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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조각칼 내려놓기

2012.07.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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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며칠전 감친연에 올라온 글(바로기가 뿅→ [황망한연애담][짧] 흉터보여주기)

을 보고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댓글로 달까 하다가 길어질 것 같아 메일을 보냅니다나름 이것도 사연(?)이니까요저는 삼십대 초반의 남성입니다오늘 제보 할 일은 벌써 몇 년이나 지나버린 일이네요시작.. 하겠습니다.

 

 

모임에서 만난 그녀는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제 이상형과 가까웠습니다.

하얀 피부단발머리눈웃음...

특히 동그란 얼굴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중에 동글이라고 자주 불렀으니,

이하동글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모임에서 저는 이미 꽤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었고,

동글이는 갓 들어온 멤버였어요.

처음에는 좀 서먹서먹하기도 했고

약간 내외도 하고 그랬었거든요.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로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우연하게도 함께 독서모임을 가지게 되었어요.

 

동글이와 저 외에도 몇 명이 더 모여서

같이 책을 정해서 읽고

매주 모여서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했어요.

종종 그 독서모임은 멤버들 시간이 맞으면

함께 가까운 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기도 했지요.

 

그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서로 생각보다 잘 통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책을 가지고 얘기하다가 보면

약간 논쟁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서로 편도 들어주고

때로는 놀리기도 하면서 점점 친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예정대로 독서모임은 끝이 났고

동글이와는 만날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이때쯤..

저는 동글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낯 설었던 어색함은 기억도 나지 않았죠.

동글이의 외모가 제 이상형이었던 것도 큰 영향이었죠.

그리도 책을 읽는 취향이나 생각하는 방식,

얘기를 주고받는 방법도 꽤나 잘 맞았어요.

 

그래서 전 가볍게 따로 밥을 먹자는 얘기를 했어요.

동글이는 반갑게 “yes!”해주었습니다.

 

가볍게 먹기로 했던 밥이었는데,

커피도 마시게 되고 영화도 보게 되었어요.

처음 만난 날 이미 데이트가 되어 버리더라구요.

그 만큼 서로 정말 잘 맞았어요.

 

그 뒤로 몇 번의 데이트를 더 했습니다.

 

동글이 집 앞에서 헤어지기 싫어 망설였던 순간.

 

막차까지 기다리다가 집에 못 갈 뻔 했던 순간.

 

로즈데이에 장미꽃을 선물하며

되도 않는 유치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순간.

 

서프라이즈 해주려고동글이랑 전화하면서

몰래 같은 버스에 올라탔던 순간 

 

공원을 걸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속삭이던 그때.

 

시험을 본다던 동글이에게 잘 보라며 불러 준 노래.

 

기다리며 썼던 많은 편지들.

 

모임에서 몰래 나누던 작은 신호들...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3~4개월이 흘렀어요.

누가 보아도 데이트하는 연인이었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직도 사귀자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동글이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거든요.

저는 나름의 배려로 고백을 미루고 있었고,

동글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 중요한 시험이 끝난 후,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어요.

그리고 진짜 고백!!

 

고백은.. 

긴 편지를 써서 앞에서 읽어줬어요.

조금 유치할 지 몰라도,

저 나름대로는 오랫동안 기다리며 준비한 거 였거든요.

동글이도 그 편지 읽어주는 것을 눈웃음 지으며 들어주었고요.

 

동글이는 일주일정도만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일주일이 대수 였을까요.

이미 서너달을 그렇게 기다렸는데...

 

정확히 일주일 후,

답장이 적힌 편지와 꿀물(제가 사달라고 졸랐던)이 든

작은 봉투를 받았습니다.

 

답장의 내용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동글이는 여러가지로 아픔이 있는 아이였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는 아니였지만,

몸이 아팠고그로 인해 마음도 아픈 아이였지요.

 

우선 몸이 매우 약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더 익숙한 아이였고

그런 삶이 그 아이에게는 당연한 삶이였던거죠.

 

실제로 몸이 아파서

일을 할 수 없어서 그만둔 적도 있고,

병원에 입원해서 며칠씩 보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어요.

특별한 지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면역력이 좋지 않다고 했어요.

 

동글이는 그렇게 이미 25년 넘게 살다보니,

아마도 자연스럽게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왜냐면가지려 해도 자꾸만 잃게 되었으니까요.

 

공부도일도심지어는 사랑...

그러한 것에 일부인 모양이었어요.

마치 스스로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까지

생각하는 듯 했어요.

 

저에게 온 답장 편지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나는 몸이 많이 안 좋은데,

이런 날 받아줄 수 있겠나...”

 

그 답장을 받고 저는 정말 답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얘기는 수차례나 했던 얘기의 반복이었으니까요. 

 

난 괜찮다.

나는 몸이 안 좋은 너를 

이해하고 받아 줄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

건강한 내가 너를 많이 도와주겠다.”

 

이미 3~4개월 동안 수도 없이 했었던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였습니다.

 

아마 저도 조금 지쳤던 것 같기도 해요.

아니면 기대하던 “yes”라는 답이 아니었던 것에 대한

분노같기도 하구요.

또는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해야만 했던 동글이에게

조금은 짜증이 났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가득 담았던 고백.

그 고백에 대한 답장에서도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며

너도 이것때문에 결국 날 떠나겠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이미 수없이

(동글이가 물어서또는 제가 동글이를 위해 스스로)해왔던 대답이었건만,

반복된 상처 감수 의지 심사

난 앞으로도 계속 이 상처를 이야기 할꺼야.

날 도와주겠다고 한 건 너니,

넌 그냥 계속 참어.

라는 뜻으로 까지 들렸습니다.

 

동글이의 그러한 자격지심

답답함과 약간의 분노와 짜증이 섞여서

저는 3~4일 동안 연락을 못 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제 미숙함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제 미숙함이 이 상황을 더욱 키워버렸죠.

 

그리곤 다시 만났을 때,

동글이는 이미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연락을 하지 않은

3~4일이 동글이에게 충분한 답이 되어버렸더라구요.

 

그때부턴 제 답과는 상관없었어요.

 

저에게도 감정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동글이에게는 그 것이,

거봐너도 나 아픈거 결국 감당못하겠다는 얘기잖아.”

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자격지심과 지레짐작.

설명도 설득도 소용이 없었고,

그녀의 마음속에서 전 이미

감당도 못할꺼면서 말만 앞세운 그런 놈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동글이는 익숙한 수순인 듯 감정을 정리하였죠.

 

매달려도 보고울어도 봤습니다.

 

홍대에서 절 보신 분은 잊어주세요... ㅜㅜ

 

 

이미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한 동글이는

마음을 바꾸지 않더군요.

저희는 그렇게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니... 사귀지도 못 했으니 헤어진 것도 아닌 걸까요?

 

결국 저는 너무도 좋아했던 그 모임을 떠났고,

그녀도 몇 달 후 떠났다고 들었어요.

너무 좋아했기 때문인지

동글이와 함께 걸었던 공원거리에만 가도

숨이 막히더라구요.

 

몇 년이나 지난 일임에도

다시 이 글을 쓰니 답답함이 밀려오네요.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으로 한 말씀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상대방은 그대의 흉터와 아픔

충분히 감내하실 수 있는 분일 수 있어요.

 

자매님이 힘든 것은

아직 스스로 받아들이기 두렵기 때문일 거에요.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누군가의 조력을 받을 지 언정,

우선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특별한 이해와 위로를 기대한다면

본인의 좌절과 실망이 더 클 것 같아요.

자신의 상처를 무기화또는 관계의 방패로 삼는 것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물론 상대방에 따라

상처를 더 잘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지요.

또 시간이 좀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건..

그대의 상처와는 사실 관계가 없어요.

어딜가나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니까요.

 

그것이 상처때문이든무엇때문이든,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선 누구나 마음 졸여합니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게 되는 일도 많구요.

 

저도 그랬구요.

그대의 상처때문이 아니에요.

 

몸에 흉터가 없어도힘이 넘칠 듯 건강해도,

누구나 거절 당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연애에 있어 그런 일을 겪고 힘들어 한답니다. 

 

고백 후에 만약 거절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별인거지,

상처를 이유로 특별히 더 슬퍼하지는 말아요.

 

직업이 별로여서

집에 빚이 많아,

가정사가 복잡해서..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지요.

 

너무 잘 맞고 괜찮은 남자인데,

난 집 형편이 너무 안좋은데...”

를 자격지심 삼아,  

다가오기를 머뭇거리고 마음열기를 주저하면서,

관계에 새로운 이슈(싸울때든, 한발 나갈때든)가 생길 때마다, 

 

“아, 우리집 형편이..

아, 자신없는데.. 

그러기엔 내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다.

결국엔 너도 내 문제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겠지.

네가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거봐.. 내가 힘들꺼라 그랬자나..

넌 이해 못할꺼라고 전에 내가 얘기 했었자나.

내가 너까지 챙길 정신이 없다.

역시 난 누굴 만나면 안되는 사람인가봐.

자격없는 사람은 노력해도 소용없는 걸 넌 모르겠지."

 

그때부터 문제는,

안좋은 집안형편 때문이 아니라,

 

대체 나한테 어디까지 이해를 바라는 것인가.

저 얘기를 듣고도 오케이 한 이상,

앞으로 무슨 문제가 생겨도 원인은 전부, 

내가 이해하기로 한 그 부분이 되는거고,

이제 난 뭐든 다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새로운 관계의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없는 문제까지 만들어

괴로움을 증폭시키는 건 

너무 바보같잖아요.

 

동글이는 아직도 제가

그녀의 몸아픔을 받아들일 수 없어 

떠난 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에 상처하나

 스스로 새겼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이미 그렇게 믿는 것이 익숙해서

계속 젖어 있고 싶은 걸지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조각칼 내려놓기

스스로 원치 않았습니다.

그 날카로운 것을 내려 놓는 것은

그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의 흉터, 아픔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도구삼아 

상대에게 흉터를 남기고,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제가 좀 주제넘는 얘기를 했나요..?

 

...

어쩌면 아파보지 못한 제가

자매님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하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대에게 너무나 잘 어울릴만한 연인

자격지심이나 지레짐작때문에

그냥 흩어져버리는 것이 걱정되어서 글을 남깁니다.

 

동글이처럼 되실까봐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서요..

 

 

...

 

 

 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추천하면 재밌는 사연이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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