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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미필적 고의

2012.03.1 21:21

홀언니, 안녕하세요.

몇번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저의 무촉을 통탄하며 이제서야 제대로 제보해보렵니다.

곧 서른의 부족함 많은 꼬꼬마 자매입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연애를 하려고 하시는 분들께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을 알게 될 무렵.

전 남자친구와 3,4년을 만나다 깨빡이 난 뒤,

해가 넘어가도록 1년이 넘게 빌빌대고 있었습니다. 

이를 불쌍히 본 저의 절친은 소개팅 자리를 주선해 주었구요.

 

너 언제까지 정신 못차리고 이러고 있을래?

헤어진 놈이랑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제는 고만 좀 털어라!!!”

 

그렇게 그녀의 직장동료를 소개받았습니다.

 

이하 그 분을 流水南이라 부르도록 하지요.

, 그분의 첫인상은...

뭐랄까..?

공부 열심히하고 예의바르게 살아온 스타일이었습니다.

이야기도 조곤조곤 잘 해서

10시가 넘도록 차를 마시고 밥을 먹었고,

맥주까지 한잔을 하고 헤어졌어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첫 만남이었는데 그가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 정도.

 

그는 올해에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잘 만나서 내년에 꼭 결혼하고 싶다.”고 했지요.

 

..

저는 당장 그럴 마음까지 가지고 소개팅에 임한 건 아니였는데..

그렇다고 오늘 처음 본 분께,

아 그럼 전 아닌거 같네요~!”

라고 벌떡 일어날 용기는 저에겐 없었습니다.

 

애프터가 이루어졌고, 그렇게 세번을 만나고 나니,

이 남자 정말 사고가 바르고 예의범절있는 분이구나.’

하고 호감이 가더라구요.

하지만 소개팅으로 만난거였고

이 남자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안 이상,

확실한 제 의견을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날 맥주 한잔 하게 된 자리에서

이번에 누군가와 연애를 하게 된다면

2-3년 진지한 교제를 하다 결혼을 하고 싶고,

아직 나는 해야 할 공부가 있다.”

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이해할 수 있다며 가끔은 연락하자.”

답변을 제게 주었습니다.  

 

그 후 며칠은 그냥 가끔 카톡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 자연스럽게 예전보다 더 열심히(?)

서로 연락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러던 중에 크리스마스.

 

이 남자가 만나자고 했고,

저도 좋다하여 만났습니다.

 

그간의 만남 가운데 제일 즐거웠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수남은 밥 먹는 속도가 무지 빨랐는데

".. 담부턴 밥먹는 속도를 맞춰야겠다." 를 비롯,

뭔가 가까운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이야기

설레게 해주더라구요.

사귀기 전의 두근두근 상황 정도라고 ""(=) 생각했어요.

그리고 시나브로, 제 마음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어 버리고 말았구요.

 

그간 긴 연애 후폭풍에 지쳐있었고,

간혹 대쉬해 주셨던 분들은

저에게 충격과 공포만을 안겨주실 정도로 무례했는데

이 분은 다른 것 같았습니다.

 

나에게 계속 존대말을 쓰는 것도 좋았고,

자기 의견이 뚜렷한 것도 좋았습니다.

 

평소 운동신경이라고는 개코만큼도 없는 제가

이 남자와 뭔가를 공유하고 싶다는 이유로

무려 스노보드를 배울 마음까지 먹게 되었으니까요.

 

유수남과 함께 갔던 첫 보딩은

새벽이 다 돼서야 끝났습니다.

스키장에서 저희집까지는 한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고

오는 내내 저는 운전하는 유수남 졸릴까봐 찧고 까불었지요.

ㅠㅠ

 

우리집 앞에 도착해서는 잠깐 차를 세워두게 하고

커피랑 사탕 같은 간식들을 재빠르게 사와서 챙겨주고

조심히 내려가라고 말하고 내리려 하는데

유수남이 말합니다.  

 

"나 오늘 재워주면 안돼요?"

 

..

저는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는 여성이거든요.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머리 속이 휙휙 돕니다.

근데 거절하면 너무 뻘쭘해 할 것 같아서

(.. 제가 등신입니다. 제 등짝을 후려쳐주세요.)
  


"
진작 말씀하시지~ 잠만 주무시고 가세요. ㅋㅋ"

라며 그를 들였습니다.  

 

번개같은 속도로 씻고, 집을 정리하고, 

각각의 이불을 깔고, 불을 끄고 잠을 청합니다

 

 

 

잠이 올 리가 없죠.

 

그냥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가

평상시 궁금했지만 못물어봤던 그 말!!

용기내서 유수남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과 나는 무슨 사이입니까?"

 

그리고 그의 대답.

"남들이 보기엔 사귀는 사이겠지만

우리는 그냥 편하게 만나는 사이다."

 

다소 불확실하며,

제 입장에선 좀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며 이야기하길,

그냥 물 흐르는 듯이 흘러가는 대로 두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나중엔 무슨 뜻인지 믿기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 얘기에 대한 나름 답변이랍시고 제가 한 얘기는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너무도 애매하여

내 행동의 어디까지가 오바고 아닌지를 잘 모르겠다.”


, 일종의 호감표현으로 대응한 거죠. ㅠㅠ

 

어떤 터치도 없이요.

유수남이 시도하려 하였으나 그건 아닌 것 같아 반사했거든요.

 

아침이 됐고 그는 이제

일터가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둘다 잠은 깼고, 각각 누워있는 상태였는데,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제 손을 잡는 이 남자...

그리고 뽀뽀를 시전하시더니 키스까지.

 

.. 저 싫지 않았어요.

 

그러나 더는 아닌 것같아.

거기서 스탑.

 

그렇게 저는 그 남자를 보내고,

"이 관계를 물 흘러가듯 내비두자.”고 했던 그 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뭐 결국 결론이랄 것도 없었어요.

나도 일단 그 분이 좋으니 그냥 만나자.

시간이 지나면 뭐든 알아 지겠지.’


하지만 이미 속으론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의 말이 무엇이었는지.

 

하지만 저의 이성과는 무관하게

제 마음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마음의 크기와 비례하게,

너무도 당연히,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뭔가 잘해주고 싶다는 감정도 생겨났습니다.

 

그 분이 다음번 만남 때, 친구랑 보드를 타고

새벽에 우리집으로 바로 올 테니,

와서 자고 담날 데이트를 하자고 했던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합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나의 머릿 속을 빙- 돌고 있는 그의 한마디.
 

"이렇게 여자를 안고 있으니까 너무 좋다."

 

언니... 저 그때라도 알아차렸어야 했을까요..

아니, 더 정확히는.

그때라도 받아들였어야 했을까요.

그의 마음을요.

 

""가 아닌 "여자"라는 표현.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느껴지는 제 심정..

 

그리고 다음날 데이트를 하는데,

밖에서는 절대 저에게 어떤 스킨쉽도 하지 않더라구요.

함께 산책을 하는데도 손 한번을 잡지 않았어요.

 

그렇게 그날의 데이트는 끝났고, 그 남자는 내려갔고,

저는 다음날 친한 친구를 만나 술 한잔을 하게 됐습니다.

 

대체 이 사람..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거지..?

그 사람에게 나는 뭘까..?’

이런 생각에 끊임없이 빠져들면서

폭풍같이 들이부었고 저는 제대로 취해버렸죠.

 

결국 하지 말았어야 할 짓을 했습니다.

술 먹고 그냥 곱게 잠이나 잤어야 했는데,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건 거지요.

 

"당신은 내년에 결혼이 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내년에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령 내가 당신과 잘된다고 해도

내 일은 당신이 있는 지역에서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너에 대한 맘이 점점 커져서 괴로우니

그냥 연락하지 말자."

 

.. 아침에 일어나니 제가 벌인 짓이 분명해 지더군요.

 

그 남자는 제게

속은 좀 괜찮냐? 이번 한주 잘 보내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더 이상 저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쪽팔렸더라도 여기서 멈추었어야 했어요.

진심으로 전 스탑했었어야해요.

 

하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 유수남.

내가 부린 진상에 대한 후회.

마음은 점점 커져가고.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

끝에 전 레알 빙구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며칠이 지나 대낮에 쿨한 척,

잘지내고 있냐?” 카톡을 보낸거죠.

 

바로 도착한 그의 태연한 답장.

전 그에게 내게 화 많이 났냐?”고도 물어봤습니다.

 

"? 너가 상황을 설명했잖아. ㅎㅎ"

저는

말하고자 한 것이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

변명같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며

혼자 일방적으로 하던 생각을

술기운에 말한 것이다 미안하다.”

라며 말이 되든 안되든 상황을 되돌리려 했던가 봅니다..


그는 제게 시간될 때 만나자고 하더군요
.

바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한 날까지

메세지가 오갔지만 정말로 눈에 띄게 성의없어 진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전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진상 피운 게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여겼습니다.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를 보기까지 한시간 정도가 여유가 있어서

카페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데,

차를 시키고 오자마자 아이패드를 꺼내서 게임을 하잡니다.

.. 한시간 동안 열심히 모노폴리만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정자세로 앉아서 열심히 봤습니다.

저녁을 치맥을 하러 갔습니다.

그가 포장해가서 저희 집에서 먹자고 얘기했지만,

집에서만 만나는 패턴이 반복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서

집은 싫다 했습니다.

 

그 치맥집에서 문득 옆 테이블을 보았습니다.

이제 사귀기 시작했거나 사귀려고 하는 커플인가 봅니다.

옆테이블의 남자는 여자가 좋아 죽을 거 같은

사랑스런 눈빛으로 여자쪽으로 몸을 앞으로 쭉 내밀고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 앉았습니다.

마치 우리 테이블과 비슷합니다만 쭉 내밀고 있는 것은 네요.

 

이때라도 정신을 재빠르게 챙겼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ㅠㅠ

 

치맥을 마치고,

제 방 컴퓨터를 좀 봐줄 것이 있었는데,

이것 저것 살펴보다가 다시 합방.

 

누워서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취해서 전화했었던 날의 이야기를

이 남자가 먼저 꺼냈어요.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나도 연락을 안하는게 맞겠다고 생각해서 연락 안했다.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고 있는 줄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갈 것이다.”

라며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와 비스므리하게 반복합니다.

 

그는 한시간쯤 더 머물다 갔고,

저는 그제서야.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유수남이 결혼 이야기를 꺼냈었고

저는 혼자서 그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호감이 생기고 점점 좋아하는 마음이 드니까

저 혼자 너무 멀리 생각하고 멀리 간 것 같았어요.

이 남자가 제가 본인을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는 그만큼 까지는 아니었던 것이였고..

그리고 이미 본인 입으로도 그런 얘기 여러차례했었고.

 

다만 제가 못알아먹은 거지요.

못알아먹고 등신미 뽐냈던 거지요.

그의 의도와 마음은 애초에 매우 클리어했습니다.

믿기 싫었던 건 저였고,

헷갈릴 것 없는데서 헷갈려 하고 싶었던 것도 저였을 뿐.


"
정말 이 사람이다 싶으면 어떻게 밀땅 같은 걸 할 수가 있겠냐,

온 마음을 다하고 싶을 테지." 라던 그의 이야기.

그 당시에는 저, 그 말 듣고 심지어 맞짱구도 쳤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저 넌 아니다." 였다는 것이었을 뿐.

 

그 남자는 저에 대한 어떤 궁금증도 없었고

제가 했던 이야기의 대부분을 까먹었어요.

그는 여러 번 물었고, 저는 여러 번 답해 주었고,

결국 대부분 기억하지 못했지요.

 

저에게 호감이 있다고 보여준 행동보다

아니라는 사인이 담긴 행동이 훨씬 더 많았는데


제가 전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

이런 숭한 끝을 맞게 되었어요.

 

그 남자는 솔직하게 말했어요.

그 말 다 듣고도 한건 저였고,

그 남자로선 뿌리칠 이유가 없었겠죠.

 

상대방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100미터 앞에서 김칫국 들이킨 내가 참 못나고 미워요.

내가 제일 미워요.


.....

 

저처럼 내 맘이 내 맘같이 않아

제 멋대로 움직여 아파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요.

힘내서 상황을 바로 보고 받아 받아들여 보아요. ㅠㅠ

 

하아.. 곧 있을 그 남자의 생일에 끓여주려 사다놓은

부엌의 소고기랑 미역만이 처량합니다...

 

형제자매님들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끗.
 

 

 

alt



 

2월 24일 파티 관련 - 사람을 찾습니다.
그녀의 자리를 첨부하오니,
내가 저 자리의 주인이다 생각되시는 자매님께서는
저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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