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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고백하다(2)완결

2012.02.9 11:54

1편 바로가기 뿅!! → [황망한연애담] 고백하다(1)



송이는 긴장된 저의 감정을 느끼는지

보통 때보다 더 활기있고 발랄하게 인사를 건네더군요.

 

 

.. 사실 오늘 너한테 할말이 있어서..”


 

이어서...




갑자기 굳어지는 그녀의 얼굴
.

 

아니, 하지 마세요!”

?”

저한테 할 말! 하지 말라구요!”

아니, 무슨 말인지 들어보..”

하지마! 하지마! 하지말라구요!

그게 무슨 말이든지 하지 말라구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게를 뛰쳐나가는 그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 뒤따라가 잡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그냥.

멍하게..

자켓 주머니 속의 예쁘게 포장된

아이보리색 멍멍이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는 것 뿐..

 

난 네가 좋단다...”

라는 말도 못해본 게 너무 안타까워서,

집에 와서 다이어리에 적어봤습니다..

 

 

난 네가 좋다..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그렇게 싫은 건가..?

나 그렇게 뫅뫅 밥맛이고 뫅 재수없고 뫅 그런 거임? -_-

 

그녀가 그렇게 고백직전에 뛰쳐나간 것이 토요일.

전 사실 그 전날인 금요일 퇴근 하기 전에

미리 휴가를 3, 그니까 수요일까지 신청해놨었습니다.

 

결과야 어차피 어느정도 예상한 것이었고

(이런 격한 반응까진 예상하지 못했지만-_-
글고 만에 하나.. 라는 것도 기대했으니까요..)

 

그해 여름휴가도 못 갔기 때문에

그냥 집에서 좀 쉬거나,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했던 거였습니다.

예정된 결말을 위한 의식-_- 같은 것이랄까.

 

그녀가 그렇게 가버리고,

이따금씩 가던 바에서 양주 1병을 다 비우고,

완전 꽐라가 되어 노래방에 가서 1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고래고래 악을 썼습니다.

그렇게 숙취에 쩔어 간신히 잠에서 깬 늦은 일요일.

 

일본드라마를 엄청나게 다운 받았어요.

그 첫 시작은... '결혼못하는 남자' 라고... -_-

재미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 했는데...

뭐 암튼, 새벽까지 보고 날이 밝아올 즈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월요일 오전.

울리는 전화,

발신자를 보니 홍이입니다.

 

!” -_-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사도 없이 호탕한 웃음소리만 내지르더군요.

 

! ! ! 재밌냐?” -_-

으흥. 끄끄끄끄끄크읔

뭐야, 용건만 말해.” -_-

아니 뭐 그냥 한강이라도 가셨나 해서.

그럴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ㅋㅋㅋ

됐고, 할말 없음 끊는다.” -_-

근데, 오빠 오늘 출근 안 했구나?”

그래, 오늘 쉰다. 그니깐 방해하지마.” -_-

 

낮잠자다 치킨 시켜서 쳐묵쳐묵,

또 누워서 뒹굴뒹굴 드라마, 영화 삼매경..

 

제가 영화나 드라마 책 등..

이미 봤던 걸 다시 보는 습관이 있어,

날잡은 김에 예전에 봤던 것들을 여기저기, 뒤적뒤적 했습니다.

그러고 또 꼴딱 새버렸습니다.

 

그리고 화요일 오전.

울리는 전화.

홍이네요.

 

오빠 메신저 로긴 안 했던데, 오늘도 쉬어?”

 

어제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는 촠흠 줄어들고,

짐짓 걱정스러운 투.. 인 척 입니다. (걱정함유량 0.2% 정도... -_-)

 

, 몸이 좀 안 좋아서.” -_-

저는 자다가 전화 받으면 목소리가 거의 병자 수준입니다.

단순히 목이 잠겼다고 듣기엔 많이 아프게 들리지요.  

 

,.. 그래.. 밥은 먹었어?”

, 좀 더 누워있다가.

나 지금 기운 없으니깐 그만 끊을께..”

, 그래, 몸조리 잘 하구..”

 

멀쩡한 척 하면 이게 또 엄청 놀릴게 불 보듯 뻔해

잠긴 목소리를 더 비틀어 아픈 척 좀 했습니다. -_-

 

좀 더 자다가 일어나서,

오늘은 피자 시켜서 또 영화, 드라마 삼매경..

그리고 또 밤샘.

 

수요일이 되었습니다.

오전에 울리는 전화.

 

 

홍이네요.

이젠 받기도, 뭐라 설명하기도 귀찮아 계속 잤습니다. -_-

 

오빠, 정말 몸이 많이 안 좋나봐..

오늘도 출근 안 한거지? 병원엔 가봤어?”

점심 때가 되어 일어나 보니 홍이에게 문자가 와있더군요.

그리고 부재 중 전화 한 통.

 

 

그리고.


송이의 문자메세지도 와있었습니다
.


오빠.. 많이 아프신가봐요.. 어떻게 해요..

식사도 못 하셨죠? 제가 죽이라도 좀 사갈까요?”

 

, 괜찮아, 걱정하지마..”

라고 문자를 썼다가 그냥 취소버튼을 누르고,

전화기를 쇼파에 던져 두고,

오늘은 멀 먹을까.. 배달음식 선전물을 뒤적거리는데,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아 깜짝이야.

 

발신자는 송이..

 

반가운 마음에 전화기를 그냥 쇼파에 던졌습니다. -_-

 

잠시 후, 문자가 또 옵니다. 이번엔 홍이네요.

 

오빠, 정말 쓰러져 있는 거 아니지?

송이가 지금 오빠네 집에 가보는 중이래.

무슨 일 있는 거는 아니지?”

 

오..!! 지쟈쓰.. X됐스....

 

집이 개판 5분 전이라..

배고픈거고 뭐고 집 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세제로 변기세면기를 닦고,

금방 청소한 티 안 내려고 수건으로 바닥 물기를 또 닦고.

설거지 하고(다행히 배달만 시켜서 쌓인 그릇은 별로 없더군요.)

청소기 돌리고, 걸레로 창틀이며 tv 먼지 닦고, 스팀 청소기 밀고,

쓰레기 버리러 1층까지 내려갔다오고,

환기 시키고, 페브리즈 뿌려대고, 헉헉...

그 와중에 짧은 샤워옷 갈아입기 신공까지. -_-v

 

전에 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연애시대'라는 드라마에서.

아파 누워 있는 동진(감우성)의 집에

당시 연인이던 유경이(문정희)찾아온다는 말에

아픈 몸을 일으켜 여기 저기 수선을 떨며 집을 치우던

동진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떠올라 잠시 헛헛..

민망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빈 속에 바쁘게 왔다갔다 했더니 정말 아파지는 것 같기도... ㅎㅎ

 

그러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10분도 채 되지 않아 울리는 현관 벨소리.

그리고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송이는 저 없을 때 홍이랑 둘이 먼저

집에 몇 번 왔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비번은 알고 있는 상태.

현관에서 신발 벗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워서 팔을 들어 이마에 올린 채 자는 척을 하고 있었습니다.

(, 가증스럽나요? -_-)

 

나지막히 전해지는 그녀의 걱정스런 목소리.

 

오빠.. .. 왔어요.. 괜찮아요..?”

 



아오... 왜 이렇게 주책맞게 가슴이 뛰던지
. -_-

 

잠자는 척 하는 게 티가 날 것 같아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봤습니다.

 

“웬 일?”

오빠 삼일째 회사도 못 가시고, 오늘은 전화도 안 된다고 해서요..”

근데?”

아뇨, 전 그냥 혹시.. 괜히 저 때문에.. 오빠 걱정도 되고..”

그러니까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반갑고 또 고마운 마음을 들킬 새라, 일부러 쌀쌀맞게 답했습니다.

그리고 쌍꺼풀진 그녀의 동그란 눈에도 눙무리..... -_-

 

에효...

 

너 지금 이러는 것도....

아니다. 난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가봐.”

하고 돌아누웠습니다.

 

저도 미안하고 안쓰런 마음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_-

 

하지만, 어차피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던 간에,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

 

네가 어떻게 해도 나에게는 같아..”

 

그녀가 상처를 입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 지지부진한 상태에 더 안주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지난 2년여의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안하다.

네가 아픈 게 싫어 예전처럼 살기엔 이미 내가 너무 다쳤어..

 

다시 그녀와 그냥 친구로 돌아가자면,

전 또 제 마음에 아물기 어려운 상처를 야금야금 새기겠죠.

이건 상처가 아니야..’ 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그렇게 지난 2년간,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 그녀를 제 마음에 새겨놓았던가봅니다.

 

시월애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힘든 건,..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지속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남은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추스려야 하는 고통혼자 책임져야 합니다.

 

관계는 끝났어도, 마음은 칼로 무베듯 한 번에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누가 도와 줄 수도 없습니다..

보완도 대체도 임시방편일 뿐이지요.

 

예전에 홍이가 사랑을 마치는 즈음에,

제게 조언을 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얘기해달라고.

 

글쎄.. 나는.. 듣기만 할 뿐, 판단할 수는 없어..”

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수 많은 고민스러운 상황이나, 선택의 순간

대개의 경우는 당사자가 답을 알고 있지요.

 

단지 이성보다는 감정에 떠밀려,

미련이나 망설임 따위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 확신과 위로를 얻고자 하는 것일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존재가 시드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썩는 것과 마르는 것.

아름다움이 절정을 다한 뒤에도 물기가 남아 있으면 썩기 시작한다.

그것이 꽃이든, 음식이든, 영혼이든.

그러나 썩기 전에 스스로 물기를 줄여나가면

적어도 아름다움의 기억은 보존할 수 있다.

이처럼 건조의 방식은 죽음이 미구에 닥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선취함으로써 영속성을 얻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

 

이제 제게도 기억과 추억을 잘 말려,

건조시키는 일만 남은 거 같습니다.

 

썩어 문드러져 추악한 냄새를 풀풀 풍길 지언정,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였지만,.

바닥을 치고, 또 끝을 봐야 후회를 덜할 거라 믿어온 저였지만,

이번은 여기까지가 최선이었다는 생각을 이제나마 가져봅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저의 감정을 얘기해보기는 처음이군요.

 

다시 한 번 이렇게 회상 하며 글로 옮기다 보니,

스스로 정리가 되는 시간을 가진 거 같아 한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아마도 글쓰기가 가진 매력이 이런 것이겠지요.


 

길고 지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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