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연애담] 그 한마디 못한 죄

2011.12.28 12:20

안녕하십니까?

저는 열혈 남성독자, 삼십대 중반의 회사원입니다.

저는 삼십대 초반의 여자친구(라고 저는 생각)가 있었고,

이젠 헤어졌습니다. 아니. 그보다 저는 버려졌습니다.

더 가슴이 아픈, 버려질만 해서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어

감히 연락조차 못하고 있는 거라는 겁니다.

그녀도 실망이 큰 것같고, 저도 아주 당황스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저는 저의 실수를 인정할 수 밖에 없고,

혹시 남성동지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여자친구가 웃어준다고 생각없이 따라 웃기만 하고,

제 할 도리를 까먹으면 변명한번 못해보고 보내줄 수 밖에 없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는 거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전 이 여자를 통해 진짜 승부패배를 배웠거든요..

 

그녀와 본격적으로 만난지는 이제 4개월 가량됩니다.

처음 알게 된 것은 1년정도 되었구요.

누구 소개로 만나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회사에서 외부교육 연수를 갔다가, 그녀와 같은 조가 되었고,

집도 한 방향이라, 출퇴근식 연수가 끝나고 집에 같이 가게 되면서 친해졌습니다.

 

똑똑하고 예쁜 여자입니다.

처음엔 저한테 과분하다 생각해 선뜻 대쉬하지 못했는데,

그녀의 온화한 표정과 친절한 말투에 용기가 샘솟더라구요.

첫인상은 딱부러지는 커리어 우먼이라 다가서기가 멈칫했는데,

상냥한 말투로 챙겨주니, 저는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저한테 친절했던 것은 아니고,

같은 조원들에게 모두 매너 있던 그녀였던 것같습니다.


..

첫인상이 좀 기쎄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반전이라 느껴져서 그런지, 좀 더 그 상냥함이 크게 다가왔던 것같기도 해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친절보다는 세련된 매너에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고..

하이간 연수는 월~금까지 5일짜리였고, 주말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는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랄까?

조금 더 친해져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개인적인 데이트신청이나 어떤 적극적 액션을 취하지는 않은 상태였어요.

연수기간에 티를 낸 것도 아니구요.


아마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 건 저말고도 다른 분들도 많을 겁니다
.

그렇게 일주일을, 집하고도 한참 먼 연수원까지 익숙치도 않은 길로

출퇴근하느라 주말엔 집에서 좀 쉬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회사에 보고서 올릴 일에 짜증도 약간 받쳐있었는데,

정말 그녀가 너무 생각 나는 겁니다.


이 나이 먹어도 이런 감정이 가능한가?’ 스스로 반문해볼 정도로

집에 혼자 있는데 시간은 죽어도 안가고, 보고싶어 죽겠더라구요.

 

월요일까지 간신히 버티고, 머리를 굴렸습니다.

회사에 복귀해서 같은 조원이었던 분들한테 단체메일을 쐈어요.

같은 업계, 다른 회사 사람들끼리 직급까지 비슷한 사람끼리 커뮤니티만드는건,

이래저래 좋은 핑계거리지 않겠습니까?
 

그녀 포함, 몇분에게 답장이 왔고,

뒷풀이 한번 하자 하여 날짜와 장소를 정해야하는데...

답장주신분 중에 몇 분은 지방분이라 퇴근하고 잠깐 보는 게 쉽지 않은 상황...

또 몇분은 같은 서울이지만,

너무 끝에서 끝이라 주중에 시간맞추기 어렵고,

주말엔 가정에 충성..

정말 약속잡기 힘들더만요.

결국 그녀와 2명의 조원될것같다.”는 전갈을 준 상황..

그렇게 4명이 모여 각자의 회사욕-_-을 좀 하다가,

같은 방향인 그녀와 함께 집에 가게 됩니다.

저와 그녀의 집은 버스로 15분정도 거리니까 꽤 가까운 편이지요.

한마트 생활권은 됩니다.

 

근데 그녀는 참 밝고 친절했어요.

예쁜 것도 사실이긴 한데, 예쁘기만 한 여자는 저한테 별 감정을 주지는 못하거든요.

예쁜 여자 만나봤습니다만,

사귀면서 결국 힘들었던건 예쁘고 안예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경험하고,

내가 열받으면, 예쁜 얼굴만 들여다본다고 해결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면서,

저는 사납지 않은 여자로 제 여자의 조건을 삼았던 것같습니다.

말로 하면 될 걸, 소리지르거나,

말없이 삐지는 수동 공격에도 진이 빠질 대로 빠져

연애 엄두를 못내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구요.

 

좌우간 그녀의 배려있는 태도를 보면서 전 서서히 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여자가 날?”이라는 주눅이 좀 들어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집에 가던 길에 영화나 한편 보자는 이야기가 누구의 입에선가 나왔고,

그 주말에 동네 극장에서 조조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영화보고 점심먹고 차까지 마시니,

정말 시계바늘 붙들고 가지말라 할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가대요... ㅜㅜ

 

그날 저희는 반반 정도의 돈을 썼습니다.

정말 센스있는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리미리 이건 제가 살께요.”, “이거 안드셔보셨죠? 같이 먹으러가요!”

적당히 절 리드하는 게 참 고마웠기도 했구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가 유지 되




기는 개뿔. ㅠㅠ
 

저에게 날벼락 같은 파견발령이 떨어지면서,

전 한 6개월 정도를 해외로 나가게 됩니다.

원래 예정이 이렇게 길었던 것도 아니였는데.. ㅠㅠ

 

근데 전 매우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에 서툰 남자라,

직접 만나서 행동으로 보여주라면 뭘 좀 해보겠는데,

사적으로 한번 본 사이에 (그녀도 저한테 호감이 없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전화, 연락이니 하기는 아쉬움보다는 뻘쭘함이 크더라구요.

그래서 연락못하고 지냈습니다.

바쁘기도 했구요.

사고터진거 수습하러 간거라, 급하게 갔다 정신없이 일만하다 온거죠.

 

6개월 후 전 본사로 복귀했고,

그녀 생각이 제일 먼저 났지만,

어떻게 연락을 다시 해야 할지 깝깝하더라구요.

전 막 넉살 좋고 그런 스타일이 아닙니다.

보수적이고, 차갑다면 차갑고, 우직하다면 우직한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그 연수의 조원들에게 단체문자를 돌렸습니다.

언제 한번 뭉칩시다.”하구요.

그렇게 또 한 4,5명의 멤버가 모여서 회사욕. -_-

같은 방향이던 그녀와 또 동행..


그런데 그녀는 이전과 똑같이 저한테 참 잘 웃어주더라구요
.

그 분위기가 묘한 게,

그녀는 제가 말하면 호응이 좋은데, 의미없는 호응이 아니라, 진짜 관심을 가져주고,

실제로 대화가 아주 잘 통하고 같은 직종이다보니, 고충에 대해서도 이해가 잘되고,

뭔가 착하기만한 여자랑은 또 다른 느낌이랄까요..

.

내 말 잘듣는 여자라기보다 내 편인 여자의 느낌이

좀 가까운 표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동적이지 않고, 날 공격하지도 않는 아군의 느낌이었습니다.

 

뭐 그 다음엔 쭉쭉 진행되어, 저희는 연인이 되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뭐랄까..

좀 자기주장이 강한 스타일이긴 한데, 저한테는 참 상냥했고,

적극적이기도 하고, , 겉은 여자인데, 속은 장부,

통도 크고 시원한 스타일이었어요.


절 위해 이것저것 미리미리 챙겨놓지만
, 그렇다고 강요하지도 않는??

그래서 저절로 따라갈 수 밖에 없고,

굳이 제가 머리굴리지 않아도 다음 단계가 무리없이 착착 진행되는 마음 편안함?

 

사실 관계가 이렇게 진전될 수 있었던 건,

저의 재주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따르게 하는

그녀의 리더쉽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원하는 바가 정확했기 때문에 헷갈림이 없어 좋았어요.

그리고 저도 최대한 맞추려 성실하게 애썼습니다.

큰 싸움 없이 대화로 다 해결이 되었어요.

 

막막 빠져들었고, 그녀도 저에게 매너 이상의 마음을 열어주었습니다.

저희는 서로의 집을 오갈 정도로 친밀해졌고,

일주일에 3번이상 만나는 연애생활을 했습니다.

그녀는 섹스마저도 적극적이었고,

내가 뭘 원하는지 맞춰봐!’ 따위의 뉘앙스로 사람 골아프게 하는 일은 전혀 없어

참 심플하고 스트레스가 없었습니다.
 

한번도 절 열받게 한적도 없고, 마음 불편하게 한 적도 없었습니다.

센스있던 이 여자는 정말 저한테 최적이었습니다.

전 연락을 자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전 여자친구들과는 그런 걸로 다툼이 많았는데,

그녀는 아무 불만이 없었어요.

회사일로 약속을 부득이 취소하게 되도

언제나 제 마음 불편하지 않게 내 걱정말고 일 먼저 잘 처리해.”라고 해주었지요.  

 

전 정말 ~ 세상에 이런 연애가 있구나.

머리 안굴리고 주어진 퀘스트만 열심히 수행하면 다음 단계가 열리는 신세계구나!!”

생각하고 감사하게 그녀를 만났습니다.

뭐든 얘기만 하면 다 이해를 해주는, 꿈에 그리던 여자였어요.

 

그런데 얼마전..

제가 파견갔다 돌아와서 4달정도 만났을 때...

그녀가 저한테 요상한 소리를 합니다.

아주 앗쌀한 그녀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더욱 패닉에 빠졌습니다.

그녀의 이야기의 요지는,

나도 이제 남자를 사귀어야겠다.”

는 겁니다.

전 당연히 깜놀했죠.

나 남자친구아님?” 의 취지로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빠는 나한테 사귀자고 말한 적 없잖아?”

 

 

 

 

....

생각해보니..

전 그녀와 사귀자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좋다.” “예쁘다.” “넌 완벽한 여자다.”는 얘기했지만..

사귀자.”는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사귀는건 줄 알았으니까요.

 

 

그럼 우리 관계는 뭐냐 물으니,

그걸 왜 자기한테 묻냐고 되묻습니다..

사귈 마음까지는 없었으니까 사귀자는 말안한거 아니냐?

난 좋은 감정이었고, 기다리면 사귀자 할 줄 알았는데,

결국 나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이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그동안 행복하고 즐거웠고,

하지만 이제 이 관계는 정리해야겠다.

고마웠다. 오빤 정말 멋진 남자였다.”

 

그녀의 이야기는 흡사,

그동안 수도 없이 기회를 주었으나, 네가 거부했고,

난 할만큼 했으니 미련이 전혀 없다. 이제는 각자 갈길 갑시다!”

 

저는 자연스럽게 만나면 되는 건 줄 알았습니다.

꼭 사귀자고 해야 사귀는 건가요?

사실 그간 그녀의 어른스러웠던 태도로 보아,

그런 말한마디로 사귀고 안사귀고를 정할 정도의

가벼운(?)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덜컹하기도 했지만, 붙잡고도 싶었지만,

솔직히 너무나 쿨한 이 여자의 말에 전 좀 무서워졌습니다.

저는 정말 수도 없는 기회를 받았던 것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잡는다고 잡힐 여자가 아닙니다.

표현이 칼같이 사나운 여자는 아니지만,

결국 자기 원하는 대로 리드하고,

기준에 못미치면 미련없이 버리기도 잘 버렸던 그녀였는데..

왜 내가 잘릴 줄은 몰랐을까요...

 

전 그냥 짤렸습니다.

그녀의 말로는 그녀와 전 사귄 것이 아니니, 헤어진 것도 아닌 거였어요.

그냥 제가 짤린거죠.

그녀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 모양입니다.

자의식 강한 여자라, 제가 이제와 잡는다고 무너질 여자도 아닙니다..

이미 너무나 많이 준 기회를 제가 알아보지 못하고,

즐기기만 했던 것이 인정 할 수 밖에 없어 괴롭습니다.

어쩜 그렇게 내색한번 안 할 수 있었던 건지..

그 속은 어땠을 지..

 

차라리 그녀가 울고불고,

오빠 너무해. 나 좀 잡아달라고!!!”

했으면 안아주고 내가 잘못했다. 만회를 해보겠는데,

그녀는 저를 웃으며, 쿨하게 악수하고 보내주었지만,

다시는 연락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섭섭한 마음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나는 그동안 남자친구도 아니였던건가.

그럼 그녀는 날 뭘로 생각해서 그렇게 대했던건가..

사귀는 거랑 다를 바가 없었는데,

그렇게 감정 컨트롤이 완벽한 여자인가.

 

살가운 말한마디 없었어도 투정한번 안한 그녀..

다 이해해 주고 있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언제나 웃으며 다 받아주던 그녀였습니다.

 

저도 신중한 편이고 말보다 행동이고,

말뱉으면 다 지켜야 하는 성격이라, 미래에 대한 입에 발린 소리,

예를 들면,우리 결혼하면~”, “우리 애기 낳으면~”

이런 얘기 식장 예약하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절대 하는 성격이 아닌데,

그런 제 성격, 다 이해 받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생각해보니, 사귀기, 결혼하기 등에 대한

구체적 플랜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그녀의 리드만 열심히 따랐던 것 같습니다.

전 무뚝뚝한 남자라,

사랑한다는 말한마디도 해준 적이 없었습니다. 

 

화내지 않는다고 왜 불만이 없었을꺼라 생각했던 걸까.

끌어가는 대로 끌려만 가며 편하고 좋다고만 생각했고,

이렇게 끌어주는 건, 당연히 사귀는 사이라서 그랬을 꺼라 멋대로 생각하며,

사귀자.” 그 한마디할 생각도 못했던 제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저는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그 어떤 상사에게도,

이렇게 완벽하게 패배인정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저한테 엄청나게 핸디캡을 잡아줬는데도

단 한골을 넣지 못한겁니다.

 

이번 연애는 완전 제 판단이 미스였고,

전 감히 그녀에게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뒷정리까지 말끔한 그녀는 떠난 후에도 제게 남긴 것이 없습니다.

정리까지도 이미 준비한 모양입니다.

 

되든 안되든 연락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만,

그것이 그녀를 혹시 괴롭히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

이미 다 끝난 그녀에게 나의 출현이 그녀의 상한 자존심을 더 건들이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연락을 참아야 하는 것이, 이번 연애 실패에 대한 벌이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혹시, 사귀자는 말이 양쪽 누구에게서도 나온적이 없었는데도,

당연히 이 여자와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동지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사귐]에 대한 확신 한마디 꼭 해주시어,

저처럼 힘든 시간 갖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 미안함은 씻을 길이 없더군요..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요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습니다...

 



끗.



alt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41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2/01/02 [황망한연애담][짧] 그녀에게 필요한 것-후기
2012/01/01 [황망한연애담] 잘못된 만남
2012/01/02 [회람] 하트씨 교통카드 출시!!-이거슨 보통이 아님.
2011/12/31 [황망한소개팅][짧] 나의 연말이야기
2011/12/31 [황망한연애담][짧] 떡잎의 꿈
2011/12/30 [황망한연애담] 나를 찾아서..
2011/12/29 [황망한연애담] 지구반대편에서도
2011/12/28 [황망한연애담] 그 한마디 못한 죄
2011/12/27 [황망한연애담] 농구부남학생
2011/12/26 [황망한연애담] 계약직의 첫사랑
2011/12/25 [황망한연애담][짧] 그녀에게 필요한 것
2011/12/25 [황망한연애담][짧] 슬픈고백
2011/12/24 [www.holicatyou.com] 2011 성탄 메세지
2011/12/24 [황망한연애담] 창밖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