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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후남이의 답장

2012.06.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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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하루하루 농약으로 연명하는 삼십하고 몇살 더먹은 여자입니다. :D

형제자매님들의 제보에 울고 웃고 하다가 숭악한 기억이 떠올라 제보를 드립니닷.

 

저는 이십대 중반 무렵부터 

삼십대 초반을 맞이하기 전까지 다년간

젊은 남녀가 모여 있는 어느 모임에서

활동을 했었더랬습니다.

 

모임을 등지게 된 계기..


예상하시다시피..

그 안에서 사귀었던 사람과의 헤어짐이었죠.

하지만 그것은 계기일 뿐.

한 모임에 오래 몸 담고 있다 보니,

여러 가지로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아

별 다른 미련 없이 자연스럽게 흐지부지

등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

저와 같은 이유로 모임을 등진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하 그 오라버니를 후남이라 부르겠어요.

 


후진 남자

후남.

 


모임을 등진 이후로는 그 안에서 정말 친했던 

여동생들 몇이랑만 연락하고 지내고 그랬죠.

 

그러던 어느날.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버스 안에서 후남씨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그래요. 생각해보니 후남씨와 저는 한동네 주민이었던 거에요.

 

저희는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고 

각자의 가던 길을 갔




었어야 했습니다. ㅜㅜ

 

제가 내리는 곳이 먼저여서 제가 내리려는데

후남씨가 돌연 절 따라 내리면서

저녁이나 함께 먹자더군요. -_-

 

그때 시간이 이미 9..

그렇지만 저도 배가 고팠던지라,

뭐 나쁠 것 없지!’ 하며 동네 치킨집을 갔습니다.

 

그 곳에서 치맥을 열심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죠.

 

후남은 소개팅을 하고 오는 길인데,

상대방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밥도 안 먹고 오는 참이라

배가 많이 고팠다고 블라블라 합니다.

 

그러다 모임의 누구누구가 보고 싶다 하면서

누구도 부르고 누구도 부르자 하여

결국엔 다함께 즐겁게 먹고 마시고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후남씨에게

시시콜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별다른 내용 없이 일상적인 수다.

오늘은 날씨가 어쩌고회사가 저쩌고~

그러다 만나서 또 치맥이나 간단히 하자.

그냥 동네친구로서 할 법한 그저 그런 대화들이였지요.

 

서로 출퇴근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말만 무성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은 채

몇날 며칠이 지났습니다.

 

후남에게서는 꾸준히 연락이 계속 되었구요.

가벼운 대화 소재이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터라

종종 카톡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 무렵 저의 솔직한 마음

후남씨에게 남자로서의 관심은 단 1mm도 없었고,

이후에도 이전에도 그 사실은 한번도 변동 없음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바입니다.

 

친구처럼 안부도 주고 받고

가끔씩 가벼운 수다나 오고 가던 사이였죠.

제 생각엔 분명히 그랬고,

후남도 이견이 없어 보였습니다. 

 

무슨 부담스러운 조짐

제가 코.딱.지. 만큼이라도 느꼈더라면

애초에 제가 잘라냈었을 것이에요.


전 그 모임에서는

다시는 누군가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고 싶을 만큼

치명적인 매력 따위후남에겐 없었음은 물론이었구요.

후남에게 저 역시 비슷한 존재인 듯 싶었습니다.

 

또 별다른 일없이 몇날 며칠이 훌쩍 지났습니다.

 

하루는 후남이 제 직장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며

아직 퇴근 전이면 함께 귀가하자는 카톡을 해왔습니다.

 

저도 때마침 일을 정리하고 나서던 차에

집도 같은 방향의 후남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꽤 늦은 저녁 (9시 반 무렵)이었는데

후남은 배가 고프다며 야식을 청했고

저는 차를 얻어타기도 한 터라,

제가 맛난 것 사겠다며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밥을 먹으며 캐주얼한 수다를 주고받다가

후남이 갑자기 매우 뜬금없이

그 모임에서 사귀던 사람과의 이야기

저에게 풀어놓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들의 만남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저도 자세히는 모르는 사실이었는데 

후남이 속속들이 풀어놓기 시작해서

좀 놀라면서 들었어요.

상대는 저랑도 친한 언니였어요.

그리고 후남도 제가 그 언니랑 친한 거 알아요.

언니랑은 친했어도

둘간의 사정 같은 건 관심도 없었고,

들은 것도 없어서 잘 몰랐던 거죠.

 

그 언니는 사람 이미지도 좋고

얼굴도 예쁜 참한 언니였습니다.

 

후남의 이야기는 꽤 길었어요.


그들이 좋아하게 된 과정,

사귀며 좋았던 시간,

부딪혔던 몇몇 사건들,

결국 그로 인한 헤어짐까지

구구절절하게 들었습니다.

 

근데요... 후남은 언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에게 하소연 했지만요...

솔직히.. ..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언니의 생각과 행동,

결단 같은 부분들이 이해가 되더라구요..--a

 

그렇지만 거기다 대고

오빠가 이래저래 요래조래 해서 잘못하셨고,

두 분이 헤어지실 만 했네요.”

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무의미 했기에

그 역시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친한 사이가 아니면 털어놓기 뭣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은 후남에게 우정을 느끼며,

오빠가 요래서 힘들었고,

그래서 모임도 안 나가게 되었군요.

우쭈 우쭈 우쭈쭈쭈

도 좀 해드리고,

저의 이야기도 조금 풀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후남도 절 위로하며,

네가 아깝다.

그런 놈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며 입에 발린 위로를 정답게 주고 받았습니다.

 

그날 이후 한층 도톰해진 우정의 후남과 저는

간간히 일상적인 카톡을 주고 받았고

그 후로 몇 번 위와 같은 동네번개치맥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전 얼마 후.

 

무려 카톡으로

 

후남의 생각지도 못한 고백을 받고 만거죠. 

 

,.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에요.

눈치가 있긴 했지만 긴가민가,

근데 진짜 고백할 줄은 몰랐다.”

뭐 이런 스토리가 전혀 아니었다구요!!!!

 

좌우간그의 고백 내용은 요러했습니다.

 

"오빠가 XX이랑 만나고 싶다.

XX이 정도면 오빠랑 어울리는 것 같은데,

우리 만나볼래?"

 





 

저랑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던 이유는 많은데,

그 중 강력한 한 가지는

저도 잘 알고 있는 사람과의 연애담

너무도 상세히 은밀한 이야기까지

아주 .......풀어놓았단 점이죠.

 

당근 저를 친한 동생으로 여기고

여자의 심리를 알고 싶어

이것저것 자세히 털어놓고

물어보고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 갖고 싶은 맘도 안들고,

남이 가져간대도 아쉬울 것이

개미 콧구멍만큼도 없는 사람이었으며

저의 마음은 처음부터 쭉- 그랬다니까요.

 

(지금은 남이 가져간다면 가져가실 그 분을 위해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


,.

 

그런데 이 후남께서 죠런 식의 고백을

카톡으로 갑자기아주 갑자기 

근무시간에 -_- 해 온 것입니다.

 

당황한 저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가다듬고,

 

가다듬다가,

 

일이 몰려오는 바람에

그대로 몇 시간이 흘러가버렸습니다.

 

 

 

후남이는 채근해 왔습니다 

 

"오빠 정도면 잘 생기고 능력 있는데,

지금 설마 고민하는 거야?"

 

....

 






저는 고민하는 것이 아닌데요. -_-

 

답장을 썼습니다 

 

"저는 오빠를 남자친구 대상으로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고요,

더욱이 모임 사람이라면 

누구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오빠도 저를 편한 동생으로 생각해서

편하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행여 오해하시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이 정도면 확실한 의사 표현이었겠지, ‘

생각하고 있는데 

후남에게 곧 답장이 왔어요..


☞☜

 

"야!! 뭐 죄송?

참 나너 미친 거 아니냐?

완전 돈 거 아냐?

착각하지 마라.

내가 설마 뭐 너 같은 걸 좋아하기라도 했는 줄 아는거야?

ㅎㅎㅎㅎㅎㅎㅎ

오빠는 좋아하는 여자한테는 X나게 잘 해준다.

너 같은 것은 내가 좋아한 것도 아니다.

모임에서도 네 소문이 얼마나 XX같은 줄 알기나 하냐.

나도 너 같은 애랑 엄하게 엮여,

덩달아 소문까봐 무섭던 차였다!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어서

내가 정말 고맙구나!"

 

라고요... 

(의미는 대동소이하나 어휘는 저렴하셨는데차마 그대로 옮기지는 못하겠네요. ;ㅁ;)

 

저는 머리가 지끈지끈해 오는 것을 느끼며


"저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잘 지내세요."


라고 마무리 카톡을 하나 보내고

후남이를 즉시 차단했다는 짜잉나는 얘기.

 

 

끗이요. 끗. 

허허허허



 

ps. 저도 과년하지만 저보다도 훨씬 과년한 자뻑 후남은 여전히 저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이 여성 저 여성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후남이의 최고 연애운은 아무래도 그 참한 언니였던 것 같아요. 언니의 안목이 다소 의심스럽긴 했지만요.. 아.. 안..타깝네요.. 후남이도. 그 언니도. 저도. ;ㅁ;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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