ㅎㅎ

 
 

그래도 아껴서 앞날을 준비 잘 하려는 알뜰남으로 보였으니,

제 눈에도 뭐가 제대로 씌긴 했었나 봅니다.

그래서 덜컥 커플 통장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취미 생활도 많이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제 시간을 보내는 데에도 투자를 좀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것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더라구요..

 

지금 나이가 30이 넘었는데

이런 식으로 돈을 막 쓰고 다니면 안된다 부터 해서

 

제가 생각하는 인생가치관과 마인드에 대해 태클을 걸어왔습니다..

 

근데 요것이.. 애정없이 막하는 행동처럼 보이지는 않고...

처음엔,

 

얘가 날 진심 걱정해주나?

마누라 감으로 생각해서 요런 말도 하는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애정의 표현방식이..

뭔가 하등한 대상을 훈계하는 듯한 뉘앙스였지요..

묘하게 기분이 나쁜..

 

악의가 없는 건 알겠는데..

기분이 참..

내가 너보다 쪼끔 오래살기도 했고..

연봉도 쪼끔 더 많으며,

사회생활은 네 사수만큼은 했을텐데..

 

시간이 갈수록.. 챙겨주긴 하는데 챙김받는 느낌이 아니라,

무시와 교정을 당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근데 그 무시가 악의가 아니고.. default인.. 고런 상황?? 

 

 

하지만, 진짜 문제는

농담이랍시고 뱉는 말이 숭하다.”라는 거였죠..

 
 

한번은 제 친구 커플이랑 같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은행남이 담날 내시경이라 아무것도 못먹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친구 남친이 형님은 드신 것도 없고, 계산은 제가 할께요.”

요래 말하더라구요.

 

그럼 보통, 말이라도,

그래, 내가 내야 하는데,

다음에 내가 거하게 한번 살께. 고마워! 잘먹었다.”

라고 하고 넘어가면 되지 않습니까? (다음 번에 사든 안사든!!)

 

근데 거기에 대고 본인은 농담이라고

그래 오늘은 내가 아무것도 안먹었는데 돈내려니 쫌 그렇네.

다음엔 내가 살께. 그땐 완전 싼 거 먹으러 가야지~”

라고 하더군요..

 

진짜 옆에 서있는 제 얼굴이 화끈화끈..

본인 돈 쓰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도 커플통장에서 쓰는 거..

그걸 농담이라고. 근데 아마 농담아니었을꺼임.. 

아흑...

 
 

그래도 뭐 이런 건 다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참았어요..

당시엔 헤어질 마음이 없었으니까.

그냥 캐릭터려니... 하고 버텨봤던 거죠..

 

하지만 점점 힘들어집니다..

은행남 말로는 자긴 장난 이라고 하는 거라는데,

저에게는 장난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것들이,

관계가 깊어지고, 친해질수록 해졌어요....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코드가 다르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기분 나쁘면

그건 장난이 아닌거아임까?

제가, 하지 말아달라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해도...

에효..

 

그 말이 접수되었으면 제가 지금 이런거 쓰고 있지 않겠죠.. ㅜㅜ

 
 

오히려 장난을 장난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너무 예민하게 군다고 저한테 를 냈어요..

 

장난의 내용들은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데,

 

뭐 예를 들면,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게 아니라,

제가 목을 맨다는 식의 대답을 요구하는,

자존심을 팍팍 깎아내리는 듯한 그런 장난.

약간 모자란 사람 취급이랄까..

 

장난이라고 하니...

대답 안하고 그냥 웃으며 어물쩡 넘어가면

넘어가는 대로 대답 안한다고 화내고...

 

대답을 하면 졸지에

내가 완전 은행남에게 목매달고

쫓아다니는 것처럼 되는 그런 상황.

 

아무튼 정말 저것

(무시를 기반으로 진심으로 막말을 하고,

 농담이라고 둘러대며,

언짢아하면 예민한 여자를 만들어 버리는 것)때문에

이틀에 한번씩 싸웠습니다.

 
 

하지 말라고 한번 크게 싸우고나서

은행남이 장난을 안치도록 노력해 보도록 하겠다고 하긴 하는데,

조건을 달더라구요..

 

"대신에 너도 장난을 장난처럼 받아들이도록 노력해라.”.

 

저.. 진심으로 제가 예민한지 여쭤보고 싶어요..

제가 싫은데 그게 장난이 장난일 수 있나요???

너그러운 분들은 그게 정말 가능하신가요?

싫은데 참고, 장난이려니 받아들이는 것이??

 

아무튼 이래저래 타협해서

헤어질게 아니라면, 제가 참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 밖에요.

 

 
 

그러다 정말 참지 못할 일이 발생했어요...

 
 

메신져로 대화 하는 중...

대뜸 저에게

 

 

 

 

"앉아!"

 

"짖어!"

 

.......

 

저는 순간 머리가 ~ 해지면서..

 

얘가 지금 미친건가???

싶더라구요..

 

 

근데 여기다 대고 또 화내면,

장난인데 안 받아준다고 지랄할게 뻔해서.

 

"오케이.. 거기까지만 하자.. ^^“

라고 저로서는 정말 인내심을 한껏 발휘했습니다.

 

 

"어어~ 노노 그러는거 아니야.

앉아! 짖어!"

 

"기분 별로 안좋으니까 거기까지만..."

 

라고 두번째까지 좋게 얘기 했습니다.

 

은행남은 이때까지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릅니다..

.. 거기까지만 해?? 지금 나한테 훈계하냐?” 화를 냅니다..

 

 

저는 비로소 폭발했습니다.

 

조분조분하게 따졌으나,

제 얘기 안듣습니다..


이 싸움의 본질이었던
,

앉아!”짖어!”에 대한 말은 없고,

자기 장난을 장난으로 안 받아주느냐,

그래 나는 장난 안치려고 노력 해 보겠다고 했지만,

너는 왜 나한테 장난을 장난으로 이해해보겠다고

노력한단 말을 해주지 않느냐.

배려 안하고 나오는 대로 말 하는 여자라고 따지더라구요...

 


저..


짖었어야 했나요...
왈왈.


 

차근차근, 니가 이래서 내가 이랬고, 난 이게 싫다.

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도

또 다시 장난에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무한루프...

 
 

그러더니,

안되겠다. 우리 왜 이렇게 매일 싸우는지 일주일동안

시간을 갖고 생각 해보자!”

하더라구요.

 

. 지금 누가 시간을 갖자고 해야되는 건지,

똥오줌을 못가립디다.

 

 

전 그동안 이 연애가 갑갑하고 힘들었던 것이,

앉아!”짖어!”로 한방에 정리되었기 때문에,

속으로 올레를 외칠 뿐이었습니다.

 

"알겠다." 대화를 끝냈어요.

 

그러고 저는,

이제 이거슨 끝이다.

회생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깨빡난 관계다.’

헤어질 맘을 먹고 주변 정리를 다 했죠.

 

그리고 이틀 후 연락와서

너는 이제 나를 다 정리 했냐..

난 진짜 생각 해보자는 의미였는데

넌 헤어지려고 마음 먹은거냐고 하길래,

 

더 이상 안되겠으니 그만 하자고 했어요.

 

첨엔 매우 쿨하게 본인도 알겠다며 수긍 하더니,

그 담날부터 매달리기 시작하대요..

 

자기가 다 고쳐 볼테니 다시 생각 해보라고 부탁하더군요.

 

 

제가 화를 안내고 좋게 얘기 해서

내가 그렇게 싫어 하는지 몰랐답니다...

 


..

 

이성적으로 좋게 얘기하면

못알아먹는거임까? ㅠㅠ

 

꼭 울며불며 개지랄을 떨어야 알아먹는 거임까???

 

 

내가 그렇게 그렇게 내 얘기 좀 들어 달라고 했는데

넌 한번도 제대로 들어준 적 없지 않냐.

지금 와서 달라질 거 없으니 연락 하지 말라.

 

딱 잘라 말하고 끊었지요.

 

앉아!”짖어!”

모든 번민을 사라지게 해주는 마법 같은 단어였습니다.

한톨의 미련도 없이 싹. 깔꼼해졌어요.

 

그러고 나서 제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을 그만두고 여행이나 가고 싶다!!”

라고 싸이월드 일기에 썼는데 그걸 읽었나봅니다..

 

그 일기를 올린 다음날..

 

그는 편지를 써서 제가 일하는 곳에 찾아 옵니다..

제 밑에 일하는 동생들한테-_-까지 편지를 써 왔습니다.

 

그 편지의 주 내용은...

 

 

"여자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일을 그만두고 지금 여행을 갈 때냐?

일 그만두지말고 열심히

돈모을 생각을 해라."

였습니다.

 

분위기와 정황상, 진심으로 절 붙잡고 싶어했고,

걱정한 게 분명했을 그 사람

편지에 저런 걸 써온겁니다.

 

 

저의 회사 동생들에게 쓴 편지-_-

 

"너희가 잘 설득해서 언니 일 좀 안그만두게 잘 얘기 해라..

언니가 지금 일을 그만두고 할 나이는 아니지 않느냐,

저렇게 자꾸 일 그만둬 버릇하면 나중에 힘들다..

어쩌구저쩌구.."

 

 

완전 기겁 했습니다.

편지는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렸어요.

 
 

전 직장을 정리하고

여행을 예약했습니다.

지인들에게 제가 연락을 못 받을 수 있슴을 알리려고.

싸이에 출국, 귀국 일정을 올렸어요.

 

이틀후 또 전화가 왔습니다..

은행남이 집전화로 거는 바람에

모르고 받게 된거죠. ㅠㅠ..

 

목소리를 퉁명스럽게 바꿔서,

바쁘니까 빨리 말하고 끊으라고 했어요.

(직장에 또 찾아올까봐 무작정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힘든 상황)

 

오랜만에 전화 했는데 목소리 좀 좋게 받아주면 안되냐고 하길래

내가 왜 그래야 하냐

바쁘니까 빨리 말해라 뭔데?? 했더니,

 

걱정돼서 전화 했는데,

목소리 꼭 그래야 하냐며 성질을 냅니다.

 

그래서 진짜 나도 어이없어 맞소리 질렀습니다.

 

"니가 내 걱정을 왜 하는데!!!!!!!!!!!"

 

은행도 함께 소리칩니다.

"그래. 도대체 내가 뭐가 그렇게 싫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다 고쳐 보겠다고, 자기가 다 잘못했다고 하더니.

아직도 지가 뭘 잘못했는지..

내가 왜 화를 냈는지 몰랐던 거겠죠..

 

답이 안나온다 싶어서,

바쁘니까 끊어라.” 하고 확 끊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그 뒤로 연락은 없었어요..

 


 

 

그리고 보름 후..

제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가 싸이월드 쪽지 확인을 잘 안하다가

오랜만에 쪽지함을 정리하려고 열어봤다고 하더라구요..

 

 

거기서 발견된 그 놈의 쪽지...

내용은 또 그거죠.

 

“쟤 일 못 그만두게 말려달라..”

 

 

아오... 저 그 후로 계속 연애 못하고 있어요.

아니.. 안하고 있다가 맞겠네요. ㅋㅋㅋ

엄두가 안나요. 이제..

 

스펙이나 직장보다는 사람 됨됨이..

그리고 가치관과 마인드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게

진짜 진짜 더 중요한거 같아요.

 

좋아죽을 것같은 사람과 만나도 이혼하는 세상에

안맞는 사람 억지로 맞추는 건 절대 안된다..

당장 헤어지라고 했던 아는 유부오라버니의 말이 떠오르네요.

 

 

전 사실 그 은행남의 행동을 보며..

정말 미안한 얘긴데..

그 어머니가 너무 불쌍해 보였어요..

뭐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집에서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어떻게 하시는지

대강 그려지더라구요..

 

지금 와 생각해보면..

다 알고 일부러 못되게 구는 게 아니라,

 

재미있으라고 하는 농담,

잘 해보고 싶어서 하는 행동,

붙잡고 싶은 연인에게 한다는 말이 그것들이었다는 게,

더 끔찍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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