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연애담] 그날밤에 생긴일

2012.06.3 19:04


제보 전에는 제보필똑을 읽습니다. → 
[회람] 제보의 모든 것!!! - 제보전에 완전 필똑!!!

글 전에는 댓글필똑을 읽습니다. → [긴급회람] 댓글과의 전쟁 - 꼬꼬마들 전성시대


안녕하세요. 30대의 여성입니다.

털어놓고 잊고자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또한 이 글의 아픔을 교훈삼아 생각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학교를 막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 때입니다.

한동안 연애를 쉬며

소개팅 → 끗 → 또 다른 소개팅 → 또 끗

루프를 무한 반복할 때 시작된 일입니다.

 

저의 친한 친구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베리베리 스윗가이였습니다.


온 세상이 핑크빛인 것처럼 연애하던 제 친구는,

남자친구의 지인을 소개해주겠다고 제게 말했고,

저는 좋다고 했습니다.

 

스윗가이와 저의 소개팅남과는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였다고 했으며

이직 후에는 같이 야간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어요.


나이는 4살차이.

(직장과 학교등 신원이 보증된 소개팅이라면

사실 지금도 여전히 응할 것 같습니다.)

 

소개팅 장소에서 만난 그 분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 소개팅에선 뻔하디 뻔한 얘기를 주고 받았고,

나쁘지는 않으나 다시 봐도 그만안봐도 그만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연락은 종종 했었습니다.

서로 회사가 가까워서 퇴근 시간 맞으면

저녁먹자 하며 시간을 맞춰보거나,

그 분이 다니는 학교가 저희 집에서 가까워서,

수업끝나고 귀가하시는 길에

커피한잔 하자 하며 연락 주셨지요.

 

그때마다 뭐 이러저러한 이유로 만나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회식날.

그분의 연락에 회식을 하고 있다고 답을 했고,

그 분도 팀회식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술 적당히 드세요회식끝나면 술은 저랑 마셔요."

란 답도 받았습니다.

 

각자의 회식이 끝난 12시즈음.

종로 길바닥에서 그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소개팅이후 첫만남이었어요.

 

맥주를 두어잔 마시고

수다를 떨다보니 2가 다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들어가 봐야할 것같아요..

택시를 잡아 타려 했습니다.

 

그는 여자 혼자 이 늦은 시각에 택시 혼자 못태운다.”,

함께 택시를 타고 데려다주겠다 했어요.

 

방향이 일단 같으니까 뭐...’

저도 오케이 하고 같이 탔습니다.

 

집 앞 큰길가에서

“저 여기서 먼저 내릴께요. 잘 가십시오~!”

하고 먼저 내렸지요. 

 

조심해 들어가세요!”

라는 인사를 받고 집으로 올라왔어요.

 

그리고 자취집에 들어가 

불을 켜고 가방을 벗어 내려놓는데,

 

띵동띵동!!!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새벽 3시가 되어가는 시각.


‘누구지 이 시간에??’

인터폰을 보니그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절 보내고 따라내려 

집앞에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서 왔어요.”

우리 한잔만 더 할래요?”

 

좀 놀라기도 했고,

아침 일찍 약속이 있어서 싫다고 거절을 했어요.

 

.. 그럼 다음에 해요.

그만 가 볼께요..”

 

.. 조심해 가세요..”

 

그런데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미안하지만 화장실만 잠깐 좀 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가 현관문을 여는 그 순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관에서부터 저를 향해 이 사람이 돌진해왔습니다.

미친 사람 같았어요.

 


때리고 물고 소리지르고 싫다고 온몸으로 저항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음 다시 떠올리니갑자기 또 욱하네요.

그 상황에서는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했었던 걸까요..)

 

제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목적을 달성한 그 사람은 곯아 떨어져 있었고,


집에 들어오자 마자 가방만 내려놓은 채,

화장실 쓰시라고 현관을 여는 순간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상의는 겨울코트까지 다 껴 입은 채로.

하의만 벗겨진 채로 내팽겨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고하려고 그의 흔적이 묻은 코트를 숨겼습니다.

 



하지만 신고하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겁이 많았고어렸습니다.

 

신고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다시 생각을 해보니,

그 시간까지 같이 술을 마셨던 것,

집근처까지 택시를 함께 타고 온 것,

그 시간에 문을 열어준 것까지..

 

그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찰에 간다 해도 

성폭행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또한 신고와 입증 과정에서 

부모님에게소개해준 친구에게,

이제 막 시작한 첫 직장에서

입에 오르내리기 싫다는 생각

분란의 가운데 서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아침이 왔어요.


그 사람이 깼고,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평온한 얼굴

저에게 미안해했어요.

 

그는 그냥 추운날 길바닥에서 잠들까봐,

제가 집 안에서 재운 걸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재워줘서 고맙다.

아직 초면이나 마찬가지인데 실례가 많았다.”

 

다시 매너있고 예의바른 청년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만 이 기억을 잊으면 되겠구나.

일 크게 만들지 말자.

저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니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잊을 수가 없죠당연히.

 

어떻게 응징해야 분노가 가라 앉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그 사람은 씀씀이가 크니까.

등에 빨대꽂고 단물만 빼먹어 보자!’

생각해 보았어요.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씀씀이가 큰 척 했던 거지

그만한 재력도 없었으며,

몇푼 돈으로 그날의 기억을 씻을 수도 없었습니다.


얻어먹어봐야 자괴감만 커져갔고,

그 사람이 사 준 물건을 보면 화가 더 나,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내가 받은 상처.

풀리지 않는 마음.


마음의 상처로 돌려줘야겠다

독하게 다짐했습니다.

 

저도 그땐 미쳤던 것 같아요.

 

그 사람 앞에선 너무나 착하고 순진하고

상냥한 여자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애정넘치게 강의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깜짝 응원도 갔고,

그 사람 퇴근 시간맞춰서 찾아가서 애교를 부리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다 맞춰줬어요. 

 

그 사람입에서 결혼하자는 말이 나올 때까지 그 짓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더라구요.

한 3개월.


나이도 나이였고,

원래 결혼상대를 찾고 있었던 사람이었거든요.

 

저한테 어느 동네 아파트 자기 이름으로 된 거 있고,

외동에 기독교라 제사 안지내도 되고

등등 구체적으로 '남편'으로서 장점을

제게 어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은 장단을 맞춰주었어요.

 

오빠랑 결혼하면 좋겠다.”

요리학원 다녀야겠다.”

우리 부모님도 오빠 좋아하실거야.”


 

그리고 전 계획대로 잠수해버렸습니다.

모든 통신수단을 아예 정지 시켰어요.

핸드폰집전화온라인 메신저싸이월드 등

저와 접촉할 수 있는 루트는 모두 차단했어요.


그 사람은 예상보다도 빠르게 미치더군요.

 

출퇴근 시간 맞춰서

집앞에 찾아와서 기다리길래

아예 친구집에서 살았어요.

집에서 필요한 게 있을 땐

반차내고 잠시 집에 들렀습니다. 

 

집앞에서 기다려야 소용없다는 걸 안건지,

출퇴근시간에 회사로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팀원들이 아저씨삼촌뻘 어르신인 덕에

늘 그분들에게 싸여서 숨어 이동했습니다.

 

같은 시각같은 장소에 같은 차가 늘 있고,

회사 분들은 당연히 스토커라고 생각하시고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그렇게 피해도 다 피할 순 없었어요.

 

한번은 기다리던 그의 차로 출근길에 납치 당하기도 했어요.

 4시간 끌려다니다가

얼르고 달래서 일단은 모면하고 출근을 했었지요.

끔찍한 아침이었어요

 

 

한달쯤 그렇게 살다보니

저도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어요.

주변사람들에게도 폐를 많이 끼쳤을꺼에요.

 

마무리를 지어야 했습니다.

제가 먼저 만나자고 했어요.

사람이 많은 커피숍로 장소를 정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매너넘치게 제가 좋아하던 음료를

미리 시켜놓고 기다리고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구구절절하게

왜 우리가 헤어져야만 하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자기가 고칠 테니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그 곳에서 무릎을 꿇고 울었습니다.

저 남자 무릎꿇고 우는거 처음봤어요.

그의 그 모습.. 참.. 하대요.

 

모든 사실을 다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무엇때문에 이 모든 게 시작되었는지.

 

하지만 문제를 쉽게 풀어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 그래서 그랬구나.. 내가 미안했다.”

로 쉽게 정리하게 하기 싫었어요.

 

우리는 '사랑이고 '운명'이라고,

'사랑'이라는 말로 용서해달라고 비는 사람 앞에 

진실을 알려주고 싶지 않더라구요.

 

끝까지 저를 원망하더라도 더 아프게,

더 처절하게 눈물 흘리게 하고 싶었어요.

 

네가 한 행동에 답이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널 용서하지 못하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고 찾지 말라.

그렇게만 말하고 나와버렸어요.

 


좀 더 미쳐보라고.

 


그렇게 돌아와서 잠시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후회도 있었구요.


욕이라도 해주고 올 껄,

진실이 뭔지 다 말해주고

술먹고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힘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퍼부어 줄껄.

 

그리고 그날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의 분노는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계속 연락하고 찾아왔고포기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의 눈물의 운명과 사랑타령

전화한통으로 거짓말처럼 올 스톱.

 

그 사람의 회사번호로 전화걸어서,

너희 인사과대학원에 얘기하겠다

한마디를 했을 뿐이었는데...



 

이 세상에 그 날밤에 있었던 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얘기해본 적이 없습니다.

 

상황을 겉으로만 지켜본 친구나 지인들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 사람

미친 스토커로 변한 것으로 알고 있지요.

 

제게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이라

의식적으로 많이 잊으려 노력했고,

제법 잊고 살고 있습니다.

떠오르는 장면장면이 모두 불행이니까요.

 


시간이 오래 지나기도 했지만.

이젠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그리고 방법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시 돌아간다 한들 달리 방법이 있었을까.

에 대한 생각도 종종 해봅니다.

 

위로나 공감을 바라고 쓴 글은 아닙니다.

다만비슷한 상황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저보다는 좀 더 현명하게

대응하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쓴 경험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추천에는 로그인과 돈이 필요없지.

하지만 먹고살기힘든 홀양에겐 도움이 되지요.

Holicatyou.com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29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2/06/09 [황망한연애담][짧] 답장없는 그녀-후기
2012/06/09 [황망한연애담][짧] 그냥 걸었어
2012/06/08 [황망한연애담] 갑자기 바쁜 남자
2012/06/07 [황망한연애담] 그날밤에 생긴일-후기와 부록
2012/06/06 [황망한연애담] 답장없는 그녀
2012/06/05 [황망한연애담] 괜히 거절했나
2012/06/04 [황망한연애담] 저 이번에 내려요
2012/06/03 [황망한연애담] 그날밤에 생긴일
2012/06/02 [황망한소개팅] 손발녹는 이야기
2012/06/01 [황망한연애담] 새가슴총각
2012/05/31 [황망한연애담] 언터쳐블-후기
2012/05/30 [황망한연애담][짧] 미안했었었다
2012/05/30 [황망한연애담][짧] 언터쳐블
2012/05/29 [황망한연애담] 어린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