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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肉食 망개팅

2012.06.11 16:24

제보 전에는 제보필똑을 읽습니다. → [회람] 제보의 모든 것!!! - 제보전에 완전 필똑!!!

글 전에는 댓글필똑을 읽습니다. → [긴급회람] 댓글과의 전쟁 - 꼬꼬마들 전성시대


홀누님 이 곳을 어쩌다가 알게 되어서 힐링받고 있는 서른하고도 두어살 먹은 사지 멀쩡한 조금 늙은 소년입니다사람보단 기계글자 보단 숫자에 익숙한 직업을 가지고 있구요. 여친없음모드 만 3년차라서 연애라는 게 뭔지 그게 나한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만 가고 있는 불쌍한 영혼입니다. 어쨌건 다른 분들 사연만 읽다 보니제 사연도 하나도 써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렇게 몇 자 적어 봅니다뭐 그렇게 무거운 사연은 아니고 흔한 망개팅 이야기 입니다.


 

그나저나 나이가 먹어가면서

소개팅 횟수도 덩달아 늘어갈 수록..

희한하게 기대치는 낮아져 가는 거 같은데

제한 조건이 자꾸 걸리기 시작하더군요.

이러면 안되고 저러면 안되고.


저도.. 소개팅녀들도..

서로에게 좋은 점 보단 나쁜 점

먼저 눈에 들어와 버리고 있는 거 같아서

좀 씁쓸해 지고 그렇습니다.

지금 BGM으로는 형돈이와 대준이의

올림픽대로가 흐르고 있군요. 하...


 

아무튼 작년 늦가을 즈음에

친구 녀석의 딸내미의 돌잔치에 갔었습니다.

초대받아 갈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남의 새끼 돌잔치라는 게

남정네 혼자 가 앉아있기엔 다소 뻘쭘한 것이더군요ㅜㅜ

 

하객들은 다들 애 하나 둘씩 동반한 부부들이거나

혹은 애인이라도 데려 왔더란 말입니다.

 

다행히 저랑 같은 처지의 친구넘 한명 덕에.

구석에 한 테이블 차지하고 앉아 있는데

이건 뭐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자꾸 사람들이 이쪽을 보는 거 같기도 하고...


;ㅁ;

 

그 와중에 제수씨 하나가 갑자기 쓱오더니

저한테 와서 그러는 겁니다.

 

"OO씨는 아무리 봐도 여친이 없을 이유가 없는데

왜 없는지 모르겠어요."

 

처음엔 그냥 립서비스 감솨! ^^ 정도였는데.,

이 얘기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흠칫!

-_-+

 

친구 와이프는 정말 진지하게 그 얘기를 하면서

레알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_-+

 

(이런 류의 립서비스 하실 땐 최대한 웃으면서

가볍게 해 주셨음 하는 바램이.. ㅜㅜ)

 

 

아무튼 그녀는 남편의 수늬권 프렌드(?)인 저를

구제하겠다는 일념에 불타서는

소개팅 건수를 알아본 모냥입니다.

 

같은 직장 다니던 처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에 연락처가 왔고,

전화를 해서약속을 잡아서블라블라

순서대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소개팅 당일.

조큼 일찍 나와서 전 미용실로 향했어요.

남자들도 미용실 들렀다 소개팅 가고 그래요. ㅜㅜ

 

제가 머리숱이 부족해서요..

요새 미용실에서 하는 두피 케어를 받고 있는데요.

관리 프로세스가 좀 스펙타클합니다.

 

이거 바르고(노폐물을 제거하고헹구고,

저거 바르고(영양을 주고두들기고,

머리통을 랩으로 싸서 몇 분 기다렸다가,

뜨듯한 바람이 나오는 기계도 뒤집어 썼다,

금으로 도금된 침으로도 찔렀ㅜㅜ

(이곳에는 저의 개인용 침이 있습니다으쓱으쓱

 

 

그리고 제 방에는 이 곳에서 받은 유기농 샴푸와

아침 저녁으로 바르는 파란병저녁에만 바르는 노란병이 있습니다.)

 

 

암튼 미용실에서 그 짓(?)을 하고 있으면

백프로 시선집중이라 무지하게 쪽팔리죠ㅜㅜ

 

얼마전엔 물에 빠진 멍멍이 꼬락서니를 하고선

머리에 랩을 쓰고 멍하니 미용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버르장 머리 없는 중딩 녀석 둘

제 쪽을 보며 피식 거리더라구요.

 쥐어박아주고 싶었습니다.

 

가끔 자매님들 사연 중에

마음이 뜨끔뜨끔 할 때가 있는데요.

행여 머리숱이 좀 성근 형제님들을 보시거들랑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좀 부탁드립니다. ^^;;;


저희 힘들게 살아요ㅜㅜ

그 형제님들도 저처럼 모진 고난을 겪고 있을 겁니다

.




 

언젠가 심심할 때 놀아주던 여....

저에게 경고를 하더군요.

 

"오빠 머리도 빠지는데 

배까지 나오면 안 놀아줄거야."

 

그래 나도 알아. 이것아.

알아.. 안다고.. ;ㅁ;

 

그래서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하면 남성 호르몬이 펑펑 솟아서

탈모인에게 좋지 않다는 원장쌤의 말에

살짝 식겁하긴 했지만요.

 

 

암튼... 이래저래 머리하는데

거의 한시간 넘게 시간이 걸리는데요.

(케어 받을 때 머리 커트도 같이 합니다.)

 

근데 그 소개팅 당일엔

손님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더군요.

어영부영 하다 보니까 너무 늦어지더라구요.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은 위기라

일단은 소개팅 처자에게 전화문자를 해서

약속을 30분 미루자고 했습니다.

다행히 집에서 출발하진 않아서

가슴을 쓸어 내렸구요.

 

이래저래 가까스로 머리를 마무리하고

소개팅장소로 향하여 소개팅 처자를 만났습니다.

약간 경황이 없었던 관계로

그냥 지하철 입구에서 만났습니다.


첫인상은 그냥 뭐... 그냥 뭐...

그냥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정도.

 

시간이 30분 밀린 관계로 예약이고 뭐고.

다 꼬여서 그냥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갔습니다.

괜찮다는 양식집에 갔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이

예리한 눈으로 우리 둘을 스캔 합니다.

 

"예약하셨어요?"

 

"아니요."

 

그러더니 뭔가 알았다는 듯 2층으로 데려가더군요.

(이 때 약간 서늘한 촉이 왔었는데...)

 

벽쪽으로는 긴 의자가 주욱-

반대쪽에는 의자가 있는 2인용 테이블

저희를 인도(?) 했습니다.

 

원래는 가볍게 파스타 정도로 할려고 했는데

약속 시간을 미룬 게 미안해서 로 골랐습니다.

 

소개팅 처자도 고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서

함께 흥건한 육즙이나 느껴보잔 의미로

미듐으로 시켰습니다.

 

고기는 무지하게 잘 구워져서 나왔습니다.

최근에 먹은 스테이크 중 쵝오 였어요.

소개팅 처자도 맛있어 하는 거 같고 해서 뿌듯했고, 

호구 조사 겸 약간 재미없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뭐 그럭저럭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모범적인 소개팅 교본에 나올 법한 광경을 펼치고 있었는데.. 

 

곧 테이블 양쪽에서 지방방송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근데 살짝 눈치를 보니까...





내 왼쪽 테이블도 소개팅.

내 오른쪽 테이블도 소개팅... 인 거십니다.

 

;;

 

아.. 또 테이블은 어찌나 다닥다닥 붙었는지,

얘네들 얘기가 다 들렸어요.

오른쪽 커플 남자는 무슨 IT 관련 일을 다니고 있고

여자는 애들을 가르치는 거 같은데 

학교 선생님 같지는 않고..

왼쪽 커플은 남자는 공무원 같은데... 헝헝헝.

 

벽에 붙은 긴 의자 자리엔 하나같이 여자들이 쪼로록

반대쪽 의자엔 남자들이 쪼로록.

나 가운데졸지에 남자 2ㅜㅜ

 

거기다가 나랑 소개팅 처자도

쟤네들 눈엔 똑같이 보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집중력은 저하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ㅜㅜ

 

소개팅 처자 귀에도

양쪽의 스테레오 사운드가 거슬렸을 거시고...

자연스레 대화가 뜨문뜨문.. 피차 말이 줄어듭니다.

 

뭔가 새로운 화제를 꺼내야 하는데...

뭔가 유익하고도 잼있는 얘기를 해야 되는데...

순간 눈에 들어온 스테이크.


!!!!


... 생각났고.. .. 이런 얘길 하게 되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이란 미래학 석학이

육식의 종말이란 책을 썼는데요."

 

"."

 

"......"






5초간 침묵.



이 때 멈췄어야 했습니다.

머릿 속이 헝클어 졌습니다.

이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소개팅 자리에서...

게다가 뻘건궁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스테키를 썰면서

할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멈추려 했습니다

 

 

 

 

질척한 날엔 원래 제동거리도 긴 법이죠.

브레키는 듣지 않았습니다ㅜㅜ

 

"말씀하세요."

 

이왕 꺼낸 말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반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

 

"인류가 생산하는 곡물의 양은 먹고 남을 정도인데

사람들이 육식을 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아서 기아가 발생..

북반구에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많이 먹어서 건강이 좋지 않고

남쪽의 못 사는 사람들은 못 먹어서 죽고..."




 

제 손에는 육즙에 젖은 나이프가 들려있었고요.


;;

 


소개팅 처자는 매우 당황해 보였습니다.

이 인간 머야??’ 라는 눈빛에 정신을 차리고

놀라서 대충 정리는 했습니다만


그 이후론 멘붕상태가 되어

먹어도 먹은 거 같지 않고

마셔도 마신 거 같지 아니하였으며,


유야무야 소개팅은 끝나고

소개팅 처자는 택시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사실 소개팅 처자가 약간 맞장구를 쳐 줬으면

아마도 이딴 얘기를 더 하고 있었을 겁니다.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곡물 중

가장 많은 것이 옥수수라느니

대부분이 가축용 사료로 쓰인다느니

옥수수가 바이오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느니.

 

제가 절 압니다.

분명히 저 소리를 했을 것입니다.


;;

 

지금도 소개팅 처자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의 부적절한 드립을 부추겨 주지 않으신 점.

타박도 하지 않으시고 인내로 들어주신 점. 


;;




에프터는 당연히 X. 

ㅜㅜ

 

 

끗이요.

 

 

 

P.S. 소개팅 주선했던 친구 녀석하고 찜닭에 소주한잔 하는데,

"야 소개팅을 대체 어떻게 한거냐. 너보고 4차원이래."


;;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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