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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It's not you, it's me

2012.07.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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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홀언니와 형제자매님들감친연을 애끼는 30대 초반 직딩 팬이어요이때까지 제보할만큼 흥미진진한 일 없는 평온한 연애였지만얼마전에 훌륭한 남성을 저의 지병으로 보내버리고하루에 수만명이 오신다는 이곳에 저 같은 분또 계실까 싶은 마음에 위로를 좀 받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직업도 같은 직업동네도 같은 동네,

자라온 환경도 비슷해서 말이 잘 통하

서로 호감을 주고 받게 된

정말 괜찮은 청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이 사람 결혼 정보회사에 '만점 남성 A."

라고 할 정도였으니,

평범 외모평범 몸매인 30대 저에게는

아주 황송한 분이였습죠. 

이 분을 만점씨라고 부를께요.

 

처음 봤는데 오래된 친구만큼 편하더라구요.

만점씨도 그래보였구요.

아주 아~~주 오랜만에

저에게 '미래 남편감으로 훈늉하시군!!'

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 남자였어요. 


이때까지는요ㅜㅜ

 

만점씨와 하하호호 즐거운 대화시간을 보내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제가 좋아하는 고기를 먹기로 했습니다.

..

 

그런데...

만점씨가 고기를 먹기 시작했는데....

 

.

블라블라

.

블라블라

 

만점씨와 고기가 나온 이후 나눈 이야기는

정말 하나도 생각이 안날 정도로

제 머릿속은 온통 

'아앜!!!!! 듣기싫어!!!!!!! 쩝쩝쩝쩝!!!!

 


하지만 처음 만난 만점씨에게

"쩝쩝거리지 좀 말아 주셔용~"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ㅜㅜ

 

그 쩝쩝거림으로 인해 

만점 호감남에서 기피대상 1

추락해버리신 만점씨와의 저녁.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고

배꼽인사 드리고 만점님이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집에 왔다는

다소 슬픈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홀언니,

그리고 많은 고갱님들...

저는 사실 희귀병(?)을 앓고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잡음이나 소음들을 대개 인식하지 않고,

인식을 하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대단한 초)능력을 갖고 있지만,

저는 그 능력이 거의 없어요. 


이 증상을 misophonia 혹은

selective sound sensitivity syndrome 라고 하는데요,

특정 소음이 저같은 사람한테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문제랍니다.

ㅜㅜ

 

흔한 병도 아니라 잘 알려지지도 않았구요,

치료방법도 없대요. ㅡㅡ

 

예를 들면 쩝쩝후루룩

키보드 치는 소리,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물 새는 소리,

그 외 반복되는 소리들이나

특정 사람의 목소리 톤을 듣게 되면

엄청난 울분이 치밀어서

정신줄을 놓고 화를 내기까지 하는 신드롬이에요.

  

미조포니아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모든 소리에 다 미치는 건 아니에요.

각자가 특별히 싫어하는 소음이 있대요.

시끄러운 곳에서 나는 소리보다

조용한 데서 반복적으로 나는 소음에 훨씬 더 민감해요.

ㅜㅜ

 

미조포니아가 심하면 사회생활이 힘든 것은 물론,

심지어는 가족들과도 정상적으로 지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꽤 있답디다.

 

저는 특히 먹을 때 나는 소리에 예민해요.

 

다행히도 저는 타고난 성격이 

를 잘 내거나 하는 편은 아니라,

일하거나 대인관계는 거의 영향이 없어요.

하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니,

교묘하게 피해다니는 노하우가 생긴거죠. -_-V

겉으로 내색 안하고

아주 스무드하게 상황을 피해

그 누구도 제 안에 일어나는 패닉을 모르는 게

이렇게 쓰고 보니다행인지불행인지ㅜㅜ

 

가족들도친한 친구들도,

3년 넘게 사귀었던 전 남자친구도 모르는

저 혼자만의 비밀이거든요.

 

잡음 인식 동시에,

저의 집중력은 그 잡음에 쏠리고,

그 사람과 그 사람이 만들어낸 잡음은

귀 뿐아니라 온 몸으로 느껴지며,

즉시 "위험인물"로 뇌에 저장되고,

머릿속에 온통

"이 상황을 피해서 이 소리를 안들어야 한다!!!!!"

라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사고 완전 마비.

 

제 성격이 까칠함과 까탈스러움과는

반대 성격이라 이 사실을 지인들이 알게 된다면

믿기 어려우실꺼라 생각됩니다ㅜㅜ

 

근데 저 사실유치원때부터 이랬어요 ㅋ

옆에 서있는 사람이

껌을 짝짝소리 내면서 씹는다던가

음식점에 갔는데 옆 테이블 아저씨가

먹을 때 후루루룩 쩝쩝거리면,


'저 사람은 쩝쩝거리면서 밥먹는 사람'

'저 사람은 풍선껌 부풀려서 터트리는 사람'

다 기억했거든요.


공부는 잘 못했는데 

이런 건 왜 이렇게 잘 기억하는지욧ㅋㅋㅋ

 

막 소름돋게 너무너무 싫은데,

저절로 집중이 돼서 

온통 머릿속이 쩝쩝쩝쩝으로 채워지는 일

참 괴로운 일이랍니다.

 

커서는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가까이 앉아 단 둘이 밥먹을 때,

잔잔한 영화볼 때 옆에서 팝콘과 콜라 먹는 소리,

조용한 데서 누가 입맛을 다신다거나..

저에겐 모두 너무 견디기 힘든 상황이에요.

 

아무리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쩝쩝쩝쩝 후루룩 킁킁 댄다 해도

저의 똘레랑스는 쪼끔 아주 쪼오끔 더 높을 뿐.

그 불쾌감은 의지와 이성의 영역이 아닌지라,

곧 패닉으로 빨려들어가는 일은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노하우로 티 안나게 피할 뿐.

 

하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 쩝쩝대면 

그 사람이 대한민국 일등 신랑감이라 한들

전혀 마음이 가질 않아요.

쩝쩝대는 순간.

오직 머릿속은 


!!!!”

 

다행히 더 심해지지는 않고 있지만,

고쳐지지도 않고 있는 이 불치병...

현재로써는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방법인거죠.

 

근데요..

만나면서 밥을 안먹을 수도 없는 일인데,

정말정말 후루루룩 쩝쩝거리고 먹지 않는 남자

찾기가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대한민국 만점씨는 운이 좋아 얻어걸렸건만,

쩝쩝대지 않으면서 곱게 진지잡숫는 형제님 찾기

왜 이리 힘이 드는지..

 

귀여운 남자, 착한 남자,

학벌좋은 남자돈많은 남자 찾을 때,

전 다 필요없고 

밥잡술 때 쩝쩝대지만 않으면 일단 환영합니다. ㅜㅜ 

 

혹시 저와 비슷한 분들 계신가요오?

동병상련하고 싶습니다ㅜㅜ

제가 이런줄 진짜 아무도 모르거든요.. ㅜㅜ

 

그리고 만점씨,

It's not you, it's me...

좋은 사람인 거 아는데 정말 미안해요...


혹시 인연이 닿아 우리 다시 만난다면...




그래도 밥은 같이 먹지 않는걸로.

ㅜㅜ 


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추천하면 재밌는 사연이 풍성 

건의문의는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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