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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헷갈리오-후기

2012.02.16 13:25

감자언니, 그리고 자매님, 형제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8/16-17에 올라온 '헷갈리오'의 제보녀입니다.

먼저, 반년이나 지난 후에야 후기를 올린 점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__)

하지만 읽으시다 보면, 왜 이제서야, 후기를 보내게 되었는지 이해하시게 될 거에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지난번 글을 읽으시고,

어떤 남자인지 대충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새롭게 경악하실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먼저 읽고 오셔야 이해가 가는 사연입니다!



그 남자의 어처구니 없는 농담 드립으로 제가 매우 혼란스러워하던 상황에서

지난번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습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그날 이후에도 계속 문자가 오더군요.

그렇게 며칠을 버티다가 결국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고

그 사람은 강아지 스킨쉽 발언따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며 달래더군요.

그리고...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결국 저는 화를 풀었고

그 사람을 계속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한동안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그 사람은 시간이 좀 지나자,

자신의 출신학교와 회사를 분명하게 밝혔고 도 알려줬어요.

외국인이긴 하지만 그의 친구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외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거의 매일 만났던 것 같아요.

그 사이 제가 일주일 정도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그 기간이 이 사람 휴가랑 며칠 겹쳤어요.

그런데 본인 휴가 내내 제가 일하는 곳 근처의 카페에 와서 절 기다리다가,

잠깐 쉬는 시간에 데이트를 할 정도였어요.

제가 떠나기 전까지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점점 더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30대 직장인이라기엔 이해가 되지 않는,

지나치게 알뜰한 씀씀이는 계속되었어요.

전반적으로 대학생스러운 데이트였어요.

하지만 불만은 없었어요.

자주 만나야하니 아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만나면 만날수록 이 사람이 일부러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정말 돈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한테 인색하게 군다는 수준을 넘어서

나이나 사회적 위치? 등에 맞는 품위유지가 안될 정도랄까..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는 스타일 좋은 남자를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유행에 개의치 않는 이 단벌 신사가 이상하게도 미워 보이지 않더라구요.

 

본인꺼 펑펑 써제끼면서 짜게 굴거나 제 등에 빨대를 꽂으려 했다면

매우 얄미웠을 것이나, 자기를 위해서도 돈을 쓰지 않으니

정말 돈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혹시 주식이라도 해서 크게 빚을 진 건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드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얼마안가 제가 묻기 전에 아파트 분양인가 주택 청약인가 때문에

내후년까지 월급의 대부분이 그리로 들어간다고

설명을 하더라구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곧 저의 출국날이 되었습니다.

제약회사 연구원인 이 사람은 월차를 내고 공항에 와주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자리를 비켜주신다며 일부러 먼저 가셨고,

저는 이 사람을 끌어안고 엄청 울다가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리고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었어요.

주말이면 전화기를 붙들고 살았고,

주중에도 서로 짬이 나는 시간마다 전화와 메일을 계속 했죠.

제가 우울한 이야기를 할 때도 이 사람은 참 열심히 들어줬고,

냉소적인 저의 결혼관을 바꿔주기 위해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기도 했어요.

이런 상태라면 장거리 연애도 할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심지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람이 제가 있는 곳에 왔어요!!

계속 사수에게 부탁을 해서 예외적으로 한 달이나 휴가를 얻었다면서

서프라이즈에 가깝게 제가 있는 곳으로 와주었습니다.

저는 정신없이 좋기만 했어요.

한 달 동안 우리는 24시간을 딱 붙어 있었어요.

그 사람이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둘이 함께 아침마다 동네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갔고,

다른 도시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제가 수업이 있는 날은 같이 학교에 가서 그 사람은 도서관에서 기다리기도 했어요.

정말 둘만의 세상이었으니 마냥 행복하기만 했죠.

 

그런데 이상한 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는 어머니와 매우 긴밀하게(!) 연락을 했어요.

이 나라에 오면 둘러봐야 할 곳을

어머니가 모두 사진에 번호를 매겨 보내주신다던가,

이 사람이 하루에 100여장씩 그날찍은 사진들을 어머니에게 보낸다든가.

쿨한 저희집과는 많이 다른 가풍인가보다 생각했으면서도,

쫌 신기했었어요.

 

언젠가는 어머니가 당신 옷을 사오라고 하셨다기에

이 사람과 이틀에 걸쳐 어머니 옷 쇼핑을 했어요.

이 사람은 쇼핑을 한 뒤 집에 돌아와

그 옷들을 다 펼쳐놓고 사진을 찍어

어머니한테 보내서 확인을 받더라구요.

그렇게 컨펌을 한 뒤 어머니가 오케이한 건 그대로 두고

싫다 하신 건 환불했어요.

저라면 못했을꺼에요. 우리엄마라도..--;;

 

그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체크카드만 쓰는 게 이상했는데

가만 보니 이 사람은 자기 앞으로 신용카드가 없더군요..

뭐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해서 의아했지만 넘어갔습니다.

 

수상한 점은 또 있었어요. 여권을 절대 안 보여주더라구요.

여기 와서도 여권은 캐리어에 넣어 꼭꼭 잠그고

절대로 가지고 다니지 않았어요.

한국에서도 신분증을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사진이 이상하게 나와서 보여주기 싫어하는 줄 알았죠.

심지어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갈 때도,

먼 길이니 신분증을 챙겨 가자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기차에서 경찰에게 신분증 검사를 당하게 되었어요.

저는 제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나는 여기 체류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여행을 온 친구인데 집에 여권을 두고 왔다고 설명을 했죠.

그랬더니 경찰이 그 사람의 입국 기록을 조회하겠다면서 신상정보를 대라더군요.

저는 제가 아는 대로 말해주었고 경찰은 어딘가로 무전을 쳤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경찰에게 영어로 뭐라 말을 하는 거에요.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내용을 듣지 못했는데

경찰은 당황하면서 저를 쳐다보더라구요.

저도 그때는 진짜 당황했어요.

다행히 무선 상태도 좋지 않고 귀찮았는지

다음부터는 꼭 신분증 들고 다니라는 경고만 하고 지나갔어요.

별일 없었지만 그래도 많이 놀랐던지라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경찰 뒤를 따라 나가더라구요.

그리고 잠시 후 돌아와서는,

너는 계속 여기 있을 사람인데,

혹시라도 나때문에 피해를 입을까 걱정돼서 그랬다.

나중에 너네 집으로 이상한 연락이라도 가면 어쩌냐?”

뭐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이 정말 제 걱정을 하는 줄 알고 괜찮다고 했죠.

이상했지만 딱히 사건이라 할 만한 건 없었으니 넘어갔구요.

 

, 그리고 스킨쉽.

한국에서 데이트 시작할 때 몸의 진도만 빨리 빼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막상 마지막까지는 안가려하더라구요.

오히려 나중에는 제가 답답할 지경이었어요.

이런저런 진한 스킨쉽은 다 하면서 정작 중요한 건 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저의 빈약한 데이터로는 분석이 힘든 케이스였습니다.


결국 이곳에서 함께 지내면서 처음으로 밤을 보냈는데
,

그러면서 마음이 더 깊어진 것 같아요.

여전히 이상한 점이 많지만,

사교성이 부족하고 서툰 거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어요.

이 사람은 저랑 더 있기 위해 귀국일을 두 번이나 미뤘고,

그렇게 꿈같은 한 달이 바람처럼 지나갔습니다.

 

그 사람이 한국에 돌아간 뒤에도 관계는 여전히 좋았어요.

가끔 제가 불만을 말하면 그 순간에는 안 듣는 척 해도,

고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지냈어요.

저는 이때쯤 후기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습니다.

한국을 떠나면서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성급하게 부농부농 이야기를 전할 수 없었지만

그가 다녀가면서 관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느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막상 후기를 쓰려고 하자,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뭔가 더 남아있는 것 같았어요...

 

어느 늦은 밤.

평소처럼 인터넷을 하다가 그 사람에 대해 더 궁금했어요.

다른 사람이 자기에 대해 알아보는 게

정말 싫다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저는 이상한 게 느껴져도 웬만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넘겼거든요.

연락도 잘 되고, 집도 알고...

종종 뭔가 의심이 됐다가도 곧 삭혔어요.

그래서 그냥 자기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날 밤에는 그냥 갑자기 찾아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일반인이 검색해봐야 뻔한 거 아니겠어요?

이름, 학교, 회사 정도..

제가 알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정보만 입력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무슨 게시판이 뜨길래 들어가봤더니,

이 사람의 대학 동기들이 만든 사이트더군요.

그리고 그곳에서 이 사람의 나이와 학교가 제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연대 9X학번이라더니, 실은 학번은 5개나 높았고, 학교도 전혀 다른 곳이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으려 그렇게도 애썼던 거죠.

처음에는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마흔에 가까웠다고는 보기 힘든 동안이었거든요.

심지어, 이곳에 왔을 때 같이 만났던 제 친구들 중에

알게된 그 사람의 진짜 나이보다 어린 오빠도 있었는데

그 오빠한테도 너무 자연스럽게 형님형님했었다구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화를 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죠.

처음에는 당당하게 우기더니,

나중에는 전과를 했다고 하고,

왜 자꾸 거짓말을 하냐고 다그치자 결국엔 아무 말도 없더군요.

변명도 사과도 없었어요.

더 이상 대화는 불가능할 것 같아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두어 시간쯤 지나자 메일이 옵니다.

자기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것 같으니

관계에 확신이 없어졌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네요.

멍해지면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저는 사실대로 말만 해주면 그걸로 넘어가고 싶었던가봐요..


학벌이나 나이 때문에 당신을 좋아한 게 아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참을 수가 없다. 사실을 얘기해달라.”

그렇게 몇 번을 더 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 사람은 계속 제 믿음에 대해서만 말을 하더군요.

답답해진 저는 확실히 말했습니다.

"나를 정말 좋아한다면 해명을 하고 나를 잡아라.

그게 아니라면 믿음 운운하며 내게 공을 넘기지 말고

네 입으로 할 말 없으니 헤어지자고 해라." 그러자,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는 답장이 왔습니다.

왜 바로 자르지 못했냐구요?

사랑했으니까요.

화도 나고 배신감도 들지만,

심각한 트라우마피치못할 사연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잠시 생각해보기로 한 채 3가 지났어요.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끊어버리더군요.

또 전화했더니 받지 않아요.

그는 그렇게 도망을 치려는 것 같았어요.

 

메일을 썼습니다.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안다,

따지자고 연락한 거 아니다.

끝인 건 알지만 이렇게 무조건 도망치는 건 비겁하다.

헤어지자고 말도 못하면서 시간을 갖자더니,

이런 식으로 피하는 게 말이 되냐.

어른이라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제대로 인사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걱정이 되더군요.

전화도 끊어버리는데 메일 안읽고 삭제하는 건 아닐까.

그 사람이 제대로 메일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메일은 수신확인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갑자기 메일 계정을 바꾸기도 그렇고...

언젠가 지메일 수신확인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들은 기억이 났어요.

어렵지 않더군요.

그래서 수신확인을 할 수 있도록 메일을 보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그에게 측은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몇 시간 뒤 답장이 왔어요. 메일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요즘은 강원도와 서울을 왔다갔다 하느라,

주말도 없고 시간가는 줄 몰랐네.

오늘도 강원도 농장에서 일하느라 전화 못받았고 간신히 메일확인했네..."

 

한국에 눈이 그렇게 온다는데 강원도 농장??

도대체 제약회사 연구원, 낼 출근해야 되는 사람

강원도 농장에는 왜 가있을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수신확인 프로그램은

수신자의 ip까지 알려주더군요.

그의 ip당연히 서울이었죠.

메일을 확인한 순간 그 인간이 병적인 거짓말쟁이라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강원도 드립.

심지어 이건 마지막 인사를 위한 메일이라구요.

ip에 찍힌대로 서울에서 쉬고 있다고 해도 아무 문제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구요.

단 한순간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입을 열 수가 없는 인간..

정신이 들었습니다.

 

이 인간 때문에 울고 웃던 지난 시간들이 참을 수 없이 아까워졌어요.

그동안 허깨비를 사랑했구나.

내가 미친년이었구나.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거라 믿으며

이제나 생각이 다 끝났으려나,

끙끙대며 보냈던 3주도 억울하기만 했어요.

 

찾아 보니, 허언증이란 병이 있더군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증상의 일부래요.

자기 자존심을 세울 뿐,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안할 게 없다고 생각한대요.

물질적 피해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고 크다는 건 모르는가봐요.

 

그리고 그날 한국에 있는 선배와 통화를 하다가 소식을 들었어요.

최초 주선자님(이분은 당연히 저사람의 병을 모르고 계셨습니다.)

영어 학원에서 이 사람을 다시 만났답니다.

처음에는 정말 반갑게 인사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클래스를 바꾸고,

스터디도 같이 하기로 해놓고는 계속 연락을 받지 않더래요.


시기를 꼽아보니 제가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시점이더군요
.

혹시라도 주선자가 저에게 얘기를 듣고,

자기 정체를 알고 있을까봐 도망친 거죠.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스터디를 만들었대요.

저 혼자 그의 답을 기다리며 끙끙 앓는 동안

이 인간은 영어 학원에서 또 젊은 여자들을 모아 스터디를 조직하고 있었던 거에요.

강원도에서 농장일하느라 주말도 없었다는 그 기간에 말이죠..

 

모범생 같은 얼굴로 삼십대 초반의 연구원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하겠죠.

영어 공부는 정말 열심히 했나봐요. 최상급반일 거에요.

영어 학원이나 스터디가 거짓말이 먹히는 유일한 사교의 장인 것 같아요.

건전해 보이면서도, 이해관계가 없고,

신원이 희미해도 왠지 나쁜 사람들은 없을 것같은 영어 학원인맥.

거짓말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사람들만 만나고 다니는 거죠.

그 학원에도 그의 나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불과 며칠만에, 다른 거짓말들도 알아냈어요.

알아보려고 마음 먹으니 한 다리만 건너도 물어볼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직장이요?

당연히 아니죠.

그가 삼십대 초반에 맞는 품위유지도 못하고 살았던건,

단순히 그가 백수였기 때문이에요.

엄마에게 쩔쩔맸던 건, 경제적인 종속때문이었을꺼구요.

 

묻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줄줄이 말했던 경험들거짓말이었어요.

조금 더 캐면 또 줄줄이 나오겠죠.

가만 들어 보니 영어 학원에서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거 듣고 그대로 옮긴 것 같았어요.

 

예전에 알던 여자가 자기 회사에 전화로 확인을 해서

가 났었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너무 당연한 거였어요.

이 사람과 이야기를 조금만 길게 하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요.

회사도 학교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직장이 있는 사람의 씀씀이가 절대 아니였으니 찝찝한 거죠.


근데 도대체 왜 저는 저런 사람을 왜 계속 만났을까요
?ㅠㅠ

저 진짜 등신 인증한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고 외적인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고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제 장점인 줄 알았어요.


근데 대박 완전 아니었어요
.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이런 인간의 눈엔 진짜 호구였겠죠.

저는 억울하고 분한 일이 있어도 그냥 넘기는 성격이에요.

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만약에 그 인간이 마지막 메일까지

강원도 드립 따위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단 한마디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을 것 같아요.

심지어 그 사람을 계속 불쌍히 여겼을지도 몰라요.


근데 많이 사랑하고 많이 믿었던 만큼
분노가 너무 커요
..

그동안 적지 않은 연애를 하면서도

부모님께 남자친구에 대해 거의 말씀드린 적 없었는데,

이 사람에 대해서는 부모님께도 진지하게 말씀드렸었거든요..


이곳에서 함께 지낸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해서

이 사람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엔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한동안 끙끙 앓기도 했다구요. ㅜㅜ

 
 

... 이랬던 제 모습이 너무 싫어요.




끗끗끗.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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