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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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바보만들기

2012.01.10 15:27

안녕하세요 언니!! 

어제 건조한 소개팅을 하고 맞이한 주말..

찜질방에서 땀빼며 한숨쉬다보니 구남친 생각이

모락모락 피워올라 언니에게 사연을 씁니다. 

그냥 숯가마에 아줌마들사이에 앉아있자니 할 일도 없고 주절주절 시작해봅니다... 히힛..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몇년 하다가

때려치우고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나이도 있고 뒤늦게 학교 온 것도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해서

도서관에서 조교를 하며 학비를 충당하며 살았습니다.

 

도서관은 많은 학생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다보니,

쪽지나 음료나 이것저것 가끔 받았어요

근데 사회물 제법 먹고 돌아온 제 눈에는 그저 꼬꼬마들로 보일 뿐,

남자로 느껴지지가 않아, 남자친구있다고 넘기곤 했죠.

 

그러던 어느날.

남학생 하나가 성큼성큼 들어오더니 뭘 부탁을 하더라구요.

아무 생각없이 해결해줬는데, 그 뒤로 음료를 매일 가져다 주더라구요.

근데 진짜 부담없이 툭! 툭! 건네주는데,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저도 가볍게 받게 되더만요.


쑥쓰러워하지도 않고
, 쭈뼛대지도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게 정말 툭.

 
 

음료를 아무 생각없이 받아먹다가 밥도 몇번 먹는 사이가 되었어요.

알고보니 저보다 연하에 졸업반이고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였어요.


근데 정말 자신감도 넘치고
!

뭔가 거침이 없었어요!! 

 

몇번 밥도 먹고 몇주 연락하다 보니 

자꾸 .” 하는 식으로 반말하고 놀립디다.

왜 자꾸 반말하고 그래요? 아직 친하지도 않고 그래도 내가 누난데..” 라고 하면 

저 누나 다섯명있어요. 여섯번째 누난 필요없어요!” 라는 식? 

 

헉!! 누나 다섯명?

했지만 이미 저는 스믈스믈 그의 남자다움이 좋아지고 있었으므로 상관없었습니다. ㅠㅠ

 

그렇게 연락하고 지내던 중

그는 저땜에 시험공부에 집중을 못하겠다앞으로 연락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

시험볼 때까지만 자기를 기다려 주면 그 뒤엔 정식으로 사귀자고 했어요.

꼭 합격하고 저에게 당당한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

 

저는 나는 너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기다림을 확신할 순 없겠다.

하지만 노력은 해보겠다. 안지 얼마안된 나보다 시험이 중요한 건 당연한거다.

시험 잘보고 끝나면 연락하려무나.”

라고 말했어요. 

 

그걸 그는 긍정의 답이라고 생각을 했나봐요.

하지만 저는 그냥 그려려니하고 쫌 특이한 놈일쎄!’ 하고 말았죠.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도서관에서 마주치면 커피도 마시고,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저를 여자친구? 라고 소개도 시켜주대요.. 

 

저는 그를 꼭 기다린건 아니였지만,

별일이 없다보니-_- 그를 기다린 것처럼 되었구요. ㅋㅋ

 

그리고 그의 시험날. 

저녁이 다 되어서야 전화가 옵니다.

시험을 망쳤대요.

많이 슬퍼하더라구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저도 왠지 그가 안쓰러웠어요.


학교앞에서 친구와 술한잔 한다길래
.

전화를 끊고 그냥 자기엔 마음이 안내켜 부랴부랴 학교로 차를 밟았습니다. 

학교 앞에서 그와 둘이 술한잔 기울이는데

그는 울면서 이것저것 속 얘기를 해줍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집이 가난했다.

아버지는 대학때 돌아가셨고, 난 홀어머니에 누나 다섯명에 막내아들.

시골에서 서울로 학교를 온 몇안되는 사람중 하나.

더 좋은 학교를 갈수도 있었으나 학비와 장학금을 때문에

이 학교로 왔고 항상 탑이였다.

이번 시험도 당연히 붙을거라 자신했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못해 좌절했다.

내가 인생을 너무 자만했나보다.

이런 얘기를 듣고도 나를 만날 수 있을테냐?”

라며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그가 보기에는 제가 좋은 집안에 곱게 자란 사람같았나봐요.

자기같은 놈도 너같은 애를 만날 수 있는거냐며 눈물을 보이니

마음이 동요되고 안쓰럽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고..

그러면서 저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내를 얘기하면서

우린 더욱 더 가까워집니다.

그뒤로는 부농부농 ♥~ 

 

.. 하지만.. 관계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라는 사람에 대해선 조금씩 생각이 많아 집니다..

그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교수님, 은사님 등

이런 분들에게는 엄청 좋은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에는 칼같습니다.


저에게도 친구는 가려 사귀는 것이라며 충고도 합니다
.

부정부패, 그런 거를 증오해서 학교다닐 때,

교수님 추천이 들어가는 장학금은 거절한 적도 있다합니다.


자존심도 엄청 쎄구요
.

글로 잘 표현이 안되는데..

암튼 그의 얘기를 듣다보면 ~ 진짜 너 무섭다.’ 하는 느낌이나,

악만 남은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잘해줬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그는 공부를 계속 더 하고 싶어 했지만

집안 사정도 그렇고 해서 취업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미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구요..

 

그가 원하는 건 공부였지만 어쩔 수없이 취업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여기저기 원서를 넣기 시작했어요. 

워낙 성적도 좋고 토익점수도 좋아서 서류는 척척 붙고,

면접을 보고 나올 때는 꼭 ㅇㅇ씨는 참 달변이시네요.”

이런 얘기를 듣는대요.

하지만 면접에서 늘 낙방.

달변이시네요.” 어떤 뉘앙스인지 아실런지..

 

그 즈음 그의 다섯번째누나의 결혼식이 있습니다.

결혼식때 제 여자친구에요!” 라는 인사는 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좀 부담도 되고 해서요.

엄마 내 친구야~”하면서 나이가 지긋하신 어머니께 인사를 시켜주는데

뒤에 곱게 한복 입으신 누나들 눈빛이 장난이 아닙니다.

 

첫째누나는 저희 엄마와 나이차이가 얼마 안나보이시더라구요.

누나들 아무도 제게 말은 걸지 않고 아래위로 는데..

아. 진짜 식은땀.. ㅋㅋ

그날 주인공인 그의 막내 누나(신부)에게는 정식으로 인사했습니다.

밝게 축하드린다고 하고, 사진 찍자는 건 사양했어요..

어른들한테 싹싹하게 잘하거든요.

그런데서 꾸기거나 말못하는 그런 성격 아니라구요.

그냥 잘 얘기하고 웃으며 나왔습니다.

 

식장 한 쪽에 앉아서 쭉 예식을 바라보는데

그는 정말 효자였어요..

..

이것저것 신경 쓸 것 많으신 어머니를 위해

그는 접시를 들고 따라 다니면서 어머니를 챙기더라구요.
 

어머니가 뭐하고 계시면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수발을 드는 효자였습니다.

오죽하면 서빙하던 웨이터가 의자에 좀 앉으라는데도 계속 어머니만 졸졸졸..

그러다 가끔 저한테도 신경써주고..

근데 그럴때마다 또 누님들 눈빛은 쌩..

저도 한번 봐주시고 .

진짜 체하는 줄 알았어요.

 

그러고 그는 계속 취업을 위해 면접을 봅니다.

하지만 서류합격 달변이시네요.” 낙방

 

마침 저희 엄마의 아시는 분이 좋은 자리를 추천해주십니다.

그의 전공과 완전 다른 직종이고 (그 자리는 전공이 필요가 없긴 하지만),

이건 입사를 하면 외국에서 1년간 연수를 하고 와야 하는 일이었어요.


또 가뜩이나 자존심이 쎈 그라서
, 괜히 건들이는 거 아닌가 싶어,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더니,

그가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너무 고맙다며!! 해보고 싶었다며!!

그는 자리를 추천해주신 분과 통화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했습니다.

 

그는 다른 회사에 원서를 넣으면서

이 자리에도 원서 준비를 시작합니다.

 

근데 준비를 하면서 계속 갈팡질팡 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중간중간에 계속 저는 말합니다.

등떠미는거 아니다. 니가 싫으면 하지 말아라.

어차피 너 딱히 어디 노리고 지원하거나, 원하는 직종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기도 넣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서,

이런 것도 있다고 추천해 준 거일뿐이다.”

 

통과돼서 연수가면 어머니는 어떻하냐고 걱정하길래

내가 시골 자주가서 챙겨드리겠다 까지 약속했습니다.

 

그러다 서류가 통과 되었고, 적성시험도 잘 치뤘습니다.

마지막 면접이 남았습니다.

추천해 주신 엄마의 지인은 꼭 붙게 해주신다거나 힘써주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있으면 힘날꺼라고 응원해주신다며 면접장까지 찾으셨습니다.

 
 

근데 그는 안갔어요.

 

저에게 전화로 누구 줄잡고 들어가는 것 같아서 자존심도 상하고

나는 전공을 살리고 싶다. 그래서 안간 것이다.

앞으로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넌 신경쓰지 말아라.”

합니다.

 

가 많이 났지만 그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제일 힘든건 그일거라고 생각해서 알겠다고 하고,

실망한 엄마를 진정시키고 그 분께 죄송하다고 인사드리는 것은 제 몫이였습니다.  

 

뭐 다들 그렇듯, 일하고 있는 저

취업에 자꾸 떨어지는 그에게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에게 실망을 크게 한지라 헤어질까를 고민했지만..

취업준비로 힘든 그에게 제가 또 힘들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니다...’ 또 참고 참았어요. 

 

그 일이 있은 뒤, 면접보고 나온 그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는 날.

서로 좋은 시기는 아니였기에 좀 어색했어요.

그래도 면접비 받았다고 패밀리레스토랑가서 밥도 먹었어요.

썩 분위기가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얼굴보면 풀리잖아요.

그래. 이렇게 헤어지는 건 아니야.’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밥먹고 나와서, 저에게 등산자켓을 사주겠다 했던 것이 있었는데 그걸 보러가재요.

같이 보러다녔어요.

전 싼 것도 괜찮았는데 굳이 비싼 걸 가리키면서 사라고 하더라구요.

전 그에게 헤어지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미안하기도하고,

돈없을텐데 미안하기도 하고,

우리 지금 서로 분위기도 안좋고 해서 받을 수가 없었어요.

굳이 사준다길래 지금 말고 며칠 생각해보겠다고 사양했어요.

 

그러고 나오는데 제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는거예요.

아 그가 그 형편에 나에게 밥까지 사주고,

비싼걸 나에게 사주려고 하는거 보니 나를 아직 좋아하는구나!!

그런 맘도 모르고 나는 헤어지려했다니!!

내가 못됐었구나!!’ 생각했어요.

 

주차장에서는 나오면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잠깐 쉬었다 가자더라구요.

저는 가는 내내 애교도 부리고

종알종알 말도 많이 하며 룰루랄라 모텔로 향했습니다. 

 

근데 들어가자마자 뭐 앞뒤 전후도 없이 저에게 막 달려드는 거예요.

거침없이 옷을 벗기더니 자기 볼일만 딱 봐요.

기분이 별로였어요.

당한 느낌이었어요.


기분이 아주 더러워졌지만 아무 말안했어요
.

피곤하기도 하고 말하기도 뭐하고.

둘이 침대에 누웠어요.

아무말없이.

침대 양끝에 누워있었어요.

 

그리고 그가 갑자기 훅 일어나서 옷을 입습니다.

나는 갈껀데 넌 더 잘꺼야?”


...

저도 일단은 얼떨결에 주섬주섬 옷을 입었죠.

들어온 지 한시간쯤 됐으려나? 

 

나오려는데 저를 지그시 쳐다봤어요.

평소같으면 제가 무슨 말이라도 했을텐데,

그의 눈에 뭔가 하고픈 말이 있어보이더라구요.

저도 쳐다봤죠.

그러더니, 제 머리를 쓰담쓰담 하면서

"그때 너 우리 결혼식장 왔을때 좀 싹싹하게 잘하지 그랬어." 

 

좀 황당해서 가족들이 나 싫어하냐고 그랬더니,

그건 아닌데 내가 너무 겉돌더라 그러면서 말이 나왔대요.

저는 진짜 우울하게 뚱하게 있던 거 아니거든요.
 

그럼 거기서 처음보는 자리에서 훑음 당하는 데 어떻게 편해요.

제 기준에서는 그 집 가족 행사에서 제가 설치는 게 더 실례구요.

 

모텔에서 나와 차를 빼는데, 자긴 여기서 택시타고 가겠대요.

저보고 혼자 집에 가래요.

저희 집 가는 길에 역이 있는데도 굳이 역까지 자긴 택시타고 간대요.

왜 그러냐?”

나한테 화났냐?”했더니,

차를 구석에 세우라대요.

 

그러더니 제 손을 잡고는 헤어지자고 하더라구요.

"결혼식 이후로 생각해봤는데

너는 우리집안엔 안맞는 거 같다.

곱게 자란 너와 우리집은 안맞는다.

취업준비하는 나는 힘들고 너는 내 상황을 모른다.

너에게 자꾸 나는 미안하고 네 앞에서면 자꾸 나는 작아지고..

뭐 어쩌구.....” 그딴 얘기를 한참 하더라구요.

 

저는 너무 가 났어요!

제가 진짜 사귀면서 화를 내본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가 나더라구요!!


그런 마음이였으면 마지막에 모텔가자는 하지 말았어야지요
.

나는 그의 그 마음도 모르고 좋다고 애교까지 부리면서 들어갔잖아요!

너무 내가 바보같은거예요.


진짜 몸과 마음에 총체적으로 모멸감이 밀려오더만요.

 

마지막에 여긴 왜 온거냐고 물어봤더니,

1.     한 지도 좀 오래됐고,

2.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까워지면 좋을 것 같았다.

 

내 차에서 내리라고 했어요.

집에 오는데 도 나고 어이도 없고 눈물나서 운전하기 참 힘든 날이었습니다. 

 
 

취업이며 이래저래 상황도 겹치고 가족들도 저를 안좋게 봤나봐요.

제가 그의 미래를 결정하려 추천해주고,

미국보내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랑 떨어뜨려놓고,

와서 얼굴보니 누나들한테 싹싹하게 인사도 안하더라.


근데 과연 그 집잔치가서 제 집일처럼 거들었다 해서
좋은 소리 나왔을까요
.

 

그러고는 정말 헤어졌어요.

이 났어요.

그 후에 카톡 친구추천에도 계속 뜨고

페이스북에서 친구신청도 오더라구요.

 

이번 크리스마스날 술김에 친구수락했는데

어느날 보니 다시 끊어져있네요.

뭥미? ㅋㅋ

정말 마지막까지 절 바보를 만드는군요. 


그리고 생각할수록 진짜 마지막날엔 왜 거길 가자 한건지,

도저히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어요.

창피하고 화끈거리고, 수치스럽기 까지 해요.

 


이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정리가 안되는 건 아닌데,

굳이 말하기도 싫어요..

남자고 뭐고 다 귀찮구요..


근데 이게 정말 다른 형제,자매님들 말처럼

글로 쓰다보니 치유되는 느낌이네요?

신비로워라.

제 멘탈이나 언능 재건해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꿉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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