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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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서초동 물탱크

2012.05.25 15:09

제보 전에는 제보필똑을 읽습니다. → [회람] 제보의 모든 것!!! - 제보전에 완전 필똑!!!

글 전에는 댓글필똑을 읽습니다. → [긴급회람] 댓글과의 전쟁 - 꼬꼬마들 전성시대


안녕하세요언니!!

블로그 글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구독하는 매우 성실한 독자입니다저의 특출날 것 없던 삶에 단비같은 제보건수를 내려준 소개팅 사건이 있어서 낼름 메일을 보냅니다사실 사연을 쓸까 말까 망설였습니다소개팅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이야기만을 듣고는 어느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 하긴 쫌 그른거고, 객관적으로 열심히 쓰려고 한다한들, 제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이므로 망설였지만 왜 여자들은 나 같은 봉을 안잡는 것인가?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그 분을 위해 너 진짜 초큼 이상함을 말해드리고 싶어서 사연 하나 올립니다.

 

4년 사귄 남자친구와 작년 이맘때 쯤 헤어지고

지인들이 던지는 소개팅 떡밥을 낼름낼름 덥석덥석

잘 받아먹는 저는 서른살의 매우 쉬운 여자 입니다.

 

사실 소개팅을 하면서도

꼭 남자친구를 만들겠다!라는 사명감보다는

어차피 소개팅이란 안될 줄 알면서도 사는 로또같은 것

이라는 말을 신조로 여기며


다양한 만남을 추구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신상따윈 절대 묻지 않고

이름조차도 만나서 아는 경우가 많았죠.

(물론 실패확률은 높아요. ㅋㅋ)

 

작년부터 트위터에서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있어요.

집도 가깝고 마음도 잘 맞아서

부모님보다 더 자주 보는 (-_-;;) 사이가 되었죠.

바로 그 언니가 트위터로 알게 된

본인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라며

소개팅을 주선해 왔습니다.

 

꼬리꼬리한 스멜이 느껴졌지만

어차피 사람이야 만나봐야 아는 거니깐...’

요런 안일한 생각으로 당장에 콜!을 외쳤어요.

 

언니가 그 분에게 연락처를 주고

저도 그 분의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고,

언니가 알려준 약속장소와 시간만 받고

그런갑다 했어요.

 

대망의 소개팅날..

그 날까지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1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여유롭게 커피를 시키고

후후 불며 식히고 있을 때 쯤.

 

약속 시간 정각에 드디어 ‘문자가 왔어요!!!

어디세요?”


전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커피숍 안에 창가에 앉아있다고 했더니

“OOO가방 갖고 계신 분???” 이냐고 묻습니다.


보통 옷 색깔 같은거 물어보고 그러지 않나요?

가방 상표 말하는 건... 

... 쫌.... 싫었어요...

 

오그라 드는 마음으로

맞다고 대답해 드렸더니 밖으로 나오랍니다.


"밖으로요?“


나오세요.”

 

하아... 나 방금 커피 시켰는데...

그럴거면 커피숍 앞에서 보자고 하시지.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연락해서

정확하게 약속장소 정하는 건데...’

 

후회하며 손에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그 분과 첫 대면.

 

34살이라던 그 분의 나이를 잠시 의심했습니다.

혹시 10살 정도 나이를 속인 것이 아닐까.


중학생 자녀를 둔 면사무소 아즈씨같다고 해야 할까.

시골교회 목사님같다고 해야 할까.


헐렁한 반팔 정장남방과 허연 면바지.

신발을 벗겨보진 못했지만

발가락 양말을 신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

하지만 이런 일은 흔합니다.

외모로 인간자체를 판단하는 초보는 아니거든요.

물론.. 외모에 호불호가 없단 이야기는 아니에요.


일단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물론... 진짜 반가웠던 건 아니에요.

 

이태원에 수제버거 잘하는 집이 있다해서

그 곳으로 가기로 했어요.


그 사람의 차를 타고 서초역을 지나가는데,

슬슬... 숭악한 조짐에 시동이 걸리는 듯 했습니다.

 

그거 알아요?

위성 지도로 보면 서초역 근처에

사각으로 비어서 나오지 않는 지역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우리나라에 전쟁이 나면

서울 사람 다 마실 수 있는 물탱크가 있는데에요.”

 

‘우리집이 그 근처인데 그런 말 들어보지 못했어!!!’

라고 생각하며

 

“아... 그런가요?

저는 정보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지도에서 안보이는 것 아닌가요.

물탱크도 있나봐요?”

 

정보사가 뭔지 모르시는 것 같아,

그 옆에 군인 아파트도 있고 그렇잖아요. ^^”

라고 했습니다.

 

정보사야 역삼에도 있고 어쩌고..”

하며 말을 흐리더라구요.

 

-_- 뭣이라?

정보사가 역삼에도 있다고라?

 

....

 


곧 서리풀 공원으로 주제를 바꿨어요.

서리풀 공원은 방배동에 있는 저희동네 뒷동산 근린공원이에요.

근처에 법원이 있긴 합니다.

 

서리풀 공원 올라가면 죄다 판사변호사들밖에 없어요.”

 

거긴.. 그 앞에 살아서 제가 매일 강아지 데리고

산책나가는 코스인데..


전부 할아버지 할머니들뿐인걸요..

다 할아버지 판사님할머니 변호사님들인데

제가 못알아본 것 일까요.. ㅜㅜ

 

-_-

 

뭔가 느낌이 오기 시작합니다.






.. 이 사람.. 이상해...!!!!


 


길게만 느껴진 그와의 드라이브 끝에

드디어 이태원 도착.

햄버거에 생맥주 걸쳐가며

이것저것 의미없는 대화를 주고 받았고,

식당을 나와 드라이브 강권을 거절치 못하고

우물쭈물 다시 그 차에 타게 되었습니다.

 

그의 차는 불빛 하나 없는

꼬불꼬불 산 언덕을 한없이 올라갔습니다.

 

그 곳은 무려 북악스카이웨이

 

안개가 자욱하던 흐린 밤이었죠.

전망대에 올라 경치를 보니,

 

 

정말 어쩜 그렇게 ‘하나도’ 안보이는지!!

 

아무튼 일부러 여기까지 운전해서 오셨는데

안보인다고 되돌아가기엔 왠지 내가 미안해서

반대쪽에 한 번 가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반대쪽에서는 야경이 매우 잘 보이는 기적

 

 

 

 

따윈 물론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_-

 

안보이는 걸 보인다고 거짓말할 수 없어서

솔직히 안보인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야맹증 타박ㅜㅜ

 

저것도 안보여요?”

 

.”

 

야맹증 있네.”

 

저건 보이세요?”

 

아니오. 0_0”

 

맞네야맹증이네.”

 

‘아... 몰랐는데 제가 야맹증이 있었군요.”

 

이 따위의 대화가 한참 오갔습니다.

 




 


그 분이 더 잘 보이는 곳으로 가자며

야맹증을 앓고 있는 저를 어디론가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인도했어요.

 

철조망이 쳐져 있고 나무가 무성한 으슥한 장소입니다.

들어가면 안되는 곳같이 생겼어요.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가까이 잘 보일꺼라며

뫅뫅 권했고

한사코 거절해서 겨우 그 장소를 벗어났습니다.

 

그만 내려가자고 하니 커피라도 할테냐 물으십니다.

 


.. 아니요.. ㅜㅜ

 


차타고 내려가면서는

그 분이 브런치 애호가임을 들을 수 있었어요.

 

본인은 브런치를 좋아한다 하십니다.

전 그 돈주고 까지는 별로라 했더니,


아니다.

'하.......를 먹어보고 하는 소리냐!

정말정말 돈이 아깝지 않고

커피도 너무너무 맛있다.

내가 마셔본 커피 중에 하얏트 호텔 커피숍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6잔이나 먹었다.

하얏트 브런치도 안먹어 보고 무슨 소릴 하는거냐.”

 

.. ...

 

연이어 커피 이야기를 했지요.


부암동 어느 커피 집은

커피를 원산지별로 드립해서 준다.

내가 서울에서 가본 커피숍 중에

그런 곳은 본 적이 없다.

그 아이템으로 커피숍 하나 차리면 대박 날 것 같다.”

 

원산지별 커피콩 다르게 드립해서 주는 집.

모르긴 몰라도 서울에 100개는 넘을 것 같은데..

--a

저희 집앞에도 두어집 있는 거 같은데..

하지만 언쟁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넘겼습니다.


이미 기가 다 빨렸거든요.

 

드디어 소개팅을 마무리하고

전 바로 주선자언니와 소주를 마시러 달려갔어요.

 

뭐 좀 이상한 사람이더라.”

그 분의 뒷담화를 하며 

새벽5시까지 술을 들이부었습니다. -_-

그렇게 그 소개팅은 그걸로 마무리가 되었

 

 

 

 

 

어야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언니가 저에게 묻더라구요.

 

“너 외국인 남자친구 사귄 적 있었어?”

 

?

 

“아니???

나 그 사람한테 외국 나갔다 온 것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라고 말하는데 머릿속을 스쳐가는

외국인 이야기!!!!

 

수제버거 집에서 이런저런 의미없는 대화 중

 

예전에 외국인 남친을 가진 친구가 있어서

그 외국인집에 놀러 간 적 있었다.

그때 친구 남자친구가 스테이크 버거를 만들어 줬는데

정말 뻘건국물이 줄줄 나오는 레어로 구워줘서

햄버거 빵이 붉게 물들 정도였었지만

거절할 수 없어서 우걱우걱 먹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났어요.

물론 친구의 외국인 남자친구에서

친구의 란 단어는 까맣게 잊고

그렇게 오해하셨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언니가 심각하게 저에게 말했어요.


네가 외국인 남친을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진심으로 네가 에이즈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던데...”

 


!#%$&^@%^%&^!!!!!

 


그리고 저의 흡연어부,

성격 등에 대해서도 주선자에게 상세히 캐물었다고 했어요.

궁금하면 나한테 물어보등가.. --;;

 



그러던 중..

그 사람이 저를 만난 날 올린

트위터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H대 미대를 나왔는데요,

그의 트윗 내용은 이렇습니다.

 

S대 미대와 H대 미대 처자를 만나봤는데도둑질 빼곤 다 하는 듯.

게이친구들도 있고.. 홍대 클럽문화에 익숙한... 짝짓기 쇼도.

걱정되는 건 집에서 살림만 살라면 적응 잘하려나?

 


 H대 미대나온 처자

혹시 그 글 올린 날 만난 저인가요?

맙소사.

 


그 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훨씬 이상한 놈이었습니다.

 


가 나서 당장에 따지고 싶었지만

말 섞기조차 싫어서 무시하는 것으로 연락을 끊고자 했는데....

 

주선자 언니에게는 ‘저의 에이즈가 걱정된다더니,

저에게는 마음에 든다며 문자를 자꾸 보냅니다.

그 H대 미대여자는 제가 아니라고 변명도 한참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끊임없이 보내오는 문자에

제가 무시로 일관하자 

그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어요. 


이름만 빼고 토씨하나 안바꾸고 그대로 씁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OO씬 성격도 밝고 말도 통할것 같아 좋군요.

예의도 바른 신것 같아 좋습니다.

그러나 에프터 신청부터 고민이 되군요.

OO씨야 가볍게 남자 만나고 싶지만

전 당장 결혼할 여자를 찾는 입장이라.

하고프신거 있으실건데 저때문에 못하면 쫌 그렇잖아요.

아무리 맘에 들어도 여자에게 피해를 줘서는

않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내일좀더 고민하고 제가 연락드리면

그냥 답변 없으시면 그냥 넘어가는걸로 하겠습니다

 






당연히 답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도 영화보러가자는 둥 

메세지가 한참 더 있었고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답문을 보내 확실하게 싫다고 대답할까도 생각했지만

본인이 답이 없으면 거절로 알겠다고 했으니 그냥 냅둔거죠.

 


너한텐 20원도 아까워. -_-


 

근데 그 사람..

치명적인 매력이 있더군요.

트위터로 지껄여대는 현란한 개소리가 그 매력이었어요.

 

심지어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보석 같은 새키였는데,

내가 너무 몰라봤었나 아쉬움이 큽니다.

ㅜㅜ

 


그 분이 올리는 자신의 여성관은 이렇습니다.

 

노처녀들에겐 매달 노처녀세를 때려서 빨리 시집가게 만들어야 한다.

 

결혼해도 애 안낳는 여자들한테는 패경할 때 까지 세금을 때려야 한다.

 

28살 넘으면 무조건 노처녀이고 35살 넘으면 결혼은 그냥 포기해라하지만 남자는 유통기한이 없다.

 

샤넬백 메고 이쁜 여자들은 전부 다 술집여자다.

 

25살 이후 여자 얼굴에 잡티나 다크써클은 다 검버섯이다.

 


본인에 관한 글도 종종 올리지요.


 

나는 너무나 완벽하고 준비된 신랑감이라서 나한테 시집오는 여자는 봉잡는거다.

 

듀오 프리미엄에서 40번이 넘게 선을 봤어도 여자들이 내 돈만 밝히고 샤넬백 사달라고해서 이젠 그런데서 여자 만나기 싫다.

 

난 법대를 나왔는데 나랑 정치이야기로 언쟁을 해서 이긴 사람이 없다다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그렇다.

 

(맞춤법이나 제대로 쓰시고 그런 소리하세요.)

 


정말 주옥같은 글들이 매일매일 올라옵니다.

 

'그런 과 소개팅을 했다는 것이

처음엔 무척 치욕스러웠지만

이젠 주변 사람들이 절 부러워해줘요. :D

 

소개시켜준 언니도 무척 미안해 하셨는데

어차피 언니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으니 괜찮았어요.


잘 아는 그런 사람 소개시켜줬으면

술 먹고 언니네 집앞에서

언니 나 싫어하냐!!!! 싫으면 싫다고 말로해라!!!”

고성방가하고 인연 끊었겠지만요. -_-;;

 

하지만 그의 트윗들을 구독하고 계시는 그 분들은

이젠 저런 대단한 분'의 얼굴을 본 적 있고

만난 적 있는 제가 매우 부럽다고들 하십니다.



하하. 으쓱으쓱.

 


지금도 지인들과 저는 

정기적으로 그의 주옥같은 트윗들을 구독하며

무료한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는 훈훈한 마무리.

 

 

그리고 진짜로 서초동에

우리나라 전쟁나면 서울사람 다 마시는 물탱크가 있는지도 궁금하니,

군사적으로 미친듯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좀 갈쳐주세요. 


끗.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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