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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서른, 첫연애

2011.11.9 19:59

홀님 안녕하세요.

얼마전 늦은 나이에 생애 첫 실연을 경험한 후..

어쩌다 들어온 이 블로그에서 사연들을 읽으며 울다 웃다하면서

위로도 받고 배우기도 하는 중인 연애경험이 몹시 부족한 서른 처자입니다.

짧은 연애의 상처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를 못하여 이렇게 얘기하고 잊으려 합니다.

답답하고 미련한 글이 되겠지만.. 잘부탁드립니다.. 꿉뻑.

 

 

저는 서른이 되도록 연애경험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는 연애에 관심이 없었고

나중에 관심이 생겼을 때는 기회가 없었고

그나마 몇번 있는 기회도 서로 간만 보다 끝났었고

많이 바쁘기도 하고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혼자라

딱히 연애에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 서른이 된 올해.

첫눈에 반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 역시 저한테 반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정말로 거짓말처럼 제 마음이 활짝 열리면서

저희는 만난지 사흘만에 사귀게 되었고,


제 나이 서른.. 조금 늦은 첫 경험
..

사귄지 이틀만에 저는 어른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게 연애의 행복이란 거구나를 느낀

아주 짧은 기간-_-이 있었어요..

 

그러나 곧.

순간순간 이 남자는 좀 아니다란 생각이 들면서

내가 경솔했나 의문을 갖게 되는 때가 많아지더라구요.

 

첫 경험의 그 날

아직 너무 이르다.. 난 처음이니 시간을 달라고 버티던 저를

두시간 동안 어르고 달래고 화내고 하면서

쓰러질 것 같은 여관으로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카운터에서 저에게

만원짜리 하나 있냐?”고 물어보더니 받아가더라구요.

 

그렇게 이만원 숙박비를 반반 냅니다.

더치페이가 싫은 건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안가겠다는 저를

억지로 우기고 우기고 우겨서 데려간 거잖아요..

 

이 남자는 처음부터 돈문제에 대해

반반이라는 선을 그어두려던 생각이었던 거 같았어요.

그 후에도 모든 비용은 (그의 입장에서)반반 나눠냈구요.

본인이 더 쓴 거 같다 싶으면 다음날 차액을 계산해서 달라고 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그는 지갑 안가져왔다고 하는 날도 많았고

저는 그의 담배까지 사준 적도 있습니다.

나한테 단돈 오백원도 손해보기 싫어하는 행동들을 다 적자면 끝이 없어요.

 

그 외에도

넌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냐 이런 식의 기분 나쁜 말을 툭툭 던진다던가..

본인이 위에서 절 내려다보며(심리적으로) 평가하려는 성향이 굉장히 강했어요.

또, 옛날 여친은 키가 몇이었는데 넌 얼마냐. 라든가.

옛날 여친이 이러이러했었다.

하면서 저와 비교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종종 했었어요..

 

그리고 잠자리 첫날도..

처음인 저를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고

그후로도 잠자리에서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합니다.

경험은 없었어도 그런 느낌은 알겠더라구요. 

'인간적으로 배려받지 못하고 있구나..' 


그런 배려없는 성격

말한마디조차 절대 안지려는 고집.

저희집 아파트 평수 물어보고

아버지 직업 동생 직업 물어봐가며 재면서 자기집과 비교하는 행동.

어디냐언제 마치냐고 물어보면 정확하게 대답안하고

니가 스토커냐 캐묻지 좀 마..
 

사귄 지 한달만에 이런 싫은 점들이 무수히 발견이 되면서

이 남자와는 오래 만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어요.

넌 아니다. 이제 그만 안녕.”

하고 돌아서질 못하겠는 거에요.

 

서로 성격도 안맞고

계속 만나도 내가 힘들거 같고

아닌 걸 알겠는데도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 버렸고..

이 사람은 어쨌든 내 남자친구이며

헤어지면 이제 나는 혼자가 된다는 점.

 

쭉 혼자일 땐 몰랐는데 부농마음을 한번 깨치고 나니

다시는 남자친구없는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남자가 내 첫 남자라는 게 무엇보다 제일 큰 부담이었어요.

 

사랑에 빠지는 느낌을 받은 것도 처음..

짧았지만 달콤한 연애의 행복감을 느낀 것도 처음..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것도 처음..

누군가 내 몸을 만지는 것도 처음..

나의 모든 처음을 한달만에 이 남자와 경험한 저는,

고작 한달만에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생각했어요.


특히 그 구질구질한 여관방 침대시트가

온통 빨갛게 물드는 걸 함께 목격한 경험.. -_-

도저히 놓아지지가 않더라구요.

 

'백퍼센트 맞는 사람이 있겠어?'

'연애하면서 안맞거나 하는 부분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거야.'라 생각하고

참고 맞추고 이해하려고 노력했구요.

어떻게든 끌고 가보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첫번째 연애를 이렇게 금방 실패하고 싶지는 않다는 게 정말 컸어요
.

 

 

저한테는 모든 것이 처음인 이 남자에게

저는 잠시 잠깐 스쳐지나간 한달짜리 여자로 남게 된다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되더라구요..

여기서 끝내면 나는 그냥 몇번 같이 잤던 여자가 되는 것일뿐.

이란 생각을 하면 화도 나고 마음도 아프고..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끝내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계속 곁에 있어 보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그 사람이 싫어진 건 아니었어요.

싫어서 헤어지고 싶은 게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은..?

 

이건 참..

제 마음을 저도 잘 설명할 수가 없는데..

싫은 점이 많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얼굴 보면 좋고 확 끌어안고 싶고 덮쳐버리고 싶고..;;

그런데 싫은 점들이 보이니까 그건 싫고

그러니 점점 마음에 지옥이 생기는 거에요.

 

안맞는 부분, 싫은 부분들을 다 뜯어 고쳐서

내 옆에 계속 두고 싶은 마음(욕심이겠죠..?)으로 힘들더라구요.

서운한 점, 안맞는 점, 바라는 점.

서로 얘기해보자 하고 조곤조곤 대화를 시도해도

니가 내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나를 바꿀 순 없어.”

 

이 따위 대답만 돌아올 뿐..


그렇게 서로가 지쳐가던 중

결국은 석달째만에 제 입으로 그만하자.” 말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니가 힘들면 그렇게 하자.”며 쿨하게 등을 돌립디다.

 

이란 건 참 허무하더군요.

 

서로가 좋아서 마음을 나누고 을 나누던 우리

영원히 볼 수 없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는 것.

 

이별도 처음인 저는 그 상실감을 감당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헤어짐이 이렇게 힘든 건줄 알았다면 차라리 옆에 두고 힘들걸..’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또 문제가

끝난 후에도 제가 여전히 이 처음이라는 것에 집착을 합니다.

우린 안될거라는 것도 알고 제가 먼저 이별을 말해놓고도

인정을 하지 못하겠습디다.

 

헤어진 후 꾹 참다 일주일만에 전화를 걸어 폭발을 했어요.

난 남자랑 잔 거 니가 처음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도저히 안되겠어. 너 포기못해.

내 처음을 너한테 다 줬으니 책임져.

다른 사람이랑은 이제 절대 못 자.”

 

.. 좀 많이 진상을 부렸어요..

그 사람은 그런 이유로 전화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냉정하게 끊더군요.

 

그 후에도 저는 전화와 문자로

왜 사귄지 이틀만에 나랑 잔거냐.

그래놓고 왜 나한테 잘해주지 않았냐.

왜 내가 헤어지자 할 때 기다렸다는 듯 가버렸냐.

그냥 여자가 필요해서 그런 목적으로 만난 거냐.

너한테 나는 잠시 놀다 버린 여자인 거냐.”  

 

저조차 제가 싫어질 정도로 정신나간 사람처럼 굴었어요.

 

나는 처음이라 이렇게 힘든데 너는 처음이 아니라 안힘든거냐.

나혼자 힘든건 억울하다.

왜 이렇게 끝나게 날 내버려뒀냐.

우리 서로 잘 모르니 조금만 더 해보자..”
 

미련스럽게 울고불며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무시로 일관하던 그 사람이

귀찮으니 그만해라.”

란 문자를 보내옴으로서 저는 패악부리는 일을 멈추었습니다.

 

지금은 그 사람을 만난 삼개월만큼의 시간이 더 지났습니다.

힘들고 아픈 마음도, 좋아했던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어요.

 

왜 그런 놈을 만났을까 하는 생각,

그 놈이 날 좋아하긴 했을까란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도 이제 좀 진정이 되었구요.


그런데도 여전히 저를 괴롭히는 게 그 처음이란 단어에요
.

 

그 남자는 나에게 절대 잊혀지지 않을 처음인데..

그 남자에게 나는 이제 곧 잊혀질 여자이고

같이잤던 여자 리스트에나 들어갈 여자이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들면서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요.

 

그리고 삼개월동안 모텔 아홉 번 정도 간 게 다라서,

경험은 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고 서툴다는 것도 왠지 억울하고요.

 

저한테 나쁜 남자였던 이 남자가

첫 남자란 이유만으로 앞으로 계속 생각날까봐 그것도 화가 나요.

 

제가 처음이라고 했을 때

이 사람이 정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좋아했었거든요..

그걸 떠올리니

왜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했나 싶구요.

다음 사람과 사랑할 때 생각날까봐 두렵기도 해요.

 

그리고 아직도 밤에 잠들기 전에 한 번씩

같이 보냈던 밤들이 생각나면서 너무 힘들어요.

 

그렇게 깊은 스킨십이 없었다면 이렇게 아프고 힘들진 않았을 거 같아요

왜 그 기억들이 생생하게 머리 속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가 않는 건지..

 

정말 안맞았고 잘해주지도 않았고

도저히 아니다란 생각이 드는 남자였는데도


제가 그 사람을 놓지 못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첫밤을 함께 한 것이라는 게 참 한심하고 웃겨요.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닌데

몸만 붙잡고 있었던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고요.

 

물론 그 때는 그 사람을 좋아해서 한 거라 후회는 전혀 없고

시간을 다시 돌린다 해도 다른 결과는 나오지 않을 거에요.

그런데도 이런 감정은 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성문제에 개방적이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연애 중에도 연애 후에도

처음이란 사실에 계속 집착해서

미련을 갖는 저를 보니 그마저도 혼란스럽습니다.

 

모든 일에는 다 처음이 있는 거라고

처음이란 거에 크게 의미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평생 한남자만 만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이렇게 처음을 겪고 끝내고 아파했을텐데..

첫경험이라는 이유로

가는 남자 발목을 잡으려는 구질구질한 여자가 되다니..

 

다들 저같은 기분이 드는 건지 궁금해요.

이게 지금 헤어진 후 미련의 한 조각일뿐인 건지..

여전히 마음을 정리못하고 집착을 하고 있는 건지..

제가 너무 쿨하지 못한건지..


하...
 

저 근데요..

요즘 미련에.. 집착에.. 혼란레..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써내려오면서 마음이 좀 풀리는 거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꿉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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