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소개팅] 어떤놈

2012.08.5 01:51

제보전에 → 제보필똑

댓글전에 → 댓글필똑


때는 바야흐로

살이 에이는 추위와 시린 옆구리를 부여잡고

남자를 찾아 헤매던 재작년 겨울.

 

형부가 소개팅을 제안해왔습니다. 

 

저에게는

남자가 소개시켜주는 소개팅은 하지 않는다.”

는 원칙이 있으나,

자매님의 지원사격과 외로움에 !!

(훗날 두고두고 이 날 을 외친 내 요망한 입을 원망하게 됨. ㅡㅡ)

 

형부를 통해 연락처를 주고 받았고

그 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근무중이였지만 나가서 전화를 받고,

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를 했는데

소개팅 전 통화의 주목적은

만나는 날짜와 시간장소를 정하는 것이 아임까?

 

이 분은 전화 끊을 생각이 없어보였어요.

자신의 연애스타일에 대해

나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 거죠.

 

저는 끊을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어.. 어..버..버!! 할 찰나 회사전화 벨이 딱 울려,


전화가 와서 나중에 전화 드릴께요.”

드디어 전화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업무통화 후,

쎄-한 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다시 전화해야 하나 어쩌나 살짝 망설여 졌지만,

전화를 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제가 다시 전화를 했어요.

 

죄송해요전화가 와서..”

라고 하니그 분 왈.

 

 

 

어떤 놈?”

 

읭? 


저는 귀를 의심하고 재차

?” 라고 물어보았고,

그러자 그 분은 남자전화??”



아니라고 하고 대충 마무리하고

전화는 일단 끊었어요.

이때부터 좀 숭한 스멜을 맡았지만,

본디, 사람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라했기에

그냥 넘겼습니다.

 

그 날 저녁 친구들과 만나

맥주 한잔 하고 있는데 

그 분이 또 전화를 걸어왔어요.

 

"어디에요?"


"친구들 만나서 맥주 한잔 하고 있어요."

 

 



"어떤 놈?"


저는 또 한번 저의 귀를 의심하고,

다시 "?" 라고 물어보았지요.

 

"남자랑 같이 있는거 아니에요?"

 

이때.

앗!!! 이거슨 찌질이닷!!! 또라이얏!!!

적색경보가 울렸지만,




또 한번 참고 여자 친구들이랑 있다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이 통화 이후,

2주 뒤에 만났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저의 남친 행세를 하며

내 사생활을 관리하고

전화를 안 받을 시 불같이 화를 내는 등

혼자서 상당한 씨버러버를 시전하셨지요.

 

이 때 주옥같은 명대사들을 많이 남겼으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므로 


과감히 생략합니다.

 


어쨌든 언니에 형부에 두루 얽혀있는 소개팅이라

만나보기도 전에 거절할 형편은 아니되었고,

결국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화통화만으로도 충분히 기가 빨려

소개팅 자체를 취소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도 없었고

이왕가기로 마음 먹은거,

카톡에 걸려있는 그의 프로필 사진이

얼핏 제 스타일이기도 해서

0.01%의 기대감을 안고 만나러 출발.

 

그런데 저 멀리서 웬 개미핥기가

팔자걸음으로 나에게 걸어왔어요.





저도 여신급이 아니고,

예의가 아니라 실망감을 내색하지 않으려 

무지 애를 썼는데,

나를 본 그의 첫마디.


"사진이랑 많이 다르시네요. 훗."

 

넌 ㅆㅂ 그 사진 

부디 대대손손 가보로 여기라!!!!’

해주고 싶었지만 이왕 참은 거 한번 더 꾹 참았습니다.

 

봐둔 곳이 있다며 절 데리고 간 곳은

어느 오리농장.

 

비닐 하우스와 동굴 중간쯤 되는

연기 자욱한 요상한 막사에서

오리를 구워먹으며

여자친구의 조건에 대해

또 한번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습니다.

 

어려도 싫고,

나이가 많아도 싫고,

말라도 싫고,

뚱뚱해도 싫고,

예뻐도 싫고,

못생겨도 싫다.

머리가 비어도 싫고,

하지만 잘 나도 싫고,

가난해도 싫고,

부자여도 싫고,

키가 커도 싫고

작아도 싫고.

.

.

.

.

 

.. 멘붕멘트 20여가지를 선사해주는데,

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 그냥 나는 딱 가 싫다...



  

여긴 어딘가

난 누군가.

너 나한테 왜 이러는 거에요.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차라리 한대 때려줘요.

헝헝헝

 


오리값을 계산한 그 남자와 

그 오리농장을 나오는 순간.

제 머릿속에는 오릿값만큼 

커피든 뭐든 먹이고

얼른 탈출해야겠다는 마음뿐.

 

그리하여 차를 마시러 가자고 했는데,

자기가 야경 좋은 데를 안다

저를 어느 야산으로 데려갔습니다.

 

하지만그 곳은 누군가의 사유지. --;;

경비원에게 무단침입했다고 욕먹고 쫒겨났...


;;

 

결국 공원으로 가자고 해서 커피를 마시다,

느무느무 추운 날이라

차안에서 잠시 이야기하던 중.

 

이 남자가 다 마신 컵을 차문 밖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것이 아닙니까?

;;


그리고 친절하게도 제가 마신 컵도 빼앗아서

!

 

 

더 이상은 무리라 판단.

9시 통금 드립치고 집으로 피신했습니다.

 

.. ..

그리고 황폐해진 정신을 정비하는 찰나,

그 분에게서 도착한 문자.

 

딩동

이런 만남 뒤에는 집에 잘갔냐고

문자하나 정도 남겨주는게 예의입니다. ㅡㅡ;”

 


아 나 지쟈쓰.

세상 사람들이 

다 나에게 예의를 지적해도

인간적으로다가 

너는 그러면 안되자나요.

 

센스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던가.

눈치가 없으면 융통성이라도 있던가...

 

저는 사실 이 사람과 말섞기

짜증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무서웠다구요.

 

그는 그 후로도 약 일주일간 

밤마다 전화를 걸어왔고.


내가 우습냐?” 문자에는 

그보다 좀 더 시달렸고.


형부는

걔 진짜 괜찮은데 잘 해보지.”

아직까지 이러고 있고.

 

에이씽.



은 자유롭게 표현은 배려있게

추천하면 재밌는 사연이 풍성 

건의문의는 이메일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15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2/08/11 [황망한연애담] 친구처럼 연인처럼
2012/08/10 [황망한연애담] 초식이
2012/08/09 [황망한연애담] 을남이(2)완결
2012/08/08 [황망한연애담] 을남이(1)
2012/08/07 [황망한연애담][짧] No exception
2012/08/07 [황망한연애담][짧] Routine
2012/08/06 [황망한연애담] 부산에서 생긴 일
2012/08/05 [황망한소개팅] 어떤놈
2012/08/04 [황망한연애담] 비생산적 생각
2012/08/03 [황망한연애담] 오빠는 나 왜 만나?
2012/08/03 [회람] 우린 제법 안어울려요
2012/08/02 [황망한연애담] 미안하고 미안해요
2012/07/31 [황망한연애담] My own choice
2012/07/29 [황망한소개팅] 겸상 공포증