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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저 이번에 내려요

2012.06.4 15:58

제보 전에는 제보필똑을 읽습니다. → [회람] 제보의 모든 것!!! - 제보전에 완전 필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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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친척언니의 추천으로 처음 블로그를 접하고 농약 살포에 중독되고만 아직은 써리원 여자입니다.

다른 분들 사연을 읽으며 내게만 벌어지는 황망한 일이 아님을 감사하며(?) 

격하게 공감하며 오늘도 클릭클릭 또 클릭!!

모두들 제보하고 잊겠다!!는 대세에 합류하고자, 

흔히들 말하는 살풀이의 개념으로 초장부터 꼬여버린 저의 인생 한자락을 풀어 던지고자 합니다

 

여중여고를 나와 입학한 대학 캠퍼스에서의

부농부농을 꿈꾸어 보았으나,

전공 특성상 여대나 마찬가지인 상황.. ㅜㅜ

 

말도 별로 없고 소심의 끝을 달리는 성격.

남자들을 한 눈에 뿅가게 할 외모와도 거리가 머나먼 저에게

오가며 정 쌓일 일이 전혀 없는

이 열악한 상황에서의 연애는 미션 임파서블이었습니다.

 

그렇게 황망하게 1학년이 가고..

2학년도 가고..

3학년도 가고..

4학년의 어느 날. -_-


뙤약볕이 쫓겨나고 바람이 선선했던 초가을의 그날!!

전 주말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길이었습니다..

 

피곤에 쩔어 다크써클

턱끝에 매달려 아우성을 치던 몰골로

인구밀도 숨막히게 높은 2호선에 탔습니다..

 

잠실쪽에서 탔고 우선의 목적지는 최대환승역 신도림.

제가 타고 한두정거장 뒤에 어떤 여자분이 탔습니다.


그녀는 제 옆에 와 섰습니다..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시선이 느껴지던군요..

저보다 서너살 많아 보이는 이 분이 말을 걸어왔어요.

 

"반지가 참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그 당시 저의 왼쪽 검지손가락에는

대학친구들과 맞춘 우정반지가 끼워져 있었어요.

디자인은 같은 걸로 맞췄으나,

형편에 따라 각자 내키는 손가락에 끼고 다녔던거 였어요.

 

예쁘다니 기분은 좋았으나.. 

 

 

처음 보는 사람이잖아요.


지하철에서 지금 방금 탄 여자랑

미주알고주알 떠들만큼의 넉살 따위 제겐 없어요. ㅜㅜ


... .. 섞고 싶은 상대가 아니었어요.

 

허나,

뚱한 제 대답에도 개의치 않고 대화를 시도 하더라구요.

 

"디자인이 참 예뻐요.

은이죠얼마 줬어요?"

 

"......"

 


반지가 얼마나 맘에 들었으면

지하철에서 처음 보는 사람 옆에 서서 캐묻겠나..

싶은 마음에 떨떠름했지만 대답은 해드렸습니다.

 

"14K에 화이트골드 씌웠어요.

7명이 우정반지로 해서 싸게 줬어요. 8만원 정도요."

 

"어머정말 싸게 했다비싸보이는데~

정말 예뻐요~ #^&&*(^$^(**)%^&*&"

 

"예에.."

 

저  많이 가리거든요.

처음 보는 사람이잖아요.

말섞고 있는 거 힘들었어요ㅜㅜ

 

하지만 계속 제 반지를 칭찬했어요.


"저 이거 한번 끼워봐도 돼요?" 



먹고 떨어져라 심정으로 빼줬습니다.

 

끼워보더니 더 예쁘대요.


'설마 끼고 튀는 건 아니겠지?'


의심의 촉을 잠시 세워 보았지만.. -_-+

바로 빼서 돌려줍디다..;;

 

그러더니 개인적인 질문을 꼬치꼬치..

 

저 슬슬 불쾌해졌어요..

나 언니 처음 보는디요. 

말 섞고 싶지 않은디요..

 

그 순간 마침 제 바로 앞에 자리가 났습니다.


전 잽싸게 앉았어요!

더 이상 말 걸어오지 않길 바라며..

 

그녀는 절 아쉽게 쳐다보았으나

저는 외면했습니다.

 

헌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요ㅜㅜ

평소에는 그렇게도 염력을 뿜어대도 생기지 않던 빈자리건만

오늘은 자리가 잘도 생깁니다.

 

제 옆자리 분이 일어나시고,

'가지마세요~!!!'라는 제 마음속의 외침따위가 들릴 리 없고.

일어나려는 그 분을 제멋대로 잡고싶어 제 손은 허둥허둥.

ㅜㅜ

 

'이 많은 사람 중에 꼭 저 여자자가 앉기야 하겠어?’




라는 생각이 갈무리되기도 전.

그녀는 빛의 속도로 제 옆에 착석완료.

그러쵸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리는 법이 없죠.

 

'그래.. 무슨 해코지를 한 것도 아니고..

나 너무 오반가바....'

 

제 자신을 달래봅니다

 

 

만, 그 분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대화를 시도해 왔어요ㅜㅜ

 

"어디 다녀와요? &%$^#@%^&&*&"


"무슨 일로? &%$^#@%^&&*&"


"학생? &%$^#@%^&&*&"


"그럼 아르바이트? &%$^#@%^&&*&"


"나이는 26살인데 

(25였는 26이었는지 헷갈;;)..&%$^#@%^&&*&"

 


신상 교환까지 요구하시는 질문은

더욱 난감해져만 갔습니다. ㅜㅜ



차마 무시할 용기는 없고,

아니오 정도만 간간히 응대해 드렸어요.

 

하지만 너무 피곤해요..

처음 보는 사람이자나요ㅜㅜ

 

전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펼쳐 들었고,  

'더 이상 말 시키지 마시오!!!'

이 우회적인 표현을 다행히도 알아잡수신 모냥입니다.

 

하지만 전.. 




책을 펼치고

단 2장도 못 읽고 졸기 시작했어요 ;;

 

헌데 얼마안가 옆에 이 분이 절 흔들어 깨웁니다..

 




"졸다가 내리는 역 지나치면 어떻게 하게요?"

 

"-_-^ 멀었어요."

 

전 아예 책을 덮고 본격적으로 눈을 붙였습니다.


헌데 얼마안가 옆에 이 분이 또 절 흔들어 깨웁니다.

 

"졸다가 내리는 역 지나치면 어떻게 해요?"

 


아! 이 놈의 오지랖을 콱!!!



확실하게 말해야 안 깨울 것 같았습니다..

 

"신도림까지 가니 멀었어요."

그리고 다시 눈을 붙였습니다..

 

헌데 얼마안가 옆에 이 분이 또또 절 흔들어 깨웁니다.

 

ㅙㅙㅙㅙㅙ!!!


인내심을 한껏 끌어내 여자분을 보았습니다.

째려보지 않기 위해 안간힘도 썼습니다.

 

그리고 눈으로 물었어요.

 

'이번엔 또 뭐요? -_-+'


그러자 이 언니 한껏 미소를 띠우며....

 

 

 

"저 이번에 내려요."


"......?"

 


제가 들은 말은 무엇입니까.

 


한국어는 맞는데..

문법상 문맥상 오류는 없는 문장 같은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나 언어영역 점수도 나쁘지 않았던 아인데. --;;

제 침묵이 길어지자 다시 말씀하십니다.


"저 이번에 내린다고요."

 

"......"

 


So what?

So what??

So what???

 


제가 답변을 꼭 드려야하는 상황인.. 건가요?? ;;


같이 내리자는 말인가?’

‘아, ?’

 

그 순간 생각난 말은 이 한마디밖에 없었어요..

 

 

 

 

 

"......안녕히 가세요."

 

 

아 놔 그런 아수운 표정 짓지 말아요,

언니

 


"&%$^#@%^&&*&"


뭐라고 한참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10년쯤 지난 일이다보니, 

정말 뭐라고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는구만요.

 

그리고 지하철이 역에 정차하여 문이 열리자,

그렁그렁한 눈으로 막 또 강조.

 

"저 이번에 내려요저.. 가요."

 

그리곤 무슨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자꾸.. 자꾸.. 자꾸.. 






왜 돌아보는거에요언니ㅜㅜ

 

 

저는 왠지 모를 황망감에 

눈을 감고 자는 척을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저만 쳐다보는 느낌.. -_-;;

 

저 그 광고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좋아했습니다..

버스에서 여자가 '저 이번에 내려요.'하고 내리면..

훈남이 따라내리는 광고.. ;;

 

이제사 생각해보면,

어떤 배우에 어떤 상품 광고였는지도 희미하지만..

이미지가 참 좋았는데..

좋았는데..

 

오빠도 아니고아즈씨도 아니고.

언니라니요털썩ㅜㅜ


저 게이레즈비언에 대한 혐오감없습니다.

소수의 입장에서 맘 졸이며 사는 그들이 그냥 안타깝지요.

 

근데 그건 그거고,


왜왜왜?


내가 왜 그 언니 맘에 들었던 건지에 대한 복잡한 심경.

왜 남자한테는 요런 거를 생전 못받는 것인가에 대한 쯔아증.

오나가나 여탕에만 살다가 길거리에서도 여자한테. 에잉.

나 남자 완전 좋아하는데. 으앙.

 

 

그냥..

제 사연은 여기까지예요.

 


다음날 학교에 가서 우정반지를 나눈 칠공주떼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한 공주(제가 이 친구를 통해 BL을 처음 접했습니다.) .

귀걸이를 한쪽만 하던 것이

한때 그들의 정체성 표시였던 것처럼

왼쪽 검지손가락이 언니들의 영역이라고 들은 것 같다고.

 

사실 확인은 못 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끗.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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